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237화 (237/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237)

75. 북부에 드리우는 암운 (4)

강력한 요새포와 함께 등장한 2개 군단.

고작 2개 군단이 합류한 것으로 전투 상황이 달라질까 싶었지만 강력한 요새포와 함께 나타난 높은 수준의 병력들은 충분히 도움이 되었다.

세리덴의 방어에 특화된 군단급 진형과 정예화된 21군단의 병력들이 서리 거인들을 하나씩 상대해 나가자 밀려가던 전선이 고착화되기 시작했다.

이제 문제는 완전히 깨어나 움직이는 서리 거인의 왕이었다.

-이 전쟁에 승리하여 억압된 우리의 힘을 되찾을지니!

서리 거인의 왕이 고함을 지르며 자신들의 전진을 가로막는 인간들을 바라보았다.

-짐을 믿어라! 신마저 베어 죽인 나 흐림르가 승리를 약속하겠다!

서리 거인의 왕이 거대한 도끼를 들어 올리면서 서리 거인들에게 말하자 갑자기 거인들의 사기가 올라가며 성벽을 향해 맹렬한 속도로 달려들었다.

-왕께서 승리의 함성을 내지르셨다!

-약속된 승리를!

-과거의 영광을 되찾자!

그들의 왕 흐림르가 승리를 약속했다.

신화시대를 주름잡던 최상위 신들과의 대전투 속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멸망으로 몰고 간 그들의 왕이 인간들을 짓밟고 다시금 그들의 시대가 될 것임을 약속한 것이다.

“대단하군.”

고작 한 번의 외침에 서리 거인들의 사기가 대폭 상승했다.

그들의 힘이 늘어나지 않았지만 이미 그건 상관이 없었다.

전쟁은 사기 싸움이다.

한계까지 치솟은 서리 거인들의 사기는 같이 돌격하는 몬스터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정도였다.

반면에 흐림르의 외침에 인간들의 사기는 조금씩 저하되었다.

“우리가 나설 때군.”

“후…….”

두 검주가 나섰다.

먼저 검을 뽑아 든 것은 망령수를 막는 데 큰 공헌을 한 신검가주였다.

라이벌인 사자가주에게 자신이 얻은 것을 보여 주기 위해서 먼저 나선 신검가주는 보상받은 힘을 마음껏 드러냈다.

키이잉!

신검가주가 검을 하늘로 던지자 빠르게 위로 솟구치며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 순간 승리의 외침을 한 후 천천히 걸어오던 흐림르가 거대한 도끼를 휘둘렀다.

서리 거인의 왕답게 극한에 가까운 냉기의 힘이 주변을 휘몰아쳤다.

그리고 바로 그때 신검가주가 날린 검이 거대한 냉기의 폭풍을 향해 날아들었다.

쿠우우웅!

단 1개의 검이 유성처럼 떨어져 내리면서 주변을 완전히 초토화시켰다.

하지만 신검가주의 공격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어느새 주변에 있던 모든 검들이 떠오르며 유성처럼 흐림르를 향해 날아들었다.

하나하나가 마스터조차 막기 버거울 정도의 힘들.

수백의 검들이 신검가주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면서 흐림르의 폭풍을 갈라냈다.

여기까지였다면 곁에 있던 라이너도 크게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수백의 검에서 뿜어진 오러들이 수천 수만 개의 참격을 만들어 내기 시작하면서 흐림르를 향해 몰아치자 천하의 그조차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저것이 네가 찾은 답인가?”

“그래.”

신검가주가 자신감에 찬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러자 라이너가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찾은 대답은 분명 대단한 것이었다.

저것을 발전시킨다면 벽을 넘어 그랜드 마스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에 찰 만큼 굉장한 것이었다.

하지만 라이너 역시 ‘답’을 찾은 상태였다.

“이젠 내가 찾은 길을 보여 줄 차례인가?”

라이너가 그렇게 말하면서 본인의 검을 뽑아 들었다.

단순히 검을 뽑는 행위였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에 막강한 기세가 뿜어졌다.

공기가 무거워지고 마나는 라이너를 중심으로 휘몰아쳤다.

그것을 본 순간 자신만만하던 신검가주의 표정이 굳어졌다.

본격적으로 기술을 사용한 것이 아님에도 알 수 있었다.

‘저 녀석도 길을 찾았구나!’

오랫동안 라이너와 라이벌 관계에 있었기에 잘 알 수 있었다.

그가 펼칠 기술은 실로 막강할 것이라고.

그런 그의 예상이 들어맞았다는 것을 증명하듯, 라이너가 검을 휘두르는 순간 주변에 강력한 오러의 파장을 만들어 냈다.

그것이 오러의 폭풍이 되고, 하나로 뭉쳐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거대했던 오러의 구체는 라이너의 컨트롤에 따라 한계까지 압축되어 나갔다.

