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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231화 (231/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231)

73. 망령수 (2)

악마가 히죽 웃으면서 아이언과 테리언을 바라보았다.

그가 보기에는 둘 다 충분히 먹음직스러운 존재들이었다.

-누구부터 죽여야 할까?

악마가 실로 고민된다는 듯, 턱을 문지르면서 중얼거렸다.

망령수의 계획을 망쳐 실망한 대다수의 지옥의 악마들은 자신들의 계획을 방해한 신의 사도를 죽이길 원했다.

하지만 그건 그들의 입장일 뿐, 이곳에 소환된 악마는 아니었다.

-소환되지 못한 패배자들은 꺼져.

계속해서 귓가에 중얼거리는 동료들의 칭얼거림을 무시하면서 짜증 난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부터 방해하는 새끼들은 돌아가는 대로 소멸형이다.

악마의 경고에 칭얼대는 목소리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에 만족하던 악마가 황급히 두 팔을 교차시키면서 가드했다.

그 순간 테리언의 신형이 사라지면서 광속과도 같은 찌르기로 악마의 심장을 노렸기 때문이다.

방심하는 순간을 노린 기습적인 일격.

하지만 테리언의 검은 악마의 심장을 찌르지 못했다.

쿠우웅!

테리언의 전력을 다한 찌르기를 정면에서 받아 낸 악마.

양손으로 테리언의 검을 받아 낸 악마의 두 눈에서 보랏빛 섬광이 뻗어 나왔다.

그것을 재빠른 움직임으로 피해 낸 테리언이 다시 한번 검을 찔러 넣으려 했다.

-아쉽군. 망령수를 망가뜨리느라 힘의 소모가 컸나?

악마가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공격하려는 테리언을 날려 버렸다.

지옥 게이트에서 보았던 테리언에 비하면 지금의 일격은 다소 아쉬웠다.

혀를 차면서 아쉬워하는 악마가 어느새 고개를 돌려 기습적으로 뒤에서 검을 내려치는 아이언의 일격을 막아 냈다.

-소환 시간은 30분이 전부인가? 아쉽군. 정말 아쉬워.

망령수가 희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이곳에 발을 디딜 수 있는 시간은 고작해야 30분이다.

거기다가 힘에도 제약을 받은 상황이었다.

지옥에서도 드높은 격으로 최상위에 위치한 자였기에 시스템이 ‘제약’을 건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 더 좋았다.

이 대륙에 신을 제외하고 자신을 상대할 자는 없었기에 이 제약은 오히려 자신의 흥분을 고조시켜 주는 소중한 것이었다.

-최대한 즐겨 주겠다!

‘아포칼립스’가 끝나지 않는 이상 자신이 이곳에 다시 올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시간이 소중했다.

지옥에서는 더 이상 자신에게 달려드는 놈들이 없었다.

그런데 눈앞의 인간들은 자신이 누군지 모른다.

게다가 제한된 힘이라는 것도 악마에겐 희열이 되어 주었다.

스스로 힘을 제약한 게 아니라 실제 힘 자체가 줄어든 상황이기에 더 실전 같은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다.

쾅! 쾅! 쾅!

-더! 더! 더! 더 해 봐라!

온갖 방법으로 아이언과 테리언을 몰아붙이면서 그들의 한계를 실험했다.

‘과연 이것도 막을 수 있을까?’라는 마음으로 더욱 강력한 힘을 발현해 몰아붙였다.

어디까지 막을 수 있을지 기대되는 표정으로 아이언과 테리언을 몰아붙이는 악마.

하지만 그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아쉽다!

테리언이 무리해서 결전기를 사용해 보았지만 위력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아이언 역시 신성력과 오러가 융합된 오러 블레이드에 균열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미 한계 시간을 초과한 지 오래였기에 망령수의 뿌리를 베어 낼 때와 같은 위력은 나오지 않았다.

콰앙!

“쿨럭!”

고작 10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만신창이가 된 테리언은 저 멀리 날아가 내상을 입고 기절했다.

아이언 역시 신성력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었지만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었다.

온전한 상태였어도 감당하기 어려운 악마였는데, 망령수한테 전력을 때려 박고 난 뒤라 악마를 상대할 여력이 없었다.

-아쉽군.

악마가 아쉽다는 표정으로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신의 사도라서 좀 더 기대했지만 망령수한테 힘을 소모한 게 너무 컸다.

-쯧! 날개라도 한 번 더 펼쳐 주지……. 아쉬워.

망령수의 뿌리를 베어 버릴 때 보여 주었던 날개.

그것을 다시 한번 보고 싶었지만 아이언에게 그런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숱한 위기를 넘긴 아이언답게 끈질기게 버텨 보았지만 악마의 힘이 너무 강했다.

쾅!

“쿨럭!”

전력을 다한 종 베기를 악마의 양 눈에서 뿜어지는 보랏빛 광선에 막혀 버리며 망령수에 처박혔다.

