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263)
82. 약점을 후벼 파라! (2)
아이언을 죽이기 위해서 숨어 있던 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미친놈들.”
아이언은 자신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었다.
[이단 심문관]
옷에 ‘이단 심문관’이라는 이름이 새겨진 하얀 로브를 걸치고 있었고, 메이스나 철편, 특수한 채찍 등으로 개성 강한 무기들을 들고 있는 자들.
그런데 아이언이 이들을 보고 놀란 점은 따로 있었다.
눈동자에 검은 부분이 없이 오로지 흰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그 안에 특수한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거기다가 이마를 비롯해 몸 곳곳에 특수한 보석이 박혀 있었다.
그리고 그 부분을 통해서 흘러나오는 사상력.
“강신을 이런 방식으로 해? 하! 이런 미친 새끼들…….”
-고귀한 희생이니라.
“개소리.”
이단 심문관 중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하는 말에 아이언의 표정은 썩어 들어갔다.
백색 로브를 걸친 이들 중 정상은 없었다.
모두 흰자위만 보였으며, 가운데에 마법진이 새겨져 있었다.
그러나 가장 문제는 그들의 몸 안에 있어야 할 영혼이 없다는 점이었다.
그들의 몸에서 풍겨 나오는 사상력은 오로지 신의 것이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생각쯤은 갖고 있을 터인데 이들은 그런 게 없었다.
‘강제로 영혼을 무의식 속에 묶었나?’
아이언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검을 꽉 쥐었다.
처음엔 죽은 자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랜드 마스터에 이른 아이언의 눈은 그들이 진짜 ‘살아 있는 자’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즉! 신이 제약을 피해 강림하기 위해선 제물이나 성물이 아닌 살아 있는 자가 필요했다는 것이고, 자신의 힘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서 대상이 된 자의 영혼마저 무의식 속에 강제로 묶어 버린 것이다.
이것만으로 신들이 인간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콰아아앙!
거대한 폭음과 함께 이단 심문관들이 아이언을 향해 공격하기 시작했다.
빛의 창부터, 백색 얼음, 화염, 번개, 용암 등 온갖 것들이 아이언을 죽이기 위해 날아들었다.
그 모든 힘에는 그들의 심상이 깃들어 있었고, 그로 인해 아이언의 백색검에도 쉬이 소멸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이언이 불리한 건 아니었다.
투신과 싸울 때처럼 아이언과 뱁새만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삐이이이!
-부우우!
-끼루우우!
세 신수가 하늘을 배회하면서 자신들의 힘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화염과 번개, 빛이 넘나들면서 숲을 박살 내기 시작했다.
신기한 건 신수들의 공격에서도 사상력이 나온다는 점이었다.
-…….
단순한 자연력인 줄 알았던 이단 심문관 몇 명이 신수들의 공격에 치명상을 입자 아이언만 노리던 그들이 진형을 갖추었다.
신수들의 힘도 만만히 볼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환상종인 피닉스와 천둥새는 본래 힘을 찾은 것을 넘어 진화까지 이뤄 냈고, 두 개의 달 역시 환상종에 버금가는 힘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그들의 힘에도 그랜드 마스터처럼 심상이 심기면서 사상력이 깃들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막대한 힘을 쏟아 내도 지치지 않고, 또 예상보다 막강한 위력을 보이는 것은 순전히 뱁새의 힘 때문이다.
“기특하네. 매우 칭찬해?”
-짹!
아이언이 자신의 머리 위에 있는 뱁새를 향해 손가락으로 쓰다듬으려 하자 뱁새가 단호하게 작은 날개로 손가락을 쳐 냈다.
신수들의 활약으로 저들이 방어 태세를 갖추자 여유가 생긴 아이언은 공세를 취했다.
검은 기둥이 솟아오른 것을 중심으로 방어 진형을 갖춘 이단 심문관들이 방어에 전념하자 아이언은 그들을 비웃듯 말했다.
“무시하던 필멸자 하나 막으려고 진형까지 갖추다니, 너무한 거 아냐?”
-대계를 이루기 위해서라면 잠시의 치욕 따윈 언제든 감당할 수 있느니.
-치욕을 감내하는 대가로 주신의 사도를 죽일 수 있다면…….
-우린 무릎이라도 꿇을 수 있느니라.
이단 심문관들이 그렇게 말하면서 방어를 굳건히 했다.
그러자 아이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저들의 전력을 밖으로 끌어내 기사들은 진입시키려던 아이언의 계획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음…….”
아이언은 표정을 찡그리면서 전력을 끌어냈다.
저들이 방어 태세에 돌입한 이유가 그들의 뒤에 있는 검은 기둥 때문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더 커졌어. 게다가…… 좀 전부터 사상력이 뿜어져 나온다.’
