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250화 (250/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250)

78. 움직이기 시작하는 신성연합국 (4)

폴덴이 건네준 자료를 전부 확인한 아이언의 첫 행선지는 바로 총독부였다.

자신이 찾아왔다는 소식에 직접 문 앞으로 마중 나온 총독을 본 아이언은 머쓱한 웃음과 함께 총독실로 들어갔다.

받기 부담스러울 정도의 격한 환영 인사와 함께 차를 마시면서 잡담을 나눈 체베라가 눈을 빛내면서 물었다.

“그런데 어쩐 일로 총독부까지 찾아오셨는지요.”

체베레 총독의 말에 아이언이 미소 짓던 표정을 멈추고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어렵게 입을 뗀 아이언은 그동안 자신에게 있었던 일들을 설명했다.

가장 먼저 상인 연합 의장을 만난 것부터 공방 연합 의장까지 만났던 일들, 그리고 귀족 연합까지 찾아왔다는 것을 설명했다.

아이언의 설명을 들은 체베라가 쓴웃음을 지었다.

“……알고 계셨습니까?”

“알고 있었다기보단 예상했던 일이었습니다.”

체베라 총독의 말에 아이언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의 세력에 군부의 지지를 받고자 하는 이들이 아이언을 찾아갈 것이라는 건 누구라도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아이언 공께선 어느 쪽으로 마음이 기울이셨습니까?”

체베라의 물음에 아이언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상인 연합과 공방 연합이 주장하는 것들이 전부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뿐입니다.”

“……맞습니다. 순서의 차이는 있겠으나 결국 제국을 이롭게 하는 것들이니 언젠가는 해야 할 테지요.”

체베라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 역시 둘의 주장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어느 한쪽을 편들기도 애매한 것이, 겉으로는 혁명 세력에 묶여 있는 총독 자신이 중립적인 위치에서 겨우 이 세력을 묶어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총독 입장에서 어느 한쪽을 편들면 남은 한쪽이 총독의 적대 세력이 될 수 있었다.

이런 총독이 안쓰러웠는지 최근엔 귀족 세력이 자신의 편을 들어 줄 때도 있을 정도였다.

게다가 귀족 세력이 아이언에게 제시한 문제 역시 심각했다.

이 모든 걸 알고 있음에도 다른 문제를 우선적으로 처리하면서까지 덮어 둘 수밖에 없는 건, 섣부르게 건들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수도 내에 간이 워프 사업을 진행하고 오래된 건물들의 재건축 사업을 우선적으로 지시한 것도 다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귀족들과 일반 제국민들 간의 대립도 심하다는 게 문제군요.”

“예. 중앙이야 혁명 세력들이 많아서 큰 문제로 번지지 않지만 지방 같은 경우 아직 귀족 출신들의 관료가 대부분입니다.”

아이언의 말에 체베라가 골치 아프다는 듯 손가락으로 머리를 지압하며 말했다.

아무리 능력 있는 제국민들이 많다고 하더라도 신분제를 뚫고 능력을 드러낼 정도의 인재가 넘쳐 날 리 없었다.

그들 대부분은 중앙 정부에 등용시키기도 벅찼기 때문에 도저히 지방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아이언 역시 이 문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당장 군부의 행정을 돕는 자들만 보더라도 죄다 귀족 출신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겠죠.”

“후…… 그래서 문제입니다. 향후 전쟁을 무리 없이 치르기 위해서라도 관료 체계가 올바르게 작동해야 하는데…….”

체베라 역시 혁명 세력 출신이지만 귀족들을 무조건 나쁘다고 보지 않았다.

그들 중에서도 능력 있는 자들은 많았다.

오히려 혁명 세력보다 능력 있는 자들이 훨씬 많았다.

제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능력을 키운 인재들 대부분이 귀족 출신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도움이 필요했으나 혁명 세력과의 반발 때문에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신성 연합국이 쳐들어온 이상 이 문제를 더 미룰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예.”

아이언의 말에 체베라 총독이 고개를 숙이며 한숨을 쉬었다.

