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258)
81. 서부를 점령해라!
신과 그랜드 마스터급의 격돌과 함께 시작된 대전쟁의 시작.
그것은 인류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적들의 대규모 공습에도 서부 전선은 끝끝내 버텨 냈고, 그걸 해낸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아이언의 사상력이라는 게 알려지면서 제국은 혼란에 빠졌다.
“사상력……이 이 정도 힘을 가졌다고?”
“허…… 실로 말도 안 되는 힘이군.”
“전장의 판도가 바뀌겠어.”
고대의 문서에 그랜드 마스터란 존재는 아군의 사기를 고취시키고, 적에게 혼란을 안겨다 주는 존재라고 적혀 있긴 했다.
하지만 그건 그냥 영웅을 꾸미는 문구라고 생각했다.
사상력이란 것 역시 마찬가지였다.
정신 계열 마법과 같은 일종이라고 생각했던 학자들.
그도 그럴 것이 그랜드 마스터란 존재가 나온 것이 워낙 오래전이었고, 그마저도 두 명 이상이 나와서 전투까지 벌인 건 그보다 한참 더 위로 올라가야만 했다.
그러다 보니 기록이란 것이 별로 남지 않았고, 그마저도 과장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신화시대에 영웅을 과대 포장한 것과 같은 이유였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신화시대의 거인들도, 신급 존재들도 전부 과장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고 있었고, 이번 전투를 계기로 그랜드 마스터 역시 그러하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전장의 판도는 그랜드 마스터 위주로 바뀌겠군.”
늙은 학자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마스터만 해도 일인 군단으로 불리며 괴물 같은 존재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랜드 마스터는 차원이 달랐다.
현시점에서는 대체 불가한 존재였다.
당연히 중앙 정부에서 아이언이 가진 위상은 더욱 올라가게 되었다.
잠시 동안 대륙 유일의 그랜드 마스터였던 그 시절보다 더욱 중요한 존재가 된 것이다.
그리고 그건 군부에서 더욱 크게 작용했다.
“신과의 싸움에 그랜드 마스터는 필수겠군.”
“그럴 겁니다. 아무리 그들이 불완전한 존재라고 하더라도 그랜드 마스터가 아닌 이상 대적하긴 힘들 테니까요.”
아이언이 서부 사령관의 말에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불완전한 심상과 형편없이 낮은 격.
하지만 그걸 사용할 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차이가 컸다.
그랜드 마스터에겐 불완전한 것에 불과할지라도, 마스터급 이하의 경지에 있는 자들에겐 대적하기 힘든 힘이 바로 심상 구현에 의한 사상력이었다.
“그래도…… 정말 방법이 없나?”
게르만의 물음에 아이언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랜드 마스터에게만 맡겨 두는 것.
사령관 입장에선 정말 최악인 상황이었다.
신이란 존재가 얼마나 더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그랜드 마스터만 믿고 모든 전쟁을 이끌고 가기엔 불안한 요소가 너무 많았다.
“굳이 말한다면 압도적인 화력으로 몰아붙이는 것 정도가 있겠습니다.”
“압도적인 화력이라…….”
“사상력으로 병사들을 오염시킬 여유조차 주지 않고 몰아붙이는 것. 그것만이 해답입니다.”
아이언이 지금 당장 말할 수 있는 해답을 제시하자 게르만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게…… 있을 리……가?”
게르만의 말끝이 올라가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생각해 보니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위력만 보면 그랜드 마스터의 결전기보다 강력한 것이 요새포입니다. 그런데 만약 초거대 요새포라면요?”
“그렇지만 그걸 맞아 주겠는가?”
“맞아 주는 멍청한 녀석도 있겠죠. 보셨지 않습니까, 멍청하게 크기만 키운 화신체를.”
고대 신의 화신체 때도 그렇지만 외부 신 역시 무식하게 크기만 키운 화신체를 사용하는 녀석들도 있었다.
그것이 다 자신들의 압도적인 힘에 대한 자부심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언은 그들의 자만심을 이용해 적어도 한 번쯤은 요새포를 써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게르만도 그것에 대해서는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고작 거기까지다.
