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259)
81. 서부를 점령해라! (2)
악마가 있다면 바로 눈앞에 있는 존재가 그러할까?
이제 끝난 줄 알았던 것이 준비운동에 불과한 것이었다니!
모두가 지금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부정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없던 일이 되지는 않는 법.
“지금부터 우리는 적진으로 진입한다.”
아이언의 말에 기사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서부 전선을 공격하던 신성 연합군이 대패한 후, 저들은 제국군의 추격을 피해 각 지역으로 흩어진 상황이다.
아이언은 바로 이러한 상황을 노릴 생각이었다.
“이미 레인저들과 정찰대가 적 진영에 들어간 상황이다. 그러니 우리는 정찰대가 알려 준 정보를 토대로 적들을 공격한다.”
작전의 요지는 이러했다.
공중 요새를 중심으로 모여 있는 주력군이 아닌 여기저기 흩어져 정찰대 역할을 하는 부대만 노리는 것.
기사들을 중심으로 적들을 공격하고, 여차하면 자신이 나선다.
그랜드 마스터가 있는 전력을 웬만한 부대로 쳤다간 몰살당하기 십상이고, 그렇다고 주력부대를 움직이기엔 너무 느렸다.
게다가 아이언 혼자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기사단과 레인저를 비롯한 특수부대들이 함께 움직였기에 그들을 상대하려면 군단급 이상의 전력이 따로 필요했다.
“무리해서 피해를 입히려 하지 마라. 우리의 이번 작전은 그동안 실험했던 것의 최종 확인이니까.”
아이언의 말에 한 기사가 손을 들어 올려 물었다.
“외부 신이 있어야 확인 가능한 거 아닙니까?”
“가장 확실한 건 그렇지.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굳이 그게 아니어도 확인할 방법이 있을 거 같다.”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저 멀리 하늘에 떠 있는 공중 요새를 바라보았다.
처음 외부 신과 싸울 때, 공중 요새가 신의 강림에 대한 제약을 약화시켜 주는 것만 생각했지만 자세히 보니 공중 요새에는 외부 신의 힘이 일부 담겨 있는 듯싶었다.
‘하긴…… 그렇지 않고서야…….’
해당 신의 무언가가 있지 않고서야 제아무리 신성 연합국이라고 하더라도 강림한 신의 제약을 약화시키진 못할 듯싶었다.
그럼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그렇다면 공중 요새뿐만 아니라 신의 힘이 담긴 성물로도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혹시 지금 신성 연합국을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는 힘이 사상력에 의한 것이라면?
이 두 가지 의문이 사실이라면 아이언이 하고자 하는 실험 역시 대입해 볼 수 있다.
“신의 성물에 담긴 사상력으로 실험해 볼 수 있진 않을까?”
아이언의 말에 기사들이 가만히 자신의 갑옷을 바라보았다.
“어차피 밑져야 본전이고, 안 되면 다음 계획으로 넘어가면 그만이다. 그러니 부담 갖지 말고 작전에 임하도록.”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자 기사들이 한결 여유로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부하들의 부담을 덜어 준 아이언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레인저들과 정찰대에 의해 적들이 있을 만한 곳으로 추정되는 지역을 습격했다.
모든 곳에 적들이 있지 않았지만 열 곳 중에 세 곳 정도는 적들이 숨어 있었고, 그런 그들을 습격해 전부 죽여 나갔다.
“사상력에 물든 자는 없었습니다.”
“저 역시 반응이 있는 자는 없었습니다.”
“저희 역시 마찬가집니다.”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기사단들의 보고에 아이언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음 지역으로 움직였다.
정찰대가 알려 준 지역을 기사들로 쓸어버리면서 신성 연합군이 구축한 외곽 지역을 쓸어버리기 시작하자 움직임이 굼뜬 신성 연합군의 본대에서 슬슬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반응은 없군.”
오늘도 허탕 친 아이언이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쉽게 갈 수 있었는데 제국군 입장에선 아쉽게도 사상력을 실험하기 위해선 외부 신이 필요할 듯싶었다.
결국 작전을 철수하고자 마음먹고 기사들이 돌아오는 대로 서부 전선으로 복귀하기로 마음먹었다.
신성 연합군의 본대가 반응한 이상 잘못했다간 포위당해 싸먹힐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쉬워.”
외부 신 혹은 신성 연합군의 특수부대만을 이끌고 영토에 침입한 적을 공격할 거라 예상했던 아이언 입장에선 매우 아쉬웠다.
