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262)
82. 약점을 후벼 파라!
외부 신들이 준비한 회심의 한 방이 실패했다.
투신의 제약을 최대한 덜어 주고, 축 하나를 파괴해 그 힘으로 무구까지 만들어 주었다.
이 정도면 그랜드 마스터가 된지 얼마 안 된 아이언 정도는 충분히 이기고도 남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생각과 달리 아이언의 성장은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었고, 결국 실패했다.
아니, 실패한 것을 넘어서 크게 한 방 먹은 셈이다.
문제는 그게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중앙 지역 축 하나가 무너졌습니다!”
“동쪽 지형에 구축한 축 여섯 곳이 무너졌습니다!”
“북쪽 숲 지대 역시 다섯 곳 이상 무너졌습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소식에 선봉장 역할로 나온 추기경의 표정이 구겨졌다.
“……투신까지 투입했는데 이런 피해라고?”
추기경이 믿을 수 없는 소식에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광전사의 신 조디악은 불완전해서 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투신은 아니다.
주신의 사도를 잡기 위해서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한 방.
그것이 바로 투신이었다.
그런데 실패했다.
“……밀려나겠군.”
추기경이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면서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이번 작전의 실패로 자신은 밀려날 것이다.
어렵게 올라온 이 추기경이란 자리를 내줘야 한다는 것이 뼈아팠지만 지금은 그걸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목숨을 부지하려면 지금이라도 수습해야 했다.
이미 자신들의 계획이 들킨 시점에서 불리한 상황이었지만 지금까진 괜찮았다.
여기서 수습한다면 최종 계획엔 큰 문제가 없다.
그렇기에 목숨 걸고서라도 막아야만 했다.
“전 병력을 집결시켜라. 여기서 제국군을 막는다.”
“하오나 예하! 그러면 후방을 휘젓는 주신의 사도와 별동대는…….”
“그들은 이단 심문관에게 맡긴다.”
신관의 말에 추기경이 단호한 음성으로 말했다.
“주교급 이상을 소집하라. 우린 여기서 제국군을 막는다.”
“예!”
추기경의 단호한 말에 신관이 고개를 숙이며 다급하게 막사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얼마 후, 주교급 이상이 추기경이 있는 지휘 막사로 집결했다.
“다들 들었을 거라 생각한다.”
추기경의 말에 다들 무거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제국군에 그랜드 마스터가 합류했다.”
추기경의 말에 주교들이 입을 다문 채 고개를 숙였다.
두 가주의 합류로 인해 신성 연합군은 또 한 번 패배를 경험했다.
그리고 마침내 깨달았다.
불완전한 강림으로는 그랜드 마스터를 이길 수 없음을…….
신이라는 신성 연합국의 절대적인 존재가 흔들린다.
“그들에 의해 우리가 모시는 신께서 또다시 패했다.”
추기경의 말에 주교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주신의 사도야 그럴 수 있었다.
막강한 신성력에 신수까지 있으니 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두 가주는 아니었다.
그랜드 마스터에 막 올라선 자들을 상대로 화신체들을 찢어발겨졌고, 급하게 강림한 신은 또 한 번 소멸을 당하고 말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병사들뿐만 아니라 신관들까지 믿음이 흔들리고 있었다.
“우리의 모든 역량을 제국군에 집중해야 한다. 단 한 번. 한 번의 승리로 우리군의 믿음은 다시 굳건해질 수 있다.”
추기경의 말에 주교들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단 한 번의 승리.
불완전한 강림으로도 그랜드 마스터 정도는 이길 수 있다는 믿음.
그것만 있으면 병사들의 믿음은 다시 돌아올 것이다.
후에 있을 대계를 생각하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
“……괜찮겠습니까? 지금 이 상태로는 제국군을 막는다고 하더라도 예하께서 자리에서 물러나는 건 물론이고 후에 문책을 당하실 수도 있습니다.”
“각오했다.”
대주교급의 중년 남자가 걱정 어린 표정으로 말하자 추기경이 단호한 음성으로 답했다.
“우리에게는 더 이상 뒤가 없다. 후에 문책을 당하더라도 대계를 위해서라면 감내할 수 있음이니……. 더 이상 정치적인 사안을 생각지 말라.”
“예! 예하!”
추기경의 말에 모든 주교급들이 한쪽 손을 가슴에 대고 허리를 숙였다.