“고대종과의 전투가 끝나고 움직이라고 예상한 제가 이런 말씀 드리긴 뭐하지만…… 신성 연합국이 움직인다면 수도 방위군을 주축으로 예비군을 규합해 대항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상태라면…….”

아이언의 말에 체베라 총독이 고개를 숙이며 고민에 빠졌다.

그 역시 현재 상황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뚜렷한 해법이 없었다.

이 사태를 문제없이 넘어가는 방법이 없었기에 고심만 깊어졌다.

‘방법은 있다.’

체베라 총독이 마음속 깊숙이 숨겨 둔 한 가지 방법을 떠올렸으나 애써 그것을 부정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답이 없기에 좌절한 것처럼 고개 숙인 것과 달리 체베라 총독의 눈빛은 강렬했다.

그래서일까? 그 모습은 비록 보이지 않았지만, 아이언도 느끼고 있었다.

‘뭔가 방법이 있군.’

아이언이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빛냈다.

“뭔가 생각하고 계신 게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아이언의 말에 체베라 총독이 고개를 들었다.

“예?”

“전 정치는 잘 모릅니다. 평생을 군부에 있었으니 전쟁이라면 잘 알지만 정치라면 총독께서 더 전문가이시지요. 하지만 믿음직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정도는 구분할 줄 압니다.”

그의 말에 체베라 총독이 가만히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제 기준에서 총독은 믿음직한 분입니다. 그러니 말씀하세요. 뭐가 되었든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겠습니다.”

아이언의 말에 체베라 총독의 눈동자가 떨렸다.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는 아이언의 말에 체베라 총독은 속으로만 품고 있던 것을 조금씩 밖으로 내보이기 시작했다.

“뭘 도와드리면 됩니까?”

다시 한번 묻는 아이언을 바라보던 체베라 총독의 입이 마침내 열렸다.

이미 오래전부터 계획한 것이었는지 설명하는 데 거침이 없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계획을 들은 아이언은 자신의 선택이 맞았음을 알 수 있었다.

‘확실히 총독은 괜찮은 사람이야.’

폴덴의 보고를 받았음에도 마지막까지 의심하던 아이언은 한 줄기 의심마저 내려놓고 체베라 총독을 믿기로 결정했다.

거대한 위협이 다가오고 있는 만큼 제국은 하나로 뭉쳐야 했다.

최전선에서 고대종과 혈투를 벌이고 있는 병력을 위해서라도 아이언은 중앙정부의 일을 조속히 해결하고 서부와의 싸움을 준비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 아이언의 생각과 체베라 총독의 생각은 어느 정도 일치하고 있었다.

‘방해되면 직접 쓸어버린다.’

아이언이 그렇게 다짐하면서 눈을 빛냈다.

중앙 정부의 중심축인 체베라 총독을 중심으로 개혁을 단행하고 자신이 뒷배가 되어 조율한다.

이러한 그의 생각은 총독 역시 마찬가지인 듯, 그의 계획 역시 아이언을 중심으로 세워져 있었다.

철저하게 아이언을 이용하는 그의 계획을 들었음에도 아이언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계획인데……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예.”

“하지만…… 그동안의 명성에 금이 갈 수도 있습니다.”

“상관없습니다.”

총독의 걱정에 아이언은 상관없다는 듯 대답했다.

자신의 명성에 금이 가는 것?

그딴 것은 앞으로 있을 거대한 전쟁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언제든 버릴 수 있는 명성으로 제국의 분열을 봉합할 수 있다면 남는 장사였다.

“그럼 이대로 진행해 주십시오. 전 총독께서 부르실 때까지 대기하겠습니다.”

“……예.”

아이언의 말에 어렵게 대답한 총독을 보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려운 결정을 해 주신 것 감사합니다. 반드시…… 성공하겠습니다.”

총독이 고개를 숙이면서 감사를 표하자 아이언도 고개를 숙였다.

“저야말로…….”

그렇게 말한 후 총독실을 나서려던 아이언이 멈칫했다.

