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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216화 (216/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216)

68. 새로운 가능성 (2)

현재는 맥이 끊긴 경지.

대륙 최강을 다투는 두 가문의 가주들조차 이뤄 내지 못한 경지.

그 경지로 향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상태론 한계가 있다.’

그랜드 마스터라는 경지.

언젠가는 도달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건 시간이 너무 많이 필요했다.

돌아가는 상황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신들은 인간들을 멸망으로 내몰고 있었다.

“할게.”

고심을 거듭한 아이언이 마침내 결정을 내린 순간.

-지금부터 고유 칭호 ‘강철의 영웅’을 제외한 모든 업적과 칭호를 회수합니다.

“윽!”

몸 안에 가득 차올랐던 힘이 빠져나가는 느낌에 아이언이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단순히 힘을 소모하는 것이 아닌, 아이언이 가졌던 격의 일부를 영원히 잃어버리는 것 같은 끔찍한 기분이었다.

그동안 숱한 전투 속에서도 버티게 해 주었던 영웅의 육체.

독을 비롯한 정신 공격을 버티게 해 주었던 영웅의 정신.

막대한 마력량을 자랑하게 해 주었던 영웅의 마력.

이 세 가지가 한꺼번에 사라졌다.

그 후에 냉기를 비롯한 업적으로 얻은 힘들이 하나둘 빠져나가자 아이언이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헉…… 헉…….”

모든 힘이 빠져나간 아이언이 식은땀을 흘리면서 축 처졌다.

그런 그에게 알림음이 들려왔다.

-회수 절차가 끝났습니다. 당신의 업적과 칭호가 반환되었기에 앞으로 제국에서 칭호와 업적을 얻을 확률이 증가합니다. 앞으로 이세계인들이 주신의 품으로 돌아설 확률이 더욱 증가합니다.

“뭐?”

알림음의 말에 아이언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마치 자신 때문에 그동안 칭호 효과를 제대로 못 받았다는 것처럼 말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럴 만했다.

북동부에서도, 북부에서도, 동부에서도, 중앙에서도 가장 큰 활약을 한 것은 아이언이었다.

심지어 가장 중요한 부분도 아이언이 모조리 처리했기 때문에 거의 독식하다시피 한 것이다.

“음…….”

아이언이 침음성을 흘렸다.

그렇지만 딱히 후회는 하지 않았다.

그 당시에는 그럴 수밖에 없었고, 최선을 다한 결과였기에 남까지 신경 써 줄 여력 따윈 없었다.

급격하게 힘과 마력이 빠져나간 것에 공허함을 느낄 때였다.

“음?”

갑자기 주변에 떠도는 마나가 좀 더 명확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변화는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아직 변환 작업을 거치지 않은 마력들이 자연스레 오러로 변해 가기 시작했다.

-‘강철의 육체’가 ‘강철 마력’에 반응합니다. 서로 호환되는 특성으로 특별히 신경 쓰지 않더라도 몸 안에 흡수된 마나가 자연스레 강철 마력으로 변환됩니다.

-자연지체 4단계의 경지로 몸 안에 들어오는 마나가 더욱 많아집니다. 또한 신수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신수력의 급격한 상승으로 신수들이 본래 힘에 가까워져 갑니다. 신수들이 본래 힘을 되찾을 시 진화가 이뤄집니다.

-융합 스킬의 부가적인 효과로 인해 몸 안에 있는 모든 힘은 충돌하지 않고 조화를 이루게 됩니다.

갑작스럽게 예민해지는 감각.

그리고 더욱 압축된 마력이 오러로 변환되면서 완성도 높은 힘으로 변했다.

분명 칭호 효과와 업적들을 포기하면서 마력의 양도, 육체 능력도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에 반해 감각과 오러의 질, 신수력의 힘 자체는 높아졌다.

“후…… 아직은 뭐가 좋은 건지는 모르겠네.”

아이언이 그렇게 생각하면서 변화된 자신의 힘을 점검할 때였다.

-회수한 힘은 칭호 효과일 뿐, 제국의 영웅이란 칭호 자체는 사용자에게 남아 있습니다. 부디 남은 영웅의 업적도 잘 쌓아 제국을 넘어 대륙의 영웅이 되시기를…….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음성에 아이언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

방금 아이언에게 들려온 음성은 시스템의 딱딱한 기계음이 아니었다.

머릿속에 콕 박히는 음성에는 다정함과 간절한 부탁이 깃들어 있었다.

어떻게 목소리에 그것을 담아낼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현재 자신의 능력으로는 감히 쳐다볼 수도 없는 높은 격이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어쩌면 주신일지도 모르는 여인의 목소리에 담긴 간절함은 이 세계를 위한 것이었다.

