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264화 (264/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264)

82. 약점을 후벼 파라! (3)

폭풍의 신 흐레스벨그.

그가 가진 힘은 신화시대에서도 알아주는 것이었다.

세계수에 위협이 되는 모든 것을 밀어내고, 찢어발겼던 막강한 힘.

그것이 검은 기둥 속에 있는 무엇가를 갈아 버릴 기세로 공격했다.

거대했던 폭풍은 검은 기둥을 부수고 찢어 버리면서 안에 있는 ‘무언가’까지 공격했다.

쿠웅!

-쯧! 실패했군.

흐레스벨그가 아쉽다는 표정으로 말하면서 아이언의 어깨에 안착했다.

그리고 그 순간 폭풍을 뚫고 나오는 하나의 거대한 팔.

“……신인가?”

아이언의 물음에 오른쪽 어깨에 앉은 흐레스벨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심해야 할 거다.

흐레스벨그가 경고할 정도라면 분명 위험한 것일 터.

‘검은 기둥이란 것이 제약을 피하게끔 한 것일까?’

아이언이 그렇게 생각하면서 검을 들어 올렸다.

흐레스벨그가 만들어 낸 폭풍을 뚫고 팔 다리가 밖으로 나올 때, 아이언의 거대한 백색검이 하늘 높이 솟아올랐고, 동시에 신수들 역시 자신의 힘을 한계까지 짜냈다.

[수많은 희생으로 신이 제약을 피해 강림합니다!]

-완성되기 전 많은 힘이 소실되어 일부 제약이 남았습니다.

-강림 전 방해를 받아 강림에 제약을 받습니다.

-마지막 황제의 고귀한 희생으로 생성된 제약은 유지됩니다.

시스템 음성과 함께 나타난 거대한 신.

여태껏 만났던 신과 고대종의 힘은 장난이었다는 듯, 막강한 힘을 내뿜으며 아이언을 오만하게 바라보았다.

그 순간, 아이언의 거대한 백색검이 신을 향해 날아들었다.

동시에 피닉스와 천둥새, 두 개의 달이 합쳐졌다.

[최종 융합기 -신을 죽이는 빛]

두 개의 달을 중심으로 한쪽엔 화염이, 한쪽엔 뇌전이 깃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한계까지 뭉쳐진 두 줄기의 빛이 강림한 신에게 날아들었다.

‘불완전해.’

신수들의 새로운 융합기를 본 아이언은 저것이 불완전한 것임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본래 하나로 뭉쳐야 할 빛은 아직 미숙한 신수들 때문에 두 개로 나뉘었고, 그마저도 완전히 뭉치진 못했다.

하지만 뱁새의 도움으로 증폭된 위력이 그것을 커버했다.

쿠구궁!

주변의 지축이 흔들리면서 거대한 파장이 만들어졌다.

아이언의 백색검과 신수들의 융합기를 완전히 강림하지 못한 상태에서 얻어맞았기 때문인지, 강림한 신의 육체에 커다란 상처를 만들 수 있었다.

“된 건가?”

-그럴 리가.

아이언의 말에 흐레스벨그가 코웃음치면서 말했다.

비록 제약이 남긴 했지만 그래도 신이었다.

아이언의 전력이 담긴 공격을 맞고 나서 두 팔을 뻗어 손뼉을 쳤다.

그 순간 아이언이 다급하게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모두 물러나!”

아이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신의 두 손에서 나온 파장이 사상력을 품은 채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그러자 아이언이 다급하게 신성력을 뿜어내며 그것을 막아 내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가까이 있던 신성 연합군이 먼저 흐리멍덩한 눈으로 변해 갔고, 그들과 싸우는 제국군 역시 조금씩 눈에서 총기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아이언의 신성력이 뒤이어 제국군에게 스며들었다.

[신에 대항하는 인간들에게 주신의 축복이 내려집니다.]

-주신의 힘이 외부 신의 힘에 대항합니다. 그로 인해 사상력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타락한 외부 신에 대항하는 인간에게만 해당됩니다.

“아…….”

아이언이 시스템 음성에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시스템 음성이 말한 것처럼 흐리멍덩했던 이들의 표정이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

반대로 신성 연합국 측의 병력들은 강림한 신을 연호하며 무기를 들어 올렸다.

“신을 위하여!”

“목숨 바쳐 신께 승리를 받치자!”

“위대한 신이시여!”

광신도처럼 변한 이들을 보면서 아이언이 싸늘한 표정으로 신을 바라보았다.

-건방진…….

자신의 힘을 방해한 시스템을 향해 분노를 드러내는 신.

