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230)
73. 망령수
악마들이 스스로를 희생해서 망령수를 완성시키려 하자 아이언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그들을 바라보았다.
이기적이고 희열만을 찾아다니는 악마들이 어째서?
아이언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들을 보면서 물었다.
“어째서 망령수의 완성을 위해 너희들을 희생하는 거지?”
그의 물음에 키득거리면서 웃고 있던 악마들이 아이언을 빤히 바라봤다.
그런 그들을 향해 아이언이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지옥을 강림시킨다는 원대한 계획 때문인가?”
아이언의 물음에 악마들이 비틀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가?
-원대한 계획?
-킥킥! 그딴 게 있을 리가 있냐?
악마들이 그렇게 말하면서 아이언을 비웃었다.
그런 그들의 대답에 한참을 웃던 양머리가 아이언을 향해 말했다.
-더 재밌을 거 같으니까.
“뭐?”
-지옥이 여기 강림하면 더 재밌을 거 같으니까. 이유는 그거뿐이야.
지옥이 강림하면 인간들은 어떤 고통을 받을까?
악마들이 대륙 강림하면 외부 신들은?
주신은 어떻게 대응할까?
아포칼립스는 어떻게 진행될까?
이 모든 것들이 악마에게 흥미로움으로 다가왔다.
그것은 지옥의 어떤 것보다 짜릿한 재미를 가져다주었다.
이 재미를 위해서 악마는 어떤 것도 내놓을 준비가 되었다.
설사 그것이 자신들의 격과 힘, 목숨이라도 상관없었다.
이 재미를 완성시키기 위해서 자신들이 희생하더라도 웃으면서 죽을 수 있었다.
재미의 완성.
그것을 위해서 악마들은 망령수의 완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미친놈들.”
신검가주가 미친 듯이 웃고 있는 악마들을 향해 힘을 끌어 올렸다.
그건 아이언 역시 마찬가지였다.
망령수의 완성이 코앞까지 다가온 이상 뭘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전력을 끌어낸 아이언이 뱁새를 통해 주변에 강력한 신성력 결계를 만들어 냈다.
그러자 빛의 파장에 닿은 악령들이 그 즉시 소멸해 버렸다.
-역시 신의 사도인가?
빛의 파장에도 견뎌 낸 악마들이 기괴한 미소를 지으면서 아이언을 향해 달려들었다.
녹이 슨 도끼, 도축용 칼, 살점이 붙은 톱, 쇠사슬 등 하나같이 기괴한 무기들로 아이언을 향해 공격했다.
마치 이제는 신검가주는 더 이상 관심 밖이라는 듯, 오로지 아이언을 향해 달려드는 악마들.
그러자 자존심이 상당 신검가주가 온 힘을 다해 악마들을 공격했다.
“전부 뒈져라!”
테리언이 그렇게 말하며 하늘로 솟구친 순간 상공에서 수천 개가 넘는 별동별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나같이 막강한 힘을 담긴 빛 덩이들은 악마들만 노리고 날아들며 그들에게 치명상을 입히거나 죽여 나갔다.
‘저게 신검가의 비기인가?’
아리엘을 통해 몇 번이나 보았던 신검가의 비기 유성우.
하지만 형태는 완전히 달랐다.
뼈대는 신검가의 것일지언정 자신에게 맞게 개조한 아리엘의 유성우는 검술이라는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테리언의 유성우는 달랐다.
하늘을 뒤덮은 별동별은 악마들을 노리고 광속으로 내려들었다.
엄청난 숫자의 유성들 중 하나쯤은 아이언에게 날아들 만도 하건만 어떤 것도 아이언에게 닿는 건 없었다.
그건 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거대한 크기의 신수와 아이언을 피해 오직 악마들만 노리고 날아드는 유성들은 신기하게 악마들이 피하는 예상 지점으로 날아들었다.
하나를 피하면 또 하나가 날아들어 공격하는 셈.
콰과과과광!
거대한 폭음과 함께 주변을 박살 낸 유성우에 겁먹을 만도 하건만 악마들은 오히려 웃었다.
-크하하하! 그래! 이거야! 이거라고!
-더!더!더!
-신의 사도도 힘 좀 써 봐!
악마들이 동료의 죽음에도 광기를 일으키면서 더 공격하라고 난리를 피웠다.
그러나 아이언은 그들과 싸울 생각이 없었다.
신검가주가 내상을 입은 상태에서도 무리하게 결전기까지 사용하며 자신에게 길을 만들어 주었다.
