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235화 (235/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235)

75. 북부에 드리우는 암운 (2)

대수림 한복판에 만들어진 거대한 폭풍에 근방에 있던 모두가 놀랐다.

하지만 개편안이 발표되고 아이언이 아리엘을 수련시키기 위한 것임을 알게 되자 모두들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기동 야전군에서 가장 마스터에 가까운 인물이 아리엘이었다.

그런 그녀가 벽을 넘는다면 앞으로의 싸움에서 기동 야전군은 보다 완벽한 작전을 구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보니 이제 우리도 북동부도 한 수 접어 줄 정도가 되었네?”

먼저 떠나는 카드로를 배웅하러 나온 카를이 기동 야전군을 보면서 말했다.

처음 북동부를 떠나 기동 야전군을 만들었을 때만 하더라도 언제쯤 이런 날이 올까 싶었다.

적어도 30은 다 되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것도 빠를 것이라 생각했던 카를의 예상과 다르게 기동 야전군은 빠르게 강해졌다.

이제 기동 야전군의 최상위 지휘관들은 대부분 6단계에 올라선 상황이다.

거기다 신형 비공선으로 이루어진 군단과 수많은 전투를 치르며 얻은 압도적인 보상으로 북동부군뿐만 아니라 북부군까지 합쳐도 비등할 정도로 성장했다.

‘만약 아리엘이 마스터가 된다면 정말로 그렇게 될지 모르겠네.’

대륙 최강인 아이언과 마스터가 된 아리엘이 있다면 제국군 2개의 군을 합쳐도 감당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많이 성장하긴 했네.”

카드로도 감회가 새롭다는 듯, 기동 야전군을 바라보다 피식 웃었다.

“이렇게 성장했어도 사령관님의 발목만 잡고 있으니…….”

“더 강해져야지.”

카드로의 말에 카를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어쩌면 이번 북동부에서 전투가 끝나면 자신들도 더 이상 발목만 잡는 존재가 아닌 유의미한 도움을 줄 수 있는 군대가 되어 있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먼저 간다.”

“그래.”

가장 먼저 움직일 수 있는 카드로의 22군단이 대수림을 떠나 북부로 향하기 위해 비공선에 올랐다.

제국 최강의 공군을 가진 22군단이 빠르게 움직이자 카를 역시 물자를 정리하기 위해서 제국 남동부로 향했다.

아직 남부 연합 쪽으로 사령부를 옮길 준비를 하지 못해 남동부까지 카를이 직접 움직여야 했다.

그렇게 카를까지 떠나자 남은 군단들과 직할대 역시 빠르게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정예화되는 21군단을 위해 많은 병력이 23군단으로 움직여야 했고, 21군단을 최정예 병력으로 만들기 위해 직할대들이 각 분야의 엘리트들만 파견해서 도움을 주어야 했다.

그러는 동안 많은 병력을 안게 된 세리덴 역시 23군단을 개편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그렇게 2개의 군단이 최소한의 개편 작업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북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개편 작업은 가는 동안 끝마친다.”

카온이 무미건조한 음성으로 명령했지만 모두들 아무런 이견 없이 고개만 숙였다.

그건 세리덴의 23군단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미 남동부에 있을 때 이런 경험은 숱하게 겪어 봤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기동 야전군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군대답게 기동 중에 훈련을 비롯해 모든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능숙해진 상황이었다.

군단급이 기동하면서 개편하는 것과 달리 직할대는 대수림에 남아서 개편했다.

기사단에서는 돌격대에 맞는 인원을, 돌격대에서는 기사단으로 보낼 인원을 추려 냈다.

마법 부대와 정령 부대 역시 마찬가지였다.

과거엔 그저 정령술을 다룰 줄 알면 정령 부대로 보내던 것과 달리 정령사들이 대폭 늘어나면서 마법에 재능 있는 자들을 전부 마법 부대로 보내고 정령 부대를 대폭 개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수림에도 영수와 정령들과 계약한 자들이 워낙 많았기에 자리가 꽉꽉 들어찼다.

병사들 중에서 재능 있는 자들을 고르고 골라 영입해도 후보자들이 넘쳐 난 것이다.

레인저들 역시 순수하게 정찰만을 위한 부대로 탈바꿈하기 위해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이렇게 거의 모든 직할대가 아이언의 명령에 따라 변화를 꾀하는 동안에도, 기동 야전군에는 큰 변화가 없이 돌아가는 곳이 딱 세 곳 있었다.

카를이 담당하는 병참 및 지원부대, 폴덴의 정보부대, 그리고 도미닉 스톤이 이끄는 포병 부대였다.

이들이 다른 군단과 다르게 대수림에 남아서 천천히 부대를 개편할 수 있었던 이유는 딱 하나였다.

숫자가 많지 않아 워프 게이트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

그 때문인지 대수림에서 최대한 개편을 마친 직할대들이 순차적으로 북동부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먼저 간다.”