외부 신을 이용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자신이 작전에 참여했다는 것도 숨기고 비밀리에 움직인 것이다.
그런데 신성 연합군은 본대를 움직이려 했다.
괜한 위험을 자초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였다.
“차…… 찾았습니다!”
황급히 달려온 기사의 보고에 아이언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디지?”
“북서쪽 10킬로미터 언덕 부근입니다.”
“숲이 있는 곳이군.”
“그렇습니다.”
기사의 보고에 아이언이 인상을 찌푸렸다.
포기하려던 찰나 갑작스럽게 이런 보고가 들어온 것이다.
그런데 더 웃긴 것은 기사의 추가 보고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반응은 단 한 명에게서 나왔습니다. 그래서 그의 품속을 뒤져 봤더니 이런 게 나왔습니다.”
작은 장신구.
그런데 거기서 독특한 형태의 사상력이 느껴졌다.
한 신의 심상이 아닌, 여러 개의 심상이 아이언의 마음을 파고들려 했다.
마치 전쟁에서 3개의 심상이 뒤엉키면서 신성 연합군을 괴롭혔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반응이 없었습니다.”
“저 역시.”
“저희 쪽도 마찬가집니다.”
다른 곳으로 갔던 기사들에게선 반응이 없었다.
그러자 아이언이 자신에게 반응이 있었다던 기사를 보며 물었다.
“그자가 특별한 힘을 사용하진 않았나?”
“조금 이상한 힘을 사용하긴 했습니다. 마력이 아닌 다른 종류의 힘이었는데, 다행히 기사들의 합공으로 그 자를 죽일 수 있었습니다. 조금 이상한 점은 마지막까지 버티고 서면서 뒤쪽으로 신호를 보내려 했다는 겁니다.”
그의 보고에 아이언의 눈이 빛났다.
아이언은 마치 ‘이거다!’라는 표정으로 기사를 보면서 말했다.
“지금 당장 전 병력을 집결시켜라.”
아이언의 말에 기사들이 황급히 아이언이 있는 곳으로 집결했다.
그러자 더 기다릴 것도 없이 바로 움직였다.
레인저들마저 집결시킨 후 정찰대에게 서부 사령부로 연락해 이곳을 지원해 달라고 전하게 하고는 곧바로 수상한 지역으로 향했다.
기사의 보고를 듣고선 직접 와 보니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신의 힘이 느껴졌다.
그것도 여러 신의 심상이 담긴 사상력이 미약하게 결계를 치고 있었다.
마치 안에 있는 힘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문제는 이것이 그랜드 마스터급 이상이 아니면 쉬이 알 수 없는 결계라는 점이다.
고위 기사들이 사상력에 익숙해진다면 감지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 시점에선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진입한다.”
“예!”
아이언의 명령에 기사들이 진입을 시도했다.
쾅!
아이언에 의해 부서진 결계 사이로 기사들이 진입했고, 레인저들은 주위로 퍼져서 혹시나 있을 지원군이 오는 것을 정찰했다.
“하! 이런 걸 숨겨 두었나?”
아이언이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느껴지는 타락한 신성력과 온갖 심상이 뒤엉킨 사상력에 혀를 찼다.
이 정도의 힘이 한데 묶여 있으면 필히 뭔가를 하려 했다는 것.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
그러다가 앞에 달려 나가는 기사를 바라보았다.
“반응이 오나?”
“그…… 그렇습니다. 다만…… 버틸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정도로 오염된 신성력이 득실거리는 곳에서 기사는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아이언의 신성력으로 어느 정도 방어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보면서 아이언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자신이 생각한 것이 맞아들었기 때문이다.
“버틸 수 없을 것 같으면 결계 밖으로 나가라!”
아이언이 그렇게 소리치고는 빠르게 숲의 중심부로 향했다.
그러면 그럴수록 더욱 진해지는 사상력.
온갖 심상들이 아이언의 정신을 침범하려 했다.
“기사들은 여기서 대기하라!”
아이언이 생각하기에 이 이상 기사들이 들어오는 건 위험했다.
그 정도로 온갖 사상력이 집결되어 있었다.
기사들이 아이언의 명령에 더 들어오는 걸 멈추고 대신 그 주위에 진형을 펼쳤다.
그것을 확인한 아이언이 홀로 안으로 들어갔다.
“대체 뭘 하려 한 건지?”