그것을 헛되이 만들 생각 따윈 없었다.
“피닉스! 불태워 줘!”
아이언의 부름에 화답한 피닉스가 망령수의 뿌리를 향해 불길을 토해 냈다.
대지가 흐물거릴 정도로 강렬한 열기를 뿜어내는 불길에도 망령수의 뿌리는 재가 되기는커녕 버텨 내고 있었다.
평범한 나무가 아닌 망령수답게 피닉스의 불길마저 버텨 내는 듯싶었다.
하지만 나무는 나무.
아이언이 신성력으로 악령의 힘을 제거하자 뿌리 부분이 조금씩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부엉아! 지옥 게이트가 있는 부분까지 뚫어!”
이번엔 두 개의 달이 두 눈에서 빛을 뿜어내었다.
강력한 섬광이 대지를 뚫고 가로막는 뿌리들을 소멸시키며 지옥의 힘이 느껴지는 곳을 뚫어 냈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 사방에서 악령들이 몰려들었지만 아이언의 신성력에 대부분 소멸되어 갔다.
몇몇 강력한 악령들 다수가 모여들어 아이언을 공격하려 했지만 하늘에 떠 있는 천둥새의 번개로 인해 소멸되었다.
쿠구궁!
“천둥새! 막아 줘!”
오직 완전히 깨어나는 데 집중했던 망령수가 뿌리가 불에 타들어 가기 시작하자 가지를 움직여 반격하려 했다.
가지에 숨어 있던 악마들 역시 다수가 달려들었으나 천둥새가 폭풍을 일으키면서 전력으로 그것을 저지했다.
그러는 동안 아이언 역시 검을 뽑아 들고 본격적으로 뿌리를 베어 들어갔다.
오러 블레이드에 신성력을 불어 넣으면서 마구잡이로 참격을 뿌려 댔다.
그러자 거대한 뿌리들이 무 자르듯 손쉽게 베여 나갔다.
피닉스의 불길에도 버텨 냈던 뿌리들이 신성력과 융합된 오러 블레이드에는 맥을 못 차리고 잘려 나갔다.
-끼아아아아아아아악!
망령수의 두꺼운 뿌리들이 뭉텅이로 잘려 나가자 고통을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거대한 나무였던 망령수에 입과 눈이 생기고 끔찍한 비명을 질러 댔다.
그러자 가지로만 공격하던 망령수가 뿌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옥 게이트를 완성시키려고 움직이지 않던 뿌리들이 아이언을 잡기 위해 움직인 것이다.
“아프냐?”
괴성을 질러 대는 망령수를 보며 묻는 아이언.
그의 물음에 더욱더 분노하면서 공격하는 망령수였지만 아이언은 조금도 흔들림 없이 공격을 막아 냈다.
공격을 하면 할수록 피해만 커져 나가자 망령수가 당황하기 시작했다.
망령수의 드높은 격이 완성되지 않아 무식하게 단순 물리 공격만 했다지만, 그래도 무려 망령수의 육체이기에 마스터라도 압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런데 아이언의 힘이 오러 블레이드도 버텨 내는 뿌리를 무 자르듯 손쉽게 잘라 버린 것이다.
예상하지 못한 아이언의 힘에 망령수 입장에선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고민 역시 오래 할 수 없었다.
지금도 실시간으로 자신의 뿌리가 잘려 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옥과 현계를 이어 주는 뿌리 부분이 잘려 나가면 그만큼 통로가 작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빠르게 결정을 내려야 했다.
그런 망령수의 마음을 알았는지 악마와 악령이 스스로 망령수를 향해 몸을 내던졌다.
다급해진 아이언이 더 빠르게 뿌리를 베어 내고, 신검가주도 전력을 다해 검을 휘두르며 악령과 악마들을 죽여 나갔다.
[완성까지 : 99%.]
악마와 악령들의 희생으로 1%가 올라가면서 망령수의 완성까지 코앞으로 다가왔다.
다급해진 아이언이 전력으로 검을 휘둘렀지만 이 상태라면 결국 망령수는 완성되고 말 것이다.
“더 없는가?”
수없이 많은 악령들과 악마들을 베어 낸 신검가주가 지친 표정으로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아이언 역시 숨을 고르면서 망령수를 바라보았다.
이 상태라면 정말 완성되고 말 것이다.
“가주님은 뭐 없습니까?”
“하니 있긴 한데…… 쓰면 바로 리타이어일세.”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닙니다.”
아이언의 말에 테리언이 그 말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야 그렇다 치고…… 자네는?”
