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221화 (221/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221)

69. 남부 대전쟁 (4)

타락한 신의 사도들을 통해 고대 신이 과거의 힘을 일부 재현한다.

어쩌면 남동부에서 보았던 거신보다도 까다로울 것이다.

하지만 힘 자체는 그때 보았던 거신이 좀 더 강해 보였다.

여러 힘이 한계까지 집약되어 있었기 때문에 거신의 몸을 형성하고도 몸 밖으로 넘실거릴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아이언의 눈앞에 보이는 고대 신들이 훨씬 까다로웠다.

비록 힘이 좀 더 약해졌다 한들 그때는 하나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여럿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신의 사자여! 나랑 한번 붙어 보자!

거대한 두꺼비가 두 발로 서면서 거대한 마력으로 된 창을 들어 올렸다.

타락한 신의 사도의 몸에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고대 신의 힘이 멀리 있는 아이언에게 전해져 왔다.

‘격이 하락해도 신은 신이란 건가?’

오랜 시간 격이 하락했어도 한때 신이었던 자답게 압박감이 상당했다.

한없이 낮아진 격을 갖게 된 고대 신조차 이러할진대 외부 신은 어떠할지 걱정될 정도였다.

-얼른 나와라!

거대 두꺼비의 말에 다른 고대 신들도 경쟁적으로 말했다.

서로 자신이 싸우고 싶다고 말하는 고대 신들을 본 아이언은 뒤를 돌아보았다.

“내가 저들과 싸울 경우 너희들을 신경 쓰기 어렵다.”

아이언은 지휘관들을 향해 그렇게 입을 열었다.

뒤에 선 지휘관들과 영상구에 비치는 지휘관들의 표정은 심각했으니 결코 두려워하는 눈빛은 아니었다.

“아리엘.”

-예!

“카온.”

“예!”

영상구 속의 아리엘 군단장의 대답과 바로 옆에 선 레이븐의 수장 카온 템페트의 대답을 들은 아이언이 둘을 심각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난 너희 둘에게 저자를 맡길 생각이다.”

남부 연합군의 도시 방어를 맡은 사령관 무라딘.

마스터에 이른 그를 막기 위해 아이언이 낸 카드는 아리엘과 카온이었다.

세리덴과 직할대의 기사단 전원을 생각해 보기도 했으나 고개를 저었다.

기사단과 돌격대까지 투자한다고 해도 마스터를 막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다.

그래서 도박을 해 보기로 했다.

“기동 야전군에서 나를 제외하고 가장 강한 너희 둘에게 마스터를 맡길 생각이다.”

보상을 받고 한층 더 강력해진 아리엘.

마찬가지로 보상을 받고 강력한 스킬을 얻은 카온 템페트.

둘 다 미완의 힘을 지녔지만, 마스터에 가까워진 건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둘을 믿어 보기로 했다.

“버티기만 해라. 할 수 있겠나?”

-예!

“맡겨 주십쇼.”

둘의 대답에 아이언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믿는다.”

그렇게 말을 마친 아이언은 다른 지휘관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지금부터 기동 야전군의 모든 공군 전력은 카드로가 지휘한다.”

-예!

“세리덴은 직할대를 총괄하도록. 폴덴은 레이븐을 임시로 지휘할 권한을, 카를에겐 병력을 지휘할 권한을 줄 테니 물자 보급에 부족함이 없도록. 직할대 대장들이 불만이 있을 수 있겠지만 지금은 전시이니 불만이 있어도 참아. 알았나?”

-알겠습니다!

아이언의 명령에 모든 지휘관들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너희들만 믿고 저 타락한 존재들을 지우러 가겠다. 돌아올 때까지 깨끗하게 정리하도록.”

-예!

마지막으로 믿는다는 말과 함께 대장선에서 뛰어내리는 아이언.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두 개의 달이 아이언을 등에 태우면서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그러자 어느새 양옆에 피닉스와 천둥새가 날아올랐다.

기동 야전군의 트레이드마크인 신수의 등장에 제국군의 사기가 급격하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어딜 가느냐!”

무라딘이 저 멀리 날아가는 아이언을 향해 분노한 표정으로 외쳤다.

그런 그의 앞에 공중에서 떨어지는 두 명의 인원.

은발의 미녀와 청은발의 청년이 앞에 나타나자 무라딘의 표정이 굳어졌다.

“자네 둘이 나를 막겠다고?”

무라딘이 자신의 앞에 선 청년들을 바라보았다.

제국의 천재로 유명한 아리엘과 카온 템페트.

그들은 분명 제국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들이고, 미래만 보면 무라딘을 앞질러 갈 가능성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감히…….”

무라딘이 분노한 표정으로 기세를 개방했다.

아무리 마스터 중에 약한 축에 속한다지만 6단계 두 명이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건 치욕적이었다.

