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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251화 (251/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251)

79. 전쟁 준비

총독이 물러나고, 그 자리에 제국의 영웅이라 칭송받는 아이언이 들어섰다.

그러자 의회에 있는 모든 의원들의 침을 꿀꺽 삼키면서 긴장감이 감도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안녕하십니까. 전 현재 기동 야전군 사령관을 맡고 있는 아이언 카터 대장입니다.”

아이언의 자기소개에 다들 짧게나마 박수를 보내 주었다.

의회가 설립되고 한 번도 없었던 군부 최고 사령관이 의회에 서는 역사적인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 당사자가 제국의 영웅이었으니 더할 나위 없었다.

아마 지금의 민감한 상황만 아니었으면 몇몇 의원들은 환호성마저 질렀을 것이다.

“이번 국가 비상 체제에 대해서 제 이름이 여기저기서 들려오더군요.”

아이언의 말에 의원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현 인류 최강의 무인이 싸늘한 눈빛으로 의원들을 바라보는 모습은 다리가 덜덜 떨릴 정도로 무서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물러서지는 않았다.

특히 가장 많이 아이언을 비판했던 자유 연합 측 의원들은 애써 눈을 부릅뜨며 아이언을 노려보기도 했다.

“현재 신성 연합국이 움직이면서 제국에 여러 혼란이 있었고, 그 과정에 저도 끼어 있다는 것을 알기에 총리께서 직접 이곳에 저를 불러 해명할 기회를 주셨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자유 연합 측 의원들을 바라보았다.

“몇몇 분들은 제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의 말에 자유 연합 측 의원들이 움찔거렸다.

하지만 그들의 수장인 레닌 키모시아는 아이언의 눈을 정면으로 응시했다.

그런 그를 보면서 아이언이 다시 입을 열었다.

“먼저 그동안 의회에서 한 주요 안건들에 대해서 반대하는 입장은 아닙니다.”

아이언의 말에 의원들의 표정이 조금씩 밝아졌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아이언은 말을 이어 나갔다.

“전 군인이고, 정치는 잘 모릅니다. 그렇기에 이곳에서 진행되는 안건에 대해서 제가 평가를 내릴 입장은 아닙니다. 다만 군인 신분으로, 앞으로 있을 외부의 위협에 대해서 우선적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에 이곳에 섰습니다.”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이 준비한 자료들을 영상구에 비춰 주었다.

그동안 개인적으로 조사해 온 자료들과 기동 야전군이 전투를 치르며 쌓인 정보들을 토대로 설명을 시작했다.

1. 아포칼립스는 단계별로 이루어진다.

2. 단계가 지날 때마다 적은 더 강해진다.

3. 어쩌면 지금의 시스템은 진짜 아포칼립스가 일어날 때를 대비해 우리를 준비시키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이언이 제시한 아포칼립스에 대한 세 가지 주요 정보들.

이것들은 증명하기 위해 아이언은 그동안 있던 전투들과 거기에서 얻은 정보들을 내놨다.

마녀에게서 얻었던 지식, 세계수로부터 들은 지식들, 망령수를 없애고, 고대종들을 처치하면서 알게 된 정보들까지 풀어놓으면서 자신의 생각에 대한 근거를 설명했다.

이런 아이언의 노력이 통한 것인지 의원들은 그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후…… 여기까지가 아포칼립스에 대한 제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아이언의 말에 의회는 침묵에 빠졌다.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한 것을 인지한 것이다.

“선황 폐하의 희생으로 대륙으로 넘어오는 신들의 힘이 약화되었습니다. 하지만 고대종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힘의 제약이 풀릴 수도 있고……. 최악은 신성 연합국이 모종의 방법으로 완벽에 가까운 외부의 신을 강림시킬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언이 생각한 최악의 상황.

그것은 외부 신이 모든 힘을 가지고 이곳에 강림하는 것이다.

힘이 제약된 흐림르조차 감당하기 힘들었는데 신들이 본래 힘을 가지고 강림한다?

그들이 나타난 순간 인류는 멸망할 것이다.

“최종적으로 제 생각은 멸망을 대비하는 것이 어떤 것보다 우선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아이언의 말에 모든 의원들이 고민에 빠졌다.

