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261화 (261/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261)

81. 서부를 점령해라! (4)

한 번에 세 곳이 무너져 내리자 아이언을 압박하던 투신의 눈동자가 떨리기 시작했다.

-네…… 네놈…….

떨리는 투신의 눈동자를 본 아이언의 표정에 여유가 생겼다.

반면에 고작 축 하나만을 희생했다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연속으로 무너졌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투신의 얼굴에는 여유가 사라져 버렸다.

-네놈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죽여야겠구나.

투신이 아이언을 바라보면서 본격적으로 살기를 드러냈다.

반드시 죽이겠다는 그의 의지가 기세를 통해 전해지자 아이언 역시 진중한 표정으로 검을 들어 올렸다.

‘살기만 해도 이기는 판이다.’

아이언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투신의 공격을 철저하게 회피할 생각으로 움직이자 그런 아이언을 향해 전력을 다한 투신의 공격을 펼쳐졌다.

회피하려는 움직임을 묶기 위해서 사방에서 날아드는 공격. 문제는 그 공격들 하나하나가 정석에 가까운 움직임을 통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는 위력이라는 점이다.

콰앙!

“……강하네.”

아이언은 투신의 전력을 다한 공격을 막아 내면서 중얼거렸다.

사방에서 찔러 들어오는 창도 문제지만 거리를 벌리면 날아드는 방패 역시 문제였다.

마치 팽이처럼 회전하면서 날아오는 방패는 전동 톱이라도 되는 듯했다.

키이이이잉!

또다시 날아드는 방패를 막는 순간 톱날을 막은 것처럼 마력 불꽃이 튀기며 엄청난 충격파가 연이어서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그 순간, 투신의 창영이 하늘을 뒤덮었다.

환검의 고수가 펼친 것처럼 수천 개의 창들이 아이언을 향해 날아드는 것이다.

“뱁새야!”

아이언이 다급하게 뱁새를 소환하자 갑자기 주변이 새하얘지면서 반투명한 막이 생겨났다.

콰과과과광!

엄청난 폭음과 함께 투신의 공격을 막아 내는 빛의 막.

자신의 전력을 다한 공격이 막히자 표정이 굳어지는 투신을 보며 아이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쉽게 죽어 줄 줄 알았어?”

-…….

아이언의 물음에 침묵하는 투신.

신성력과 융합된 오러 블레이드와 검술뿐이라면 쉽사리 이길 수 있을 줄 알았다.

아이언의 신수들이 다른 곳을 치고 있으니 아이언 본인만 제압하면 될 줄 안 것이다.

하지만 아이언에겐 세 신수를 제외하고도 강력한 신수가 하나 더 있었다.

피닉스나 천둥새처럼 환상종도, 오랜 시간 살아와 격을 쌓은 고대종인 두 개의 달도 아니지만 타락한 존재에겐 가장 까다로운 신수.

“우리 뱁새가 좀 강하지?”

-짹!

아이언의 자랑에 뱁새가 작은 가슴을 한껏 부풀리면서 오만하게 말했다.

-신수 주제에…… 신성을 갖고 있다고?

투신의 중얼거림에 뱁새가 짧게 울면서 자신의 신성을 드러냈다.

환상종과 두 개의 달이 각성하면서 뱁새 역시 자신의 몸 안에 숨겨져 있던 힘이 완전히 드러났다.

그것은 바로 ‘부정한 것을 멸하는 힘’.

그 힘이 보상으로 받았던 미약한 신성과 결합했고, 마침내 하나의 권능을 이뤄 낸 것이다.

그랜드 마스터의 심상구현처럼 부정한 것에 한해서 압도적인 힘을 갖게 된 뱁새의 힘. 거기에 뱁새 특유의 신성력을 다루는 능력까지 결합해 압도적인 힘을 구축했다.

계약자인 아이언이 신성력을 무한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자신의 힘을 더욱 증폭시켜 막강한 위력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럼 2차전을 시작해 볼까?”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는 순간, 뱁새에 의해 주변에 신성한 창들이 만들어졌다.

뱁새가 있는 이상 아이언은 예전처럼 신성력을 구현하기 위해 정신력을 소모할 필요도, 육체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신성력을 끌어다 쓰기 위해 애쓸 필요도 없었다.

오러 블레이드에 융합하는 신성력을 제외한 모든 힘은 뱁새가 컨트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 간에 완벽한 신뢰가 필요했지만, 가장 먼저 계약한 신수답게 뱁새와 아이언의 신뢰 관계는 어떤 관계보다 단단했다.

-크윽!

투신의 완벽에 가까운 움직임.

그로 인해 만들어진 압도적인 기세는 뱁새가 합류하면서 완벽히 달라졌다.

투신의 경험과 전투 스킬은 서로 비슷하거나 힘의 차이가 너무 크지 않을 때 빛을 발한다.