“저 역시…… 하나 정돈 있습니다.”
아이언의 말에 테리언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둘 다 숨겨 둔 한 수쯤은 있었다.
문제는 그걸 쓰고 나면 뒤가 없다는 점이다.
“이 뒤에 뭐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저것이 완성되는 것보단 낫겠지?”
“그렇게 생각해야죠.”
아이언의 말에 테리언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힘을 쓴다면 저 무성한 나무 앞을 절반 정도는 떨어뜨릴 수 있을 것 같네.”
“그렇다면 제가 뿌리를 베어 내면 되겠네요.”
테리언과 아이언이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뒤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직 망령수를 막겠다는 일념 하나로 모든 힘을 끌어 올리는 아이언과 테리언.
먼저 움직인 건 테리언이었다.
공중으로 뛰어오른 테리언의 검에서 아까처럼 수천 개가 넘는 엄청난 숫자의 참격이 생성되었다.
그 빛 덩이들이 뭉쳐 가더니 망령수를 뒤덮었다.
여기까지는 신검가의 유성우와 같았다.
딱 봐도 위험해 보이는 기술에 수많은 악령들과 악마들이 그것들을 막기 위해 날아올랐다.
그 순간 하늘에 뜬 유성들이 테리언이 뻗은 검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수많은 유성들이 하나의 빛을 휘감으면서 거대한 빛의 소용돌이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그 소용돌이가 검에서 뻗어 나가는 순간 망령수의 앞을 가로막던 악령들과 악마들이 일제히 소멸되기 시작했다.
“엄청나네.”
대륙 최강을 다투는 신검가주답게 어마어마한 기술이었다.
수많은 악마들을 불태우며 망령수의 잎을 불태우고 나뭇가지를 베어 나갔다.
그것을 본 아이언도 질 수 없다는 듯 거대한 오러 블레이드에 신성력을 최대치로 불어 넣었다.
“뱁새야.”
-짹!
아이언의 부름에 뱁새가 기다렸다는 듯, 대답하면서 정수리에 안착했다.
그 순간 아이언의 눈이 감기면서 거대한 오러 블레이드가 횡으로 휘둘리기 시작했다.
오직 이 일격에 망령수의 모든 뿌리를 베어 버리겠다는 생각만 하면서 천천히 거대한 오러 블레이드를 움직였다.
그것을 막기 위해 악마들이 모여들었지만 세 신수들이 사력을 다해 그것을 막아 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악마들이 신수들의 방어를 뚫고 아이언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순간.
-끄아아아악!
한 악마가 아이언의 몸에 손톱이 닿으려는 순간 빛이 뿜어져 나오면서 근방에 있는 모든 악마들을 소멸시켜 버렸다.
빛에 닿는 순간 몸이 녹아내리거나 재가 되어 가는 악령과 악마.
강력한 신성력에 감히 아이언을 막아 낼 엄두도 못 내는 악령과 악마였다.
그렇게 누구의 방해도 없는 상황에서 아이언의 검은 망령수의 뿌리를 단번에 베어 냈다.
엄청난 숫자의 뿌리들이 일격에 베여 가자 망령수가 끔찍한 비명을 지르면서 검은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끼아아아! 원통하다! 원통해!
처절하게 울부짖는 망령수.
완성이 코앞까지 다가왔는데 두 명의 인간에게 막혀 버렸으니 원통할 만도 했다.
망령수의 두 눈에서 쏟아지는 막대한 양의 피가 지상에 고이기 시작했고, 그럴수록 악기에 의해 생기 넘치던 고목은 시들어 갔다.
마침내 망령수가 마른 고목처럼 쪼그라들자 뿌리에 있던 지옥 게이트가 서서히 닫혔다.
“서…… 성공했나?”
아이언이 그렇게 중얼거린 순간, 고인 핏물 사이로 새로운 지옥 게이트가 열렸다.
망령수가 흘린 붉은 피에서 솟아난 것은 두 개와 뿔과 두 개의 날개를 가진 한 악마였다.
인간 크기의 작은 악마 하나가 아쉽다는 듯 혀를 날름거렸다.
-아쉽군. 아쉬워…….
그렇게 말한 악마가 일을 이렇게 만든 원흉인 아이언과 신검가주를 바라보았다.
-그래도 즐길 건 즐겨야겠지?
악마의 말에 아이언과 테리언의 표정이 굳어졌다.
나타난 순간부터 느껴지는 높은 격.
오래전부터 대륙 최강을 다퉜던 테리언마저 두려움이 일게 만들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진 악마의 등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