나가려던 것을 멈추고 다시금 자신을 바라보는 아이언의 모습에, 뒤따라 나와 배웅하려던 총독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정부부 차장…… 얼마나 믿으십니까?”

아이언의 물음에 의아한 표정을 짓던 총독의 얼굴이 굳어졌다.

“……아셨군요.”

“이미 그가 끄나풀인 걸 알고 계셨습니까?”

아이언이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묻자 총독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째서…….”

“넓게 보면 그 역시 혁명 세력 중 하나일 뿐입니다. 능력도 있고요.”

“하지만 의도가 불순합니다. 아무리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의도가 불순한 자를 가까이 두는 건 위험합니다.”

아이언의 경고에 총독이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인력이 모자랍니다. 지금도 중앙정부의 관료 대부분이 밤낮 없이 일하며 갈려 나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고작 의도가 불순하다고 능력 있는 자를 내친다는 건…… 배부른 소립니다.”

총독의 말에 아이언의 입이 조가비처럼 다물렸다.

그런 그를 보면서 총독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가 자유 세력의 끄나풀이더라도 능력은 있고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이상 데리고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아이언 공께서도 눈감아 주시지요.”

총독의 부탁에 아이언은 침묵한 채 서 있다가 조용히 물었다.

“자유 연합은…… 어떤 곳입니까?”

“나쁜 곳은 아닙니다.”

총독이 그렇게 말하면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

“지금이야 문제아들을 모아 놓은 곳처럼 보이지만 그들의 신념 자체는 꽤나 괜찮습니다. 오히려 초기의 혁명 세력의 의지를 이어 가는 곳이라 할 수 있죠.”

체베라 총독의 말에 아이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신분제를 완전히 철폐하고, 차별을 최소화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 그것이 자유 세력의 신념입니다. 그들 역시 교수나 학자 출신도 많은 만큼 무리한 개혁을 원하진 않습니다. 최소한의 인권 보장과 휴식 제도, 복지 제도 구축 같은 것을 주장합니다.”

“음…….”

저들의 주장도 틀리진 않았다.

다만 현 시점과 맞지 않을 뿐.

“멸망의 시대인 현재 상황과는 맞지 않을 뿐 저들은 틀린 게 아닙니다. 안타깝게도 지금 상황에선 저들의 주장은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불만이 가중되었군요.”

“……예.”

총독의 대답에 아이언이 걱정스레 그를 바라보았다.

“총독의 계획이 진행되면 저들이 더 크게 반발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가장 위험한 건 총독이 되실 수도 있습니다.”

자신은 건들 수 없다.

그렇다면 차선으로 총독을 건드릴 것이다.

하지만 총독은 자신에게 닥칠 위험을 감수한 것으로 보였다.

그런 총독의 모습에 아이언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명예를 버린 것처럼 그 역시 위험을 감수하고자 한 것이다.

그런 그의 모습에 아이언은 악수와 함께 잘 부탁한다는 말을 전하고는 총독실을 나섰다.

그렇게 아이언이 총독실을 떠난 후, 총독은 곧바로 계획에 착수했다.

먼저 의회에 신성 연합국과 전쟁이 임박했으니 전시체제로 전환해 제국의 모든 힘을 서부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연히 의회는 반발했다.

전시체제가 되면 공장 대부분이 무기 생간에 집중하고, 인력들 대부분을 국가에서 사용하게 된다.

상인 연합 입장에서는 당연히 반발할 수밖에 없었고, 공방 연합 역시 자신들의 연구 때문에 반발했다.

자유 연합 측 역시 최소한의 책정된 복지 비용 대부분이 전쟁에 투입되자 반발했다.

귀족 연합도 자연스레 그에 합류했다.

상위층에 대한 세금이 더 과중하게 책정되기 때문이다.

의회의 이러한 반발에 총독은 끊임없이 설득하려 했다.

가장 중요한 정보를 제외한 모든 것을 공개하며 의회를 설득하려 했으나, 그들은 각자의 입장 때문에 질질 끌었다.

전쟁을 대비한다는 큰 흐름에는 합의했지만 세부 사항을 물고 늘어졌기 때문이다.