솔직히 고대종의 공격을 막는 과정에 몇 번이나 위기가 있었지만 인류의 군대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그들을 몰아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조금 안일해진 게 사실이다.

멸망의 시대가 시작된 것치고 제국은 살 만했기 때문이다.

국경이 무너지고, 온갖 곳에서 몬스터가 나타나 요새를 중심으로만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치고는 살 만했다.

그래서 그런지 신성 연합국이 움직인다고 했을 때도 대승적 차원에서 제국의 역량을 집중한다고 했지만, 그 안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려 한 게 사실이다.

자유 연합 같은 경우, 아무리 전쟁이라도 기본권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못 박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생각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고대종과의 싸움은 아슬아슬할 정도로 위험한 순간이 많았고, 희생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신성 연합국과의 전쟁은 더 심할지도 모릅니다.”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좌중을 둘러보았다.

“전 멸망의 시대에서 인류가 살아남는 걸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고, 그것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것이 설령 제 독선으로 비칠지라도 감수할 생각입니다.”

아이언의 경고에 의원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제국의 영웅이 자신의 명예를 저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강행하겠다는 말에 다들 심각해질 수밖에 없었다.

“다들 부족한 제 말을 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언이 그 말을 끝으로 단상에서 내려가자 총리가 미안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아이언은 그런 그에게 믿는다는 눈빛으로 인사를 하고는 의회를 벗어났다.

그렇게 제국의 영웅이 의회를 벗어나고, 그의 연설에 모두가 고심하고 있을 때, 다시금 총리가 올라왔다.

“얼마 전 신성 연합국이 움직인다는 소식에 아이언 사령관이 절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그때 내린 결론은 제국의 모든 역량을 다음 전쟁을 준비하는 데 써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총리의 말에 모든 의원들이 그를 바라보았다.

“모두 각자가 원하는 바가 있을 것이며, 많은 사람들을 납득시킬 근거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에 앞서 최우선되어야 하는 것이 신성 연합국과의 전쟁을 대비하는 것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렇기에 총독부는 고심을 거듭한 결과 여러분들을 어느 정도 납득시킬 만한 중재안을 가져왔습니다.”

총리가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이 준비한 자료를 영상구에 띄웠다.

1. 상인 연합의 철도 개척은 서부를 중심으로 우선적으로 이뤄진다.

이것이 떠오르자 상인 연합 측 의원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반면 공방 연합 측은 졌다는 생각에 표정이 구겨졌다.

하지만 이후에 나오는 중재안에 공방 연합 측이 환하게 웃기 시작했다.

2. 철도를 까는 공사에 골렘을 우선적으로 투입한다. 효과가 증명될 시 서부 전선의 모든 공사에 골렘이 투입시키는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1번과 2번을 통해 상인 연합과 공방 연합의 손을 조금씩 들어 준 것이다.

전 국토에서 서부로 축소해 두 연합이 미는 안건에 손을 들어 주었다.

그러자 두 세력이 미묘한 표정으로 중재안을 두고 상의하기 시작했다.

3. 전쟁이 끝날 때까지 세력 다툼을 허용하지 않는다. 또한 귀족 연합의 권리 역시 전쟁이 끝날 때까지 한시적으로 유예하며 그들의 권리 폐지 여부는 후에 논의한다. 단! 직책의 상하 관계는 신분에 상관없이 엄격히 적용되어야 한다.

4. 자유 연합이 제시한 기본권은 제국의 모든 기관들이 지켜야 할 것을 권고하지만 강제성은 제한된다.

이 세 번째 조항에 귀족 연합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언젠가 자신들의 마지막 권리마저 소멸할 것임을 예측하고 있었고, 상위 귀족들은 대부분 엘리트 출신들이기에 직책 역시 높았다.

그런 의미에서 직책에 의한 상하 관계가 엄격하게 적용된다면 오히려 좋았다.

이런 귀족 연합과 달리 혁명 세력에서 쪼개진 연합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철도를 서부에만 해 봤자 의미가 없습니다. 저희가 낸 안건은 전 국토의 거점 지역에 철도를 깔아 빠른 유통망을 건설하는 것입니다!”

