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228화 (228/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228)

72. 대수림 (3)

어둠 안개를 가르고 쏘아진 한 줄기의 빛.

그것은 기동 야전군이 자랑하는 거대한 요새포였다.

비공선들을 모아 공중에서 조립한 거대한 요새포로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마력포였다.

거기에 이번에는 조금 특별한 힘이 담겨 있었다.

그동안 기동 야전군이 영수들을 구출하면서 어둠 안개 속에 있는 악령들을 조사할 때, 아이언 역시 나름의 준비를 했다.

바로 거대한 요새포의 코어에 막대한 양의 신성력을 부여하는 것이었다.

여력이 될 때마다 할 수 있는 한계치까지 신성력을 때려 박은 덕분인지 거대한 빛줄기는 어둠 안개를 가르고 지나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주변을 순식간에 정화시켜 버렸다.

그렇게 요새포로 인해 난 일직선의 길을 따라 기동 야전군이 돌입했다.

“공명 준비!”

“준비!”

비공선을 책임지는 지휘관들이 어둠 안개 지역을 진입하며 재빠르게 소리쳤다.

그러자 비공선의 위쪽에서 둥근 장치가 튀어나오면서 마력을 발산했다.

그 순간 대장선에서 날아오른 작은 뱁새에게서 신성력이 마구 퍼져 나갔다.

그리고 그 퍼져 나간 신성력이 증폭돼서 모든 비공선과 공명했다.

웅웅웅~.

둥근 장치를 통해 공명하는 비공선들 주위로 신성력으로 이루어진 방어막이 생기면서 자체적으로 갖고 있던 마력으로 된 방어막과 융합되었다.

“공명식 융합 방어 결계 성공입니다!”

카를의 보고에 아이언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공허의 기운을 밀어내는 신성력과 마법사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악령을 막아 내는 배리어.

그 두 개가 융합하면서 완벽한 방어 결계가 만들어졌다.

그렇다는 건 적어도 어둠 안개에 의해 비공선이 타격을 받는 일은 없어졌다는 점이다.

안에 있는 병사들에게 악령이 깃들어 정신이 오염되는 일도, 공허의 기운에 비공선이 오염되는 일도 없이 빠르게 전진할 수 있게 되자 기동 야전군은 신속하게 망령수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런 그들을 막아선 것은 악령에 집어삼켜진 거대한 몬스터들과 야수들이었다.

“호……랑이인가?”

선두에 선 비공선에 탄 장교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빛깔이 전체적으로 어둡게 변했지만 형상만 보면 호랑이처럼 보였다.

그런데 뼈로 된 날개를 달고 날아오른 것도, 눈이 붉게 빛나면서 괴상하게 뒤틀려 있는 육체도 좀처럼 호랑이로 보기 힘들게끔 하고 있었다.

“오염된 영수에 악령이 깃든 형태라고 하네?”

“저런 녀석들이 많다는 거지?”

지상에서 괴이하게 육체 변이를 일으켜 날아오는 악령수.

거기다가 강력한 마력탄도 숲에서 비공선을 향해 날아들기 시작하면서 전진하기 까다로워졌다.

“이게 영상에서 봤던 공격인가?”

기동 야전군의 공군을 책임지는 카드로가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신수를 타고 가던 아이언을 향해 사방에서 날아들던 정체불명의 공격들.

그것이 비공선을 향해 날아들기 시작한 것이다.

대부분 비공선 함대와 함께하는 비룡 기사들이 요격을 했고, 나머지도 신성한 결계에 가로막혀 비공선 자체에 타격을 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전진할수록 공격해 오는 숫자가 많아지는 통에 그대로 뚫고 나가긴 어려웠다.

“징그럽네.”

“우엑!”

비룡 기사들이 헛구역질을 하면서 자신들에게 날아오는 마력탄을 바라보았다.

지상에서 날아오는 보랏빛 마력탄들.

그것의 정체는 거대한 보랏빛 나무들의 체액이었다.

개체가 변이하며 생겨난 거대한 입에서 뿜어진 액체는 나무가 갖고 있는 ‘수액’이라기보다는 ‘체액’이 맞았다.

수많은 동물들과 생명체를 잡아먹으면서 생겨난 이물질을 뱉어 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준비해. 온다!”

“예!”

아이언의 명령에 사전에 미리 들은 장교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미리 망령수가 있는 근방까지 탐색했던 영상이 있는지라 그걸 수십 수백 번을 돌려 보면서 작전을 짰던 기동야전군의 수뇌부였다.

어둠 안개 때문에 형체도 거의 보이지 않았지만 수백 번을 돌려 보면서 그것들의 공격 방식을 대략적으로 유추하고 그것을 토대로 대응 방식을 연구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전략 전술을 토대로 다음번에 올 공격을 예측했다.

