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224)
71. 승리! 그리고 남부 통합을 위한 두번째 전쟁
신검가주가 정말 아쉽다는 표정과 함께 검을 들어 올렸다.
어느새 검게 물들었던 주변 풍경은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늦게 왔으니 잔챙이라도 처리해야겠지.”
신검가주가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으로 검을 들어 올리며 말하자 타락한 신이 분노의 괴성을 질러 댔다.
소멸된 힘을 흡수해서 수천의 촉수를 날리고, 둥둥 뜬 어둠의 구체에 눈을 만들어 광선을 날렸다.
“뭣…….”
광선이 날아오다가 소멸되는 것을 본 아이언이 눈을 부릅떴다.
타락한 신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스터급 눈으로도 좇지 못할 정도의 빠른 검속이 타락한 신의 공격을 모조리 격파했다.
아무리 아이언에 의해 거의 대부분의 힘을 소모했다고 하더라도 신의 공격을 무리 없이 격파하는 건 굉장한 일이었다.
게다가 단순히 빠르기만 한 게 아니었다.
“쓸 만하군.”
신검가주가 자신의 검에 맺힌 빛을 보면서 빙그레 웃었다.
“그게…… 뭡니까?”
어느새 자신의 옆으로 다가온 신검가주를 보며 아이언이 물었다.
“별의 힘이라던가? 뭐…… 쓸 만은 한 것 같더군. 요거 덕분에 검의 빠르기에만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어.”
파괴력은 별의 힘에 맡기고 자신은 검속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인간이라면 단순한 빠르기에만 집중하면 그만이겠지만 몬스터를 비롯해 알 수 없는 존재들이 나타난 이상 단순히 빠르게 모든 걸 걸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 때문인지 신검가주의 경지도 늪에 빠진 것처럼 조금도 발전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주신에 의해 능력이 생긴 이후 신검가주의 힘은 더욱 강해졌다.
검술 자체도 한 차원 더 높은 경지를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걸 증명하듯, 신검가주가 검을 흩뿌릴 때마다 타락한 신의 모든 힘이 소멸되어 갔다.
“자네도 뭔가를 얻은 것 같던데……. 길을 찾은 것인가?”
신검가주의 물음에 아이언이 작게 미소를 지었다.
“재밌군.”
피식 웃은 신검가주가 남은 타락한 신의 힘을 완전히 끝내기 위해 힘을 끌어모았다.
그 순간 그의 신형이 사라지더니 반대편에 나타났다.
-……주신이 신의 사자만 믿고 있었던 게 아니란 말인가?
타락한 신의 목소리에 테리언과 아이언이 동시에 그를 바라보았다.
-그래도 아직은 부족하군.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이르지 않는 이상 자신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없다는 말에 테리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하지만 방금의 일격으로 그 역시도 깨달은 게 있었다.
‘근원에는 거의 타격을 입히지 못했군.’
테리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자존심이 상한 것이다.
만약 차원 게이트가 닫히지 않다면 저 힘은 다시금 본체로 돌아갔을 것이다.
그나마 주변에 주신의 힘이 가득하기에 서서히 소멸되고 있는 것이다.
표정을 구기고 있는 테리언을 보면서 타락한 신이 기괴하게 웃었다.
-다음에 만나면 제법 재밌는 싸움을 할 수 있겠어.
타락한 신이 한쪽 눈으로 신검가주를 바라보면서 중얼거린 후, 검은 가루가 되어 소멸되었다.
찜찜한 표정을 지은 테리언이 검을 가볍게 털어 버리고는 검집에 넣었다.
“앞으로 저런 녀석이 많이 나올 것 같은가?”
테리언의 아이언에게 다가와서 물었다.
“글쎄요……. 한 가지 확실한 건 지금보단 더 힘든 상황이 올 거라는 겁니다.”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고대 신이 했던 말들을 들려주었다.
고대 신은 앞으로 있을 멸망에 이름 하나 남기고자 이런 일을 벌였다.
그만큼 멸망의 때를 버티기 어렵다는 뜻이었다.
이제 멸망의 첫 번째 스토리가 시작되었다.
그렇다는 건 지금 타락한 신이 나온 건 시작에 불과하다는 말이었다.