-흥이 식었다. 아쉽지만 마무리해야겠지.

악마가 아쉽다는 혀를 쩝쩝거리면서 아이언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오랜만에 지옥에서 나온 이 시간을 만끽하면서 방금의 전투를 음미했다.

다시 지옥으로 돌아가면 또 지루함만 가득한 생활을 할 것이다.

지옥을 생각할수록 짜증이 치밀어 올라서인지 아이언에 가는 발걸음이 점점 더 늦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흘렀고 망령수의 바람을 이뤄 주기로 계약되어 있는 바, 악마는 아이언을 죽이기 위해서 손을 휘둘렀다.

지이잉!

검지 끝에 뭉쳐지는 보랏빛 기운.

그것이 한계까지 압축되면서 단숨에 아이언을 향해 날아들려 할 때였다.

거대한 얼음의 창이 악마를 향해 날아들었다.

-또 다른 인간인가?

악마가 그렇게 바라보면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분명 인간치고는 대단한 경지에 오른 자는 분명했다.

하지만 방금 전까지 싸운 두 인간에 비하면 많이 부족했다.

게다가 고작 한 명이었다.

-그냥 꺼지거라.

악마가 괜히 아쉬움만 커질 것 같자 단번에 마도사를 죽이기 위해 힘을 끌어모았다.

바로 그때, 또 한 명의 인간이 나타났다.

그것이 끝이 아닌 듯, 연이어서 강자들이 나타나 악마를 향해 공격했다.

망령수가 죽으면서 악령에서 벗어난 영수들이 길을 터 주자 곧바로 망령수를 향해 온 선발대가 아이언을 죽이려 하는 악마를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마스터 무라딘부터 남부 사령관과 중앙 사령관까지 처음부터 협공을 시작했다.

척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힘을 가진 자이기도 했고, 아이언과 테리언을 무력화시킬 정도의 힘이라면 자신들이 처음부터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제법이야.

제법 놀 만한 인간들이 하나가 아니라 넷이다.

그런 이들이 신의 사도를 살리기 위해서 사력을 다해 자신을 공격해 왔다.

-좋군!

과연 저들이 자신으로부터 신의 사도를 얼마나 지킬 수 있을까?

자신이 역소환될 때까지 저들이 버틸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재밌었다.

“큭! 괴물 같은 놈.”

무라딘의 전력을 다한 공격을 별 무리 없이 쳐 내는 것도 모자라 반격까지 하는 악마를 보면서 무라딘이 이를 악물었다.

그건 다른 마스터들도 마찬가지였다.

무리해서 망령수로 온 동부 사령관의 전력을 다한 빙결 마법과 남부 사령관의 뇌전 마법을 보랏빛 기운으로 모조리 소멸시키면서 중앙 사령관과 무라딘의 공격을 받아 내고 있었다.

그래도 무려 마스터가 네 명이나 모여서 그런 것일까?

괴물 같았던 악마도 조금씩 밀려났다.

-좋아! 좋아! 짐을 더 막아 보거라!

악마가 더 강력한 자극을 원한다는 듯, 마스터들을 향해 더 강력한 힘을 쏟아부었다.

아이언과 테리언 정도는 아니지만 제법 여흥이 된다는 듯, 격렬하게 움직였다.

바로 그때, 그런 악마를 향해 엄청난 양의 마력이 집적된 요새포가 작렬했다.

쿠우우웅!

마스터급도 받아 낼 엄두가 안 나는 엄청난 빛줄기를 정면에서 받아 낸 악마.

하지만 괴물 같은 그는 그것마저 버텨 냈다.

어느새 하늘에 나타난 비공선들이 수많은 마력포를 망령수와 악마 쪽으로 날렸다.

괴목들이 망령수의 그늘에서 벗어나면서 제국군 역시 망령수가 있는 곳으로 날아올 수 있었던 것이다.

수많은 비공선들의 파상공세.

하지만 악마의 힘은 압도적이었다.

어느새 기사단이 합격진을 펼쳤고, 마법사들의 대단위 마법이 날아들었지만 그 모든 것을 악마 혼자서 받아 냈다.

그러고도 여유가 있는지 입가를 드러내며 웃은 악마.

-제법 재밌는 여흥이었다.

처음 날아온 강력한 요새포를 직격으로 받아 낸 악마가 일부 녹아내린 팔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피할 수 있었음에도 직접 받아 내 위력을 확인한 악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법 만족스러운 공격들.

매번 새로운 상대, 새로운 대적자에 대해 갈증을 느끼는 자신에게 아주 잠시나마 만족감을 준 힘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끝이었다.

-어느새 시간이 다 되었군.

수많은 공격을 받아 낸 악마는 이제 이 여흥을 끝낼 시간이 다가옴을 느꼈다.

자신과 망령수를 포위한 인간들을 바라보았다.

