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214)
67. 고대 신! (5)
거대한 검에 휘몰아치는 힘은 현재 아이언이 담을 수 있는 최대치의 힘이었다.
강철 특성을 가진 오러 블레이드가 굳건히 지탱하고 그 위로 현재 아이언이 가진 모든 힘이 담겼다.
그러자 이번 공격은 심상치 않음을 느낀 것인지 거신이 두 팔로 오러 블레이드를 막아 냈다.
쿠웅!
막는 순간 거신의 한쪽 무릎이 꺾이면서 자세가 무너졌다.
생각보다 훨씬 강력한 위력에 두 팔이 조금씩 베여 들어갔다.
하지만 거신 역시 마지막 힘을 모조리 팔로 끌어모았다.
한쪽 무릎을 꿇은 다리부터 몸 대부분을 소멸시키면서 팔에 힘을 집중시켰다.
둘의 힘 싸움에 주변이 박살 났다.
하늘에 떠 있던 구름은 푸른 구멍이 뚫린 것처럼 뻥 뚫려 있었다.
“……죽어.”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며 손에 힘을 더 주는 순간, 마지막까지 발악하던 거신의 두 팔이 그대로 잘려 나갔다.
그리고 부드럽게 거신의 몸이 일직선으로 내리그어졌다.
구름을 뚫고 하늘까지 솟구쳤던 거신의 몸이 두 동강 나는 모습에, 남부 연합군은 공격하던 것도 멈추고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졌다고?”
무라딘이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비공선이 떠 있는 곳보다 더 높게 솟았던 거신의 몸이 방금의 일격으로 갈라져 있는 모습이 믿을 수가 없었다.
“화…… 화신체들이 소멸되기 시작합니다!”
“크윽! 져…… 졌습니다.”
장교들이 내상을 입은 듯, 밀려 올라오는 핏물을 삼키면서 보고했다.
거신의 소멸로 고대 신들과 계약했던 자들은 그 대가를 받았다.
일격에 패배한 여파가 큰 것인지 화신체들이 모조리 사라지면서 고대 신들과 계약했던 자들 역시 픽픽 쓰러졌다.
거신의 소멸의 대가로 고대 신들이 소멸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걸 본 무라딘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
“이 자리에서 죽여야 한다.”
무라딘의 말에 칼로스 역시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아이언을 죽이지 못하면 남부는 멸절이다.
마스터가 보기에도 인간 같지 않은 괴물이 더 강해진다면?
그때는 정말 미래가 없었다.
“모두 아이언 카터를 노려라!”
“패배하더라도 아이언만큼은 죽여야 한다! 그리하면 우리의 승리다! 아이언만 죽일 수 있다면……!”
두 마스터의 명령에 장교들이 악을 쓰면서 병사들을 아이언이 있는 곳으로 밀어 넣었다.
그나마 다행이랄까?
마지막 일격을 끝으로 아이언은 어떤 힘도 사용할 수 없어 보였다.
잘하면 저 괴물을 죽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남부 연합군 모두가 무기를 던지거나 이능의 힘을 사용하며 아이언을 노렸다.
그러자 기동 야전군이 황급히 그들의 앞을 막아섰다.
“사령관님을 지켜라!”
“기사단은 뭐 하나! 사령관님을 지켜!”
“돌격대는 적들의 공세를 돌파하라! 사령부로 사령관님을 모셔야 한다!”
가장 먼저 기동 야전군의 기사단과 돌격대가 반응했다.
기사단은 호위를, 돌격대는 길을 뚫기 위해 움직였다.
“죽여! 반드시 죽여여 한다!”
무라딘의 외침에 남부 연합군의 기사들이 사력을 다해 기동 야전군의 기사단을 뚫으려 했다.
바로 그때, 사령부에 있던 세리덴의 23군단 주력군이 문을 열고 나왔다.
“적들을 막아라! 사령관님을 모셔야 한다!"
세리덴의 명령에 23군단의 주력들이 아이언을 보호하기 위해 몰려왔다.
숱한 전장을 겪으면서 강해진 기동 야전군의 힘은 남부 연합군의 일반 병사들이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렇다면 물량은 어떨까?
질이 안 된다면 물량으로라도 밀어내야 하는 법.
압도적인 수적 우위로 몰아붙였다.
마스터 두 명까지 내상을 입었음에도 무리해서 힘을 운용해 아이언을 죽이려 했다.
“마…… 마스터!”
23군단의 기사가 선두에서 돌격해 들어오는 무라딘과 칼로스를 보면서 뒷걸음질 쳤다.
