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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246화 (246/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246)

77. 미래의 위협을 대비하다! (2)

모든 제국군이 고대종들을 상대로 성장을 위한 전투를 이어 나가자 다급한 건 고대종들이었다.

무리해서 얼음 덩어리를 부수려던 인간들이 안전하게 성장만을 위한 전투를 시작하자 고대종들 쪽에서만 피해가 누적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서리 거인들의 피해가 극심했다.

그 이유가 서리 거인들은 왕이었던 흐림르가 죽으면서 급격하게 힘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왕이란 존재는 단순히 군림하는 존재가 아닌 그들의 삶의 이유 중 하나였다.

그렇기에 흐림르의 죽음은 그들에게 치명타로 작용했다.

하지만 다른 고대종들은 달랐다.

가장 강력했던 흐림르가 사라지자 서로 자신들이 고대종 연합의 주축이 되고자 앞으로 나섰다.

-개판이군.

서리 거인의 전사장이 저마다 자신들이 고대종의 주축이라 주장하는 꼴을 보면서 혀를 찼다.

인간들은 강해지고 있는데, 고대종이란 놈들이 자신들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내분을 조장하고 있었다.

-우린…… 끝났군.

왕이 죽은 시점에서 서리 거인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설령 운 좋게 인간들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있을 싸움에서 절대 버틸 수가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한 발자국 물러나서 고대종들의 내분을 지켜보았다.

누가 되도 좋으니까 주도권을 잡고 고대종들을 한데 뭉쳐서 싸우게 했으면 싶었다.

하지만 가장 유력한 후보인 드래곤들은 특유의 오만함을 버리지 못한 채 다른 고대종들을 무시하고 하대했다.

그 결과 고대종들끼리 내분이 일어나고 있었다.

서리 거인 다음으로 깨어나 가장 유력한 후보가 된 화이트 드래곤들을 중심으로 한 드래곤 연합과 나머지 고대종 연합들이 서로 내분을 일으킨 것이다.

고대종들이 그렇게 서로를 향해 이빨을 드러내는 동안에도 인간들은 강해지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제약된 힘이 풀리면서 고대종들은 강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인간들 역시 말도 안 되는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우린…… 물러난다.

서리 거인 전사장의 말에 다른 서리 거인들이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왕을 놔두고 간단 말입니까?

한 서리 거인 전사가 전사장을 보면서 물었다.

-왕의 유해는 후에 와서 수습하면 될 일이다.

전사장이 그렇게 말하면서 많이 줄어든 서리 거인들을 바라보았다.

종족 보존.

그것이 왕에게 전사장이 받은 밀명이었다.

-안 됩니다!

-왕을 버리고 우리끼리만 도망가다니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전사들을 중심으로 어린 거인들이 반발했다.

하지만 전사장은 단호했다.

-가야 한다. 그것이…… 왕의 명령이었으니…….

전사장의 말에 반발하던 서리 거인들이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왕의 명령이시라구요?

서리 거인 전사의 물음에 전사장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왕께서 나에게 내린 밀명이다. 자신이 잘못될 시 거인들을 이끌고 후퇴하라 명하셨다. 그것이 우리 종족을 보존하는 유일한 길이라 하셨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부터 할 일은 니플헤임의 흔적을 찾는 일이다. 그 일이 끝나면…… 왕의 유해를 그곳으로 모실 거다.

전사장의 말에 서리 거인들이 흐림르였던 거대한 얼음덩어리를 바라보았다.

-전사장께선 고대종이 패할 것이라 보시는 겁니까?

한 전사의 말에 전사장이 비틀린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흐림르가 죽은 이상 함께 힘을 모아 싸운다 해도 승률이 반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 내분까지 일어났으니 이건 필패였다.

‘지금의 고대종 연합은 인간들을 성장시킬 도구에 불과하겠지.’

전사장이 이렇게 생각하면서 한숨을 쉬었다.

왕이 죽은 이상 자신은 서리 거인들의 생존만을 생각하며 움직여야 했다.

그렇기에 더 이상 미적거릴 시간이 없었다.

-밤이 되면 이동한다.

-예!

전사장의 결정에 모든 서리 거인들의 고개를 숙이며 동의했고, 그날 밤이 되자 모든 서리 거인들은 일제히 북쪽으로 움직였다.

자신들이 깨어났던 지역에서 더 깊숙이 올라가 옛 니플헤임의 잔재를 찾기 위해 떠났다.

그렇게 고대종의 주축 중 하나였던 서리 거인들이 떠나 버리자 더 살판 난 드래곤들은 특유의 오만함을 마음껏 드러냈다.

“서리 거인들이 떠났다라…….”

