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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248화 (248/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248)

78. 움직이기 시작하는 신성연합국 (2)

“그런데 아까 그 작은 워프는 뭡니까?”

아이언이 궁금하다는 듯, 묻자 리암 말디니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간이 워프입니다. 현재 이뤄지고 있는 프로젝트 중 하나입니다. 시범적으로 수도에 30개의 간이 워프 마법진을 설치 중입니다. 요금이 좀 비싸긴 하지만 바쁜 사람들을 위해서 만들어진 겁니다. 나중에 대중화되면 가격은 점점 인하시킬 예정입니다.”

수도 곳곳에 설치된 간이 워프.

그것이 수도 내에서의 이동을 더욱 빠르게 만들어 줄 것이라 확신하는 듯 했다.

게다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이세계인들의 도움을 받아 열차 개량, 마동차, 비공선 개량 등 이동 수단을 빠르게 발전시키고 있었다.

그것이 곧 물자를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는 기반이 되어 주고 있었다.

“북동부에서 목숨 걸고 싸우시는 분들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저희도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리암 말디니의 말에 아이언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정말 노력하고 있다는 것은 그의 얼굴만 보고도 알 수 있었다.

그는 총독한테 가는 짧은 시간 동안 수도가 어떻게 변했는지, 그리고 중앙이 앞으로의 전쟁에 어떤 식으로 대비하고 있는지를 설명했다.

그것을 듣는 것만으로 중앙이 단순히 놀고만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설명이 더욱더 믿음이 가는 것은 워프 게이트에서 잠깐 보았던 풍경 속에서 변화하고 있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곳이 총독부입니다.”

리암 말디니의 말에 아이언이 총독부를 바라보았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건물 양식은 철저하게 효율성만 추구하고 있었다.

그런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비서관이 나와서 아이언을 안내했다.

그렇게 가장 높은 층에 위치한 총독실에 들어가자 체베라 총독이 벌떡 일어서더니 황급히 달려왔다.

본래 세계에 버선발로 맞이한다는 게 이런 느낌일까 싶을 정도로 격하게 환영하는 체베라 총독.

“어서 오십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체베라 총독의 격한 환영에 비서관이 쪽팔리다는 듯 고개를 돌렸고, 항상 웃고 있던 리암 말디니도 잠시지만 시선을 돌렸다.

“하…… 하하…… 환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상보다 격하게 환영하는 체베라 총독의 권유에 소파에 앉았다.

“오신다는 연락을 받긴 했습니다만 이리 바로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아무래도 사안이 중하다 보니 바로 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체베라 총독을 진중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서부가 움직임은 어떻습니까?”

“후…… 솔직히 자세한 정보까진 알 수가 없었습니다. 특히 서부의 신성 연합국의 중앙 지역은 정보를 빼낼 엄두도 못 낼 정도입니다.”

체베라 총독의 말에 아이언이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 정도입니까?”

“예. 모든 사람을 철저하게 검사하고, 심지어 자신들만의 사상 검증 시험, 그리고 이단 심문관들의 감시까지도 받아야 할 정도이니……. 정보부 사람들을 밀어 넣을 여지가 없었습니다.”

총독의 말에 아이언이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신이라는 구심점을 통해 모여든 자들의 광적인 믿음.

그런 그들의 믿음을 이용한 감시 체계 때문에 극단적인 폐쇄성을 이뤄 냈다.

그렇다면 적어도 정보전에서는 자신들이 불리했다.

이쪽은 저들처럼 폐쇄성을 추구할 수 없으니 어떤 식으로든 정보가 넘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단 정보전은 패배했다. 그렇다면 대대적인 압박을 통해 저들이 튀어나오게끔 하는 게 정석이겠으나…….’

북동부에 제국 주요 전력이 전부 모여 있었고, 고대종조차 정리되지 않은 지금, 또 다른 전선을 만드는 것은 하책이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고 손놓고 있기엔 찜찜했다.

“일단 적들이 갑자기 움직인 이유라도 알고 싶었으나 기본적으로 신성 연합국 영역 자체가 폐쇄적이라 알아낸 건 별로 없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총독이 자리에서 일어나 서랍을 열고 한 장의 문서를 아이언에게 건넸다.

