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215)
68. 새로운 가능성
아이언이 받아야 할 보상은 2개였다.
하나는 남부 연합군과의 첫 전투에서 승리한 보상.
또 하나는 거신을 막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것에 대한 보상이었다.
하지만 아이언에겐 보상을 알려 주는 알림창 대신 이상한 알림창이 떠 있었다.
“음…….”
아이언이 심각한 표정으로 알림창을 바라보았다.
[두 가지 퀘스트에서 가장 큰 공을 세우셨습니다. 그러나 예정된 두 보상이 부족하다고 판단됩니다.]
[계산 중…….]
계산 중이라는 내용과 함께 멈춰 있는 알림창.
자신이 기절한 후로 계속 저 모양이었는지 몇 시간이 지났음에도 변하지를 않았다.
언제 알림창이 다시 뜰지 알 수 없었기에 무시하고 몸을 회복하는 데 주력했다.
사실 이제 웬만한 보상은 아이언에게 크게 와닿지를 않는 상황이다.
성장하는 데 칭호 효과는 큰 도움이 되지만 이미 아이언은 거의 다 성장을 한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육체 능력이 조금 더 상승하고 마력량이 조금 더 늘어나는 건 유의미한 효과를 보기 힘들었다.
전투 상황에서 조금 더 버티게 해 주는 것 정도가 다인 것이다.
지금 아이언이 더 성장하는 데 중요한 것은, 결전기를 가다듬고 신수들이 더 성장하는 것 정도였다.
“사령관님!”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러 온 치료사가 아이언이 깨어 있는 것을 보고선 놀란 표정으로 고함을 질렀다.
“음…….”
“죄…… 죄송합니다!”
아이언이 시끄러워서 미간을 찌푸리자 치료사가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괜찮네.”
아이언의 말에도 안절부절못하던 치료사가 당황하던 것을 멈추고 몸 상태를 확인했다.
외상은 이미 거의 다 회복된 상태고, 내상 역시 극심하진 않았기에 조금씩 회복되고 있는 상태였다.
남은 건 비어 버린 오러를 채우는 것과, 한계까지 사용한 신수력을 채우는 것뿐이다.
온몸에 넘칠 듯이 있었던 힘이 사라진 상태의 공허함이 문제였지만, 이미 수없이 겪어 본 일이었기에 이 역시 문제 되지 않았다.
“매번 보는 거지만 회복력이 엄청나십니다.”
“그런가?”
치료사의 감탄 어린 말에 아이언이 피식 웃었다.
“약간의 내상이 있으시지만 큰 문제는 없습니다.”
그의 말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아이언이 나가 보라고 하고는 내상을 회복하는 데 주력했다.
모이기 시작한 마력을 압축 가공하는 과정을 거쳐 다시금 오러로 만들었다.
그러는 사이에도 신수력은 조금씩 차올랐다.
아이언이 신경 쓰지 않아도 알아서 회복하는 신수력이기에 오러에만 전념하면 되었다.
오러만 일정 수준 이상 회복하면 약간의 내상 정도는 순식간에 회복할 수 있었다.
그러는 사이 아이언이 깨어났다는 소식이 사령부 전체에 전해지면서 다른 지휘관들이 다급하게 찾아왔다.
“아리엘은?”
모든 지휘관들이 모였는데 아리엘만 모습을 보이지 않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쓰러진 사이 큰 부상이라도 입은 건가?”
아이언의 물음에 카드로가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수련에 들어갔습니다.”
“……수련?”
카드로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은 아이언의 머릿속에 짐작되는 무언가가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설마?”
“다음 단계에 대해 감을 잡은 것 같습니다. 중요한 순간이라 방해할 수 없어서 일단 저희들만 왔습니다.”
“잘했어.”
아이언이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전투 중에 뭔가 깨달음이라도 얻은 건가?”
“그런 것 아닌 거 같습니다.”
카드로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보상 때문인 것 같습니다.”
“보상? 아…….”
남부의 고대 신들과의 첫 전투에서 승리했으니 보상을 받았을 것이다.