거기다 그것이 검술이나 무술처럼 전투 스킬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그랜드 마스터에 이르렀지만 신에 비하면 부족한 경험과 전투 스킬의 차이로 압박하던 투신이지만 신성력이라는 압도적인 힘이 등장하면서 그의 장점이 사라져 버렸다.

-크아아아아!

투신이 전력을 다해 수천 개의 창영을 만들어 내 보았지만 뱁새는 신성력으로 만든 수천 개의 창으로 대응했다.

전동 톱날같이 회전하는 방패는 거대한 빛의 방패에 가로막혔다.

혼돈의 힘에 만들어진 두 개의 무구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자 승기는 아이언 쪽으로 기울었다.

정석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묵묵히 걸어가는 것.

어떤 방해 속에도 전진할 것을 다짐한 아이언의 의지에서 비롯된 강철의 길이 발동되었다.

타락한 기운도, 기세도, 투신의 기술도 모조리 버텨 내면서 몰아붙이는 아이언.

어느새 투신의 몸은 상처로 뒤덮이며 조금씩 그가 자랑하는 정석에 가까운 움직임이 무너져 내렸다.

-꼴사납군.

투신이 모든 방어가 뚫리면서 죽을 위기에 처한 순간 나타난 신.

서부에서 첫 전투에서 나타났던 외부 신이자 조디악이 소멸한 틈을 타 목숨을 구했던 신이 투신을 보면서 혀를 찼다.

-비웃더니 그 꼴인가?

자신을 비웃던 투신의 꼴을 보자 외부 신이 피식 웃었다.

하지만 투신은 그런 그의 비웃음에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조디악이 죽었을 때만 하더라도 혼자서 도망친 외부 신을 보면서 조롱 어린 말을 내뱉었으나, 예상보다 강력한 아이언의 힘에 자신이 죽을 뻔하자 할 말이 없어진 것이다.

-우리끼리 싸울 때가 아니다. 저놈을 죽여야 한다. 여기서 죽이지 못하면 우리의 대계가 위협받을 거다!

투신의 말에 외부 신 역시 그에 대해선 동의하는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누구보다 빠른 속도를 가진 외부 신이 어느새 아이언의 뒤를 점하면서 공격해 들어왔다.

“뱁새야!”

뱁새를 부르는 순간 새하얀 방패가 뒤에 나타나 아이언을 보호했다.

그러자 투신 역시 다시금 아이언을 향해 공격해 들어왔다.

뱁새가 새로 나타난 외부 신에게 묶여 있기에 다시금 자신이 우위에 섰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의 판단은 맞다고 볼 수 있었다.

신성력의 도움이 없는 이상 아이언이 투신을 상대로 이기는 건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승리를 생각할 때일 뿐.

-막아!

-그러는 네가 막아 보든가!

투신의 외침에 외부 신이 미간을 찌푸리면서 아이언을 향해 공격했다.

하지만 혼돈의 무구도, 공중 요새의 도움도 없이 혼자서 아이언의 앞을 막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런…… 미친?

매섭게 아이언을 쫓아오던 투신이 욕설을 내뱉으면서 자신의 몸을 바라보았다.

공중 요새에서 멀어지는 순간 급격하게 제약이 강해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투신이 충분히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의 전투 스킬로 아이언의 움직임을 묶는 동안 공중 요새가 가까워지면 다시금 제약이 약해지기 때문에 상관이 없었다.

문제는 아이언의 몸에서 뿜어지는 막대한 양의 신성력이었다.

-성역?

투신이 그렇게 중얼거리는 순간, 주변에 환한 빛이 뿜어지면서 성역이 만들어졌다.

거기에 뱁새의 신성인 부정한 것을 멸하는 힘이 섞이면서 타락한 기운이 사라지고, 공중 요새에 뿜어지는 빛의 힘까지 소멸되어 갔다.

투신이 다급하게 자신의 신성으로 신성력을 밀어내 보았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다.

외부 신이 성역에서 다급하게 벗어났고, 투신 역시 황급히 성역의 확장을 막기 위해 온 힘을 다하는 순간, 아이언이 저 멀리 도망쳤기 때문이다.

-이런…….

투신이 어느새 저 멀리 사라진 아이언을 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이번 일을 통해 손해 본 것이 결코 적지 않다.

자신들이 오랜 시간 준비해 온 축을 희생한 것을 넘어 투신의 성물 하나를 완전히 희생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의 사도를 잡지 못했다?

이건 확실한 자신들의 패배였다.

-……앞으로의 싸움이 힘들어지겠어.

투신이 그렇게 생각하며 어느새 사라진 아이언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자신들의 권역을 밀어내던 성역.

그것을 생각하면서 투신은 자신을 비롯한 다른 신들조차도 신의 사도와의 싸움에서 승리를 장담하긴 어렵다는 걸 깨달았다.

투신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아이언 역시 방금의 싸움을 통해 뱁새의 능력에 새삼 감탄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대단한데?”