“적들은 우리와 전쟁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마도구로 찍은 한 장의 사진과 함께 잘 정리된 정보들을 본 아이언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사진 안에 찍힌 것은 당장이라도 전쟁을 하겠다는 듯, 신성 연합국이 개발한 독특한 형태의 비공선이 있었고, 그보다 더 끔찍한 건 저들이 조인족과 손잡았다는 것이다.

제국이 비룡 부대로 비공선을 호위하는 것처럼 저들은 조인족을 통해 대형 비공선들을 호위했다.

“이거…… 진짜입니까?”

“……예.”

아이언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사진에 찍힌 것을 가리켰다.

사진에 찍힌 것은 거대한 부유체였다.

섬 하나가 떠오른 것 같은 거대한 부유체를 찍은 사진에는 요새가 만들어져 있었고, 그 주위로 처음 사진에서 보았던 거대한 비공선들 수백 척이 작게 찍혀 있었다.

“정보부의 분석을 어떻게 보십니까?”

총독의 물음에 아이언이 잠시 침묵했다.

정보부는 저들이 가까운 시일 내에 먼저 선전포고를 할 것으로 결론을 내고 있었다.

그리고 이건 아이언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만 그 시기에는 의견이 갈렸다.

정보부는 당장이라도 저들이 선전포고를 할 것으로 봤지만 아이언은 달랐다.

“가까운 시일 내에 전쟁이 일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정보부의 의견처럼 당장 전쟁을 일으킬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이언의 생각에 총독과 곁에 있던 리암 말디니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이유를 들어 봐도 되겠습니까?”

“시스템 때문입니다.”

아이언의 대답에 두 사람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현재 고대종과의 전투는 완전히 끝난 게 아닙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아포칼립스의 두 번째 스토리인 고대종과의 전투가 마무리되기 전까진 신성 연합국은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의 대답에 총독이 마른 입술을 축이며 아이언에게 말했다.

“좀 더 설명해 주십시오.”

총독의 요구에 아이언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를 하나씩 설명했다.

1. 외부 신들의 개입은 시스템에 의해 제약받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2. 신성 연합국의 핵심 전력을 외부 신일 가능성이 높다.

3. 신성 연합측도 시스템에 의한 보상 혹은 퀘스트가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 시스템의 의도대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4. 지금의 움직임은 세 번째 스토리가 시작될 때를 대비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아이언의 이러한 설명에 총독과 정보부 차장이 고심에 빠졌다.

분명 근거가 있는 말이고, 아포칼립스에 대한 전문가인 아이언의 의견이었기에 믿음이 가긴 했지만 정보부와 극명하게 달리는 의견에 고심할 수밖에 없었다.

정보부 말대로라면 지금이라도 제국 전역에 군인을 모집하고 국가 비상 체제로 돌입해야 했다.

하지만 아이언의 말대로라면 좀 더 시간을 들여 전쟁을 대비할 수 있었다.

“후…… 단번에 결정하긴 힘들 것 같습니다.”

“이해합니다.”

아이언이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라도 쉬이 결정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몇 번의 고심 끝에 일단 의회에서 논의해 보기로 결정한 아이언은 총독실에서의 일이 끝나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로 북동부로 돌아가십니까?”

“아뇨. 일단 중앙에 남아서 돌아가는 상황을 볼 생각입니다.”

“아…….”

예상외의 대답에 총독과 정보부 차장이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들의 눈빛에 담긴 생각을 읽은 아이언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제가 도울 일이 있다면 불러 주십시오.”

“아…… 그…… 예!”

당황한 체베라 총독이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리암 말디니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아이언과 함께 총독실에서 나왔다.

“일이 많은가 봅니다.”

아이언이 리암의 얼굴을 가만히 보면서 말하자 그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총독도 그렇게 리암도 그렇게 얼굴에 다크서클이 내려앉아 피로에 찌든 모습이었다.

“일이 많기도 합니다만…… 사실 반대 때문에 일이 밀려서 그런 게 더 큽니다.”

“반대 말입니까? 귀족 출신들이 반대를 많이 합니까?”

아이언의 물음에 리암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의 반대야 예상되었던 것이고, 사실 상황이 상황인지라 대부분은 찬성해 줍니다.”

“그럼…….”

“혁명 세력이 문제입니다.”

리암의 말에 아이언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너희 같은 편 아니야?’라는 의문에 찬 눈빛에 리암이 쓴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처음엔 귀족들의 권력을 무너뜨리기 위해 뭉쳤으나…… 지금은 각자의 이익에 따라 갈라져 버렸습니다.”

