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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217화 (217/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217)

68. 새로운 가능성 (3)

아이언과 중앙정부가 남부 연합고의 전쟁에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자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가장 먼저 원정길에 오를 병력을 위해 남부 연합으로 갈 사령부에 중앙정부에서 행정 인원을 파견했다.

그리고 원정하는 데 필요한 물자들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얼마 전까지 두 번에 걸친 공격으로 박살 났던 수도.

거기다 각 지역에서 일어나는 큰 문제들로 제국은 몸살을 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럴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이 제국이기 때문이다.

대륙 최강국이라는 위명을 갖고 있는 나라답게 숱한 위기 속에서도 경제는 빠르게 회복했다.

오히려 더 발전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았다.

신분제, 인맥, 혈연 같은 것에 막혀 있던 부분이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발전 속도가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이다.

당연히 과거 천재라고 추앙받았으나 인맥과 신분에 막혀 있던 자들도 대거 기용되면서 엄청난 속도로 회복하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이 부분에서 반대하는 자들이 나왔다.

“현재 제국은 가파른 상승세에 있는데 꼭 막대한 지원을 해야 합니까?”

“적당히 남부 연합을 몰아붙이고, 남은 힘을 제국이 발전하는 데 사용해야 합니다.”

“더 큰 위협을 대비해야 합니다!”

이런 남부 연합과의 전쟁 반대론자들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북동부의 산맥 너머에서 서리 거인들이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고, 서부의 외부 신들 역시 얼마나 강할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동 야전군의 승리에서 얻은 정보를 통해 생각보다 고대 신들의 힘이 강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에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주신의 퀘스트를 받은 이들의 격렬한 저항에 이런 주장은 쏙 들어갔다.

물론 모든 이들의 퀘스트를 받은 건 아니다.

하지만 퀘스트를 받은 이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이 기회를 절대 놓칠 수 없다!”

막대한 보상을 시스템이 약속했다.

이미 기동 야전군이 엄청난 보상을 받고 전원 수련에 들어간 건 유명한 일이다.

아포칼립스의 첫 번째 스토리라는 메인 퀘스트.

그것의 보상이 막대하다는 것을 알기에 모두가 눈이 돌아갔다.

기동 야전군은 전원이 퀘스트를 받은 상황이었고, 남부 사령부에서도 다수가 퀘스트를 받았다.

동부 사령부에서도 남부에 있는 자들은 퀘스트를 받았다.

모두가 퀘스트를 받은 사람들을 부러워했다.

시스템에 의해 제국민 모두가 각성한 지금 메인 퀘스트가 아니더라도 각자에 걸맞은 퀘스트는 많이들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서브 퀘스트 혹은 일반 퀘스트에 불과했다.

위험도도 낮지만 그만큼 보상도 작은 퀘스트들.

하지만 메인 퀘스트는 달랐다.

분명 리스크는 크지만, 그만큼 보상 역시 엄청났다.

단번에 인생이 바뀔 만큼 큰 보상이 들어오는 것이다.

모두가 퀘스트를 받은 자들을 부러워만 하고 있을 때, 한 남자가 뭐라도 해야겠다는 듯 남부로 떠났다.

메인 퀘스트가 발생한 지역 근방에 맴돌면 최소 지금보다는 좋은 퀘스트가 나올 거라는 단순한 생각에서였다.

그렇게 남부 사령부에 도착한 그는 군부를 돕고 소정의 보상을 받았다.

“올랐어.”

남자는 퀘스트 수준이 향상된 것을 보면서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생각이 맞다는 것을 확인한 남자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남동부로 향했다.

남부 사령부가 이 정도인데 기동 야전군이라면?

그곳이라면 적어도 지금보다 더 나은 퀘스트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남자의 생각은 들어맞았다.

훨씬 더 힘들고 수준 높은 퀘스트들이 왔다.

기동 야전군 자체가 수준이 높기도 했지만, 그들이 하는 작전을 돕는 것 자체가 힘들기도 했다.

그래도 좋았다.

‘강해지고 있어!’

날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온 지 일주일도 안 되서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하루쯤 휴식을 취할까 생각하던 남자에게 익숙한 시스템 음성이 들려왔다.

[아포칼립스 첫 번째 스토리의 두 번째 퀘스트를 얻으셨습니다. 현재 수준으론 굉장히 난이도가 높은 퀘스트인데 진행하시겠습니까? 참고로 이 퀘스트는 메인 퀘스트입니다.]

갑자기 들려오는 시스템 음성.

그것을 듣고 멍하니 서 있던 남자는 환호성을 질렀다.

“할게! 한다고! 하하하하하하하!”

갑작스럽게 남자가 웃기 시작하자 근처에 지나가던 병사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용병 신분으로 온 남자.