그렇게 모든 주교들의 동의를 얻은 추기경은 곧바로 모든 병력을 집결시켜 제국군과 전쟁을 대비했다.
오직 한 번의 승리를 위하여 준비를 위하여 신성 연합국의 대군이 준비를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아이언과 별동대는 좀 더 대륙 서부 깊숙한 곳까지 들어갔다.
“최소한의 견제도 없어졌군.”
아이언이 신성 연합국의 병력이 사라지자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대륙 서부 지역 곳곳에 설치된 괴상한 건물들을 파괴하고 있음에도 서부 연합군은 나타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아이언은 좀 더 속력을 높여서 더 깊숙한 지역까지 침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부 연합군은 나타나지 않았다.
“기사들 전부 이곳으로 집결시켜.”
“예!”
아이언의 명령에 정찰대원이 곧바로 통신구를 켜서 명령을 하달했다.
그러는 사이 아이언은 품속에서 또 다른 통신구를 켰다.
그러고는 작게 뭐라고 중얼거린 아이언은 신수들을 타고 모인 기사들과 함께 후퇴했다.
“아무래도 수상해.”
“확실히 수상하긴 합니다.”
아이언의 말에 근처에서 날고 있던 비룡 기사도 동의한다는 듯 말했다.
비록 세인트리아가 있는 근방까진 가지 못했어도, 신성 연합국 입장에선 충분히 신경에 거슬릴 만한 지역까지 침투했음에도 불구하고 견제가 없었다.
그렇다는 건 두 가지 이유 중 하나였다.
1. 아이언을 견제하기 힘들 정도로 제국군의 압박이 거세다.
2. 함정을 파 놓고 걸려들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아이언이 보기에 두 번째 이유일 가능성이 컸다.
현재의 전쟁 양상은 고대종과의 전쟁에 비하면 매우 여유로울 정도였다.
사상자는 계속 나오고 있었지만 대규모 전쟁치고 이 정도 사상자는 거의 없는 수준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무려 아포칼립스 세 번째 스토리였다.
가면 갈수록 힘들어질 거라 예상되는 아포칼립스를 생각해 볼 때, 지금 이런 상황은 말이 되지 않았다.
‘별동대를 몰살시킬 뭔가를 준비 중일 거 같은데……. 그게 뭘까?’
아이언이 그렇게 생각하면서 다시금 외곽 지역으로 돌아왔다.
만약을 대비해서 제국군 본대에 연락을 해 놓기도 했고, 함정을 파 놓았을 것을 대비해서 외곽 지역으로 빠져나왔다.
즉! 지금 단계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놨다.
남은 건 적들의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뿐.
“적들이 반응할 수밖에 없도록 부수고 다니는 수밖에 없겠어.”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적어도 신성 연합국의 북부 지역에 있는 진을 구성하는 축은 모조리 파괴할 기세로 움직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성 연합국에서는 반응이 없었다.
다급해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자신들을 막기 위해 대규모 병력을 파견하지도 않았다.
마치 별거 아니라는 것처럼 방관 중이다.
그러자 아이언이 ‘어디까지 방관하나 보자!’라는 생각으로 좀 더 아래로 내려가서 작전을 펼쳤다.
그렇게 정신없이 축을 파괴하고 다닐 때였다.
[알 수 없는 진을 구성하는 축이 20% 파괴되었습니다. 진의 위쪽 부분에 균열이 가기 시작합니다.]
-외부 신의 계획이 약간 어그러집니다.
[알 수 없는 진을 북쪽 중심축을 파괴하십시오! 추가 보상을 드립니다.]
-북쪽 중심축이 파괴된 축에서 힘을 흡수하고 있습니다.
-중심축을 파괴하지 않으면 파괴된 축의 일부가 자연 재생됩니다.
시스템 알림음과 함께 저 멀리 검은 기둥이 하늘로 솟구치기 시작했다.
동시에 여러 곳에서 검은 빛줄기가 물결처럼 상공을 수놓으면서 검은 기둥 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저것인가?”
아이언이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검은 기둥을 바라보았다.
신성 연합국이 북쪽 지역으로 축이 모조리 파괴될 동안 가만히 있었던 이유.
그건 바로 저것을 위함이었다.
1. 웬만한 병력으로 아이언과 별동대를 이기긴 힘들다.
2. 외부 신을 강림시키려면 장치가 필요한데, 별동대의 기동 속도를 따라가기 힘들다.