그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하자 아이언이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가 짤막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현재 의회의 구성은 초기 혁명 세력과 귀족 연합의 구도에서 귀족 연합과 상인 연합, 공방 연합, 자유 연합으로 나뉜 상태라고 했다.

가장 많은 쪽은 귀족 연합이고 혁명 세력이 갈라져 버린 것이지만, 최근엔 이득에 따라 귀족 연합 측에서도 상인이나 공방 연합 쪽으로 들어가는 자들도 있다고 했다.

그래서 현재 의회에는 사실상 크게 세 가지 세력이 있다.

1. 귀족 연합을 주축으로 한 보수 연합.

2. 상인 연합과 공방 연합과 같은 이익만을 추구하는 신진 세력.

3. 본래 혁명 세력의 의도를 잇고자 하는 혁명 세력.

“그나마 총독께서 조율해 나가는 통에 간신히 봉합되어 있는 상태입니다만…….”

“불협화음이 많겠군요.”

아이언이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나마 압도적인 군부 세력의 힘 때문에 군을 지원하는 물자에는 거의 손대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 밖의 것들은 자신들의 이익만 추구하려는 움직임이 강했다.

“많이 심각합니까?”

“오히려 귀족 연합 측에서 총독을 도와줄 때도 있을 정도입니다.”

체베라 총독과는 대척점에 있는 귀족 연합이 도와줄 정도라면 생각보다 상황이 많이 심각한 것이다.

리암의 하소연을 한동안 들어 주던 아이언이 총독이 직접 잡아 준 임시 숙소를 향해 움직였다.

일단 이곳에 온 최소한의 목적을 달성했으니 다음 행보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좀 해 보려고 한 것이다.

바로 그때, 의회 측에서 사람 하나가 달려왔다.

“아이언 공!”

멀리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아이언이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 한 젊은 남자가 다가왔다.

“헉……헉…… 멈춰 주셔서 감사합니다.”

“누구십니까?”

“전 피에르 웰치라고 합니다. 혁명 세력 소속의 상인 연합 의장을 맡고 있습니다.”

“아…….”

아이언이 그의 소개에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의 말에 아이언이 살짝 표정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앞서 들은 게 있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나친 편견은 좋지 않기에 일단 그를 따라갔다.

그렇게 따라간 작은 찻집에서 들은 이야기는 의외였다.

“도와주십쇼. 제국의 철도망이 완벽하게만 깔린다면 군수물자 지원이 더욱 빨라질 겁니다. 그럼 앞으로 있을 전투 역시 훨씬 빠르게 대비할 수 있게 될 겁니다.”

피에르의 말에 아이언이 바로 확답을 하지 않고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그의 제안은 간단했다.

철도망을 구축하는 데 귀족들과 몇몇 정부가 갖고 있는 다른 용도의 부지를 사용할 수 있게끔 도와 달라는 것이다.

그 대가로 그들이 제시한 건 전쟁에 한해서 철도사용의 우선권을 주는 것이었다.

자신들의 이익을 포기하겠다는 말에 아이언이 혼란에 빠졌다.

들어 보면 리암의 말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분명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이는 자들은 맞았다.

하지만 그들 역시 아포칼립스라는 멸망의 시대를 살아남기 위해선 이익만을 추구해선 안 된다는 점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전쟁을 대비한 설비 등에 협회에서 모은 기금으로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이 전쟁에 대비해 최우선적으로 생각한 건 유통망이었다.

좀 더 효율적이고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는 기차.

더 거대한 비공선.

워프 게이트의 발전.

이 모든 것을 통해 제국에 촘촘한 유통망을 구축하고자 한 것이다.

‘틀린 것은 없다.’

아이언이 듣기에 틀린 말은 없었다.

리암 말디니의 말과는 달리 피에르 웰치는 깨어 있는 지식인이었다.

무엇이 중요한지 명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물론 대화하는 과정에서 소수의 피해자들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얘기하는 것을 보면 이기적인 면이 있었으나 멸망의 시대인 만큼 그 정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악인은 아니야.’

그렇게 생각한 아이언은 표정을 찌푸렸다.

단순히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이 아닌 미래를 위한 명확한 의지가 있었다.

그렇기에 고심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누구의 말이 맞는 걸까?’

이러한 고심은 또 다른 사람을 만나면서 더 가중되었다.

바로 공방 연합 의장 데니스 펠트로란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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