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256)
80. 시작되는 전쟁 (2)
공중 함대의 등장과 함께 서부군과 각 지역의 군대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제국의 서부 전선에 길게 깔린 신성 연합국의 10개 군단을 막기 위해 요새 곳곳에 병력이 들어찼고, 공중 함대를 막기 위해 서부군과 기동 야전군의 공중 병력이 대기했다.
언제 전쟁이 시작되고 이상하지 않을 긴장감 속에서 제국군은 그동안 자신들이 준비한 것들을 내보일 수 있게끔 완벽을 기했다.
초대형 요새포.
대규모 중첩식 결계.
요새 후방에 만든 대규모 워프 게이트.
서부 전선 앞에 위치한 수많은 함정들.
공중 함대를 견제할 다양한 마법과 무기들.
이 모든 것은 적들을 완벽히 막기 위함이 아니었다.
오직 신성 연합국을 상대로 지원군이 올 때까지 버티기 위해 사용되는 것들일 뿐이었다.
“시간은 우리 편이다. 그러니 완벽히 막을 생각은 집어치우고 시간을 끌어라.”
서부 사령관인 게르만마저 이런 명령을 내릴 정도였다.
분명 서부군과 소수의 기동 야전군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병력이 정예는커녕 일반 병력으로도 모자람이 있을 정도로 훈련 상태가 안 좋았다.
하지만 ‘잠시 동안 적을 막는 것’만큼은 문제가 없었다.
아이언과 폴덴이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1. 시간이 없다.
2. 단기간에 정예 병력을 만드는 건 어렵다.
3. 문제는 적들의 규모가 정예 병력이라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
그렇기에 아이언은 적들을 ‘완벽히’ 막기보다 피해를 감수하고 ‘잠시 동안’ 막는 전략으로 바꿨다.
그걸 위해서 철저하게 딱 한 가지만 반복해서 훈련시켰다.
정찰 임무를 빙자한 실전 훈련은 그들이 실전에서 겁먹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훈련이었다.
단기간 동안 한 가지만 반복적으로 숙달되게끔 굴렸기에 적어도 그 한 가지만큼은 어느 정도 써먹을 수 있는 병사들이 만들어졌다.
그걸 증명하듯, 적들이 다가오자 요새포가 열리고 모든 마도포가 장전을 마친 채 대기했다.
성벽 위의 병사들은 자세를 잡고 언제라도 마탄을 발사할 자세를 취했다.
기계처럼 움직이는 그들의 모습에 당황한 틈을 타 단번에 전선을 넘으려는 신성 연합국조차 멈출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위기군.”
게르만이 영상구에 비치는 적의 규모를 보면서 마른침을 삼켰다.
지상군 숫자는 제국 각 지역에서 병력을 끌어모아서 어느 정도 맞췄다.
문제는 공중 병력의 차이였다.
비공선의 질 자체는 제국이 더 높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커버할 만큼 강력한 공중 요새가 있었으며, 서부군을 끊임없이 괴롭힌 조인족들도 문제였다.
게다가 비공선의 질이 높다고 하기에 애매한 것이 본래 서부군과 기동 야전군의 공군을 제외하면 대부분 물자를 나르는 운송만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비공선을 개조한 것이었다.
거기에 너무 숫자도 부족했다.
“그런데…… 왜 공격하지 않는 거냐.”
게르만이 인상을 찌푸리면서 적들을 바라보았다.
단번에 밀어 버릴 것처럼 오던 녀석들이 갑자기 멈춰 섰다.
예상보다 많은 병력 숫자 때문에?
아니면 처음 보는 무기들 때문에?”
게르만이 보기에 둘 다 아니었다.
“대체 뭘 기다리는 거냐?”
공중 함대가 합류한 이상 공격하면 서부 전선은 뚫릴 확률이 높았다.
아무리 사력을 다해 막는다고는 하나 질과 양 모두 밀리는 이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녀석들은 멈췄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딱 하나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
게르만이 그렇게 생각하다가 표정을 굳혔다.
사령부에 모여 있는 서부군을 제외하면 오합지졸일 거라 생각했던 그들이 예상보다 빠른 대응을 보이는 서부 전선을 보면서 작전을 바꿨다.
제국 최정예들을 상대하기 위해선 피해를 최소화해야 했고, 서부 전선의 대응을 본 그들이 예상 이상의 피해를 입을 것 같자 급히 작전을 바꾼 것이다.
그렇다면 기습적으로 공격하는 것 이상으로 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이 있다는 것인데, 그 방법은 압도적인 힘으로 단번에 밀어 버리는 것 말고는 생각나는 게 없었다.
“압도적인 힘이라……. 설마!”
게르만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신성 연합국이 지금 시점에서 압도적인 힘을 보일 방법이라면 딱 한 가지밖에 없었다.
“신의 강림?”
게르만이 그렇게 중얼거리는 순간, 갑자기 신성 연합국이 모여 있는 곳의 하늘에서 빛의 기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쿠구궁!