바로 그때, 세리덴이 물러서는 기사의 어깨를 붙잡고는 말했다.
“물러나지 마라.”
세리덴의 말에 기사가 멍하니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내상을 입어 오러조차 꺼내지 못한다. 그런 존재에게 겁먹는 건 자존심 상하는 일 아닌가?”
세리덴은 그렇게 말하며 전력으로 힘을 개방했다.
그의 마력에 붉게 변하면서 활활 타오르듯, 검을 휘감았고, 몸에는 화염이 만들어져 강력한 열기를 발산했다.
동시에 화염 갈기가 멋들어지게 피어난 사자가 나타났다.
“아무리 내상을 입었다 한들 혼자 우리를 막겠다는 것인가?”
“자신감이 지나치군.”
두 마스터는 자신들의 앞을 홀로 막아선 세리덴을 보며 자존심이 상한 표정을 지었다.
바로 그때, 두 마스터를 중심으로 강력한 뇌전이 내리쳤다.
그 뒤를 바람의 폭풍이 휘감겼다.
하나같이 막강한 힘이었기에, 두 마스터도 경시할 수 없는 힘이었다.
특히 거의 모든 힘을 소진하고 내상까지 입은 상황에서는 더더욱 막을 수 없는 것이었다.
“사령관님을 지켜라!”
“마스터를 지켜라!”
그리고 뒤이어 강력한 마법과 정령의 힘에 두 마스터를 지키기 위해서 남부 연합군의 기사들이 황급히 몰려들었다.
남부 연합군의 두 마스터는 사방에서 떨어지는 뇌전을 쳐 내고, 칼날같이 날아드는 폭풍을 갈라 냈다.
하지만 기동 야전군의 공격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크르릉!
붉은 사자의 울음소리와 함께, 세리덴의 사자검식이 기사들을 베며 지나갔다.
거친 검격이었지만 그것을 막는 기사들 입장에선 죽을 맛이었다.
어설퍼 보이는 거친 검격 속에는 신묘한 기술이 녹아들어 있었다.
대륙 최강을 다투는 두 가문 중 하나인 사자가문의 검식이 어설플 리가 없었다.
그 정수를 이어받아 자신의 길로 개조한 세리덴의 검술은 무시무시했다.
“너도…… 괴물이었군.”
세리덴을 보면서 무라딘이 침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분명 아리엘만큼은 아니었다.
마스터의 눈으로 보기에 아직 검술에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그 부족함을 막강한 화력으로 커버하자 검술의 위력이 제 힘을 발휘했다.
제국에서도 손꼽히는 천재인 아리엘이 아이언에 가려져 있다면, 세리덴은 아리엘에게 가려져 있다는 게 맞았다.
마스터의 경지가 코앞에 있는 그녀와 달리 세리덴은 아직 갈 길이 멀었다.
하지만 무라딘이 보기에 시간문제에 불과했다.
로뎀, 루뎀과 달리 세리덴은 자신의 길을 명확하게 찾았다.
그렇기에 그 길을 걸어 나가면 그 끝에는 마스터라는 벽이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 벽을 넘는 건 또 다른 문제였지만, 적어도 그 벽까진 확실하게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사자가문은 괴물들 천지인가?’
무라딘이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건 옆에 있는 칼로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자가문은 이미 아이언이라는 걸출한 마스터를 배출해 냈다.
이번 세대가 아이언으로 끝난다 해도 사자가문에 있어서는 지금이 역사상 몇 없는 최고의 전성기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런데 거기에 차남 카이덴과 막내 에이든이 어마어마한 활약을 보여 주고 있었다.
특히 백사자 검식을 완벽히 재현해 낸 에이든의 재능은 미쳤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걸 증명하듯 벌써 마스터의 벽을 넘기 위해 폐관 수련에 들어갔다.
아마 폐관 수련이 끝나면 제국은 또 한 명의 마스터를 보유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별거 없을 줄 알았던 세리덴까지 그 재능을 만개하고 있었다.
“……후퇴한다.”
“자네!”
무라딘의 결정에 칼로스가 다급히 그를 바라보았지만 무라딘은 고개를 저었다.
더는 희망이 없었다.
어느새 기동 야전군의 마법 부대장인 알란 리쇼어와 정령 부대장 피터 마르비오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들이 이끄는 마법사와 정령사 다수가 합류한다면 지금보다 더 어려운 싸움을 해야 했다.
쾅! 쾅!
“끄아악!”
“마…… 막아!”
“마스터께 접근하게 둬선 안 된다!”
기사들이 사력을 다해 괴물처럼 날뛰는 세리덴을 막으려 들었다.