하지만 그는 기동 야전군에서도 나름 유명한 사내였다.

메인 퀘스트 근방을 맴돌아 더 좋은 퀘스트를 얻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고 다녔고, 실제로 그걸 해낸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왜 웃는 것이오?”

한 병사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묻자 사내가 호탕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나도! 나도 메인 퀘스트를 받았소!”

남자의 말에 근방에 있던 사람들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정말이오?”

“진짜요?”

기동 야전군에 있던 기자 하나가 황급히 그에게 다가와 물었다.

그러자 그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때보다 행복해 보이는 웃음에 차마 그게 거짓말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할 정도였다.

“소…… 속보다!”

기자 하나가 그렇게 외치면서 다급하게 달려 나갔다.

그리고 그건 다른 기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남은 기자들은 용병 사내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상세하게 물었다.

[속보! 메인 퀘스트를 받은 용병이 생겼다!]

기자들이 신속하게 수도에 속보를 내면서 순식간에 제국 전역에 이 사실이 알려졌다.

하지만 처음엔 아무도 믿지 않았다.

“이거 거짓말 아니야? 그렇게 따지면 남부로 간 용병들 전부 퀘스트를 받았어야지.”

“그렇지!”

“이거 구라야.”

또 기자들이 설레발치면서 기레기 짓을 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기사들이 알아낸 정보들이 속속 신문에 담기자 그 생각은 달라졌다.

[메인 퀘스트를 받을 수 있는 조건!]

1. 반드시 기동 야전군 혹은 남부 사령부의 작전을 도와야 할 것.

2. 일정 기간 이상 도와야 함.

3. 메인 퀘스트에 참여한다고 동의해야 함(중요).

상세한 조건이 나오기 시작하자 용병들이나 모험가들도 하나둘 그것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밑져야 본전이라고, 남부에 간 사람들이 그저 남부로 향한 것만으로도 정말로 퀘스트 수준이 높아지는 것을 목격하자 중앙정부에서도 지원을 했다.

그리고 이후 기동 야전군과 남부 사령부의 작전을 도운사람들이 받는 사례금이 오른 데다 심지어 메인 퀘스트를 받은 사내마저 등장하자 대륙 전역에서 남부로 떠나는 이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나도…… 나도 됐다!”

한 남자가 두 팔을 들어 올리며 고함을 질러댔다.

그러자 다들 ‘그렇게 기쁜가?’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사내의 다음 말을 듣고 경악했다.

“고대 신에서 주신으로 갈아타는 데 성공했다! 하하하! 게다가 메인 퀘스트까지 얻었다고!”

이세계인이 고대 신에서 주신으로 갈아탔다.

이 내용은 메인 퀘스트를 얻을 수 있다는 내용만큼이나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지금 가면 재각성과 함께 메인 퀘스트까지 얻는다고?”

“야! 가자.”

“그래, 이건 무조건 해야지.”

이세계인들이 수군거리면서 하나둘 남부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 대형 길드들이 움직였으나, 워낙 많은 이들이 도망치는 것이라 컨트롤이 되지 않았다.

도망치는 이들이 국경선 근방만 가면 남부 연합군이나 이세계인들은 더 이상 쫓아올 수도 없었다.

남부군은 물론이고 기동 야전군까지 시퍼렇게 눈을 뜨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간 연합이 붕괴되게 생겼소.”

“이세계인들의 이탈이 너무 심하오!”

“그들뿐만이 아니오. 우리 국민들까지 상당수 넘어가기 시작했소. 그들 역시 주신의 품으로 돌아가 우리의 적이 되고 있단 말이오!”

남부 연합의 주축들이 저마다 하소연했다.

“지금이라도 항복해야 하는 거 아니오?”

남부 연합에서 대상인이라 불리는 남자가 불안한 표정으로 말하자 하소연하던 자들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이라도 항복한다면?

제국의 소속이 될지언정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

운 좋으면 지금 가진 권력 대부분을 빼앗기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과 반대편에 있는 자들은 고개를 저었다.

그들 중 대표인 검은 머리칼의 사내가 말했다.

“어차피 쭉정이들은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법이오. 중요한 건 전쟁이지.”

남자의 말에 그곳에 모인 이들이 대부분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 단 한 번만 이기면 되오. 제국의 북부와 서부군은 움직이지 못할 것이오. 그러니 한 번만 제대로 승리를 하면 그때부턴 대륙이 제대로 삼 분할 되는 것이오.”

남자의 말에 다들 불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우리가 준비한 것. 그것을 믿으시오.”

“거신도 패했는데…….”

남부 연합군의 원정군이 준비했던 회심의 한 방인 거신.

그것의 소멸 소식에 이곳에 있는 이들 전원이 경악했었다.