앞으로 더한 존재들이 계속해서 인류를 위협할 것이고, 살아남기 위해선 그런 존재들을 모조리 죽여야만 했다.
“재밌겠군.”
아이언의 말을 전부 들은 테리언이 재밌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무인에게 죽음이란 언제나 옆에 둬야 하는 것이었다.
죽음을 두려워해선 절대 앞으로 전진할 수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테리언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 강자와의 싸움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컸다.
“다음번엔 일찍 합류할 테니 내 것도 좀 남겨 두시게.”
“……예.”
아깝다는 듯, 입맛을 다시는 테리언을 보면서 아이언이 애써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테리언에게 이 전쟁은 단순한 놀이에 지나지 않았다.
자신의 실력을 더 키우기 위한 놀이.
테리언보단 덜 하지만 사자가주인 라이언 역시 마찬가지였다.
‘검에 미친 자들.’
그랜드 마스터를 넘보는 두 명의 무인은 둘 다 미친놈이었다.
그런데 이들만 이런 게 아니었다.
과거에 그랜드 마스터에 이르렀던 자들의 기록을 보면 하나같이 미친놈들뿐이었다.
단 하나 예외라면 용사라 불린 이들뿐이었다.
주신의 축복으로 성장한 용사만이 미치지 않고 온전한 성정으로 벽을 넘었다고 알려졌다.
물론 용사가 정말 착한 놈인지는 알 수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랜드 마스터에 이른 자들은 저마다 한 가지에 미쳐 사는 놈들뿐이었고, 어딘가 기괴하게 일그러진 자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어느 한 가지에 미쳐야만 올라설 수 있는 경지.
그게 바로 그랜드 마스터였다.
“나도 미쳐야 하나?”
아이언이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검을 바라보았다.
과연 자신이 검에 미쳤는가?
아니면 신수에 미쳐 사는 존재였나?
두 가지 모두 아니었다.
그저 멸망이라는 존재를 막기 위해서 퀘스트를 깨고, 적들을 막고 또 막았을 뿐이다.
정신없이 적을 막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싸워 왔다.
북동부부터 동부, 북부, 중앙, 남부로 이어지는 전투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러다 문득 전생에서의 전투까지 생각났다.
살기 위해 이 땅을 밟고, 그때부터 아이언의 삶은 쭉 전쟁 같은 삶이었다.
오로지 살기 위해 움직였고, 몰려오는 적들을 막아 냈었다.
“아…….”
아주 잠시 스쳐 지나가는 무언가.
자신의 다음 경지로 향할 뭔가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지만, 그게 무엇인지 명확하게 잡히지는 않았다.
“틀리진 않았어.”
그랜드 마스터로 향하는 뭔가가 있다는 것을 감지했지만 아쉽게도 그게 끝이었다.
하지만 전혀 소득이 없는 건 아니었다.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무언가를 통해 이 길이 틀리지 않았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거면 충분해.”
자신이 가는 길이 올바르다는 것.
그것이면 충분했다.
언젠가 다시 그랜드 마스터로 향하는 열쇠가 나타날 것이고, 그때는 벽에 다다를 테니, 문을 열고 다음 경지로 가면 되었다.
모든 상념을 끝낸 아이언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느새 자신의 주변에 기동 야전군의 핵심 인재들이 모여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고맙다.”
아이언의 고맙단 말에 지휘관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동부 사령관과 남부 사령관이 다가왔다.
“이건 설마, 더 멀리 도망가려는 건가?”
동부 사령관이 너스레를 떨면서 말했다.
반면에 남부 사령관은 심각한 표정으로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한참을 고민하던 그가 조심스레 물었다.
“혹…… 다음 경지로 향하는 실마리를 찾은 것인가?”
남부 사령관의 물음에 웃고 있던 주변 사람들이 일제히 입을 다문 채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그건 저 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테리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정돈 아닙니다. 그저 이 길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 게 된 것뿐입니다.”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검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몇몇 이들은 아쉬워했다.
반면에 경지에 이른 자들은 부러워했다.
그들 중에는 마스터인 동부 사령관과 남부 사령관도 포함되어 있었다.
자신이 가는 길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
그것을 아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알았기 때문이다.
마스터에 오르고 나서 성장이 멈추는 가장 큰 이유가 완성되었다는 자만심으로 다른 길을 찾아 힘을 키우려는 것이었다.