제든 윅스가 떠나 버린 서리 거인들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고대종들 중에서 전쟁에 전문가라 할 만한 거인들이 떠나 버렸으니 저들의 전력은 반쪽짜리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분열도 일어나는 것 같으니 앞으로의 전쟁은 더 쉬워질 수밖에 없었다.

제든 윅스를 비롯한 사령관들은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웃음이 나는 상황이었지만 다른 이들은 달랐다.

특히 서리 전사들을 상대했던 이들은 아쉬웠다.

‘조금만 더 하면 이길 수 있었는데…….’

‘하필 벽을 넘기 전에!’

‘거의 다 왔는데!’

마스터가 코앞으로 다가온 자들은 굉장히 아쉬워했다.

강한 자들과 싸우는 것은 좋은 경험이지만 벽을 넘기 가장 쉬운 방법은 비슷한 경지끼리 목숨을 건 전투를 벌이는 것이다.

오랜 싸움으로 익숙해진 서리 전사들과 서로 경쟁하듯 강해지면서 자연스레 마스터의 경계까지 온 자들은 조금만 더 있었으면 벽에 막혀 헤매지 않고 자연스레 마스터가 될 수 있었을 텐데 그 기회가 날아가 아쉬웠다.

당연하게도 그런 이들과 달리 운 좋게 빠르게 마스터가 된 이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카온, 운 좋네?”

카드로가 부럽다는 듯 카온을 바라보았다.

오래 전부터 아리엘과 함께 마스터를 넘보던 카온이 마침내 벽을 넘은 것이다.

반면에 카드로는 북부로 오기 전 준비가 덜 된 상태였기에 결국 마스터라는 벽에 막혀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그건 세리덴 역시 마찬가지였다.

카도르와 함께 벽을 자연스럽게 넘어가다 서리 거인들이 물러나면서 마스터와 6단계 사이에 반쯤 끼어 있는 상태가 된 것이다.

“부럽군.”

칼 구스타프가 부럽다는 듯, 스카이 랭스를 바라보았다.

천재인 것은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북동부 군단장 중 가장 강력하다는 카이든 월이 그를 키웠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마스터에 도달할 줄 몰랐다.

카이든 월조차 마스터의 벽을 반쯤 넘었다고 좋아하며 희망이 보인다고 중얼거리는 판국에 그보다 한참 어린 스카이 랭스가 먼저 벽을 넘어 버린 것이다.

“마스터가 되는 건 그냥 재능발이야.”

안개 군단장 포그 코즈웨이가 부러워하는 칼 구스타프를 보며 어깨를 두드렸다.

어느새 다가온 산악 군단장 오스 테리보도 씁쓸한 표정으로 저 멀리 수련에 집중하고 있는 스카이 랭스를 바라보았다.

아이언이라는 괴물이 나타나기 전 북동부 최고의 기재라 평가받던 스카이 랭스가 마침내 그 이름값을 하게 되었다.

비록 아리엘보다 늦게 마스터가 되었지만 벽을 넘은 게 중요했다.

스카이 랭스가 나타나기 전 차기 마스터로 추앙받은 카이든 월조차 저리 헤맬 정도이니 30대에 마스터의 벽을 넘은 것만으로 이미 천재의 영역에 한 발 들이민 것이나 다름없었다.

“천재와 같은 걸음으로 따라가면 결국 맞닥뜨리는 것은 절망뿐이네. 자넨 자네의 보폭으로 성장하게.”

포그 코즈웨이가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신도 카이든 월을 보면서 부러워할 때가 있었다.

그때 당시 기준으로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성장하던 카이든 월.

그는 결국 북동부에서 보기 드물 정도로 빠르게 군단장이 되었다.

지금이야 아이언이라는 괴물 같은 존재가 있으니 퇴색되었지만 자신 같은 나이대의 지휘관들 입장에선 카이든만 해도 충분히 괴물이었다.

“저 녀석이 괴물 같아 보이지?”

오스 테리보가 웃으면서 말하자 칼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런 칼을 바라보며 오스 테리보가 고개를 돌렸다.

거긴 진짜 괴물들이 서로를 보며 대련을 하고 있었다.

“스카이 랭스은 천재에 불과해. 괴물들은 저 녀석들이야.”

20대의 나이로 마스터에 이른 괴물들.

아이언의 동생인 에이든과 아이언의 부하인 아리엘이 서로를 향해 맹렬한 공격을 퍼부으며 대련을 하고 있었다.

크림슨의 죽음 이후 서리 거인의 전사장을 막아선 것은 두 명의 괴물들이었다.

바로 에이든과 아리엘이었다.

마스터에 오른 지 얼마 안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사장을 상대로 밀리지 않은 괴물들.