하지만 그는 음흉하게 웃으면서 마스터를 노리는 것처럼 모션만 취하고 철저하게 기사들을 노리며 학살했다.
“영악한 놈.”
세리덴의 영악한 모습에 칼로스가 이를 갈았지만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퇴각 명령을 뜻하는 호각 소리가 전장에 울려 퍼지자 남부 연합군이 곧바로 후퇴를 하기 시작했다.
믿었던 거신이 소멸했다.
그 대가로 다수의 고대 신들마저 소멸한 상황에서 기동 야전군을 이기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숫자가 더 많다 한들 능력이 사라지거나 내상을 입거나 혼절한 병사들이 많았기에 겉으로만 그럴듯해 보일 뿐 실질적인 전력은 기동 야전군이 압도적이었다.
“전군 진격해라! 적들을 그냥 보내지 마!”
세리덴의 외침에 지휘관들이 일제히 명령을 내렸다.
“모든 적을 섬멸해라!”
“쫓아라!”
“전부 죽여!”
극적인 상황의 반전에 아리엘을 비롯한 기동 야전군의 지휘관들과 싸우던 이세계 6인방도 물러나려 했다.
“그냥 보내 줄 것 같나?”
아리엘이 로바노프를 보면서 검을 휘둘렀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로바노프의 팔을 베어 내려 했지만 그녀의 공격 시도는 무위로 돌아갔다.
갑작스럽게 날아든 빛 마법 때문이었다.
“……레인저 대장이 위험하다.”
카드로의 말에 아리엘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자 그런 그녀를 비웃은 김정태.
“그냥 보내 줘야겠는걸.”
김정태의 말에 아리엘이 미간을 찌푸렸다.
분명 승기를 잡아 가고 있었다.
하지만 닉스 콜이 문제였다.
6인의 지휘관 중 가장 실력이 떨어졌던 닉스 콜이 결국 버티지 못하고 치명상을 입은 것이다.
그로 인해 승기를 잡아 가던 상황이 다시금 백중세가 되어 버렸다.
“이미 우리의 승리야.”
카드로의 말에 아리엘이 아쉬운 맘을 접으며 김정태를 향해 말했다.
“……꺼져.”
그녀의 말에 김정태가 어깨를 으쓱이면서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다른 6인방 역시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조금만 지체해도 기동 야전군에 포위되어 잡힐 위기였기 때문이다.
“사령관님은?”
“위독하시다.”
아리엘의 물음에 카온 템페트가 대답했다.
거신을 벤 일격과 함께 모든 힘을 소진한 아이언은 곧 정신을 잃고 쓰러져 버렸다.
모든 힘을 바닥까지 끌어모아 썼기에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래도 신성력과 뱁새가 있으니 회복하시겠지.”
“그래.”
카드로의 말에 아리엘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전장을 살폈다.
도망가는 남부 연합군을 맹렬히 쫓는 기동 야전군의 모습을 보면서 이 전장이 자신들의 승리로 끝났음을 실감했다.
거신이 나타날 때만 하더라도 불가능에 가까울 것처럼 보였는데, 기어코 해내고 말았다.
그녀가 승리를 실감할 때였다.
[아포칼립스의 첫 번째 스토리의 첫 전투는 주신의 승리로 마무리되었습니다. 따라서 주신 측에 보상이 주어집니다. 직접 전투로 승리를 이끈 자들에겐 막대한 보상이 지급됩니다.]
[거신을 훌륭하게 막아 내셨습니다. 활약도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됩니다.]
전장이 끝났다는 것을 증명하듯 알림음이 들려왔다.
그 순간 맹렬히 쫓던 기동 야전군이 환호성을 질렀다.
더 쫓으려고 명령하려 했던 장교들이지만, 모두가 환호하는 모습을 보면서 결국 포기했다.
명령을 내리려던 장교 역시 보상을 확인하기 바빴기 때문이다.
반면 남부 연합군 측은 죽을상이었다.
전장에서 진 페널티를 온전히 감내해야 했기 때문이다.
“……돌아간다.”
무라딘의 명령에 패전한 남부 연합군이 곧바로 병력을 추스르고 남부 연합으로 돌아가기 위해 움직였다.
그렇게 남부와 주신 측의 첫 번째 전투를 기동 야전군의 활약으로 승리했다는 소식이 제국과 대륙 전역에 퍼질 무렵, 모든 힘을 소진해 쓰러졌던 아이언이 눈을 떴다.
잠시 비몽사몽한 상태로 있던 그는 눈앞에 떠오른 알림창을 보고 표정이 심각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