건물이 있는 것을 확인한 아이언이 안으로 들어가자 거대한 구조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하에 만들어진 괴상한 구조물.
그리고 그 중심부에는 석상들이 세워져 있었는데, 각 석상들마다 괴이한 물건들이 들려 있었다.
“성물?”
아이언이 그렇게 추측하면서 건축물의 중심부를 바라보았다.
보기만 해도 끈적한 타락한 기운들이 뭉쳐 있었고, 그곳으로 온갖 신들의 사상력이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척 보기에도 인류한테 위험할 것 같은 힘.
그것을 보면서 아이언이 힘을 끌어 올렸다.
‘저걸 그대로 놔두면 안 된다!’
아이언이 그렇게 생각하면서 거대한 백색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어 냈다.
그의 심상이 가득 담긴 백색 오러 블레이드가 완벽하게 융합하며 타락한 기운을 소멸시키며 석상들을 파괴했다.
쾅! 쾅! 쾅! 쾅!
석상을 부술 때마다 간신히 유지되던 균형이 무너지면서 중심부에 있는 타락한 기운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아이언이 재빠르게 모든 석상을 무너뜨리고 타락한 기운이 있는 곳을 향해 온 힘을 집중시켰다.
어느새 아이언의 등 뒤로 날개가 펼쳐지면서 주변에 넘실거리던 사상력과 타락한 기운을 소멸시키기 시작했다.
콰앙!
거대한 폭음과 함께 무너져 내리는 건물.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락한 기운은 잠시나마 아이언의 전력을 다한 공격을 버텨 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반복되는 공격에 결국 타락한 기운이 조금씩 소멸하면서 균형이 완전히 무너져 그대로 폭발해 버렸다.
보랏빛과 검은빛이 섞인 타락한 힘이 사방으로 뻗어 나가면서 단번에 언덕을 무너뜨리고 하늘로 솟구쳤다.
그 엄청난 폭발에 기사들도 휘말리려 했지만 아이언이 막대한 신성력으로 기사들과 레인저들이 있는 쪽을 보호했다.
“후…….”
모든 폭발이 끝난 후, 아이언이 지친 표정으로 폭발의 진원지를 바라보았다.
“엄청나군.”
모든 힘을 끌어 올린 아이언조차 긴장할 정도의 엄청난 폭발력.
그것을 보면서 아이언이 심각한 표정을 지을 때였다.
[숨겨진 진의 일부가 무너졌습니다.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됩니다.]
[서브 퀘스트 ???의 ??을 위한 진을 무너뜨리시오. 많이 무너뜨릴수록 인류가 생존할 확률이 올라갑니다.]
시스템이 직접 퀘스트를 주자 아이언이 놀란 눈으로 방금 전 수상한 것이 있던 곳을 바라보았다.
“진?”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는 순간 하늘로 솟구친 타락한 기운이 쪼개져서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그것을 본 아이언이 눈을 빛냈다.
“설마…….”
신성 연합국의 본진이 움직이는 것은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괜한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본대를 움직이는 것이라 착각한 것이었다.
‘그들은 이곳을 지키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었어!’
아이언이 그렇게 생각한 순간 황급히 기사들이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지금 당장 이동한다.”
“예!”
아이언이 기사들과 함께 결계가 있던 지역의 밖으로 나온 순간 레인저가 황급히 달려왔다.
“신성 연합국의 본진이 이곳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적들이 서부 전선을 다시금 공격하려 하고 있다고 합니다.”
레인저들의 이러한 보고에 아이언은 방금 파괴한 진의 일부가 생각보다 중요한 것임을 깨달았다.
어쩌면 이번 아포칼립스 스토리에서의 승리의 향방을 결정지을지도 모르는 중요한 무언가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아이언인 기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아까 빛들이 퍼진 방향을 봤나?”
“그렇습니다.”
“가장 가까울 만한 곳은?”
“북서쪽 방향입니다.”
기사의 보고에 아이언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우린 이대로 작전을 속행한다. 본대를 상대로 시간은 내가 끌도록 하지. 너희는 먼저 움직이도록.”
“예!”
아이언의 명령에 레인저들과 기사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시스템을 들어서 알겠지만 방금 우리가 부순 것이 적들에게 중요한 것 같다. 그러니…… 적들을 방해해야겠지?”
아이언의 사악한 웃음에 기사들과 레인저들 역시 입꼬리를 올렸다.
“그럼 제대로 방해해 보자고!”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기사들과 레인저들에게 움직이라고 손짓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