사력을 다해 준비하다고 하더라도 고작 화신체를 상대로만 유효하게 써먹을 수 있는 수준.
아이언이 상대했던 작은 형태의 신들이라면…… 거기다 제약이 약화된 상태의 신이라면 쓸모가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움직임을 묶어 줄 힘이 부족하네.”
게르만이 자신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북동부에서는 서리 전사를 막으면서 활약한 마스터들이 이번 싸움에서는 과연 활약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정말 방법이…….”
“…….”
다시 한번 묻던 게르만이 황급히 입을 닫았다.
생각에 잠긴 아이언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한참을 고심하던 아이언에게 게르만이 물었다.
“방법을 찾았는가?”
“확실하진 않습니다. 일단…….”
아이언이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기사단이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확인이 필요합니다.”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자 게르만도 황급히 아이언의 뒤를 따라갔다.
황급히 기사단이 훈련하는 곳으로 간 아이언이 한 기사를 붙잡았다.
“사…… 사령관님?”
아이언이 자신을 붙잡자 기사가 당황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아이언뿐만 아니라 게르만 역시 심각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순간 자신이 뭘 잘못했나 싶은 것이다.
“확인할 게 있네. 도와줄 수 있겠나?”
아이언의 물음에 당황하던 기사가 자세를 바로 하며 대답했다.
“예!”
“위험할 수 있네.”
“상관없습니다! 사령관께 도움이 될 수 있으면 그걸로 족합니다!”
기사의 말에 아이언이 작게 고개를 끄덕인 후 기사의 갑옷에 신성력을 불어 넣기 시작했다.
그러자 은색 갑옷에서 빛이 나더니 어느새 환한 빛무리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그런 갑옷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게르만이었다.
“이…… 이건…….”
게르만이 놀란 눈으로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설마…….”
“예. 신성력에 제 심상을 심어 봤습니다. 보다시피 아직은…… 미약하네요.”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기사를 바라보았다.
“보다시피 사상력이 미약해서 영향도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아이언의 말에 게르만이 기사를 유심히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조디악과 전력으로 부딪칠 때만큼 심각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이건 왜 한 건가?”
“그때 분명 제 사상력 때문에 우리 군이 광기에 젖어들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네.”
“반대로 말하면 제 사상력 덕에 외부 신의 사상력에 대한 저항력이 생겼다고도 볼 수 있겠죠?”
아이언의 물음에 게르만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아직 계획에 불과할 뿐이지만…… 만약 제 신성력으로 얻은 버프에 사상력을 심는다면…….”
“외부 신의 사상력에 저항할 수 있겠군.”
“예. 그게 반복되다 보면 시스템이 뭔가 던져 줄지도 모르죠.”
아이언은 그렇게 말하면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포칼립스가 진행되면서 많은 비밀을 알게 되었지만 여전히 시스템이란 녀석이 무엇을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신이란 존재들도 시스템에는 크게 저항할 수 없었으며, 일부 신들은 조디악처럼 소소한 것에 목숨을 거는 녀석들도 있었다.
‘시스템이 신들을 이용하는 걸까?’
아이언이 그렇게 생각해 보았지만 지금은 알 수 없었다.
시스템이 신 이상의 무언가라고 추측만 할 수 있을 뿐.
“일단 자네의 계획이 들어맞는지 실험이 필요하겠군.”
“후…… 예. 그러려면 일단 제가 좀 더 능숙해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언의 말에 게르만이 고개를 돌려 기사들을 바라보았다.
“실험 대상이 필요하겠지?”
“음…….”
게르만의 물음에 아이언도 가만히 기사들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몇몇 기사들이 부르르 떨었다.
아이언의 악명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동 야전군이 어째서 아이언만 보면 부르르 떠는지 알고 있기에 기사들의 표정이 썩어 들어갔다.
“흠흠! 단순히 신성력만 주입할 것이니 걱정할 거 없다.”
게르만이 헛기침을 하면서 말했다.
그 역시 아이언의 악명을 알고 있기에 두려움에 떠는 기사들을 다독여 보았다.