그러자 이에 지친 총독은 의회를 박차고 나갔다.

[총독! 의회를 박차고 나가다!]

[체베라 총독 曰, “더 이상 의회를 배려하지 않을 것.”]

총독의 이러한 인터뷰에 의회가 반발했고, 당장이라도 의회와 중앙 정부와의 싸움이 벌어질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오히려 경직된 채 아무리 없이 지나갔다.

총독과 의회 모두 한 치도 물러나지 않은 채 불편한 상황이 흘러갔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총독부에서 다음 정책이 발표되었다.

[신성 연합국의 위협에 대응하여 국가비상체제를 선포한다]

1. 계엄령에 준하는 비상체제이니 모든 예비군은 언제라도 집결할 준비를 한다.

2. 국가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인력을 제외한 모든 이들은 전쟁을 준비한다.

3. 앞으로 모든 계획은 서부에 집중된다.

가장 큰 줄기인 이 세 가지 계획에 의회는 즉각 반발했다.

아직 신성 연합국이 어떤 위협적인 행동을 했는지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총독이 직권으로 계엄령에 준하는 비상체제를 선포해 버린 것이다.

당연히 모든 세력이 이를 두고 총독의 독단이라며 항의했으나 총독부에서 나온 답은 딱 하나였다.

“아이언 공과 상의해 내린 결정이오. 참고로 아이언 공은 모든 군부의 의견을 대표하오.”

총독의 답에 의회는 패닉에 빠졌다.

아이언을 믿고 내린 독단적인 결정.

설마하니 아이언이 이런 식으로 나올 줄 몰랐던 의회 입장에선 충격이 컸다.

황제 그리고 황태자의 꼬드김에도 넘어가지 않았던 그였다.

혁명의 시대 이후에도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그가 갑자기 이런 행보를 보인 것이다.

이런 아이언의 행보에 혁명 세력 측의 인사들은 실망했으며, 많은 제국민들 역시 아이언의 독단적인 행보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마침내 많은 제국민들의 지지와 모든 세력들이 만장일치로 총독으로 하여금 이 사태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고, 총독이 그에 응하며 의회에 섰다.

“다들 이런 독단적인 결정을 내린 것에 의문을 가질 것으로 압니다. 이 사태에 대한 해명을 하기 전에…… 이 영상부터 보시죠.”

총독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의회에 설치된 거대한 영상구에 아이언이 보았던 사진들이 하나씩 나오기 시작했다.

“저…… 저건…….”

“신성 연합국이 움직였습니다. 그 규모는…… 당장에 제국의 서부 전선이 붕괴될 정도지요.”

총독의 말에 모든 의원들이 침묵에 빠졌다.

거대한 비공선이 작아 보일 정도로 거대한 요새.

마치 섬 하나가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은 거대한 공중 요새가 엄청난 숫자의 비공선과 함께 날아오고 있는 모습.

거기다 조인족과도 연합을 맺은 듯, 서부군을 수없이 괴롭혔던 녀석들이 비공선을 지키며 날아가고 있었다.

바로 그때, 자유 연합 측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전쟁을 대비하는 건 좋습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복지예산은 남겨 두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게다가 예비역들 중에서도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할 가장들은 제외되어야 합니다!”

자유 연합 의장 레닌 키모시아의 주장에 상인 연합 의장과 공방 연합 의장도 일어섰다.

“지금이라도 서부에 철도를 건설해야합니다!”

“아닙니다. 요새를 견고히 하기 위해 골렘에 집중해야 합니다! 골렘이 있다면 더 강력한 마도포를 설치하고 더 견고한 요새를 지을 수 있습니다!”

두 의장들의 주장에 총독은 말없이 귀족 연합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들은 이 사태를 바라볼 뿐, 딱히 뭔가를 주장하지 않았다.

그러자 서로 자신들의 주장을 피력하며 싸우는 그들을 향해 총독이 나직이 말했다.

“이에 대한 대답을 해 주실 분이 있습니다.”

총독이 그렇게 말하며 한 발자국 물러서자 의회 뒤편에서 한 남자가 걸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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