마침내 현재 라이너가 할 수 있는 최대치인 사람만 한 크기로 압축되는 순간 사자가주만이 쥘 수 있는 사자검이 그 구체를 ‘톡’ 하고 건드렸다.

그리고 그 순간…….

콰아아아!

요새포에도 버텨 냈던 서리 거인들이 찢겨 나가면서 그대로 흐림르를 향해 날아갔다.

그것을 본 순간 자신의 부하들이 죽는 것에 분노한 흐림르가 냉기의 폭풍을 쏘아 냈다.

신검가주의 공격에도 버텨 냈던 냉기의 폭풍.

하지만 막강한 라이너의 힘이 한데 뭉친 구체는 폭풍을 찢어발기면서 흐림르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것을 본 순간 모든 이들의 눈에 희망이 차올랐다.

저 강력한 힘이라면 서리 거인의 왕조차도 버틸 수 없을 것 같다는 희망.

쿠우웅!

-제법이구나!

흐림르가 재밌다는 듯 미소를 지으면서 한계까지 압축된 냉기가 둘린 도끼로 구체를 막아 냈다.

그 순간 구체 안에 압축된 힘이 풀려나오면서 거대한 사자 형태로 흐림르를 물어뜯으려 했다.

그러자 흐림르 역시 본격적으로 힘을 발산했다.

신화시대를 주름잡던 주신급에 도달했던 막강한 힘.

지금은 잃어버린 그 힘을 되찾을 방법은 없었다.

깨어난 이상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다시 도달하겠지만, 지금 당장은 미약한 힘뿐이었다.

그렇기에 흐림르는 기술을 익혔다.

인간과 몬스터들이 쓰는 기술 중 ‘투술’은 더 강한 혹은 자신의 무술의 근본이 되는 ‘무언가’를 생각하며 기술을 만들고 최종적으로 그걸 형체화하는 기술이었다.

흐림르는 바로 이 점을 파고들었다.

‘지금 내 힘이 약하다면 과거의 ‘나’를 일시적으로 흉내 낸다.’

이런 흐림르의 생각은 맞아들었고, 마침내 모든 것을 익혔다.

과거 지고의 경지에 오른 흐림르였기에 짧은 시간 내에 투술이란 요체를 체화하고 그것을 형상화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콰직!

거대한 사자가 흐림르보다 더 거대한 냉기의 거인이 휘두른 주먹에 짓눌려 사라졌다.

그리고 고대 신처럼 오랜 세월 잠들어 격이 깎이고, 시스템에 의해 그 힘마저도 제한된 흐림르였지만 지고한 경지에 있던 ‘거인들의 왕’답게 전력을 다한 라이너의 구체를 압도적인 힘으로 날려 버렸다.

-우와아아아!

흐림르가 라이너의 사자에 집중하는 동안 떨어지는 수백의 검들과 수만의 참격들이 냉기의 외침에 폭풍에 휘말려 사라져 버렸다.

실로 압도적인 힘.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군.”

“그러게.”

라이너의 말에 테리언조차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인류 최강을 다투는 테리언이 덜덜 떨리는 한쪽 손을 바라보았다.

압도적인 격의 차이가 주는 위압감에 자신도 모르게 반응하는 몸을 보면서 테리언이 인상을 찌푸렸다.

“합공이군.”

“후…… 짜증 나네.”

두 가주가 서로를 바라보면서 인상을 찌푸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랜드 마스터가 아닌 이상 저 괴물을 단신으로 막긴 어려웠다.

둘이 협공을 한다고 하더라도 얼마나 버틸 수 없을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해내야 했다.

자신들이 밀리는 순간 인류를 멸망일 테니까.

“먼저 간다.”

테리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광속과도 같은 빠르기로 흐림르를 공격해 들어갔다.

그러자 라이너 역시 몸을 날리면서 강력한 참격을 날렸다.

두 가주가 본격적으로 흐림르의 전진을 막기 위해 몸을 날리자 전쟁은 더 치열해졌다.

제국의 모든 사령관과 남부 연합의 모든 마스터들이 오로지 서리 거인의 ‘전진’을 막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상황.

거기다 인류의 신성들이 북동부에 모조리 모였다.

국가, 신념, 정치 등에 나뉘어 있던 이들이 한데 모여서 ‘생존’이라는 한 가지 정의를 위해서 힘을 뭉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선이 밀린다.

그만큼 서리 거인들은 강했다.

격이 깎여 나가고 시스템에 제약을 받았음에도 서리 거인들의 힘은 ‘압도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강력했다.

그나마 이렇게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모아 온 행운들이 종합적으로 뭉쳐서 만들어 낸 기적 덕이었다.

이세계인들이 넘어오면서 발전된 무기 체계.

수많은 승리로 주신과 시스템이 준 보상으로 강해진 인류.

마지막으로 황제의 희생으로 얻은 고대종과 외부 신의 제약.

이 모든 것들이 한데 뭉쳤음에도 인류는 밀리고 있었다.