“그래.”

개편을 마친 돌격대장 루뎀이 먼저 북동부로 떠나기 위해 자신의 쌍둥이 형제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숫자가 많지 않아 워프 게이트를 이용해 북동부로 이동하기로 한 직할대들이 하나둘 북동부로 떠나기 위해 워프 게이트로 향했다.

가장 먼저 돌격대가 떠나고, 뒤이어 마법 부대가 움직였다.

정령 부대에 있던 마법사들을 대거 불러들인 알란이 합격 마법진 몇 개만 가르친 후 곧바로 북동부로 떠나 버린 것이다.

그렇게 두 부대를 시작으로 레인저, 포병, 마지막으로 정령 부대와 정보부가 한꺼번에 북동부로 떠나면서 기사단을 비롯해 이곳을 지키는 기동 야전군 일부만 대수림에 남게 되었다.

“모두 사령관님이 계신 곳에 잡것들이 들러붙지 않게 철저하게 감시해라.”

“예!”

로뎀의 명령에 모든 기사들이 일제히 대답하고는 흩어졌다.

돌격대에서 넘어온 자들과 새로 뽑은 기사들은 훈련에 들어가야 해서 남은 기사들만으로 아이언과 아리엘이 훈련하는 지역을 지켜야 했기에 평서보다 긴장한 채 주위를 감시했다.

기동 야전군의 첫 번째 부사령관이 탄생하느냐 마느냐의 중요한 순간이었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긴장된 표정으로 주변을 살벌하게 감시했다.

그렇게 기사단의 호위 속에서 아이언과 아리엘이 훈련을 이어 나가는 동안 북동부로 간 기동 야전군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텅 비었네.”

폴덴이 북동부 사령부에 도착한 후 처음 내뱉은 말이 바로 이거였다.

텅 빈 사령부의 모습은 도저히 적응하기 힘들 정도였다.

북동부군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북부군이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병력 물자를 정리하기 위한 정말 최소한의 인원만 남고 모조리 산맥으로 가 있었다.

솔직히 사자가문이나 북부의 다른 가문에서 온 자들이라도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들까지 도착하는 대로 깡그리 산맥에 있는 방어 임무를 위해 차출되었다.

이미 예전에 도착한 중앙군과 남부군 일부, 그리고 동부군까지 모조리 서리 거인을 막기 위해 전선으로 투입되었다.

“생각보다 심각하네.”

폴덴이 레이븐의 보고를 들으며 심각하다 심각하다 생각했지만 직접 와 보니 보고랑은 비교가 되지 않았다.

“다른 직할대는?”

“아직 사령부에 남아 있습니다. 22군단이 도착하는 대로 같이 움직인다고 합니다.”

가장 먼저 출발한 22군단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고, 뒤늦게 출발한 21군단과 23군단은 아직 한참 남은 상황.

그렇기에 22군단이 도착하면 먼저 선봉 군단이 있는 곳으로 움직일 생각이었다.

“레이븐도 같이 움직여라. 일단 이곳 정보는 정보부만으로 해 보도록 하지.”

“예!”

카온을 대신에 북동부에서 고생했던 레이븐 부대장이 고개를 숙였다.

새로이 레이븐의 수장이 된 폴덴에게 불만이 있을 만도 하건만 아무런 불만 없이 고개를 숙이며 명령을 수행하러 가는 레이븐 부대장.

그건 다른 레이븐들도 마찬가지였다.

적어도 정보를 다루는 것에 있어서 폴덴은 기동 야전군 중에 최고였고, 무력 역시 사자가문 출신답게 나쁘지 않았기에 모두가 인정한 것이다.

그렇게 레이븐마저 먼저 움직이기로 결정한 후, 22군단을 기다리며 직할대가 남은 개편 작업을 마무리하는 데 집중했다.

그리고 마침내 기다렸던 22군단이 도착하기로 약속된 시간이 몇 시간 정도 남았을 때였다.

“뚜…… 뚫렸다 합니다!”

“뭐?”

정보장교의 보고에 보고서를 보며 앉아 있던 폴덴이 다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 선봉 군단의 전선 일부가 서리 거인에게 뚫렸습니다!”

다시 한번 보고하는 장교의 말에 폴덴이 이를 갈며 통신장교를 찾아갔다.

-치지직! 여기는 선봉 군단.

“전선 뚫렸다 들었다.”

-동쪽 전선 일부가 뚫렸다. 그곳으로 서리 거인 다수가 넘어올 예정.

“다른 곳은 뭐 하고!”

-여력이 없다. 서리 거인들과의 전면전이 시작되었다. 서리 거인의 왕이 깨어났을 것으로 추정.

통신장교의 보고에 폴덴의 눈이 크게 떠졌다.

“이런 미친!”