아이언이 그렇게 생각하면서 백색검을 이단 심문관에게 겨누는 순간, 신수들 역시 움직였다.
장난기 없어 전력으로 공격하는 아이언 때문일까?
이단 심문관들 중 몇 명이 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죽어 나가기 시작했다.
‘투신급은 아니다. 조디악보다 약해.’
아무리 제약을 피하는 방법으로 강신했다 한들, 직접 강림이 아닌 이상 더 약할 수밖에 없었다.
본체도 아닌 인간의 몸으로 펼치는 힘은 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힘이 화신체 혹은 그보다 더 강한 힘을 펼칠 수 있다 한들 그랜드 마스터인 아이언과 신수들의 힘을 감당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건 신들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또 하나의 무기를 준비했다.
쿵!
“가고일…….”
신의 모습을 본뜬 석상들이 나타났다.
석상에 깃든 신성을 보면서 아이언의 표정이 굳어졌다.
가고알 자체가 강한 몬스터에 속하지만, 거기에 신이 직접 신성을 깃들게 해 강화시켰으며, 무엇보다 숫자가 너무 많았다.
수천이 넘는 강화된 가고일들이 날개를 펼쳐 날아올랐다.
그들 전원이 이단 심문관에 강신한 신의 힘을 지니고 있었는지, 그들이 나타난 순간 이단 심문관들의 힘과 공명하며 증폭되었다.
신 입장에서 필멸자를 잡기 위해 이런 짓까지 해야 한다는 게 치욕스러웠지만, 주신의 사도를 잡기 위해 모든 것을 감내했다.
그리고 그들이 준비한 건 이뿐만이 아니었다.
-주신의 사도를 죽여라.
이단 심문관의 명령과 함께 나타난 백색 갑옷을 입은 기사들.
과거 성국을 지키는 핵심 전력인 성기사들이었다.
그들 역시 외부 신과 계약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문양이 이마에 새겨져 있었고, 당연히 외부 신의 힘을 사용할 수 있었다.
거기다 그들을 보조하기 위해 하이 프리스트들까지 모여 있었고, 그들 역시 외부 신과 계약한 문양이 있었다.
“미쳤군.”
아이언은 그렇게 말하면서 이단 심문관들을 바라보았다.
이 전력이면 밀고 들어오는 제국군조차 주춤하게 만들 수 있는 막강한 전력이었다.
그런 전력을 오직 아이언 하나 잡자고 모은 것이다.
물량 앞에 장사 없다고, 신의 힘이 깃든 무구들로 사상력까지 무효화시킬 수 있는 군대가 나타나자 천하의 아이언도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그때, 함성 소리와 함께 아이언을 포위하려는 성기사들을 죽이면서 기사들이 나타났다.
외곽에서 대기하라고 했던 기사들이 상황이 안 좋게 흘러가는 것 같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약속한 대로 잡졸들은 저희한테 맡겨 주십시오.”
자신이 있는 곳까지 밀고 들어온 기사단장이 숨을 헐떡이면서 말하자 아이언은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이곳에서 목숨을 걸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보호해 줄 순 없다.”
“예!”
아이언의 말에 기사들 전원이 각오했다는 듯,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죽음을 각오한 기사들이 방진을 형성하자 방어에 치중했던 이단 심문관들이 아이언을 잡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뒤를 따라 성기사들과 고위 사제들이 공격을 시작했다.
평소라면 신수들이 공격해 성기사와 사제들의 진격을 막아섰겠지만 하늘로 날아온 가고일들로 인해서 어렵게 되었다.
“성기사들을 막아!”
“사령관께서 저들에게만 집중할 수 있도록 버텨라!”
기사들은 아이언이 이단 심문관들에게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몰려드는 성기사들과 진격을 막아섰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고위 사제들의 대규모 신성 마법은 뱁새가 막아 주고 있었다.
하지만 물량 차이가 너무 심했다.
군단급도 아니고, 별동대 단위의 기사들로는 엄청난 숫자의 성기사들을 막기란 어려웠다.
무위라도 압도적으로 높았다면 버텨 볼 만했겠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컥!”
“빈자를 메워! 절대 뚫려선 안 된다!”
기사 하나가 쓰러지자 황급히 빈자리를 메꿨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기사들이 죽거나 부상을 입을 때마다 방진은 점점 줄어들었고, 그럴수록 그들은 더욱 불리해져만 갔다.
그렇다고 아이언이 이단 심문관을 압도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신수들의 도움 없이 압도하는 건 불가능했다.
‘써야 하나?’
아이언이 불리해져 가는 상황을 보면서 자신에게 남은 한 수를 쓰려 할 때였다.
거대한 빛줄기가 하늘을 수놓으며 신수들의 앞을 가로막은 가고일들을 소멸시켰다.