그들이 아이언을 뒤쫓기 위해서 오늘도 맹렬히 수련 중이었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감탄하던 칼 구스타프가 오스 테리보를 보면서 물었다.

“저 둘이 괴물이면 아이언은 뭡니까?”

“그 녀석?”

칼의 물음에 오스 테리보가 잠시 고민하더니 빙그레 웃었다.

“신.”

“……예?”

“녀석은 신, 아니 초월자? 어쨌든 우리와 같은 생명체는 아닌 게 확실해.”

그의 말에 피식 웃던 칼과 포그 코즈웨이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천재, 괴물 같은 수식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성장 속도.

이미 아이언은 20대의 나이에 인류 최강의 반열에 올랐고, 지금도 성장 중이었다.

그가 어디까지 성장할지는 알 수 없으나 어쩌면 신화시대에 이름을 남긴 위대한 영웅들의 경지를 뛰어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북동부 지휘관들이 아이언을 괴물을 넘어 아예 다른 종으로 생각할 때, 그 당사자인 아이언은 한쪽 구석에서 열심히 수련 중이었다.

흐림르와 싸웠던 전투의 복기.

그리고 흐레스벨그와 흐림르가 마지막 순간 보여 주었던 힘의 감각을 기억해 내면서 명상에 잠겼다.

내상으로 육체 수련이 불가능한 지금, 아이언이 할 수 있는 건 명상과 복기가 전부였다.

오러를 잘못 움직였다가 내상이 덧날 수 있기에 명상하며 오러를 움직이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그거 무엇이었을까…….’

흐림르가 보였던 힘.

그것의 정체를 지금 수준에선 알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흐레스벨그는 폭풍의 힘으로 그걸 깨부수며 흐림르에게 타격을 주었다.

문제는 폭풍이 만들어질 때에는 흐림르와 같은 격의 힘이 강하게 느껴지진 않았다는 점이다.

“미지의 길인가?”

아이언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피식 웃었다.

자신에게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다는 것을 알려 준 흐림르와 흐레스벨그.

솔직히 그랜드 마스터에 오르고 나서 살짝 자만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흐림르와 전투를 치르면서 그건 자만에 불과했다는 것을 느꼈고, 멸망을 막기 위해선 지금보다 더 높이 올라가야 함을 느꼈다.

그 덕분에 멈추지 않고 계속 성장할 수 있었다.

인류 최강이라는 것에 자만하지 않고 계속 성장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아이언에게 흐림르는 고마운 존재였다.

“답답하네.”

아이언이 오러를 움직이려 할 때마다 약간의 고통이 느껴졌다.

지금 이 순간에도 육체에 신성력을 퍼부어 회복력을 높이고 있지만 내상의 회복은 더디기만 했다.

-짹!

“응?”

아이언이 내상의 고통에 인상을 찡그릴 때, 어느새 나타난 뱁새가 아이언의 머리에 안착했다.

-짹짹짹!

뱁새가 나타나자마자 초록빛 치유력을 만들며 아이언의 육체에 스며들게 했다.

그러자 신성력으로도 가라앉히지 못했던 고통이 조금씩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이야…… 대단하네?”

극심한 내상이 조금씩 치유되어 가는 것을 느끼면서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러자 뱁새가 작은 가슴을 드러내며 우쭐거렸다.

-짹!

알아서 모시라는 듯 자신의 머리를 콕콕 찍는 뱁새의 행동에 아이언은 알겠다는 듯, 웃으면서 물었다.

“다른 녀석들은?”

-짹짹짹!

“시간이 좀 더 걸린다고? 흠…….”

뱁새의 말에 아이언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진화하자마자 돕기 위해 바로 나와서 그런지 시간이 많이 필요한 듯싶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급한 일도 없었기에 시간을 들여서라도 보다 완벽하게 나왔으면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넌?”

-짹! 짹짹짹!

아이언의 물음에 뱁새가 자신도 시간이 필요했지만 내상이 심각한 아이언을 위해 잠시 나온 것이라 말했다.

그런 뱁새의 마음에 고맙다는 말과 함께 하던 수련을 멈추고 내상 치유에 전념했다.

얼른 치료하고 뱁새가 다시금 돌아가 자기 할 일을 할 수 있도록 해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이언이 뱁새와 함께 치료에 전념할 때였다.

“……사령관님.”

조심스럽게 들어온 폴덴의 부름에 아이언이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아이언이 내상 치료와 수련을 이유로 폐관에 들어갔다는 것을 알기에 오지 않았던 폴덴이다.

그런 그가 아이언을 찾아왔다면 심각한 이유일 것이 분명하기에 아이언이 조용히 물었다.

“무슨 일이야?”

“서부가…… 움직일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폴덴의 보고에 아이언이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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