폴덴이 욕설을 내뱉으면서 곧바로 기동 야전군의 직할대장을 불러모았다.

“전선이 뚫렸어.”

“뭐?”

폴덴의 말에 루뎀이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전면전 시작이야. 22군단이 오면 곧바로 승선해서 동쪽으로 지원하러 가야 해.”

“하…… 미친.”

“서리 거인이 더 넘어오기 전에 우리가 동쪽을 막아야 한다.”

폴덴의 말에 직할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카드로에게는 내가 말해 놓을게.”

“……그래. 우리는 바로 움직일 수 있도록 준비할게.”

루뎀의 대답에 다른 직할대장도 다급하게 움직였다.

카드로의 22군단이 도착하기 전에 모든 준비를 끝마쳐 놔야 했다.

단순히 기동을 위한 준비가 아닌 전쟁에 바로 투입될 준비를 해야 하기에 바쁘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 동안 폴덴은 카드로에게 연락을 했다.

-미치겠군. 알았어.

폴덴의 말에 거칠게 머리를 헝클어뜨리면서 알겠다 말한 카드로가 비공선의 속력을 최대치로 높였다.

긴급 상황 속에서 예정보다 빠르게 22군단이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준비를 끝마친 직할대들이 전원 비공선에 승선했다.

애초에 직할대의 비공선들까지 모조리 카드로가 끌고 왔기에 무리 없이 모두가 승선하자 곧바로 선봉 군단이 있는 북동부의 최전선으로 향했다.

엄청난 규모의 비공선들의 숫자들이 일제히 선봉 군단을 향해 움직이자 후방에 있던 많은 이들이 놀랐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21군단과 23군단도 최대한 빨리 오라고 해. 난 사령관께 직접 보고하겠다.”

“예.”

폴덴의 명령에 정보장교가 다급히 움직였다.

-폴덴? 긴급이냐?

영상구에 비치는 로뎀의 말에 폴덴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서리 거인이 전면전을 시작했다.”

-……벌써?

“그래. 이미 전선 동쪽이 뚫렸어. 다행히 22군단이 제때 도착해서 어찌 막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문제는 그게 아니야.”

폴덴의 말에 로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서리 거인과의 전면전보다 중요한 일이 뭐가 있을까?

그런 의문에 찬 표정을 본 폴덴이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서리 거인의 왕이 깨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단다.”

-뭐? 확인된 거냐?

“최전선에 누가 있는지 잊었어?”

폴덴의 말에 로뎀의 표정이 굳어졌다.

대륙 최강을 다투는 사자가주, 자신의 아비가 있었다.

게다가 신검가주까지 있었다.

그 둘이 뭔가를 느꼈다면?

“사령관님은 멀었어?”

-후…… 아직. 미치겠네.

로뎀이 미치겠다는 표정으로 어찌할 바를 모를 때였다.

갑자기 멈칫거리는 로뎀.

“로뎀? 너 뭐 하냐?”

폴덴이 멍청하게 서 있는 로뎀을 보면서 물을 때였다.

-일단 우리가 그쪽으로 넘어갈 테니까 대단위 워프 게이트나 열어 놔.

“뭐? 사령관님은!”

폴덴이 무슨 미친 소리냐는 표정으로 말하자 로뎀이 말했다.

-사령관님의 명령이다.

“아…….”

로뎀의 말에 그제야 폴덴은 방금 전 멍청하게 있었던 것이 사령관님의 명령을 듣느라 그랬던 것임을 깨달았다.

-곧 부사령관님 깨어나시니까 사령관님도 곧바로 넘어오실 거다.

“……그래.”

폴덴이 로뎀과 통신을 끄고 곧바로 북동부 사령부에 모든 워프 게이트를 남부로 연결하라고 명령했다.

그렇게 기사단이 빠르게 이곳으로 넘어올 수 있도록 준비한 뒤, 계속해서 최전선에서 오는 정보를 취합해 보고했다.

어쩌면 제국의 모든 사령관이 모여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서부 사령관도 와야 할지 모르겠네.”

폴덴이 그렇게 중얼거리며 휘갈기듯 빠르게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미 기동 야전군과 서부군을 제외한 모든 사령관들이 북동부에 모여 있는 데다 쓰러졌던 아이언마저 합류가 예정된 상황.

그런데 그것으로도 모자라 서부 사령관까지 북동부로 와야 할 만큼 상황이 심각했다.

신화시대의 빛냈던 고대종 중 하나답게 서리 거인의 존재들은 강력했고, 대륙 최강인 제국군이 전부 모여도 감당하기 힘든 전쟁이 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증명하듯 최전선에서 병력을 지휘하는 크림슨의 표정은 어두웠다.

“이것이…… 멸망인가?”

크림슨이 산맥 너머에서 몰려드는 거대한 거인들.

그들은 가히 멸망이란 단어가 어울리는 존재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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