이 두 가지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면서 자신들이 유리한 지형에서 싸울 수 있는 방법은 적들이 오게끔 하는 것이다.
올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어 두고 그곳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는 것.
그런 의미에서 저들의 작전은 성공했다.
“피할 수는 없겠지?”
아이언이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한숨을 쉬었다.
딱 봐도 저곳에서의 싸움이 위험할 거라는건 알 수 있었다.
그것을 대비해 아이언에게도 숨겨 둔 한 수가 존재했지만 그걸 감안해도 위험할 것이다.
그렇다고 피할 수도 없었다.
저곳을 피해 서부 연합국의 서쪽 지역의 축들을 파괴하고 다닌다 하더라도 별 의미는 없을 것이다.
파괴된 축들에 축적된 힘이 북쪽 중심축에 흘러들어 가는 것도 문제지만 가장 큰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파괴된 축이 자연히 재생된다는 것이었다.
“후…… 준비됐나?”
“예!”
아이언의 물음에 모든 기사들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들 역시 이 싸움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것쯤은 분위기로 짐작하고 있었다.
그동안 아이언을 따라다니면서 많은 경험을 쌓은 기사들이지만 아직은 힘도, 경험도 부족했다.
“시선은 내가 끈다. 그러니 너희는 근처에서 대기하다 틈을 봐 진입하는 데 주력하도록.”
“병사들 정도는 저희들한테 맡겨 주십시오.”
아이언의 명령에 한 기사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그동안 아이언이 사상자를 최소한으로 만들기 위해 항상 미끼를 자청하고 신수들마저 자신들에게 붙여 주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이렇게 보호만 받고 싶지 않았다.
모든 기사들이 한마음인지 아이언에게 자신들에게도 기회를 달라고 말했다.
그런 그들의 의견에 잠시 침묵하던 아이언은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적들의 주 전력이 드러날 시 잔존 병력은 너희에게 맡기겠다.”
“예!”
“절대 무리하지 마라. 무리하지 않아도 이 전투는 승리할 것이니.”
“예! 사령관님.”
기사들의 우렁찬 대답에 아이언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신수들에게 기사들을 태우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곧바로 북쪽 중심축이 있는 곳을 향해 날아갔다.
그렇게 근방까지 도착하자 모든 기사들을 내리게 하고는 소수의 기사들만 골라서 비룡과 두 개의 달에 태웠다.
“너희들만 뒤따라라.”
“예!”
“너희들은 미끼다. 나와 같이 돌입하는 척만 하며 적당히 상대해.”
“알겠습니다!”
“적들의 주 전력이 드러나기 전까진 절대 돌입하지 마라.”
아이언이 다시 한번 단단히 당부하고는 곧바로 북쪽 중심축으로 향했다.
콰아앙!
공중으로 날아오른 아이언이 곧바로 거대한 백색검을 만들어 내 결계를 두드리자 견고해 보이는 결계 일부가 순식간에 깨져 나갔다.
쾅! 쾅!
연이어서 결계를 두드리며 완전히 깨뜨리고 있음에도 반응이 없자 아이언이 숨을 한번 길게 들이마시고는 안으로 진입했다.
뒤이어 비룡과 두 개의 달에 탄 기사들도 부서진 결계의 안쪽에 진입했다.
소수의 레인저들이 주변을 탐색하고, 기사들은 외부에 진을 구축했다.
그렇게 소수의 별동대가 첫 번째 작전을 수행할 때, 아이언은 일부러 안쪽 깊숙이 진입했다.
“이래도 반응이 없나? 그렇다면…….”
아이언이 자신을 함정 깊숙이 끌어들이려 하는 적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일격을 날려 주기로 마음먹었다.
백색검으로 멀리 검은 기둥이 있는 곳을 향해 휘두르면서 동시에 뱁새를 소환했다.
-짹!
소환과 동시에 강렬한 빛을 뿜어내는 뱁새.
그로 인해 만들어진 백색의 영역은 신성 연합국이 만들어 낸 결계를 소멸시키고, 근방의 타락한 기운을 완전히 소멸시켜 버렸다.
동시에 사방에서 흘러드는 혼돈의 기운 역시 성역 안으로 들어오는 족족 본래의 힘으로 되돌아갔다.
그 순간 아이언의 주변에서 터져 나오는 강력한 기세들.
“드디어 나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