기사단도, 하다못해 마법사들도 없이 단 두 명의 6단계 무인만으로 자신을 막으려 한다는 사실에 무라딘의 오러가 분노로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나에게 치욕감을 주려는 목적이었다면 충분히 달성한 듯싶군.”

무라딘이 그렇게 말하며 거대한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었다.

“이 치욕감은 자네들의 수장에게 묻기로 하지.”

그의 말에 아리엘이 검을 뽑아 들며 말했다.

“그건 저희를 이기고 나서 말씀하시죠.”

아리엘이 마스터에 대한 존중으로 존대하면서 검에 마력을 주입했다.

마스터처럼 오러를 발현할 순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검에 담긴 마력은 일반적인 수준을 훨씬 상회했다.

“그건…….”

“당신들을 이기고 얻은 보상입니다.”

별의 힘.

그것이 검에 담기기 시작하면서 막대한 힘이 휘몰아쳤다.

“그걸 믿고 나를 막으려는 것이군. 하나! 그것이 얼마나 큰 오만인지 알게 해 주지.”

무라딘이 그렇게 말하면서 아리엘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 목숨으로 말일세.”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무라딘의 검이 그대로 내리그어졌다.

당연히 쾌검의 달인인 아리엘이 자신의 검을 피하리라 예상한 무라딘은 다음 수를 생각했다. 그때였다.

“음?”

이상하게도 아리엘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무라딘은 아리엘이 피하지 않은 것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미세하게 변하는 검로.

그 이유는 어느새 자신의 몸을 뒤덮은 서리였다.

‘마스터의 몸에 영향을 줄 정도라고?’

그렇게 생각한 순간 반보 차이로 피해 낸 아리엘의 검이 목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현재 아리엘이 낼 수 있는 가장 빠른 검속.

하지만 명색이 마스터인데 쉽게 당할 수는 없는 법.

무라딘이 아리엘의 검은 간신히 쳐 내면서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아리엘은 그때를 놓치지 않고 공격해 들어갔다.

감히 마스터를 상대로 공격해 들어가는 과감한 판단이었지만, 그것이 옳았다.

카가가가가가강!

고작 몇 초 사이에 수십 합을 나눈 아리엘.

하지만 불리한 상황에서도 그것을 모조리 막아 낸 무라딘 역시 마스터라는 위명에 걸맞은 힘을 보여 주었다.

“음…….”

무라딘은 어느새 자신의 팔과 옆구리에 난 자상을 보면서 침음성을 삼켰다.

마스터의 오러를 뚫고 들어온 검격.

거기다 냉기가 가미되어 치유조차 되지 않고 있었다.

“자넨 눈속임이었나?”

아리엘이 빠른 검속으로 무라딘의 눈을 속이는 사이 진짜 일격을 카온 템페트가 날린 것이다.

분명 인지는 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무라딘의 반응이 느려지고 있었다.

“후…… 춥구먼.”

무라딘이 그렇게 말하면서 오러를 전력으로 끌어 올렸다.

동시에 고대 신에게 받은 능력을 사용했다.

오러의 파장이 변한 것을 본 아리엘의 눈이 가라앉았다.

‘마스터가 전심전력을 다한다면 자신이 막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머릿속에는 무라딘의 검으로 가득 찼다.

“인정하지. 자네들은 강하네. 하지만 아직 마스터를 막기엔 역부족일세. 내 그걸 증명해 주겠네.”

어느새 상공에는 무라딘의 오러가 담긴 수백의 강철검이 만들어졌다.

하나하나에 무시무시한 힘이 담겨 있는 검.

‘사령관께선 이 힘을 가볍게 쳐 내신 건가?’

‘역시 괴물이시군.’

아리엘과 카온 템페트는 사방을 뒤덮은 강철비를 보며 안색을 굳혔다.

상대가 전력으로 나온다면?

부족한 자신들 역시 목숨을 걸고 바닥까지 힘을 끌어내야 했다.

카온과 아리엘이 서로를 바라보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둘의 시선이 마주친 순간 아리엘은 재빨리 뒤로 물러났고, 그 순간 카온 템페트가 전력으로 힘을 개방했다.

어느새 대지를 서리로 가득 찼고, 뒤이어 냉기의 검들이 주변을 가득 메우며 강철검과 대치했다.

“허…… 늙은이를 춥게 만들 셈인가?”

무라딘이 절대영도에 가까운 냉기 속에서도 오러로 온몸을 감싸며 여유롭게 웃었다.

그리고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듯, 강철비를 떨어뜨리면서 카온을 향해 달려들었다.

오러가 담긴 강철검들이 카온의 냉기검을 모조리 박살 냈다.

그러고도 모자라 카온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것을 막기 위해 카온이 검을 휘둘러 냉기의 폭풍을 만들었지만 소용없었다.

무라딘의 일격으로 전력을 다한 카온의 기술은 흩어졌다.

마스터와 카온의 차이는 이 정도였다.