상인 연합 의장인 피에르가 중재안에 항변하자 공방 연합 의장도 자신의 의견을 냈다.

“저희 골렘 계획 역시 마찬가집니다. 건설 부문에 한정하지 않고, 전 분야에 다양한 골렘을 내면서 대량생산을 통한 원가절감을 계획한 것입니다. 이대로라면 골렘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습니다.”

두 연합 의장의 주장에 다른 의원들도 동조하며 총리에게 말했다.

하지만 총리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전쟁 대비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바로 그때, 자유 연합 의장 레닌 키모시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총리께 할 말이 있습니다.”

레닌 키모시아의 말에 총리가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가 싸늘한 눈빛으로 총리를 보며 말했다.

“다른 연합 측의 주장은 어느 정도 들어준 것 같습니다만…… 어째서 저희 자유 연합 측의 주장은 조금도 들어주지 않는 겁니까?”

그의 말에 피에스 웰치가 레닌 키모시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4번안이 자유 연합 측을 배려한 중재안 아니오?”

“저것이 우리의 요구를 일부라도 들어준 것이라 보시오?”

“그렇소.”

레닌의 물음에 피에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저건 들어준 게 아니오. 그냥 말장난일 뿐.”

레닌이 그렇게 말하면서 총리를 노려보았다.

“기본권을 지키라고 권고한다고? 그 말을 들을 사람이 있겠소? 일부 심각하게 위반한 놈들을 잡아들인다 쳐도 법적 강제 조항이 미약한 이상 크게 처벌하기도 힘들 터!”

레닌이 총리를 보면서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이러면 사실상 아무런 제약이 없는 것 아니오? 거기다 고작 기본권? 우리가 제시한 복지 예산안은 죄다 사라지고 고작 이거 하나 던져 준 건데 그것마저 허울뿐인 말이라니…….”

레닌이 그렇게 말한 순간 자유 연합 측 의원들이 전부 일어나 총리를 바라보았다.

사실상 이 중재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표시였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총리가 담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레닌 의장.”

총리의 부름에 레닌이 가만히 총리를 노려보았다.

대답조차 하지 않는 레닌을 보면서도 담담한 표정을 지은 총리가 나직이 입을 열었다.

“자유 연합 측에서 총독부로 보낸 의견서를 다 지킬 경우 국가 예산에서 얼마나 나갈 거라고 생각하시오?”

“3할입니다.”

레닌이 그 정도는 계산했다는 듯 말했다.

고작 3할.

국민들의 기본권과 최소한의 복지 구축을 위해서라면 싸게 먹히는 것이다.

총리 역시 이 부분은 동의했다.

하지만 그것은 지금이 평시였을 때의 이야기였다.

“그렇소. 3할. 하지만 처음 시행하는 것이니 시행착오를 생각하면 4할에 가까운 돈이 나갈지도 모르오. 지금 시점에 4할의 돈을 복지에 쏟으면 어찌 될 것 같소?”

“그건…….”

총리의 물음에 레닌은 인상을 찌푸렸다.

“기본적으로 제국에서 시행되는 사업과 꼭 필요한 예산이 아무리 작게 잡아도 4할. 거기에 북동부에 투입되는 예산이 1할 이상이오.”

총리의 말에 모든 의원들의 입이 다물렸다.

“남은 비용을 가지고 신성 연합국을 대비한다라…….뭐 한다 칩시다. 근데 그 남은 돈으로 철도를 건설하고 골렘이나 마동차를 비롯한 새로운 생산 시설을 만들어야 하오. 하물며 그거 다 하고 남은 돈으로 군을 모집한다?”

총리가 모든 의원들을 바라보았다.

“장담하는데 여러분은 아이언 공을 비롯한 군부의 분노를 감당해야 할 것이오.”

총리가 그렇게 말하면서 한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나간 줄 알았던 아이언이 싸늘한 표정으로 의회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도 북동부에서 죽어 나가고 있는 군인들이 있습니다. 기본권? 당연히 지켜야지요. 철도 공사 필요합니다. 골렘과 마동차? 미래를 위해선 필요한 사업입니다. 하지만 그 전에…… 사는 게 먼저 아닙니까?”

체베라 총독의 물음에 레닌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다른 의장들 역시 답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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