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223)
70. 타락한 신 (2)
홀로 고대 신이 희생해서 만든 차원 게이트를 없애려는 것이 고까웠는지 타락한 신이 아이언을 주시했다.
고대 신이 확장시킨 차원 게이트를 향해 막대한 힘을 쏟아부어 유지시키는 건 타락한 신이었다.
그런데 그 차원 게이트를 인간 주제에 홀로 줄어들게 만들고 있었다.
아무리 외부에서 차원 게이트를 유지시키는 것이 몇십 배나 힘든 일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은 신이었다.
그런 그가 고작 인간 따위에게 밀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쿠구궁!
갑자기 줄어들던 차원 게이트 일부가 무너지기 시작하자 아이언의 표정은 굳어졌다.
차원 게이트가 무너진다면 단순한 차원 균열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사도급 존재는 나오지 못할 텐데, 타락한 신은 일부러 차원 게이트에 균열을 야기하고 있었다.
“일부러? 대체 왜?”
그리고 그 이유를 아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차원 게이트를 뚫고 거대한 촉수 일부가 삐져나왔다.
그것은 지상으로 쭉 뻗어 나왔다.
타락한 신의 신체 일부가 지상으로 나온 것이다.
그것을 본 아이언이 더욱 강력하게 신성력을 뿜어냈지만 신의 신체가 넘어오는 걸 막을 수 없었다.
주신의 힘이 담긴 신성력이었지만 사용하는 주체가 인간이었기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뱁새의 신성이 담겼기에 타락한 신의 신체가 넘어오는 걸 최대한 억제했다.
“……대가가 있을 텐데?”
아무리 격이 높은 신이라도 무리하게 차원 게이트를 통해 강리하려 한다면 대가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아이언의 추측은 맞았다.
거대한 촉수가 지상에 가까워질수록 차원 게이트는 부서져갔고, 강제로 벌려진 구멍은 점차 좁아졌다.
그리고 그 구멍은 촉수가 땅에 닿는 순간 게이트가 완전히 사라지며 거대한 촉수만 덜렁 남게 되었다.
“저게 대체…….”
“뭐지?”
차원 게이트가 사라지고 남은 거대한 촉수.
그것이 줄어들며 하나의 모양을 만들어 냈다.
거신보다 조금 작은 형태의 괴상한 생명체는 수십 개의 눈으로 가만히 아이언을 노려보았다.
“스스로를…… 희생한 건가?”
-정답이다.
아이언의 물음에 정답이라는 듯, 타락한 신이 대답했다.
-나의 격 일부와 신체 일부를 희생해서 이곳에 친히 강림했노라.
타락한 신의 말에 아이언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러자 멀리서 이곳을 지켜보던 동부 사령관과 남부 사령관이 다급히 다가오려 했다.
막고 있는 칼로스와 욜크를 부하들에게 맡겨 둔 채 오려는 그들을 향해 아이언이 다급하게 외쳤다.
“모두 물러나라!”
아이언의 말에 세리덴을 비롯한 부하들이 멍하니 그를 바라보자 아이언이 재차 고함을 질렀다.
“물러나라고! 사령관님들도 오지 마십쇼!”
-제법 판단력이 좋군.
괴상한 형체에서 입이 생기며 징그러운 미소를 그렸다.
모두를 물러나게 한 아이언의 판단은 옳은 것이었다.
-비록 내 힘의 1할도 가져오지 못했지만 짐은 신이니라. 그런데 홀로 막을 수 있겠느냐?
그의 말대로 타락했더라도 신은 신이다.
1할의 힘도 사용하지 못한다지만 그 막강한 힘과 격은 결코 마스터 따위가 견딜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나마 아이언이 버틸 수 있는 건 주신의 사도이기 때문이다.
지금 남부 연합의 도시에서 타락한 신의 힘을 견딜 수 있는 건 아이언 혼자뿐이다.
“그런 것치고 너 역시 날 잡기 위해 대가를 치르고 강림한 거 아닌가?”
아이언의 물음에 타락한 신이 기괴한 웃음을 흘렸다.
-비록 내 힘의 일부가 소멸할지라도 주신의 사도를 죽일 수 있다면 남는 장사일 것이니……. 이 어찌 손해라 할 수 있겠는가?
“그런 말은 죽이고 나서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아이언이 덜덜 떨리는 손에 힘을 주며 말했다.
어느새 아이언의 주변에는 검게 물들어 있었다.
새까만 밤이 내려앉은 것 같은 풍경은 타락한 기운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주신의 사도인 아이언의 신성력으로도 정화할 수 없을 만큼 끈적한 힘들이 주변을 감싸자 신수들이 다급하게 아이언의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뱁새 역시 아이언의 머리에 자리하며 신성력을 최대치로 증폭시켰다.
-같잖은 발악.
타락한 신이 아이언의 힘을 보며 기괴한 입을 뒤틀며 웃었다.
벌레가 발악해 봤자 인간의 손바닥 안에 있는 것처럼 아이언이 무슨 발악을 하든 타락한 신은 갖고 놀 수 있는 힘이 있었다.
콰앙!