마스터급 이상의 힘이라고 자랑했던 압도적인 힘의 거신이 한 명의 사내에게 소멸되었다는 소식을 믿을 수 없어 했다.

“이번엔 다르오. 단순한 힘의 결집체 따위가 아니오.”

남자의 말에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몇몇 이들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원탁에 모인 이들이 설명하기를 요청했다.

이윽고 그것의 정체를 들은 그들이 납득했다.

확실히 거신과는 달랐다.

더 강력할 거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언제까지 제국의 눈치를 볼 것이오? 이젠 저 지긋지긋한 제국 놈들로부터 완전한 독립. 그것을 해야 할 때가 왔소.”

검은 머리칼을 가진 남자가 살기 어린 눈빛으로 좌중을 바라보며 말하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 제국에 수탈당한 역사가 있거나, 조공을 바치는 과정에서 온갖 멸시를 받았던 국가 출신들은 이를 악물었다.

“함께 제국을 이깁시다.”

“좋소!”

“좋소!”

검은 머리칼의 사내가 한 손을 들어 올리며 말하자 원탁에 모인 사람들은 하나둘 동의하기 시작했고, 결국 눈치 보며 망설이던 사람들도 동의하며 남부 연합에 남기로 결정했다.

그건 이세계인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고대 신을 택한 시점에서 자신들은 밀릴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이제 와서 주신에게 갈아타 새로 힘을 쌓는다?

먼저 간 이세계인들한테 밀릴 뿐이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이곳에서 끝을 봐야 했다.

단숨에 붕괴해 자멸할 줄 알았던 남부 연합이 생각보다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이자 기동 야전군 측에선 의외라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생각보다 굳건하네.”

“그런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사령관실에 모인 지휘관들.

그중에서 가장 오래 수련했던 아리엘 역시 참석했다.

“남부 연합을 더 이상 흔들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카온의 보고에 아이언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빠져나올 사람은 대부분 빠져나온 상황.

남은 건 전쟁뿐이었다.

“저들이 준비한 한 수는?”

“……죄송합니다. 알아낼 수 없었습니다.”

폴덴이 고개를 숙이며 말하자 아이언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뭐, 쉽진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전에 본 거신보다 강한 놈이라는 것이겠지.”

아이언의 말에 모두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거신조차 행운을 거듭하며 간신히 물리친 상황이다.

그런데 그보다 강한 자라니……. 모두의 표정이 어두워질 수밖에 없었다.

“뭐…… 거신 같은 놈이 나타나면 내가 상대할 테니 모두 그렇게 어두운 표정을 지을 필요 없어.”

아이언의 말에도 지휘관들의 표정은 펴지지 않았다.

“왜 이래? 내가 그때랑 똑같다고 생각한 건 아니지?”

아이언의 물음에 지휘관들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호…… 혹시……?”

“설레발은 금물! 그랜드 마스터 벽에도 도달 못했다.”

혹시 하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카드로를 보며 아이언이 피식 웃었다.

“뭐…… 그래도 그때보다 쬐금 더 강해진 것 같기는 해. 대충…….”

아이언이 말을 멈추고 지휘관들을 슬쩍 바라보았다.

그러자 다들 침을 꿀꺽 삼키면서 아이언의 입술만 바라보았다.

“검술로 두 가주와 비벼 볼 정도?”

“……예?”

아리엘이 멍청하게 되물었다.

여기서 말한 두 가주가 사자가주와 신검가주라는 걸 모르는 멍청이는 없었다.

다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아이언이 미소를 지으면서 아리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보다 아리엘, 넌 어때? 아직 벽은 못 넘은 것 같은데…….”

아이언의 말에 아리엘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벽은…… 아쉽게도 넘지 못했습니다.”

아리엘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마스터라는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아이언조차 애를 먹었을 정도니 자신이야 시간이 더 걸리는 게 당연했다.

그래도 거의 다 왔다.

“뭐…… 눈빛을 보니 화신체 몇 명은 혼자서 쓸어버리겠네.”

아이언의 말에 다들 놀란 눈으로 아리엘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아이언의 말에 부정은 하지 않았다.

그런 그녀의 자신감에 아이언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는 끝났다.

남은 건 전쟁뿐이다.

“다들 이 전쟁의 중요성은 알 거야.”

아이언의 말에 다들 진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전쟁이 끝나면 대륙은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될 거야. 승리한다면 그 중심에 우리가 서게 되겠지.”

그렇게 말하면서 아이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겨라. 그리고 더 강해져라.”

“예!”

아이언의 말에 모든 지휘관들은 우렁차게 대답했다.

이번 전쟁을 이긴다면 꿈에 그리던 마스터의 경지를 바라볼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들 설렌 표정을 지었다.

이미 그들의 머릿속에 전쟁의 위험 따윈 없어진 지 오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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