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주신조차 시스템이라는 한계를 넘어설 수 없기에, 그보다 격이 낮은 그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눈앞에 있는 건방진 인간을 찢어발기는 것뿐.

하지만 그조차도 쉽지 않아 보였다.

쿠우웅!

신의 손짓에 떨어져 내리는 거대한 뇌전.

하지만 아이언의 백색검에 그것이 갈라졌다.

“확실히 제약이 남아 있는 모양이야.”

-그래. 그걸 위해서 내가 친히 소환된 것이니…….

아이언의 말에 흐레스벨그가 웃음기가 섞인 말투로 말했다.

신의 완벽한 깅림을 막는 것.

흐레스벨그가 아니었더라도 완벽한 강림은 어려웠을 것이다.

황제의 희생으로 유지된 제약이 남았을 테니.

하지만 지금의 아이언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적이 되었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그동안 아이언이 부순 진의 축이 상당히 많았고, 검은 기둥마저 깨뜨리며 강림마저 방해했다는 것이다.

‘할 만해!’

아이언이 그렇게 생각할 만큼 신의 강림은 불완전했다.

비록 전에 싸웠던 투신에 비할 수 없을 만큼 강했지만 모든 신수들이 함께한다는 게 중요했다.

-내가 힘을 사용할 수 있는 건 한 번 정도. 그러니까 버텨라. 저 녀석의 힘이 소모될 때까지 버텨!

흐레스벨그의 말에 아이언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언의 신수 중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흐레스벨그의 폭풍이 단번에 신을 소멸시킬 수 있을 때까지 강림한 신의 힘을 소모시키는 것이 관건이었다.

바로 그때, 거대한 형체를 유지하던 신이 갑자기 작아지기 시작했다.

-지금부터가 진짜다.

흐레스벨그가 그렇게 말하면서 눈앞의 작은 신을 바라보았다.

인간보다 약간 큰 형태까지 줄어든 신의 손에는 거대한 망치가 하나 들려 있었다.

[옛 전신이 격을 희생해 자신의 무구를 되찾았습니다. 그로 인해 제약이 좀 더 줄어듭니다!]

시스템 음성과 함께 눈앞에 있는 신의 힘이 좀 더 강해졌다.

가만히 있었음에도 주변에 뇌전이 몰아칠 정도였다.

-토르…….

흐레스벨그가 옛 신을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그 옛날 수많은 전쟁을 승리로 이끈 전신이 서 있었다.

비록 과거의 영광을 저버리고 타락한 신이 아이언을 무심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조심해라. 지금 녀석의 눈은 방심하지 않는 눈이다.

흐레스벨그의 경고에 아이언이 침을 삼키면서 검에 오러를 전력으로 불어 넣었다.

-방심하지 않는 토르는…… 누구보다 무섭다.

세계수의 친구이자 그를 지키는 든든한 방패인 흐레스벨그조차 두렵다고 할 정도의 신.

그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뇌전이 휘감긴 거대한 망치에는 파멸적인 힘이 담겨 있었다.

“큭! 이런 미친…….”

신화시대에도 영웅이라 불렸던 경지인 그랜드 마스터에 도달한 아이언이지만 토르의 공격 한 번에 뒤로 밀려났다.

-아직 멀었군.

영웅의 경지에 도달한 아이언이지만 전신이 보기에는 아직 부족한 게 많았다.

신들 중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다다랐던 그가 보기에 최소한 인간이라는 한계를 초월해야만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기에 그러했다.

-폭풍의 새인가? 오랜만이군.

-……그래.

-그대가 부활할 줄은 몰랐거늘…….

-그러게. 나도 몰랐다.

흐레스벨그가 그렇게 말하면서 자조 섞인 웃음을 흘렸다.

자신의 친구가 불타면서 모든 것이 끝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비록 친구는 사라졌지만 그 친구의 의지를 이을 새로운 생명이 있었다.

그렇기에 흐레스벨그는 이 멸망을 이겨 내야만 했다.

-어디까지 격이 떨어진 것인가. 작은 숲속에 스스로를 봉인하더니 피조물 수준으로 격이 하락했군.

토르가 안타깝다는 듯 흐레스벨그를 바라보았다.

거대했던 그의 몸은 물론이고, 토르조차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던 폭풍은 어디 가고, 지금은 작은 형체를 유지하는 것조차 힘겨워하는 안타까운 존재로 전락한 작은 새만이 남았다.

-그렇다고 타락한 힘에 영혼을 바칠 순 없지 않은가?

흐레스벨그의 말에 토르가 쓴웃음을 지었다.

예정된 멸망.

예언된 자신의 죽음.