촉수가 합쳐져서 나타난 손바닥이 가볍게 휘젓자 아이언을 건물에 처박히게 했다.
어느새 수천의 검은 손이 만들어지며 아이언을 향해 날아들었다.
하지만 아이언 역시 마스터였다.
검의 정점에 선 무인답게 수천의 검은 손을 모조리 갈라냈다.
-요것도 막아 보려무나.
장난치듯 말하는 음성과 함께 주변에 검은 기운이 뭉치며 무차별적으로 쏟아졌다.
그러자 아이언의 몸에서 신성력이 뿜어지며 주변의 모든 타락한 기운을 소멸시켜 버렸다.
-제법이다. 제법이야!
타락한 신이 재밌다는 듯, 다양한 공격을 아이언에게 날렸다.
마치 벌레에게 실험하는 것이 이런 것일까?
신적 존재가 인간을 실험하는 기분으로 다양한 공격을 날렸다.
타락한 신은 그저 장난하는 기분으로 날린 공격이었지만 아이언은 모든 공격을 전력을 다해 방어해야 했다.
1할도 안 되는 힘에 농락당하는 아이언.
대륙 최강을 다투는 아이언이지만 신에겐 벌레와도 같았다.
-제법 재밌는 여흥이었다. 그러나 지루하구나.
타락한 신이 그렇게 말하며 몸에 있는 모든 촉수를 하늘로 날렸다.
그러자 거대한 검은 팔이 생겨났다.
-짐에게 남은 시간도 얼마 없는바, 이제 그만 이 도시에 있는 벌레들을 모조리 박멸할 시간이다.
타락한 신의 말에 아이언이 이를 악물었다.
족히 하루는 지난 것 같은 이 전투는 이제 겨우 10분을 넘겼을 뿐이다.
거대한 팔이 남부 연합의 도시에 떨어지려는 순간 아이언이 자세를 바로잡았다.
아직 미완의 기술.
거기에 융합 스킬을 사용했다.
오러로 이루어진 거대한 강철의 검이 불쑥 솟아오르며 거기에 막대한 신성력이 휘감기기 시작했다.
워낙 막대한 신성력이라 거신을 벨 때처럼 신수력까지 융합시킬 순 없었다.
지금은 강철 마력으로 만들어진 오러 블레이드에 신성력을 합치는 것만으로도 현재 아이언의 역량을 아득히 넘어서는 것이었다.
오로지 ‘융합’이라는 스킬에 의지한 채 막대한 두 힘을 합쳐 나갔다.
-저건…….
시종일관 여유로웠던 타락한 신이 아이언의 거대한 검을 보며 수십 개의 눈이 부릅떠졌다.
끊임없이 나오는 신성력에 강철의 검이 융합되며 막대한 힘의 파장을 만들었다.
“흡!”
아이언의 짧은 기합과 함께 하얗게 빛나는 신성한 검이 타락한 검은 팔을 그대로 갈라냈다.
그리고 그 신성한 검은 수십 개의 눈을 가진 타락한 신까지 내리쳤다.
쿠우웅!
신성한 검의 막강한 일격에도 타락한 신은 큰 타격이 없었다.
눈알 몇 개가 터져 나가고, 촉수가 잘려 나갔어도 치명상을 입은 느낌은 아니었다.
도리어 그의 분노만 불러일으켰다.
-벌레 주제에 짐의 육체를 훼손하는가!
타락한 신이 그렇게 말하며 온 힘을 개방했다.
순식간에 상처 입었던 눈이 회복하며 기이한 빛을 내뿜었고, 숨겨 있던 눈 역시 뜨며 타락한 빛으로 이루어진 광선이 아이언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카가가가각!
수십 개의 눈과 새로 떠진 눈까지 합해서 백 개의 눈이 광선을 날렸음에도 아이언은 신성한 검으로 모조리 쳐 냈다.
가히 완벽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모조리 쳐 내는 아이언을 보며 괴생명체는 더욱 분노했다.
장난감인 줄 알았던 벌레가 발악하는 것은 넘어서 자신을 물어뜯으려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력을 다해 단번에 죽이려 했건만 그것조차 여의치 않았다.
모기에 물렸을 때 분노한 인간이 미친 듯이 쫓아다니며 죽이려는 것처럼 타락한 신 역시 그러했다.
이리저리 움직이며 날쌔게 움직이는 인간을 죽이기 위해 타락한 신이 육중한 몸뚱이를 직접 움직였다.
‘쿵!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도시를 파괴하며 인간을 죽이려 했다.
하지만 날랜 인간은 쉽게 잡혀 주지 않았다.
수천 개의 촉수도, 백 개의 광선도, 만여 개의 타락한 기운 덩어리들도 아이언 하나를 잡지 못하며 주변만 파괴할 뿐이었다.
그러자 타락한 신이 짜증이 한껏 치솟은 음성으로 말했다.
-그냥 모두 죽어라!
타락한 신의 말이 끝나는 순간 백 개의 눈이 모조리 감기고, 촉수 대부분이 하늘로 치솟았다.