콰아앙!
엄청난 폭음과 함께 하늘에서 돌 조각들이 비처럼 쏟아지고, 뒤이어 검은 기둥이 있는 근방으로 엄청난 양의 포탄들이 떨어져 내렸다.
콰과과광!
뱁새에게 방어를 강요하던 고위 사제들이 황급히 방어 마법을 펼쳐야만 했고, 성기사들마저 방어 진형을 갖추게 했다.
평범한 포탄이었다면 몇몇 사제들이 결계를 치는 것으로 막았을 테지만, 기동 야전군이 사용하는 포탄은 평범한 게 아니었다.
포탄 하나하나에 마법이 각인되어 있었고, 아이언의 막대한 신성력으로 축복을 사용한 거대 마정석을 이용해 만든 특수탄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부사령관 아리엘 파브리스! 현 시점부로 사령관님께 지휘권을 반납하겠습니다!”
대장선에서 뛰어내린 아리엘이 아이언의 곁으로 다가와 임시로 행하던 지휘권을 다시금 반납했다.
그 모습에 아이언이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병력 숫자는?”
“사령부 직속 기사단, 돌격대, 그리고 23군단을 끌어왔습니다.”
아리엘의 대답에 아이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적들의 숫자도 군단급을 넘어가진 않으니 23군단의 숫자로 비벼 볼 수 있었다.
“지금부터 신성 연합국의 북쪽 중심축 공략 작전을 시작한다.”
“예!”
아이언의 명령에 아리엘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실로 기가 막힌 타이밍에 등장한 기동 야전군.
사전에 도움을 요청해 놓은 상태이긴 했지만 제시간에 올 수 있을지 알 수 없던 상황이었는데, 다행히도 별동대가 전멸하기 전에 도착해 주었다.
지원군의 등장으로 기세가 이쪽으로 넘어온 시점에서 다시금 공격이 시작되었다.
가고일에 묶인 신수들이 다시금 아이언을 돕기 시작했으며, 아이언을 향한 물량 공세 역시 별동대의 기사들과 기동 야전군으로 인해 틀어막혔다.
그런 상황에서 이단 심문관만으로 아이언을 막기란 역부족이었다.
-결국 이것까지 사용하는가?
이단 심문관들의 대장이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으로 품속에서 작은 성물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손으로 부수는 순간 막대한 힘이 신체 내부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성물에 담겨 있는 신의 힘을 흡수해 순간적으로 강대한 힘을 갖게 된 것이다.
문제는 신체였다.
아무리 강화했다고 하더라도 본래는 인간에 불과한 몸.
그렇기에 신의 힘을 완벽히 감당하는 건 불가능했다.
“괴물이군.”
-쯧! 이번 제물을 구하기 위해 공들인 시간이 얼마인데……. 아쉽군.
흉측하게 변한 괴물이 아쉽다는 듯 혀를 찼다.
만약을 대비해 성물에 자신의 신격을 담아 두었는데 결국 쓰고 말았다.
성물에 담아 두었을 때는 다시 회수하면 그만이지만 파괴된 이상 회수할 수가 없게 되었다.
신격이 깎인 것만으로도 타격이 큰데 공들여 만든 제물마저 완전히 망가졌다.
-반드시…… 막아야 한다.
신격이 깎이고, 대륙에서 활동할 수 있는 제물마저 잃을 예정인 이단 심문관들이 일제히 아이언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래 봤자 강신 형태.
강림한 조디악마저 소멸시킨 아이언에게 이단 심문관들의 힘이 통할 리 없었다.
신수들마저 가담한 압도적인 화력에 하나둘 죽어 나가기 시작하는 이단 심문관들.
하지만 그들은 죽어 나가면서 아이언을 붙잡았다.
어차피 죽어 봤자 신격이 조금 깎여 나가는 것뿐 소멸은 아니기에 괴물 같은 몸뚱이를 이용해 마지막까지 아이언을 막아서는 것이다.
-쿨럭! 괴물 같은 놈이구나…….
피를 토하면서 말하는 이단 심문관들의 대장을 보면서 아이언은 피식 웃었다.
“괴물은 너희들이고.”
아이언은 그렇게 말하면서 목을 날려 버렸다.
하지만 목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환하게 웃는 이단 심문관들의 대장.
-목적은…… 달성했다.
땅에 떨어진 머리가 히죽 웃으면서 마지막 말을 내뱉는 모습에 아이언은 인상을 찡그리며 머리를 그대로 터트려 버렸다.
바로 그때, 검은 기둥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나를 소환해라.
“흐레스벨그?”
-빨리!
다급하게 말하는 흐레스벨그의 말에 아이언은 곧바로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그 순간 일렁이는 검은 기둥에 거대한 폭풍이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