거대한 크기의 서리 거인들이 냉기의 폭풍을 만들고 거대한 얼음을 날려도 버텨 냈다.

거인 전사들이 밀어붙여도 마스터들을 비롯한 기사들이 사력을 다해 버텨 냈다.

하지만 그런 인류를 절망시킨 건 단 하나의 거인이었다.

“두 가주가 저렇게 밀린다고?”

한 장교의 절망적인 중얼거림.

인류 최강이라 불리는 두 가주가 협공을 하고 있음에도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이 보기에도 처참하게 밀렸다.

오러의 경지에 이른 검술에 투술의 정수를 접목시켜 새로운 길을 개척한 라이너.

극한의 쾌검에 망령수를 잡고 얻은 힘을 이용한 극한의 환검을 만들어 낸 테리언.

그러나 둘의 전력을 다한 공격은 흐림르의 압도적인 힘에 처참하게 부서졌다.

거대한 사자는 거인의 한쪽 팔에 가로막혔고, 테리언의 수만의 참격은 외침에 대부분 가로막혔으며, 나머지는 몸뚱이의 투기로 이루어진 거인의 가죽을 뚫지 못하고 소멸되었다.

자신들이 평생에 걸쳐 쌓아 올린 기술의 정수가 압도적인 힘에 소멸되었음에도 두 가주는 포기하지 않았다.

어느새 피투성이로 변한 두 가주였지만 전력으로 흐림르를 향해 달려들었다.

자신들이 무너지면 인류에게 희망이 없었다.

평생을 검 하나만 바라보며 오만하게 살아왔던 그들이었지만 인류를 지킨다는 대의에 목숨을 걸었다.

이런 두 가주의 헌신적인 모습에 인류를 절망을 버텨 내면서 전선을 유지시켰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전군을 지휘하는 크림슨이 있었다.

“쿨럭!”

-한계인가? 늙은 몸으로 많이 버텼군.

서리 거인의 전사들 중 가장 강한 이가 푸른 눈으로 크림슨을 바라보았다.

흐림르처럼 과거의 자신을 투영한 형체가 무감한 눈으로 피를 토하는 크림슨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그러자 피를 토하면서도 검을 휘둘러 오러의 폭풍을 만들어 낸 크림슨.

쿠우웅!

오러의 폭풍에 투기로 만들어진 거인의 주먹이 가로막혔지만 상관없다는 듯, 다시금 주먹을 뻗어 왔다.

진즉 은퇴했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였지만 매번 최악의 상황으로 흘러가면서 미루고 미룬 은퇴.

‘미뤄 두었던 은퇴는 죽음으로 이루어지는가?’

크림슨이 그렇게 말하면서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숱한 경험과 기술로 간신히 버티고 있지만 이젠 그마저도 한계였다.

자신의 실력으로는 눈앞의 거인 전사를 막을 수 없었다.

-대단하군. 전사장인 내가 아니었다면 다른 전사들은 많이들 죽었겠어.

스스로를 전사장이라 밝힌 거인이 크림슨을 안타깝다는 듯 바라보았다.

하지만 승부는 냉혹한 법.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는 인간에게 전사의 예우를 다해 단번에 죽여 주겠다는 듯, 전력으로 투기를 끌어 올렸다.

그런 서리 거인을 보면서 크림슨이 마지막 힘을 끌어모았다.

투기가 거대한 푸른 거인으로 변하면서 크림슨을 향해 내려치려는 순간.

-누가 감히 신성한 전사의 결투를 방해하는가!

전사장을 향해 날아든 한 줄기의 검격.

그것에 분노한 전사장이었지만 그것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콰아앙!

“자……넨……?”

“늦어서 죄송합니다.”

익숙한 얼굴.

과거 북동부에서 활약했던 천재.

아이언과 함께 아카데미 최강의 천재로 칭송받던 아리엘이 나타났다.

“자네가…… 왔다는 건……?”

“사령관께선 저기 계십니다.”

아리엘의 말에 멀리서 압도적인 위용을 보여 주고 있는 흐림르를 바라보았다.

더 이상 버티기 힘들었는지 형편없이 밀려나는 두 가주들 사이로 떨어지는 거대한 백색 검.

그 백색 검은 천하의 흐림르조차 두 팔을 들어 막아야 할 정도의 강력한 일격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모두의 귓가로 알림음이 들려왔다.

[아포칼립스 두 번째 스토리의 핵심인 서리 거인을 저지하세요.]

[서브 퀘스트로 ‘생존하라’가 생성됩니다. 압도적인 멸망으로부터 생존하십시오. 그것만으로도 여러분은 막대한 보상을 받게 될 것입니다!]

[히든 퀘스트 ‘인류의 희망을 도와 흐림르를 쓰러뜨리세요’가 생성됩니다!]

갑작스럽게 생성된 퀘스트들.

그리고 그 중심엔 백색 날개를 펼치며 나타난 제국의 ‘영웅’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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