그랜드 마스터라는 보이지도 않는 험난한 길이 아닌, 쉽고 빠른 다른 길을 찾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언은 비록 험난하더라도 길을 찾았다.
남은 건 그 험난한 길을 걸어가면 될 뿐.
“축하하네!”
동부 사령관이 그렇게 말한 순간, 갑자기 알림음이 들려왔다.
저항하던 소수의 사람들마저 제압하고, 도망치던 남부 연합의 수뇌부를 모조리 체포하는 순간 제국군에게 알림음이 들려온 것이다.
[남부 연합과의 전쟁에서 승리하셨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차등 분배됩니다!]
[타락한 신을 상대로 승리하셨습니다. 첫 번째로 신급 존재와의 전투에서 승리하셨습니다. 보상이 추가됩니다.]
-전쟁의 승리로 주신의 영역이 남부로 확대됩니다.
-고대 신들이 주신의 종이 되었습니다.
-고대 신과의 승리로 주신의 대륙에 관여할 수 있는 힘이 대폭 증가됩니다. 그에 따라 퀘스트 수준과 보상이 대폭 상승합니다.
연이어서 들려오는 알림음에 모두가 반투명하게 보이는 알림창을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어떤 보상이 들어왔는지 확인하느라 정신없는 부하들.
하지만 동부 사령관이나 남부 사령관은 그들을 벌하지 않았다.
본인들도 보상을 확인하느라 정신없었기 때문이다.
아이언 역시 자신의 보상을 확인했다.
[전쟁에서 가장 큰 활약을 하셨습니다.]
[타락한 신을 상대로 가장 큰 기여도를 획득합니다.]
[이미 최상위 고유 스킬을 보유했기에 보상이 변경됩니다.]
[변경할 보상 확인 중…….]
또다시 보상이 보류되었다.
하지만 이마 겪어 본 일이기에 그러려니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짹!
어느새 뱁새가 나타나 아이언의 몸에 치유의 힘을 불어 넣었다.
그러자 드러눕고 싶었던 몸이 조금은 회복되는 느낌이 들었다.
“후…… 뱁새의 활력 맛은 최고네.”
-짹! 짹짹짹!
뱁새가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얌전히 회복이나 하라고 말하고는 아이언의 몸을 치유하는 데 집중했다.
아이언이 뱁새의 호된 질책에 얌전히 회복에 집중하는 동안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둘 보상 확인을 끝냈다.
큰 활약을 한 남부 사령관과 동부 사령관 역시 확인이 끝났는지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만족스러우십니까?”
아이언의 물음에 환하게 웃고 있던 동부 사령관이 헛기침을 했다.
그건 남부 사령관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른 이들 역시 충분히 만족스러웠는지 환호성을 질러 대면서 기뻐했다.
반면에 아이언처럼 보상이 보류된 이들이 존재하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도 있었다.
그중에는 테리언 역시 있었다.
어떤 이는 의아함을, 어떤 이는 환호성을 지르는 상황 속에서 다 끝난 줄 알았던 알림음이 다시 들려왔다.
[멸망의 첫 번째 스토리는 아직 다 끝나지 않았습니다. 대수림마저 정복해 멸망의 첫 번째 스토리를 승리로 장식하십시오.]
-대수림에 있는 타락한 고대 신들을 완전히 소멸시키세요.
-타락한 신이 대수림을 통해 완전 강림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저지시키십시오.
-승리 시 : 기여도 탑 100 : 주신의 축복, 탑 100 ~ 1,000 : 보상×2, 나머지 막대한 보상.
-패배시 : 타락한 신의 육체 일부 강림, 대수림의 오염.
갑작스럽게 나온 퀘스트에 다들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남부 연합과 승리한 후 쉴 수 있을 줄 알았던 제국군 같은 경우 더욱 충격 먹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압도적인 위압감을 보여 주었던 신급 존재가 강림한다는데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거…… 승리에 취할 때가 아니었군.”
“대수림이 남아 있었지.”
동부 사령관과 남부 사령관이 헛웃음을 터뜨리면서 병력을 지휘하기 위해 날아올랐다.
그러자 아이언 역시 주변에 있는 지휘관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준비해.”
“예!”
아이언의 짤막한 명령.
그러나 기동 야전군에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