거대한 빛의 기둥을 보면서 게르만이 다급하게 명령을 내렸다.
“저것을 막아! 요새포를 발사해!”
게르만의 명령에 사령부의 요새포가 가동되었다.
북동부와 기동 야전군의 것보다도 큰 요새포가 마력입자를 모았다.
그것으로 끝이 아닌지, 공중 요새포나 수많은 마도포들도 발사하기 위해 포문을 개방했다.
“발사!”
포병 장교들의 명령과 함께 마력포들이 일제히 날아갔고, 비공선에 설치된 거대 마도포들도 불을 뿜었다.
콰과과광!
마치 제국군이 공격할 줄 알았다는 듯, 결계가 펼쳐지면서 마도포의 빛줄기를 막아내는 신성 연합군.
빛의 기둥에서 퍼져 나온 힘이 결계의 힘을 강화시켜 주는 것인지 제국군의 모든 공격을 막아 낸 결계.
하지만 그 결계조차 사령부에서 발사한 제국군 최강의 요새포는 막지 못했다.
쿠우우웅!
거대한 폭음과 함께 빛의 기둥 쪽에서 거대한 버섯구름이 만들어졌다.
게다가 마력의 폭발이 일어났는지 푸른색의 마력 폭풍까지 일어나면서 주변을 초토화시켰다.
그 모습을 본 게르만이 입가에 미소를 띠며 외부 신의 강림을 막았다 생각했다.
“막았나?”
입이 방정이었을까?
게르만이 그 말을 내뱉는 순간 빛의 기둥이 사라지며 거대한 버섯구름을 뚫고 무언가가 걸어 나왔다.
쿵! 쿵! 쿵!
지축이 울릴 정도로 거대한 뭔가의 모습이 본 게르만은 표정이 굳어졌다.
바로 그때, 제국군 전원에게 알림음이 들려왔다.
[대륙에 최초로 외부 신이 강림했습니다. 신성 연합국에 대규모 보상이 주어집니다.]
-황제의 희생으로 인해 유지된 주신의 결계가 발동됩니다.
-주신의 영역 근방에서 소환되어 강림이 불완전합니다.
-소환의 매개체인 신도의 숫자가 작습니다. 그로 인해 힘 대부분이 제약됩니다.
게르만이 표정을 구기면서 알림음을 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다양한 방식으로 외부 신의 힘이 제약되었다는 점이다.
그에 안도의 한숨을 쉬는 게르만.
하지만 그런 게르만을 배신하듯 시스템 음성이 다시 들려왔다.
-아포칼립스의 스토리의 주인공이 신의 강림을 시도했기에 버프가 주어집니다. 앞으로 있을 모든 신의 강림에 힘의 제약이 30% 감소합니다.
-외부 신의 강림으로 해당 신의 신도들은 강력한 버프를 받습니다.
-신의 강림으로 신성 연합국 소속의 병력이 일정 시간 동안 버프를 받습니다.
“이런 개…….”
게르만이 자신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으려다가 다급하게 외부 신을 바라보았다.
시스템이 알려 주는 최악의 소식에 모두가 혼란스러워 할 때, 신의 강림만을 기다렸다는 듯 신성 연합국의 군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적들이 움직입니다!”
“적군의 공…… 공중 함대가 움직입니다!”
게르만은 보고하는 장교들의 말을 들으면서 황급히 무기를 챙겨 들었다.
“응전하라고 해!”
“사령관님! 어딜 가십니까?”
장교의 물음에 게르만이 당연한 걸 묻는다는 듯, 영상구에 비친 거대한 빛의 거인을 가리켰다.
“저걸 막아야지.”
게르만의 말에 장교들의 입이 다물렸다.
‘아무리 마스터라고 하더라도 저걸 막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 찬 눈빛들.
게르만 역시 자신이 강림한 신을 홀로 막을 수 있다고 생각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여기서 저 외부 신의 발을 잠시라도 붙들고 있을 수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었다.
“후…….”
게르만이 고층에서 뛰어내리는 것과 동시에 빠르게 성벽 위로 향했다.
엄청난 속도로 성벽 위에 도착한 그가 검을 뽑아 들며 외부 신을 막으려 할 때였다.
쿠우웅!
하늘에서 나타난 거대한 검이 거대한 외부 신의 진격을 멈췄다.
칠흑의 검에 전진이 멈추자 게르만의 눈이 크게 떠졌다.
익숙한 오러의 파장, 그리고 거대한 칠흑의 오러 블레이드.
인류 최강을 상징하는 두 가지 특징에 게르만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아이언 사령관!”
게르만이 중얼거리는 순간 거대한 오러 블레이드가 다시 한번 외부 신의 거대한 육체를 갈라냈다.
마치 가지고 노는 것처럼 거대한 육체를 수없이 갈라내는 아이언의 오러 블레이드.
갈라진 부위에서 빛이 뿜어져 나와 다시금 본래 육체를 회복했지만 또다시 아이언의 검에 육체가 갈라지는 것을 반복했다.