게다가 아이언이 거신을 막을 수 있도록 이세계 6인방을 맡아 주었으니 아리엘에게도 소정의 보상이 있었을 게 분명했다.
“그럼 너희들도?”
“아쉽지만 전 아닙니다.”
카드로가 쓴웃음을 지으면서 말하자 세리덴을 비롯한 다른 이들도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모두들 한 단계 발전할 만큼 강해질 보상을 얻은 게 분명했다.
아쉬운 표정 한편에 기대감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카온 자네는?”
“……수련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수련?”
아이언이 카온의 대답에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음…… 레이븐 때문이라면 괜찮네. 아리엘처럼 수련에 들어가게.”
아이언의 명령에 카온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새로 얻은 보상 능력을 활용하기 위해선…… 시간이 좀 더 필요합니다.”
“어떤 능력이기에…….”
“절대영도입니다.”
아이언의 물음에 카온이 별거 아니라는 듯 답했다.
하지만 그걸 들은 아이언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카온을 바라보았다.
“냉기를 버틸 수 있는 육체 능력도 보상으로 받았지만…… 절대영도까지 버티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후…… 그럼 그때가 되면 말하게. 자넨 무슨 수를 써서라도 빼 주지.”
“예.”
아이언의 호의를 이번엔 거절하지 않고 받아들인 카온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때가 오면 자신도 마스터급에 이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때가 그리 멀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
카온을 바라보던 아이언이 지휘관을 쭉 둘러보았다.
“부하들 중에 아리엘처럼 중요한 순간에 있는 자들이 얼마나 되지?”
아이언의 물음에 다들 침묵하다가 카드로가 조심스레 말했다.
“분대마다 한두 명 정도는 있을 겁니다.”
“생각보다 많네.”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남부 연합군은?”
“남부 연합으로 퇴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제국 영토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폴덴의 보고에 아이언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패전으로 인해 부상자가 많은 상황에서 장거리를 이동한다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다.
그러다 보니 처음 제국 영토에 쳐들어올 때와 달리 행군 속도가 매우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뒤를 칠까요? 이틀 안에 따라잡겠습니다.”
“저희부터 보내 주십쇼. 하루면 됩니다.”
기동 야전군 최강의 공군을 가진 카드로와 돌격대장인 루뎀이 경쟁하듯 나섰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아이언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카를.”
“예!”
“남부 사령부에 연락해, 먹음직한 먹잇감을 양보하겠다고.”
아이언의 명령에 다들 눈을 동그랗게 떴다.
“사령관님!”
지금 뒤를 치면 전멸에 가까운 타격을 줄 수 있었다.
그런데 아이언은 지금 그걸 양보하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보상은 얻을 만큼 얻었어. 이제 우린 보상받은 것을 통해 한 단계 더 발전할 때다.”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지휘관들을 바라보았다.
다들 말은 안 하지만 보상받은 것이 꽤나 컸는지 수련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눈동자에서 숨길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만큼 패퇴하는 남부 연합군의 먹잇감도 컸다.
하지만 아이언인 사령관으로서 결정을 내려 줘야 했다.
“어차피 지금 상태로는 저들의 주력까지 섬멸시키긴 무리야. 그럴 바에 남부 사령부에 먹잇감을 넘겨주고 우린 다음 전투를 준비한다.”
아이언은 지휘관 하나하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다음 전투는 남부 연합의 영토에서 이뤄질 거다. 그때는 남부 사령부와 동부 사령부의 도움을 받을 거야. 그때까지 지금보다 한 단계 발전해 있어야 된다.”
그의 말에 지휘관들이 진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몇몇 이들은 괜히 자신들 때문에 좋은 기회를 날린 것 같다는 표정이었다.
“그런 표정 할 것 없어. 나한테도 준비할 시간은 필요하니까.”
아이언의 말에 다들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여기서 더 강해진다고?’라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아이언은 대답하지 않았다.
괜한 기대를 하게 했다가 나중에 실망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혀 없는 말을 지어낸 건 아니었다.