고대 신과 외부 신들로부터 지켜 달라는 간절한 염원.

신이라도 시스템이라는 제약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 줄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었고, 그렇기에 아이언이 힘들게 모아 온 힘들이 회수되었다.

“후…… 이 스킬이 그렇게 대단한가?”

자연지체 4단계나 강철의 육체는 부수적인 것이었다.

이번 보상의 가장 큰 핵심은 바로 ‘융합’이란 스킬이었다.

아직 활용 방법을 잘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몸 안에 있는 모든 힘이 조화롭게 움직인다는 점이다.

고작 부가적인 효과로 온몸에 있는 다수의 힘이 조화롭게 변했다.

그렇다는 건 실제 융합이란 능력은 이것보다 더 대단할 것이라는 점이다.

한 가지 짐작되는 점은 있었다.

‘마지막 일격…….’

자신이 거신에게 보여 주었던 마지막 일격.

그리고 그 전에 목숨을 잃을 위기와 맞닥뜨렸을 때에 나왔던 힘.

강철 마력을 중심으로 모이는 아이언의 모든 힘이 합쳐진 일격.

어쩌면 그것이 이 융합 스킬을 활용할 수 있는 핵심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것이 그랜드 마스터로 가는 길 중 하나일까?’

아이언은 아직은 멀기만 한 그랜드 마스터란 경지를 생각해 보았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시스템이 직접 자신이 더 빠르게 강해질 수 있는 길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단 믿어 봐야 했다.

“뭐가 됐든 나도 폐관 수련 확정인가?”

칭호 효과와 업적 효과들이 죄다 사라져 버렸으니 육체에 적응하기 위해서라도 수련 시간이 필요했다.

마스터란 경지란 단순히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고 사용하는 경지가 아니었다.

육체와 마력, 무기를 극한까지 연마해서 균형을 이룬 상황에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가는 자들이 마스터다.

그런데 지금 아이언의 상태는 균형이 깨진 상황이었다.

강철 마력으로 만들어진 오러는 더욱 농후하게 변했고, 신수력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성장했다.

게다가 끊임없이 나오는 신성력에 약해진 육체는 적응조차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융합이란 스킬로 조화를 이뤄 놨기에 힘의 충돌이 없는 것에 감사해야 할 판이었다.

새로운 육체, 새로운 힘에 적응하기 위해 아이언도 수련에 들어간다는 말이 사령부 내에 퍼지자 기동 야전군의 대외 활동은 거의 멈춰 버렸다.

“사령관님이 더욱 강해지시는데 우리가 가만있을 수 없지.”

“발끝이라도 따라갈 겁니다!”

한 병사의 말에 가장 어린 병사가 주먹을 불끈 쥐면서 말했다.

그런 병사들의 모습을 본 부사관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서라. 네가 백날 수련해 봐야 그림자 끝에 닿기도 어려워.”

“그래도 따라가려고 노력은 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지. 언제까지 사령관께 의자만 할 수는 없으니까.”

부사관의 말에 병사들이 진중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매번 사령관에게 의지하는 자신들의 모습이 싫어서 목숨을 걸고 임무를 수행하며 강해졌다.

그걸 증명하듯 그들의 전투 스킬은 다른 군이 따라오기 힘들 정도로 성장했으며, 남동부의 결전으로 다른 부대의 이들보다 고유 능력이 한 개씩 더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했다.

자신들이 한 발자국 따라가려 하면 자신의 사령관은 어느새 저 멀리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스터가 된 이후에도 꾸준히 성장했는데, 이젠 그랜드 마스터를 향해 수련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거기다 아리엘 21군단장까지 마스터에 도전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지휘관들도 얻은 능력들을 수련하면서 더 강해지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말단 병사들이 오랜만에 휴식이라고 쉴 수 있을 리 없었다.

이미 밤낮없이 수련하는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최고 지휘관들이 매일같이 수련하니 자연스레 다른 이들도 수련을 거듭했다.

그러다 보니 서서히 경쟁 심리가 솟아나기 시작했다.

‘저 녀석이 저렇게 강해졌다고?’

한때 자신보다 약했던 막내 녀석이 벌써 자신을 앞질러 가는 모습에 병사가 이를 악물었다.

부사관이 될지도 모른다는 말이 돌 만큼 성장한 것이다.

언제까지고 자신보다 약할 거라 생각했던 막내 녀석이 치고 올라가기 시작하자 그날 저녁부터 수련하는 양을 배로 늘렸다.

명색이 선임이 되어서 막내보다 약해질 수 없다는 자존심 때문이었다.