그리고 마침내 더 이상 회복하지 못하고 거대한 육체가 빛의 폭풍을 만들며 사라졌다.
“끄…… 끝인가?”
게르만이 그렇게 중얼거린 순간 자신의 입을 막았다.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빛의 폭풍 속에서 강대한 힘을 가진 누군가가 아이언의 앞으로 날아올랐기 때문이다.
“외부 신이라……. 고대 신과는 확실히 다르군.”
아이언이 그렇게 중얼거리는 순간 빛으로 휘감긴 남자가 오만한 말투로 아이언에게 말했다.
-그러한 잡것들과 나를 비교하느냐?
“잡것이라……. 그런 것치곤 너도 타락한 힘에 의존한 쓰레기 같은데?”
아이언의 말에 오만한 남자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랜드 마스터에 올랐다고 눈에 뵈는 게 없구나. 건방진 것.
외부 신이 그렇게 말하면서 아이언을 향해 광창을 휘둘렀다.
아이언은 그것을 반사적으로 받아 낸 후 외부 신을 향해 검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막대한 양의 빛이 뭉쳐지면서 아이언의 사방을 노리고 날아들었지만 아이언은 그 모든 걸 쳐 내면서 외부 신의 창을 막아 냈다.
그러자 외부 신이 얼굴을 찌푸리면서 물러서려 했다.
하지만 아이언에게는 한번 승기를 잡으면 절대 놓지 않고 물고 늘어지는 특징이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그러한 그의 특징이 발현되었다.
-지독한 것.
외부 신이 그렇게 말하면서 창을 휘두르자 거대한 빛의 힘이 아이언을 향해 몰려들었다.
그 순간 막대한 신성력이 융합된 아이언의 검이 그대로 빛의 참격을 박살 내고 외부 신을 찔러 들어갔다.
“빛은 현혹인가? 진짜는 전투 기술이었군.”
아이언은 어느새 창을 버리고 빛의 건틀렛을 만들어 자신의 검을 막아 낸 외부 신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외부 신이 오만한 말로 대답하는 대신 침묵을 택하는 걸 보면서 자신의 추측이 맞았음을 깨달았다.
“게다가 완벽하진 않아.”
흐림르와 싸웠던 경험을 떠올리며 아이언이 검을 휘둘렀다.
최상위 신과도 호각을 다투었던 서리 거인의 왕이 보여 주었던 격과 기술들.
그것을 토대로 외부 신과 비교해 봤을 때, 지금 눈앞에 있는 자는 힘은 더 강할지언정 불완전하기는 똑같았다.
아이언이 그랜드 마스터에 오르면서 깨달은 것.
그것은 자신의 심상을 보다 완벽하게 구현하는 것이었다.
‘어떤 것도 담아낼 수 있는 완벽한 검.’
그것이 아이언이 생각한 심상을 구현한 검이었고, 부가적으로 신성력과 오러를 융합시키며 폭발적인 힘을 이룩할 수 있었다.
흐림르와 생각하면서 아이언이 느낀 것은 어쩌면 신이라는 것도 그저 자신의 심상을 보다 완벽하게 구현해 사용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러한 아이언의 생각은 확신으로 변했다.
“불완전한 심상의 구현. 그딴 걸로 그랜드 마스터를 이기려 했나? 아무리 신이라도 양심이 없군.”
-…….
아이언의 말에 외부 신이 입을 다물도 침묵했다.
그러자 아이언도 답은 기대하지 않았다는 듯, 검을 들어 올렸다.
제약으로 인해 본래의 힘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건 단순히 힘의 양만을 뜻하는 게 아니었다.
본래 자신이라면 완벽히 구현해야 할 심상.
그것마저도 제약을 받는다.
드높은 격이 깎인 상태에서 심상 구현마저 제한받는다면 제아무리 신이라도 그랜드 마스터를 이기는 것은 어려웠다.
“모두가 당신처럼 약하진 않겠지. 하지만…… 할 만 하겠어.”
-……그래. 힘의 대부분이 제약된 지금의 내가 널 이기는 건 불가능할 것 같군.
아이언의 말에 외부 신이 인정한다는 듯 말했다.
바로 그 순간 또다시 빛의 기둥이 만들어지면서 또 하나의 외부 신이 강림했다.
그리고 그 신은 빛과 같은 빠르기로 아이언을 공격했다.
카앙!
-하지만 둘이면 어떨까?
외부 신이 빙그레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음에도 아이언의 표정에 변화는 없었다.
불완전한 힘으로는 한 명이 더 늘어도 대세에는 지장이 없었다.
그러자 그걸 예상했다는 듯, 외부 신이 자신의 무기를 들어 올렸다.
그 순간 한쪽 공중 요새에서 거대한 빛의 기둥이 만들어졌다.
-외부 신을 강림시킨 매개체가 일시적으로 강화됩니다. 따라서 외부 신의 제약 역시 일시적으로 옅어집니다.
시스템 음성이 들려오는 순간 눈앞에 있는 빛의 남자의 격이 급격하게 높아지기 시작했다.
-자! 이럼 어떻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