“역시……. 저러니까 우리가 애먹었지.”

천천히 비룡을 타고 오던 신검가주가 혀를 차면서 말했다.

거대한 보랏빛 나무가 하늘을 나는 모습을 모두가 멍하니 지켜보았다.

한두 개체면 이해라도 하는데 수만 그루의 괴목들이 나뭇잎을 휘날리며 나는 모습은 괴이했다.

“시작되나?”

거대한 괴목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늘을 나는 나무들이 나뭇가지를 늘리며 비공선을 향해 공격을 시작한 것이다.

그 숫자가 수만 그루가 되니 날아오는 나뭇가지들은 가히 1억 개가 넘는 숫자였다.

“마력포 장전!”

“일반포도 장전해! 가까이 붙는 악령수들을 날려 버려!”

괴목들의 공격에 비공선들이 대응하기 시작했다.

강력한 요새포를 날리면서 길을 뚫었고, 양옆에 달린 일반 대포들로 악령수들을 날려 버렸다.

그러는 동안 비룡 기사들 역시 바쁘게 움직였다.

“비룡 기사들은 나뭇가지들을 막아!”

“정신 차려! 조금이라도 방심하는 순간 그대로 죽는다!”

선임급 비룡 기사들이 초임 기사들을 향해 호통을 쳤다.

나뭇가지들이 채찍처럼 날아들어 빈틈을 노리기 때문에 자칫 방심하는 순간 그대로 꿰뚫려 죽는다.

그렇기에 기사급이라도 긴장한 채로 모든 감각을 끌어 올려 대응해야 했다.

“남부군에서 온 정보입니다! 적들이 기동 야전군이 있는 쪽으로 몰려오고 있다는 보고입니다!”

“동부군에서 온 정보입니다! 현재 강 유역의 괴목들이 천천히 기동 야전군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합니다!”

“중앙군에서 온 정보입니다! 오염된 숲의 영역이 전체적으로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전부 망령수가 있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사방에서 날아드는 정보에 아이언이 진중한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했다.

대수림을 장악한 망령수가 자신들을 위협하는 세력 중에 어느 쪽이 가장 위험한지 파악이 끝난 듯싶었다.

나머지는 곁가지일 뿐 진짜는 기동 야전군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듯, 자신들의 전력을 기동 야전군이 있는 곳으로 끌어모으고 있었다.

“총력전인가?”

아이언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저 멀리 있을 망령수를 바라보았다.

신의 사도라 그런 것일까?

누구보다 민감하게 망령수의 기운이 느껴졌다.

거대한 망령수의 뿌리에는 지옥으로 향하는 게이트가 열리고 있었다.

오염된 마나를 뿜어내는 공허 게이트도 위험하지만 지옥의 문이 열리는 것보단 나았다.

지옥에서 올라오는 악마들은 실로 골치 아픈 존재들이다.

강한 것도 문제지만 영악한 놈들이라는 점이 문제였다.

만약 대수림을 악마들이 장악한다면?

앞으로 이쪽 남부는 제국에 큰 골칫거리로 남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기 전에 망령수를 흔적도 없이 날려 버려야 했다.

그러나 이건 망령수도 마찬가지였다.

지옥 게이트를 여는 데 가장 크게 방해되는 존재가 바로 아이언이었다.

악령과 타락한 기운을 실시간으로 없애는 막강한 신성력에 개인적인 무력도 어마 무시했다.

게다가 강력한 신수들을 데리고 있어서 정화된 영수들을 소멸되게 놔두지 않고 회복시켜서 적으로 돌변하게끔 했다.

지금 망령수 입장에선 아이언이 죽일 놈이나 다름없었다.

‘저 새끼만 없으면 되는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망령수와.

‘저것만 없애면 되는데!’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아이언이 서로가 있는 방향을 노려보았다.

제국군의 목표는 간단했다.

지옥을 대륙에 소환하려는 망령수를 최우선적으로 제거하는 것.

대수림의 정화는 그다음이다.

그렇기에 기동 야전군을 필두로 제국군이 망령수에게 도달하는 가장 빠른 길로 전진하는 것이다.

“남부군에서 기사단과 마법 부대를 지원하겠다 밝혔습니다. 남부 마탑 역시 비공선을 타고 직접 기동 야전군으로 오고 있습니다.”

통신장교의 보고에 아이언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중앙군 역시 기사단을 기동 야전군에 지원하겠다 합니다. 그런데 중앙군은 사령관께서 직접 이끌고 오신다 합니다.”

“오시는 데 불편한 없도록 최대한 배려해 드려.”

“예!”

아이언의 명령에 카를이 카드로에게 급히 연락했다.

“동부군은 시간 맞춰서 망령수 인근까지 강을 타고 올라오겠다고 합니다.”

