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241화 (241/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241)

76. 희생 그리고 승리 (3)

결국 모두의 동의하에 크림슨을 비롯한 전사자들을 성 뒤편에 임시로 안치시켰다.

성벽이 뚫린다면 위험할 수도 있는 곳.

그것 곳에 안치된 전사자들을 보면서 많은 이들이 각오를 다졌다.

‘다시는 뚫리지 않겠다!’

크림슨이 임시로 안치된 곳을 찾은 장교나 병사들이 이를 악물었다.

서리 거인의 압도적인 육체 능력에 몇 번이나 뚫린 성벽.

그러나 더 이상은 뚫리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지면서 다음 전투를 대비했다.

죽어서도 이곳을 사수하겠다는 크림슨의 각오가 그들의 마음에도 불을 지핀 것이다.

사령관을 잃은 북동부군은 활활 타오르듯 각오를 다졌고, 기동 야전군과 북부군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때 북부 사령관이었고, 북동부 사령관이 된 후에도 북부 전체를 위해 일해 왔던 크림슨이기에 모두가 존경을 표하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군 역시 각오를 다진 건 마찬가지였다.

“지켜야……겠지.”

제국의 거의 모든 전력이 모인 이곳이 뚫린다면 제국도 안심할 수 없다.

그렇기에 이들 역시 목숨을 걸 준비를 했다.

사령관마저 만신창이가 되어 가면서도 목숨으로 사수했다.

그 모습을 본 병사들의 마음에도 북동부군만큼은 아니지만 무언가가 심겼다.

반드시 이곳을 사수하겠다는 각오?

목숨으로 서리 거인을 막겠다는 의지?

어떤 것인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생존만 하려던 이들의 생각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둥! 둥! 둥!

서리 거인이 영웅의 명예를 기리게끔 배려한 건 고작 이틀.

새벽이 되자 눈보라를 뚫고 다시금 서리 거인 군단이 진격을 시작했다.

바로 그때, 인간진영에 또 다른 알림음이 들려왔다.

[또 다른 고대종 화이트 드래곤이 깨어나기 시작합니다.]

-깨어난 고대종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제약이 풀립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깨어나는 고대종들이 더욱 늘어납니다.

가뜩이나 힘든 상황에서 인류를 절망시킬 수도 있는 시스템의 음성.

하지만 산맥을 지키는 군은 절망 대신 더욱더 의지를 불태웠다.

그런 그들의 용맹함에 보답하듯 시스템은 보상을 더해 주었다.

[포기하지 않는 용맹함에 시스템이 보상을 내립니다. 산맥을 지키는 모든 인간들에게 스킬 불굴의 의지가 주어집니다.]

-스킬 효과는 전투 시 일시적의 힘을 증가시킵니다.

-이 스킬은 포기하지 않는 한 전투 시 항상 발동됩니다.

-고대종이 늘어날 때마다 스킬 효과가 증가합니다.

-이 스킬은 아포칼립스 두 번째 스토리 한정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스토리 클리어 시 회수됩니다.

갑작스러운 시스템의 보상에도 기뻐하지 않는 병사들.

그들은 보상에 기뻐하는 대신 더욱 불타올랐다.

서로가 종족의 멸망을 걸고 싸우는 결전에 서리 거인 측도, 인간 측도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을 했다.

더욱 치열해진 전쟁 속에서 인간들은 조금씩 성장했다.

하지만 그만큼 서리 거인 역시 강해져만 갔다.

“드래곤이다!”

새하얀 비늘을 자랑하는 드래곤.

눈과 같은 하얀 뿔을 자랑하며 날아오는 드래곤들을 보면서 지휘관들이 이를 악물었다.

선두에 선 드래곤과 몇몇 개체만이 진짜 드래곤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머지 드래곤들도 본래 모습을 되찾을 것이다.

그러기 전에 최대한 수를 줄여 놔야 했다.

“거인왕은 저 혼자 막겠습니다.”

아이언의 말에 두 가주가 말없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다른 드래곤들은 별문제 없지만 선두에선 거대한 드래곤은 비공선과 비룡 기사들이 상대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내가 가지.”

라이너의 말에 테리언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아리엘이 맡고 있는 전사장을 자신이 상대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려 할 때였다.

“올라가세요.”

아리엘의 말에 테리언이 인상을 찌푸렸다.

“만용이다. 아직 네 실력으로는 전사장을 상대할 수 없다.”

경험 많은 크림슨조차 밀려나게 만든 자였다.

그런 그를 아리엘이 홀로 상대한다는 건 무리였다.

“……압니다. 그래도 해내야 합니다.”

아리엘이 그렇게 말하면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선두에 선 거대한 화이트 드래곤.

그 드래곤이 본격적으로 힘을 개방하자 상공에 수만 개의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만들어져 쏟아지기 시작했다.