거신과의 전투에서 결전기와 마지막 일격을 날리면서 그동안 자신이 생각해 왔던 강철이란 이미지를 재정립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이언이 생각한 ‘강철의 길’은 한없이 기초에 가까운 검술을 통한 ‘전진’이었다.
무엇이든 막아 내는 ‘철벽’을 넘어 강철 같은 단단한 길을 만들어 내는 것.
그것을 위해서 수없이 연습해 왔지만 결전기 수준의 기술을 만들어 내진 못했다.
하지만 거신을 쓰러뜨린 마지막 일격.
그것을 사용했을 때는 달랐다.
‘그것이 내가 가야 할 길인가?’
아이언이 이렇게 생각한 순간.
-미뤄 두었던 보상이 정해졌습니다.
“어?”
아이언이 멍청하게 알림창을 바라보자 아직 가지 않았던 지휘관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들을 보며 아이언이 멍한 목소리로 말했다.
“보상 알림음이…….”
아이언의 말에 다들 눈을 동그랗게 떴다.
“보상이 이제 들어오셨단 말입니까?”
“허…….”
“하긴 공로가 제일 컸으니…….”
다들 그렇게 말하면서 눈을 초롱초롱 뜨고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그런 그들의 관심에 화답하듯 아이언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아무래도 나한테도 시간이 좀 필요한 것 같네.”
아이언의 말에 다들 환하게 웃었다.
자신들의 사령관이 여기서 더 강해진다?
그건 곧 대륙 최강임을 뜻하는 것이었다.
기뻐하는 부하들을 향해 아이언이 웃으면서 말했다.
“부지런히 따라와라. 안 그럼 혼자 간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따라가겠습니다.”
카드로의 말에 다들 저마다 한마디씩 하면서 수련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대답했다.
의욕이 충만한 부하들을 사령관실에서 내보낸 아이언은 다시 알림창을 바라보았다.
[두 가지 퀘스트의 보상으로 고유 능력 1개를 드리겠습니다. 다만 보상이 너무 큰 관계로 당신에게 드렸던 일부 권한을 회수해야합니다. 동의하십니까?]
■동의할 시
-보상 : 고유 스킬 ‘융합’
※‘제국의 영웅’과 고유 칭호 ‘강철의 영웅’을 제외한 모든 업적 삭제+고유 능력 삭제
■거절할 시
-보상 : 고유 능력 ‘뇌전’의 위력 상승+모든 칭호 효과 대폭 상승
알림창을 바라본 아이언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칭호 효과를 포기할 만큼 융합이라는 스킬이 대단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알림음이 자신의 능력을 일부 회수할 정도로 대단한 것임에는 틀림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적이 사라지는 것에 장고에 빠지자 추가로 알림음이 들려왔다.
[모든 칭호 효과와 고유 능력을 대가로 지불할 시 능력 하나를 더 드리겠습니다. 또한 대출혈 서비스로 세계수의 축복까지 업그레이드해 드리겠습니다. 단 고유 칭호는 대가로 산정되지 않습니다.]
-보상 : 고유 스킬 ‘융합’+‘강철 육체’+‘자연지체’ 4단계
알림음의 말에 아이언이 자신도 모르게 움찔거렸다.
‘대출혈 서비스’라는 말과 함께 고유 능력을 하나 더 준다는 말에 아이언이 고민에 빠졌다.
‘제국의 영웅’이라는 칭호 효과는 어마 무시했다.
과연 그것까지 포기할 가치가 있는 것일까?
그렇게 고민에 빠질 때 알림음이 다시금 말을 걸어왔다.
[이 보상안은 당신이 더 빠르게 강해지는 데 가장 적합한 보상입니다.]
그 말을 들은 아이언의 눈이 빛났다.
시스템은 지금 확신하고 있었다.
자신의 모든 칭호 효과를 버리더라도 ‘융합’이라는 스킬만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해질 수 있음을…….
지금 수준의 아이언에게 훨씬 더 강해진다는 것은 딱 한 가지밖에 없었다.
“그랜드 마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