그러자 기회라 여긴 아이언이 백색 오러 블레이드를 압축시켜 단번에 타락한 신을 가르기 위해 달려들려 했다.
하지만 아이언은 그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었다.
상공에 만들어진 거대한 형체가 그대로 지상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떨어진다면 남부 연합의 도시를 모조리 박살 내고도 남을 듯한 에너지 덩어리가 상공에서 지상으로 떨어지는 것을 본 아이언이 모든 힘을 끌어모았다.
“하압!”
그리고 백색 오러 블레이드를 상공을 향해 휘두르는 순간 거대한 검은 에너지 덩어리와 충돌했다.
타락한 신이 모든 힘을 모아 만든 힘과 아이언이 지금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사용한 참격.
그 순간 도시 안에 있는 모든 이들은 아이언이 이기기를 소망했다.
고대 신을 추종했던 남부 사람들조차 추악한 신의 힘을 목격하고는 인류의 희망이라 불리는 아이언이 이기기를 소망했다.
그런 소망과 달리 아이언의 검은 조금씩 밀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모두가 탄식했다.
이대로라면 영웅이 질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 신수들이 힘을 모아 검은 기운을 향해 날렸다.
그 힘은 아이언의 백색 오러 블레이드를 도와 조금씩이지만 어둠 덩어리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마스터들이 자신들도 아이언을 돕기 위해 나서려 했다.
대마도사인 동부 사령관과 남부 사령관이 움직였다.
하지만 남부 연합의 마스터들은 굳이 그들을 막으려 하지 않았다.
어차피 신과 신의 사도의 싸움에 자신들이 끼어들어 봤자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멸망인가?”
무라딘이 하늘을 보며 탄식했다.
타락한 신은 자신들을 살려 줄 생각이 없었다.
모든 이들을 멸망하려 작정한 것 같은 힘을 보며 후회 어린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
그건 칼로스나 욜크를 비롯한 남부 연합의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고대 신과 다르게 타락한 신은 자신들을 살려 주기 위해 애쓰지 않았다.
그저 벌레를 갖고 놀고자 하는 마음에 자신들을 돕는다고 약속한 것뿐이다.
자신들과의 약속이 언제라도 헌신짝처럼 버려질 수 없음을 확인한 남부 연합 사람들은 제국군에 대항할 의지를 잃었다.
그저 가만히 전투의 결과를 지켜볼 뿐.
반면에 제국의 두 마스터는 달랐다.
“저놈이라도 죽여야 하오!”
동부 사령관의 말에 남부 사령관도 동의한다는 듯,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 마법을 영창했다.
자신들의 힘으로는 거대한 어둠 덩어리를 막을 수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타락한 신을 직접 공격하는 것이다.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날아가고, 뇌전이 뭉쳐서 강력한 섬광으로 화해 날아갔다.
쿠우우우우웅!
두 마도사의 전력을 다한 마법.
그것이 조금은 효과가 있었던 것일까?
거대한 타락한 신의 육체가 일부 소멸했다.
타락한 신의 영역 밖에서 날리는 마도사의 일격.
그것이 먹힌다는 것을 확인하자 두 마도사는 몸이 부서져라 마력을 쥐어짜 내 마법을 영창했다.
신수의 도움으로도 조금씩 밀리는 아이언을 보며 두 마도사는 최대한 빨리 타락한 신의 육체를 없애려 했다.
그런 그들의 노력이 먹힌 것일까?
거대한 육체가 두 마도사의 공격에 완전히 부서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작은 무언가가 하늘로 솟구쳤다.
-벌레들의 발악은 실로 허무하기 짝이 없느니…… 예정된 그대들의 멸망을 고이 받아들이거라.
타락한 신의 본체로 보이는 무언가가 하늘에 떠 있는 어둠 덩어리에 융합되며 힘을 증폭시켰다.
그것을 본 아이언이 이를 악물며 버텨 보았지만 더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신수들이 융합기를 사용하고, 아이언이 백색 오러 블레이드에 온 힘을 밀어 넣어 마지막 일격을 날렸다.
콰아아앙!
거대한 폭음과 함께 어둠 덩어리 대부분을 소멸시킨 아이언.
하지만 여전히 어둠 덩어리는 남아 있었고, 더 이상 아이언에게 남은 힘이 없었다.
뒤늦게 비공선과 마법사가 힘을 합쳐 보았지만 신의 힘에는 조금도 손상이 없었다.
무라딘을 비롯한 남부 연합의 마스터들의 공격 역시 먹히지 않았다.
그렇게 모두의 공격이 조금도 먹히지 않은 어둠 덩어리를 보며 절망에 빠질 때였다.
하늘에서 한 줄기의 빛이 떨어져 내렸다.
그 빛에 담긴 막강한 힘에 남은 어둠 덩어리 대부분이 순식간에 소멸되었다.
-어찌…….
자신의 힘이 소멸되어 가는 것을 확인한 타락한 신이 이 힘의 근원지를 파악했다.
“늦었군. 아쉽게 되었어.”
실로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나타난 한 남자.
“신검가주?”
동부 사령관의 말에 남부 사령관 역시 눈을 동그랗게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