일부러 최소한의 공격만을 하면서 인간들의 공격을 받아 낸 건 여흥을 즐기기 위함도 있었지만 사실은 최대한 인간들을 이곳으로 모으기 위함도 있었다.

망령수가 자신을 희생해서 이곳으로 불러낸 대가로 원하는 것은 최대한 많은 인간들을 죽여 달라는 것이었다.

신의 사도를 최우선적으로 죽여야 했지만 다수의 인간들도 죽여야 하기에 악마는 한꺼번에 처리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제 그만 소멸되거라.

악마가 그렇게 말하면서 처음으로 등에서 검은 날개를 펼쳤다.

그 순간 주변에 보랏빛 기운이 가득 차면서 강력한 기운이 응축되기 시작했다.

그것을 느낀 사령관들과 마스터 무라딘이 온 힘을 다해 그것을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응축된 보랏빛 기운이 수천수만 개로 쪼개져서 단번에 인간들을 소멸시키기 위해서 움직이려 할 때였다.

-응?

망령수 쪽에서 강력한 신성력이 감지되었다.

그것은 악마의 드높은 격이 담긴 보랏빛 기운을 실시간으로 밀어냈다.

그것을 본 악마의 표정이 굳어졌다.

지옥의 드높은 위치에 있는 악마의 힘이 주신 본인도 아니고, 고작 신의 사도가 뿜어내는 신성력 따위에 밀리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콰득!

신성력이라는 거대한 빛에 숨겨져 있는 알 수 없는 힘.

그것이 악마의 보랏빛 기운이 응축된 빛 덩이들을 하나둘 부숴 나갔다.

-하……하하! 그것이었나!

신성력이 휘감긴 바람.

그것에 의해 자신의 힘이 실시간으로 소멸되어 가고 있음에도 악마는 즐거웠다.

어쩌면 망령수의 바람을 들어주기 못하고 계약 불이행으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상황이 너무나도 즐거웠다.

예정된 승리보다 설령 패배하더라도 마지막까지 결과가 알 수 없는 이 상황이 훨씬 더 마음에 들었다.

파멸적인 힘을 가진 보랏빛 기운과 새하얀 빛을 품은 폭풍이 격돌했다.

어느새 빛을 품은 바람은 인간들을 밀어내고 망령수를 두고 보랏빛 기운과 정면으로 힘 대결에 들어갔다.

그러는 동안 잠시 정신을 잃었던 아이언이 조금씩 의식을 차렸다.

“으음…….”

힘겹게 눈을 뜬 아이언의 귓가로 정신 차리길 기다렸다는 듯, 연이어서 알림음이 들려왔다.

[당신의 신성력에 망령수 안에 잠들어 있던 무언가가 깨어납니다.]

[?????와 감응할 수 있는 최소 기준치를 충족합니다.]

-?????가 임시로 당신과 가계약을 합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

그것이 정신을 잃은 자신과 가계약을 했고, 그와 동시에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는 악마를 상대로 맞서 싸우고 있었다.

미약한 힘이었지만 자신의 신성력을 이용해 보랏빛 기운에 맞서 싸웠다.

하지만 본래의 힘이 아니라서 그런지 자꾸만 악마의 힘에 밀려나고 있었다.

그것을 본 아이언이 미약하게 연결된 줄에 정신을 집중했다.

자신과 가계약한 무언가가 편하게 자신의 힘을 사용할 수 있도록 완전히 몸을 맡기는 순간, 일시적으로 아이언의 정신이 확장되었다.

‘창공?’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넓은 하늘.

그 안에서 모든 것을 관조하였다.

그 순간 이것이 자신과 가계약한 무언가가 평소 보던 것임을 깨달았다.

자연의 일부가 된 느낌과 함께 이질감이 느껴지는 보랏빛 기운을 창공의 기운을 휘감아 내리쳤다.

쿠우우웅!

거대한 빛의 폭풍이 수만 개로 분열된 보랏빛 구체들을 모조리 갈아 버리면서 악마를 휘감았다.

하지만 끝내 지옥의 악마는 보랏빛 기운을 뚫지 못한 채 소멸해 버렸다.

-하하하하! 재밌군! 재밌어! 이런 걸 원했다고?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었음에도 지옥의 악마는 환하게 웃었다.

-시간이 다 된 건가? 이번엔 내 패배군.

악마가 그렇게 말하면서 서서히 가루가 되어 가는 몸을 바라보았다.

즐기다 보니 어느새 망령수를 통해 이 땅에 강림할 수 있는 시간이 다 되어 버렸다.

이렇게 지옥으로 돌아가는 순간 계약 불이행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족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다시 올 것이다. 그러니…… 다음번엔 더 재밌게 해 줬으면 좋겠군.

아이언과 그의 몸 안에 있는 ‘무언가’를 바라보며 말한 악마가 환하게 웃으면서 지옥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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