그건 다른 부대 역시 마찬가지였다.

평소 밑바닥에 있던 자들의 실력이 부쩍 올라가자 조금 해이해졌던 이들이 긴장했다.

그리고 그 긴장감은 자연스레 수련 시간을 늘리는 것으로 이어졌다.

‘지금이 기회다!’

전쟁도 없고, 임무도 최소한으로 줄어든 지금, 자신의 실력을 늘릴 절호의 기회였다.

그리고 그건 곧 부대 내에서 자신의 직책이 올라가는 것을 뜻했다.

전투 경험이야 웬만큼 채웠고, 남은 건 무력뿐.

기동 야전군은 제국에서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야전군답게 여전히 비어 있는 자리가 많았다.

특이한 건 그 빈자리를 굳이 채우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에 몇몇 장교들이 슬슬 그 자리를 채워야 한다고 건의하고는 했다.

그런 건의에 아이언이 한 말은 딱 하나였다.

“실력으로 올라와라.”

아이언의 말에 모두가 불을 켜고 비어 있는 자리들을 노렸다.

군단장이나 직할대의 대장급들만 전부 채워져 있지 나머지 자리 중에 빈 곳은 넘쳐 났다.

전투 중에 죽은 자들도 많았기에 비워져 가는 직책이 많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어 있는 자리를 무리해서 채우려 하지 않았다.

‘자격을 갖춰라.’

최소한의 자격.

그것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올라갈 수 없다.

뇌물을 사용하고 인맥을 활용한다 한들 한계가 있었다.

1차 심사는 뇌물 혹은 인맥으로 넘긴다 해도, 군단장급 이상의 최종 심사에서는 분명 걸리게 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모두가 비어 있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밤낮으로 훈련했다.

그러는 동안 그들의 의욕을 한 번도 고취시킬 이벤트가 발생했다.

[곧 아포칼립스 첫 번째 스토리의 두 번째 퀘스트. 고대 신으로부터 해방이 시작됩니다. 막대한 보상이 걸려 있으니 반드시 승리하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활약으로 남부 연합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여러분으로 인해 새로운 가능성이 생겼습니다. 바로 고대 신으로부터 이세계인들과 대륙인들을 해방시켜 주신의 품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입니다.

모든 것은 여러분에게 달려 있습니다. 부디 고대 신을 몰아내고 아포칼립스의 첫 번째 스토리를 주신의 승리로 장식하기를…….

시스템의 딱딱한 음성이었음에도 모든 이들에게는 지금 이 순간 그 음성이 달콤하게 들려왔다.

거신을 막아 냈던 전장에서 승리하고 난 후 얼마나 큰 보상을 받았던가?

그런데 이번에도 직접 ‘막대한 보상’을 언급했다.

“빨리 그날이 왔으면…….”

“남부 사령부는 뭐 하는 거야?”

“거참! 빨리 좀 밀어 버리지.”

미적거리는 남부 사령부를 탓하면서 모두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 기동 야전군에게 또 한 번의 엄청난 이벤트가 생겼다.

[공문]

우리 기동야전군은 패퇴한 남부 연합을 정벌하기 위해 움직일 것이다.

그리고 그때 세운 전공에 따라 현재 비어 있는 직위 대부분을 채울 예정이다.

올라가는 데 상한선을 두지 않을 것이기에 병사들 중에 장교로 승진할 수도 있다.

그러니 모두 최선을 다하도록.

-기동 야전군 사령관 아이언 카터

사령부 곳곳에 붙은 공문.

그것은 후에 남부 연합과 싸우겠다는 것을 아이언이 공식적으로 천명한 것이었다.

정치적인 논리나 외교를 통해 뒤로 무르는 것 없이 반드시 전쟁을 하겠다는 것.

그런 그의 의지는 중앙정부에도 영향을 미쳤다.

남부 연합군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주역이자 제국 내에서 가장 영향력이 높은 아이언이 전쟁 의지를 드러낸 상황에서 중앙정부 역시 그 뜻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정식으로 퀘스트도 내려왔고 주신의 품으로 되돌린단 명분도 있으니 대다수가 찬성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그중에는 제국의 안정을 내세워 전쟁을 반대하는 자들도 존재했다.

하지만 아포칼립스에 안정이 가당키나 한가?

소수의 반대 따윈 곧바로 묵살되어 한마음 한뜻으로 남부 연합과의 전쟁에 찬성했다.

[주신의 뜻에 따라 남부 연합을 주신의 품으로 되돌려 놓을 것이다.]

중앙정부의 짧지만 강력한 의지가 느껴지는 발표문에 제국민들은 환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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