아이언은 감탄조로 자신의 머리에 앉아 있는 뱁새에게 말했다.

그러자 뱁새가 이제 알았냐는 듯, 작은 가슴을 우쭐거리면서 짧게 울었다.

-짹!

“그보다 부정한 것을 멸하는 힘이 저쪽 신성력도 포함되는 것이었나?”

-짹짹! 짹짹짹!

아이언의 말에 뱁새가 짧게 설명을 해 주었다.

뱁새의 부정한 것을 멸하는 힘은 뱁새가 생각할 때 부정하다 판단되는 모든 것이 포함되는 것이었다.

다만 뱁새가 이 힘을 유지하기 위해선 순수성을 유지해야 하기에 진심으로 부정하다고 생각하는 것에만 이 힘이 발휘될 수 있었다.

뱁새가 생각하기에 외부 신의 신성력은 이 세계에 악영향을 끼치는 부정한 것에 포함되기에 소멸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구나……. 그럼…… 생각보다 활용 범위가 넓어지겠어.”

단순히 타락한 기운이 죽음의 기운, 흑마법 같은 것이 아닌 보다 넓은 범위의 부정한 기운을 소멸시킬 수 있다면 뱁새의 신성은 앞으로의 싸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예전에도 큰 도움이 되었지만 이젠 정말 전투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된 뱁새를 보면서 아이언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장하네. 많이 컸어.”

-짹!

아이언의 칭찬에 뱁새가 자신은 원래 대단했다며 아이언의 머리를 콕 찍었다.

그러자 아이언은 웃으면서 맞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투신을 상대로 도망쳤지만 전략적 관점에서 보면 자신의 완승이었다.

네 개의 축을 무너뜨렸고, 부상 없이 살아 돌아왔다.

게다가 공중 요새 하나가 이곳에 있다는 것은 서부 전선 역시 승리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 아이언의 생각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듯, 통신구의 불이 밝혀지면서 서부 전선에서 승리 소식이 들려왔다.

“시간에 맞춰서 도착했네.”

아이언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빙그레 웃었다.

투신을 상대하기 전, 기동 야전군 전용 통신구를 통해 아리엘의 보고를 받은 아이언이기에 서부 전선의 승리를 의심치 않았다.

북동부에 있는 제국군 정예 병력이라면 시간을 벌 수 있고, 자신과 후방을 휘젓는 기사단을 막기 위해 신성 연합군의 주력 중 일부가 빠져나온다면 무조건 승리하리라 생각했다.

-완승입니다!

아리엘의 보고에 아이언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두 가주가 포함된 마스터 전력을 주력 부대 일부가 빠진 신성 연합군이 이기는 건 어려웠다.

“난 여기서 기사들을 데리고 계속 작전하겠다. 그러니 서부 전선이 정비되는 대로 기동 야전군은 진격해.”

-단순 진격입니까?

“아니. 서부에서 우리가 파괴해야 할 것이 있다. 정찰대를 통해 자료를 보낼 거다.”

-알겠습니다!

아이언의 명령에 아리엘의 곧은 대답이 들려왔다.

그렇게 아리엘에게 명령을 내린 아이언은 거대한 신수의 등에 타고 합류하는 기사들을 바라보았다.

거대한 크기의 세 신수의 등에 빠짐없이 올라탄 기사들을 보면서 아이언이 말했다.

“부상자는?”

“경상자 스물세 명! 중상자 열네 명! 사망자 두 명입니다!”

“경상자 쉰여덟 명! 중상자 열일곱 명! 사망지 네 명입니다!”

“경상자 마흔두 명! 중상자 열한 명! 사망자 세 명입니다!”

신수 위에서 보고하는 기사들을 보면서 아이언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신수가 대부분 활약했음에도 불구하고 중상자와 사망자가 생겼다.

전쟁인 이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지만 아쉬웠다.

하지만 사망자는 적었고, 중상자까진 뱁새가 대부분 치유할 수 있기에 작전을 속행하는 덴 문제가 없었다.

“사망자들의 시신을 정찰대에 맡기고 우린 다음 작전에 들어간다.”

아이언은 그렇게 말하면서 투신이 있던 방향을 바라보았다.

“적들의 약점을 알았으니 후벼 파 주는 게 예의겠지.”

아이언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상공으로 날아올랐다.

흐레스벨그와 계약하면서 얻게 된 바람을 다루는 능력으로 하늘 높이 솟은 아이언은 신수들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기사들이 모아 온 정보들을 취합해 다음 작전지역을 정했다.

“신들에게 한 방 크게 먹여 줄 준비가 됐나?”

“예!!”

“좋아. 인간들을 얕본 대가를 치르게 해 주자고.”

아이언은 그렇게 말하며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악마보다 사악한 미소와 함께 아이언은 기사들을 데리고 다음 작전지역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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