하지만 기사들은 그럴 리 없다는 듯 부르르 떨기만 했다.
“갑옷에만 하겠다.”
아이언의 말에 기사들이 불안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하나둘 앞으로 나섰다.
그런 기사들을 보며 미소를 아이언이 걱정 말라는 듯, 게르만을 바라보았다.
“살살…… 다뤄 주게.”
“예.”
아이언이 게르만의 걱정을 덜어 주겠다는 듯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럴수록 게르만은 불안했다.
그리고 그리고 그런 게르만의 불안은 적중했다.
기동 야전군이 훈련 때만 되면 아이언 앞에서 설설 기는 이유가 나타난 것이다.
“으어어…… 어어…….”
“음…… 신성력을 너무 주입했나? 그래도 몸에 해가 되진 않을 텐데.”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반쯤 맛이 간 기사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몸에 해가 되진 않았다.
아이언의 신성력 버프는 일반적인 신관의 버프를 아득히 초월했다.
기교는 부족할지언정 압도적인 힘으로 버프를 부여하기 때문에 성녀나 교황의 버프라도 한 수 접어 줄 정도로 막강했다.
그러한 버프를 기사 하나하나를 붙잡고 걸어 버린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서비스로 강력해진 기사들을 상대로 수련을 시켜 주었다.
일부러 심상 구현까지 사용해서 공격했고, 그들이 저항을 할 수 있는지 확인했다.
하지만 버프에 심어 둔 사상력도 아이언의 것이기에 실험 효과는 미미했다.
결국 아이언은 목표를 바꿨다.
1. 사상력을 더 능숙하게 사용한다.
2. 최대한 많은 기사들이 이 사상력에 익숙해지게 한다.
3. 외부 신과 전쟁 시 확인한다.
2번을 위해 1번을 훈련하며 보다 많은 기사들에게 신성력을 주입했다.
나중엔 기사뿐만 아니라 레인저나 특수부대에까지 전부 신성력을 주입했다.
그렇게 반복적으로 사상력이 섞인 신성력을 무구들과 일부는 신체에도 주입하며 익숙해지게끔 했다.
이 모두가 3번을 위해서였다.
“흠…….”
오늘도 열심히 신성력을 주입하고 있는 아이언이 심각한 표정으로 바위에 걸터앉아 있었다.
이제는 원거리에서 다수에게 신성력을 주입할 수 있게 된 아이언은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이 실험의 완성은 외부 신과의 전투 혹은 신에게 힘을 부여받은 신성 연합군과의 전투로 완성된다.
그들과 싸우면서 확인할 수 있는데, 이 녀석들이 처음 전투에서 진 게 충격이었는지 좀처럼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좀 더 완벽을 기하는 건가?’
외부 신 두 명을 동원하고 거기다 제약까지 약화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언에게 압도적으로 패했다.
그래 봤자 그랜드 마스터 초입에 있는 애송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것을 엄청난 손실을 입으며 확인한 후, 계획을 새로이 짜고 있는 것이다.
“할 수 없네.”
아이언은 그렇게 말하면서 바위를 박차고 일어섰다.
“오지 않으면 가야지.”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앞을 바라보았다.
그동안 집중적으로 실험한 기사들이 땅바닥에 누워 있는 것이 보였다.
“모두 일어나라!”
아이언의 외침에 정신 못 차리고 누워 있던 기사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곧바로 일어섰다.
말을 안 들으면 지옥 훈련을 해야 했기에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난 것이다.
“모두 그동안 임상 실험에 협조해 줘서 고마웠다.”
아이언의 말에 기사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분명 반복적인 강화와 그 상태로 아이언과 대련을 이어 나가면서 실력 자체는 부쩍 늘었다.
몸도 훨씬 좋아진 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강행군이라 제발 좀 끝내 달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솟았는데 그들의 염원이 닿은 것인이 아이언이 실험을 끝내겠다고 말한 것이다.
“이제 실전이다.”
“……예?”
“실험을 했으니 실전에서 확인해 봐야지?”
멍청하게 되묻는 기사에게 아이언이 상큼하게 웃으면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