“위험할 텐데?”

“많은 숫자의 괴목들이 자리를 이탈하면서 여유가 생겼다고 합니다.”

“그래도 위험할 텐데……. 큰 결심을 하셨군.”

아무리 강이 크다고 하더라도 바다보다는 아닌 법.

그런데 위험을 감수하고 강을 타고 괴목들이 자리하고 있는 곳을 지나 망령수가 있는 곳으로 온다는 결정을 한 건 동부 사령관 역시 시간이 급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사령관들이 기동 야전군을 최대한 지원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그들 역시 오랫동안 짬밥을 먹은 사람들답게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뭐가 제일 중요한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이번 전쟁의 핵심은 기동 야전군이 망령수에 도달하느냐 못 하느냐였다.

그곳에서의 싸움은 또 다른 문제였지만 일단 기동 야전군이 망령수에 도착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임무를 다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만큼 시간 내에 망령수에 도착하는 게 중요했다.

-망령수가 악령들을 흡수해 완성 시간을 앞당깁니다.

-완성까지 : 91%.

“이런!”

갑작스럽게 들려온 알림음에 아이언이 이를 악물었다.

망령수 역시 뭐가 제일 중요한지 잘 알기에 부하들을 희생시켜서라도 일단 자신을 완성하고자 한 것이다.

순식간에 1%가 올라가 버리자 급한 것은 제국군이 되었다.

-망령수가 대수림에 퍼뜨린 힘을 회수하며 완성 시간을 앞당깁니다.

-완성까지 : 92%.

또다시 1%가 올라가자 아이언은 다급해졌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추가로 퍼센트가 올라가지 않았지만 이대로 미적거리다가는 망령수까지 도달하기 전에 지옥 게이트가 열릴 판이었다.

“단독으로 움직일 거다. 보조해!”

그렇게 명령한 아이언은 부하들이 만류할 새도 없이 곧바로 신수를 타고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러자 그런 그를 막기 위해 괴목들이 공격해 들어왔지만 피닉스의 불길로 모조리 불태워 버리면서 길을 열었다.

“사령관님을 위해 길을 열어라!”

“비룡 기사단은 뭐 해! 사령관님을 보조해!”

비룡 기사단과 비공선을 담당하는 지휘관들이 악을 쓰면서 앞서 날아가는 사령관을 뒤따랐다.

모두가 사령관에게 길을 열어 주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사이 카드로는 22군단의 대장선에서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했다.

그러고는 급하게 세리덴과 아리엘에게 통신을 걸었다.

“세리덴.”

-왜?

“너 지금 당장 중앙군 사령관님과 남부 사령관님, 마스터 무라딘을 모시고 올 수 있겠냐?”

-나보고 지금 전력에서 이탈하라고?

카드로의 말에 세리덴이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래.”

카드로가 하는 말에 인상을 찡그리던 세리덴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리엘 넌 3개 군단의 핵심 전력만 데리고 사령관님을 따라가.

그의 말이 아리엘과 세리덴은 침묵했다.

“너희도 알다시피 이거 시간 싸움이야. 사령관님을 망령수까지 보내는 것. 그것이 이번 전쟁에서 우리가 할 일이지.”

카드로의 말에 두 군단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봤을 때 우리 기동 야전군의 주력이 할 수 있는 일은 저 괴목들로 구성된 방어진을 뚫는 것까지다. 나머진 마스터와 각 군의 핵심 전력들이 할 일이야.”

카드로는 그렇게 말하면서 두 군단장을 바라보았다.

“아리엘 넌 직할대의 핵심 전력들을 데리고 사령관님을 보조해. 세리덴 넌 사령관님들과 각 군의 주력들에게 길을 열어 주는 데 집중하고.”

-……넌?

아리엘의 물음에 카드로가 단호하게 답했다.

“난 여기에 남아서 너희를 위해 길을 열어 줄 거다.”

카드로의 말에 두 군단장이 한참을 침묵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겠다.

망령수까지 가는 것.

그들의 사령관님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것.

모두가 욕심나는 것들이다.

그 모든 것을 포기하고 카드로는 뒤에 남기로 했다.

그런 그의 결정을 아리엘과 세리덴은 존중하기로 했다.

-남은 병력의 지휘권을 너한테 맡기겠다.

-나 역시.

둘이 그렇게 말하면서 통신을 끊었다.

그러고는 기동 야전군 전체에 통신을 열었다.

“지금부터 하늘은 내가 지휘한다! 우리가 할 일은 단 하나! 사령관님이 무사히 망령수에 닿으실 수 있도록 길을 여는 것뿐이다!”

카드로가 그렇게 말하면서 눈을 빛냈다.

“그러니까 모두 목숨 걸고 이 작전에 임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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