흐림르만큼은 아니지만 마스터도 상대하기 버거운 수준인 것은 분명했다.

게다가 저 힘이 화이트 드래곤의 모든 힘은 아닐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힘의 크기는 늘어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결국 두 가주가 힘을 합칠 수밖에 없었다.

그럴 바에 처음부터 둘이 힘을 합쳐 저 위험한 드래곤의 숨통을 끊어 놓아야 했다.

“……버틸 수 있겠느냐?”

“예! 할 수 있습니다.”

테리언의 말에 아리엘이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단단히 각오한 그녀의 의지를 읽은 테리언이 한숨을 쉬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하다.

그렇기에 고대종들이 모든 힘을 되찾기 전에 최대한 빨리 숫자를 줄여 나가야 했다.

이제는 단순히 막는 게 문제가 아니었다.

모두가 적들의 숨통을 끊어 놓을 생각으로 모든 힘을 끌어모았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도망가기보다 더 저돌적으로 변모한 인간들을 보며 서리 거인들 역시 전력으로 맞부딪쳤다.

반면에 드래곤들은 달랐다.

그들은 오만했으며, 그만함 힘을 보여 주기도 했다.

빙룡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와이번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듯 아직 전부 회복되지 않은 상태로도 압도적인 위용을 보여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들은 뚫리지 않았다.

-도마뱀들도 나타났는가?

흐림르가 느긋하게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 때, 아이언의 백색검이 날아들었다.

콰앙!

-급하군.

흐림르의 말에도 대답조차 하지 않은 아이언은 다시금 백색검을 휘둘렀다.

‘죽인다!’

아이언이 그렇게 생각하며 전력으로 검을 휘둘렀다.

시간이 지날수록 인간은 불리해질 것이기에 무리해서라도 서리 거인들을 정리해야 했다.

그것을 알기에 흐림르 역시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것이다.

‘시간은 짐의 편이다.’

‘시간이 없어!’

서로 상반된 생각을 하면서 전투에 임한 흐림르.

이틀 전만 하더라도 맹공을 퍼붓던 자라고는 볼 수 없는 방어적인 모습.

그것을 보면서 아이언은 더욱더 맹렬히 달라붙었다.

‘뚫는다!’

작은 백색검으로 이리저리 빠르게 이동하며 싸우던 아이언이 대지에 굳건히 발을 딛고서 자세를 잡았다.

그 순간 거대한 백색검이 만들어지면서 서리 거인을 베어 들어갔다.

굳건히 버티는 것만이 아닌 전진하겠다는 의지로 만든 강철의 길.

그것이 아이언의 거대한 백색검으로 발현된 것이다.

쾅! 쾅! 쾅!

아이언의 백색검이 휘둘릴 때마다 흐림르 역시 도끼로 그것을 받아 냈다.

하지만 이제껏 전진만 해 오던 그의 발이 조금씩이지만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동시에 재빠르게 휘둘리는 검에 온몸에 얕은 상처들이 생겨났다.

‘투기를 뚫었다?’

흐림르가 그렇게 생각할 때, 또다시 빠르게 검이 날아들었다.

정석에 가까운 움직임.

변칙 대신 빠르고 강맹한 힘으로 몰아붙이는 아이언의 검격이기에 흐림르도 손쉽게 쳐 낼 수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몸에 상처가 늘어만 갔다.

‘……어찌하여?’

흐림르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또다시 검이 날아들었다.

-변칙성을 숨겨 둔 것인가?

흐림르가 그렇게 말하면서 중얼거린 순간 자신의 왼팔에 자그마한 자상이 생겨났다.

정면을 뚫기 어렵다면 자그마한 상처라도 만들 기세로 공격해 오는 아이언을 보면서 흐림르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래! 오거라! 짐을 죽여 보거라! 짐 역시 너의 빈틈을 노릴 터이니!

흐림르가 그렇게 말하면서 맹렬히 도끼를 휘둘렀다.

그렇게 가장 강한 두 존재가 서로의 목숨을 노리면서 맹렬히 싸울 때, 하늘에서 맹위를 펼쳤던 화이트 드래곤은 두 가주의 공격에 온몸을 피로 물들였다.

-감히! 감히!

화이트 드래곤이 치욕스럽다는 듯 말했지만 어느새 다가선 라이너의 공격에 기겁하며 피할 수밖에 없었다.

본래의 힘을 되찾는다면 두 인간을 이기는 것쯤은 일도 아니었다.

그랜드 마스터에 준하는 힘을 가졌던 자신의 힘이라면 능히 저 둘을 동시에 상대해도 죽여 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힘의 제약이 너무 심했다.

-짐을 보호하라! 시간을 벌어라!

-예!

그의 명령에 자신들의 수장을 지키기 위해 다른 드래곤들이 몰려들었다.