그것을 피하기 위해서 자신은 죽음의 순간에 타락한 힘에 영혼을 바쳤다.

그 대가로 끔찍한 곳에서 영혼이나마 질긴 형태로 남을 수 있었고, 긴 기다림 끝에 마침내 이 대지에 다시 발을 디딜 수 있었다.

-후회하지 않는다. 그로 인해 살아남았고 이렇게 다시 싸울 수 있으니…….

토르가 그렇게 말하며 거대한 망치를 들어 올렸다.

-잡담은 여기까지……. 그대를 죽이고 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겠다.

토르의 말에 아이언이 백색검에 힘을 불어 넣었다.

완벽한 형태의 검날에 토르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법.

전신이었던 그의 눈에도 아이언이 만든 백색검은 제법 괜찮았는지 칭찬함과 동시에 거대한 망치를 휘둘렀다.

쾅! 쾅!

지축을 울리는 충격파와 소음이 주변을 휘몰아쳤다.

-나의 힘을 소진시킬 생각인가?

토르가 단번에 흐레스벨그의 의도를 읽고선 피식 웃었다.

-좋다. 나의 힘을 소진시켜 보거라. 그 또한 재밌는 여흥일 것이니…….

토르가 빙그레 웃으면서 망치를 휘둘렀다.

수많은 전투 경험이 담긴 망치의 힘은 아이언을 한계까지 몰아붙였다.

일격에 아이언의 단단한 방어가 무너지고, 그것을 막기 위해 신수들이 달려들었다.

금강석조차 단번에 녹여 버릴 불길과,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들 만큼 강력한 뇌전에도 토르의 전진은 멈춰지지 않았다.

천둥새의 뇌전은 더 강력한 뇌전을 사용하는 토르의 힘에 소멸되었고, 강력한 불길은 망치를 휘두르자 꺼져 버렸다.

뒤이어 두 개의 달이 전력을 다해 두 줄기의 빛을 날렸으나 근거리에서 맞았음에도 토르의 전진이 고작 반걸음 뒤로 밀려난 게 전부였다.

하지만 신수들의 이런 행동이 의미가 없는 건 아니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아이언은 무너진 자세를 회복하고, 균열간 오러 블레이드를 다시금 복구했다.

-재밌군. 전투 중에 성장하는 녀석이라…….

자신과 싸우면서 성장하는 아이언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망치를 휘두를 때마다 그 안에 녹아든 경험을 읽어 낸 아이언은 지금 이 순간에도 발전하고 있었다.

전생과 현생 모두 대부분의 삶을 전장에서 보낸 아이언이지만 아득히 많은 삶을 살아온 전신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했다.

그런 토르가 보여 주는 경험은 지금 이 순간 아이언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었다.

-……아깝군.

토르가 아이언을 바라보면서 말했지만 아이언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전투에만 전념하면서 묵묵히 막아 낼 뿐이었다.

어느새 무아지경에 들어서며 토르의 공격을 막는 데 집중하는 그 모습에 망치에 모든 힘을 집중시켰다.

-놀이는 이만해야겠군.

실로 오랜만에 느끼는 긴장감과 전투의 호흡에 잠시 즐겼으나, 멈춰야 될 때를 누구보다 잘 알았다.

승리를 위해 즐거움을 내려놓은 토르는 아이언이 더 성장하기 전에 확실히 끝내고자 했다.

흐림르처럼 격렬한 전투를 좀 더 즐기기 위해 아이언이 성장하는 시간을 주는 멍청한 짓을 하지 않았다.

어느새 강력한 뇌전이 거대한 망치로 떨어지면 주변에 강력한 충격파를 만들었다.

신화시대 때 그 누구보다 강력한 뇌전을 다루며 수많은 종족들을 멸망으로 몰고 간 망치가 아이언을 행해 떨어졌다.

쿠우웅!

토르의 전력을 다한 공격에 신성 연합국의 사람들은 아이언이 죽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기동야전군과 별동대마저 이번 공격은 아이언이 버티기 힘들 거라 생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기어코 버텨 냈다.

천둥새가 모든 힘을 불살라 토르의 뇌전을 최대한 막아 냈고, 피닉스의 화염 폭풍이 그것을 보조하였으며, 두 개의 달의 두 줄기의 빛이 잠시 동안이나마 토르의 망치가 떨어지는 걸 멈춰 냈다.

그렇게 경감된 위력을 아이언이 한계까지 압축한 백색검이 받아 내었고, 뱁새의 증폭된 신성력이 그것을 보조했다.

아이언이 지금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서 만든 결과.

그건 토르의 전력을 다한 공격을 버텨 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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