대륙의 마스터 중에서 약체로 평가받는 무라딘조차 천재라 불리는 카온을 갖고 놀다시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온의 얼굴은 평온했다.

오히려 입가에 약간의 미소를 그리고 있었다.

“제법.”

하늘에서 떨어지는 수백의 유성을 보면서 무라딘 역시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전력을 다한 아리엘의 검격.

그것이 무라딘의 강철비를 모조리 박살 내면서 무라딘을 향해 날아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쿠우웅!

거대한 폭음과 함께 주변이 박살 났다.

크레이터가 생길 정도였지만 그 중심에 있는 무라딘은 멀쩡히 걸어 나왔다.

“방금 일격은 제법이었네.”

“…….”

“…….”

무라딘의 말에 아리엘과 카온은 침묵했다.

방심까지 유도하며 기습적으로 전략을 다한 공격을 했음에도 무라딘은 멀쩡했다.

마스터를 상대할 때 격차 정도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으나 막상 둘이서 상대하니 차원이 다른 존재감이 느껴졌다.

“자네들이 나를 언제까지 묶어 둘 수 있을지 궁금하군.”

무라딘이 그렇게 말하는 순간 멀리서 거대한 폭음이 들려왔다.

아리엘과 카온, 그리고 무라딘이 싸우면서 낸 폭음과는 격이 다른 굉음이 도시 전체로 퍼져 나갔다.

“저쪽이 먼저 끝날지 아니면, 내가 자네들을 베고 저쪽으로 합류하는 게 빠를지…… 궁금하군.”

무라딘이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금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어 내자 아리엘과 카온 역시 모든 힘을 끌어모아 마력검을 만들어 냈다.

그렇게 그들의 싸움이 다시금 시작될 때, 굉음을 낸 곳에서는 아이언과 사도의 몸에 들어간 고대 신들 간의 격렬한 전투가 이어지고 있었다.

거대한 하늘 고래는 천둥새가, 불길을 토해 내는 코끼리는 피닉스가, 독을 내뿜는 거대한 거미는 두 개의 달이 상대했다.

그리고 두 발로 선 거대한 두꺼비는 아이언과 격렬한 싸움을 벌였다.

혼자서 네 명의 고대 신을 상대하는 아이언.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거대한 차원 게이트에서 비집고 나오려는 또 하나의 사도를, 뱁새가 빛을 뿜어내면서 막아 내고 있었다.

홀로 남부 연합이 숨긴 비장의 한 수를 막아 내고 있는 아이언.

그런 그의 희생 때문일까?

기동 야전군도 좀 더 힘을 내면서 도시에 있는 남부 연합군을 밀어내고 있었다.

압도적인 공군력으로 공중 우세를 통해 폭격하는 카드로와 안정적으로 점령지를 점유하기 시작한 세리덴.

그런 그들의 활약에 제국 남부군도 하나둘 도시로 진입하면서 진영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이게 끝이면 서운한데?”

아이언이 기대했던 것 이하의 힘에 한껏 실망한 표정을 짓자 사도들의 몸에 들어간 고대 신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들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한없이 깎여 나간 격으로는 주신의 사도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듣던 것보다 더 강력해진 괴물은 타락한 신의 사도와 융합한 몸으로도 감당할 수 없었다.

-결국 그것밖에 없는 건가?

-후…… 이리 될 줄 알았지.

-말했잖아, 저 새끼 괴물이라고.

고대 신들이 하나둘 그렇게 말하면서 두꺼비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마지막까지 혼자 아이언을 상대하고자 했던 고대 신조차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신수의 힘도 매섭긴 했지만 눈앞에 있는 인간의 검술 역시 범상치 않았다.

-신화시대에 있었어도 이름을 날렸을 놈이군.

두꺼비의 몸에 들어간 고대 신마저 인정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후후…… 멸망의 시대까지 버텼건만…… 결국 이렇게 가게 되었군.

거대 두꺼비가 자조 섞인 말투로 아이언에게 말했다.

그러자 아이언이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신화시대에 어떤 활약을 펼쳐 신격을 얻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당시에는 영웅급 활약을 했을 인물이었다.

합을 나눌수록 그런 그의 생각은 확신으로 변했다.

-뭐…… 마지막에라도 이렇게 싸워 볼 수 있어서 즐거웠네. 부디 벽을 넘길 바라지.

두꺼비의 말이 끝나는 순간 그를 제외한 모든 사도의 몸이 가루가 되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아이언이 다급하게 신수들과 함께 남부 연합이 만든 지하실로 향하려 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남은 두꺼비가 몸을 던져 그것을 막아 냈다.

“비켜!”

-후후…… 후후후…… 과연 자네가 ‘그것’까지 막아 낼 수 있을지 궁금하군. 끝까지 보고 싶었네만…… 아쉽게 되었어.

두꺼비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 검은 빛이 더욱 강력해지면서 하늘에 떠 있는 차원 게이트가 확장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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