그러자 그런 그들을 향해 수천 개의 검을 날리는 테리언.

수천 개의 검을 막기 위해 드래곤들이 냉기 마법을 사용할 때, 라이너는 비룡을 타고 맹렬히 드래곤의 수장을 쫓았다

-크아아아!

도망치는 드래곤의 수장을 쫓아 한쪽 날개를 그어 버린 라이너.

날개를 다쳐 나는 속도가 느려진 드래곤의 수장을 기어코 쫓아가 치명상을 입히는 데 성공한 라이너였지만, 결국 숨통을 끊는 건 불가능했다.

갑자기 수많은 드래곤들이 몰려들어 그를 보호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수장이 다쳤기 때문일까?

서둘러 후퇴하려는 드래곤들.

그러자 그런 그들의 뒤를 맹렬히 추격하며 한 놈이라도 더 죽이기 위해 달려드는 비룡 기사들과 비공선 부대.

-하늘은 패했는가? 오만한 도마뱀들. 힘도 회복하지 않고 날 뛸 때부터 알아보았느니라.

흐림르가 그렇게 말하면서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이번엔 우리의 패배군.

“…….”

-다음엔 더 성장해 있기를 바라지.

흐림르의 말에 아이언은 침묵했다.

지금 당장 전투를 지속한다고 하더라도 결판을 내기란 어려웠다.

애써 쫓아가 보려 했지만 흐림르는 피식 웃으면서 고갯짓만 했다.

그리고 그 뒤에는 간신히 버티고 있는 아리엘과 남부 연합 측의 마스터들이 보였다.

-다음번엔 더 재밌는 전쟁이 되기를 바라마.

흐림르가 여유로운 표정으로 물러나자 다른 서리 거인들도 다시금 후퇴했다.

그렇게 또 한 번의 침공을 버텨 낸 제국군.

분명 승리했건만 병사들에게서 승리의 함성이 나오지 않았다.

대신 무거운 침묵만이 감돌 뿐.

“다음엔 더 어려운 전투가 이어지겠군.”

테리언의 말에 라이너가 이를 악물었다.

자신이 마무리 했어야 했건만 결국 숨통을 끊어 놓지 못했다.

드래곤들도 이번 전투에서 크게 당했으니 어느 정도 힘이 회복될 때까지는 사릴 것이 분명했다.

“그래도…… 희망이 없는 건 아니군.”

저 멀리 보이는 지원군.

서쪽의 몬스터들과 서리 거인을 처리하고 중앙으로 지원 온 레온하르트의 기사단이 보였다.

그리고 그들을 이끄는 두 청년.

어린 나이에 6단계에 오른 차남 카이덴.

하지만 그런 그가 한 청년의 뒤에 서 있었다.

“마스터가 되었군.”

테리언이 보자마자 눈치채며 웃었다.

에이든 레온하르트.

천재라 불리며 오래전부터 차기 레온하르트 가주 후보였던 그가 마침내 벽을 뚫고 마스터가 된 것이다.

신검가의 아리엘.

사자가문의 에이든.

둘이 벽을 뚫고 마스터에 올랐다.

그렇다면 다른 이들도 희망이 없는 건 아니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적들이 강해지는 건 분명 문제였지만 인류 역시 정체되어 있는 게 아니었다.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강해지고 있었고, 그건 자신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테리언이 기다리는 건 바로 아이언이었다.

이미 벽을 뚫고 지고한 경지에 오른 아이언.

하지만 그의 주특기는 검보다 신수였다.

“자네 아들의 귀여운 새들은 언제쯤 등장할지 궁금하군.”

테리언의 말에 라이너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나도 궁금하군.”

라이너도 궁금하다는 듯 말하면서 아이언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지금도 괴물같이 강한 자신의 아들이 신수까지 온전히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얼마나 강할지 쉬이 예측이 가지 않았다. 분명 절망적인 상황이었지만 어린 무인들을 볼 때면 그들에게 희미하게나마 희망의 빛이 보였다.

그건 다른 지휘관들도 마찬가지였다.

전쟁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서리 거인들은 다시 쳐들어왔고, 드래곤들은 저번의 오만함을 반성하며 까다롭게 공격해 왔다.

“남쪽에서 드래곤들이 몰려옵니다!”

“도…… 동쪽에서도 드래곤들이 몰려옵니다!”

마치 북쪽에만 고대종이 있다는 게 아니라는 듯, 깨어난 드래곤들이 빠르게 산맥 쪽으로 날아왔다.

그런 상황에서 들려오는 시스템 음성.

[또 다른 고대종이 깨어납니다!]

[불굴의 의지가 좀 더 강해집니다!]

또 하나의 고대종이 깨어났다는 소식에 제든 윅스가 얼굴을 구기며 말했다.

“절망적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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