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213화 (213/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213)

67. 고대 신! (4)

남부 연합군의 총공세가 시작되자 기동 야전군 역시 모든 힘을 끌어모았다.

“사령관님은?”

아리엘의 물음에 카를 슈타인이 힐끔 아이언이 있는 곳을 보았다.

지난번보다 훨씬 강력해진 이세계 6인방을 상대하고 있는 아이언을 보며 아리엘은 이를 악물었다.

“저건 우리 힘으로 못 막아.”

아리엘은 그렇게 말하며 하늘까지 솟은 거신을 바라보았다.

분명 예전보다 훨씬 성장한 아리엘이지만, 아직 마스터의 벽을 뚫진 못했다.

저 거신을 상대하기 위해선 최소 마스터급은 되어야 했다.

“마스터급으로 부족해.”

“그래. 사령관님이 필요해.”

천천히 발을 들어 올리고 있음에도 워낙 거대해서 그런지 단번에 사령부가 있는 곳에 도달할 기세였다.

그것을 본 아리엘은 더 기다릴 것도 없다는 듯, 품속에서 작은 피리를 꺼내 들었다.

“삐이이이이이!”

아리엘이 피리에 마력을 담아 불자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곁으로 한 남자가 나타났다.

“목표는?”

“저들. 거신을 막을 분은 사령관님뿐이야. 우리가 저들을 막아야 해.”

아리엘의 말에 곁에 나타난 레이븐의 수장 카온 템페트가 일리가 있는 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아리엘의 부름에 응한 건 그만이 아니었다.

공중에서 공군을 지휘하고 있던 카드로.

후방을 휘젓고 있던 레인저의 수장 닉스 콜.

화신체를 막고 있던 돌격대장 루뎀 레온하르트와 기사단장 로뎀 레온하르트.

“알란과 피터는 못 빼.”

공중에서 어떤 상황인지 단번에 파악한 카드로가 아리엘에게 말했다.

대규모 마법의 핵심인 알란 리쇼어가 빠지면 마법 부대의 힘이 반감되어 버린다.

정령 부대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정령사들의 실력이 부쩍 늘어나면서 할 수 있게 된 정령들 간의 공명.

그로 인한 위력 증대의 핵심이 바로 피터 마르비오였다.

두 부대의 핵심 인물들이었기에 오지 못하자 아리엘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세리덴 형 역시 힘들 거야.”

그렇게 말하며 루뎀이 사령부를 힐끗 보았다.

가장 균형 잡힌 군단의 아리엘과 공군 특화 카드로의 군단을 따라잡기 위해 세리덴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며 만든 23군단의 특징이 바로 방어.

그렇기에 기동 야전 사령부의 방어는 23군단과 그들의 리더인 사자가문 출신의 직계 세리덴의 지휘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었다.

“숫자는 딱 맞아. 각자 한 명씩.”

아리엘이 그렇게 말하면서 이세계인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아이언을 쉼 없이 밀어붙여 회복할 시간을 없애려는 것으로 보였다.

그것을 본 순간 아리엘의 신형이 사라졌다.

어느새 김정태의 뒤에 나타난 아리엘이 그대로 검을 찔러 들어갔다.

카가가가가각!

극한의 쾌검에 반응한 로바노프가 김정태의 뒤를 막아 주었다.

“기습이라니…… 더럽군.”

“전장에 더러운 게 어디 있지?”

아리엘이 싸늘하게 말하면서 로바노프를 바라보는 순간, 김정태가 자신이 죽을 뻔했다는 사실에 분노하며 아리엘을 향해 물의 힘을 쏘아 내려 했다.

하지만 그의 그런 공격은 막힐 수밖에 없었다.

“후…… 당신이 내 상대인 것 같군.”

“큭!”

김정태의 물로 이루어진 공격을 모조리 얼려 버린 카온 템페트.

그 역시 고대 신의 잔재와 주신의 힘으로 두 가지의 힘을 각성했다.

그리고 그건 공교롭게도 모두 얼음에 관련된 것.

혹한의 바람과 주변의 온도를 서서히 낮추는 프로스트 필드.

이 두 가지의 힘이 카온이 두 가문에게서 연마한 검술과 힘과 결합해 막강한 힘을 발휘했다.

쩌적!

수룡마저 일시적으로 얼려 버리는 카온 템페트의 능력에 김정태가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결코 내 아래가 아니야.’

김정태가 이런 생각을 하며 전력을 끌어 올렸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는 건 다른 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기동 야전군의 지휘관들이 이세계 6인방을 하나씩 막아섰는데, 그들 개개인의 힘은 결코 이세계인들의 아래가 아니었다.

그나마 닉스 콜이 제일 달리는 편이었는데, 그 부족함을 경험으로 채우면서 제이미를 괴롭혔다.

그렇게 이세계인 6인방의 발목이 묶이자 그제야 한결 여유가 생긴 아이언은 숨을 가다듬으면서 주변을 바라보았다.

부하들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자신에게 온 이유.

그건 바로 거신을 막아 달라는 것.

그것을 위해서 아이언은 두 개의 달을 타고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그러자 거대한 거신의 눈이 자신을 향한다.

보는 것만으로도 위압감이 느껴지는 압도적인 존재감.

그에 반해 자신은 마스터 둘과 이세계 6인을 묶어 두느라 힘의 소모가 컸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질 것 같지 않았다.

“할 수 있겠냐?”

-부!

아이언이 압도적인 크기의 거신을 보면서 묻자 두 개의 달이 뭘 그런 걸 묻느냐는 듯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건 다른 신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짹!

어느새 자신의 머리에 자리를 잡은 뱁새가 전력을 다해 아이언의 육체를 회복시켰다.

그러자 순식간에 아이언의 몸 안에 있는 오러까지 빠르게 차올랐다.

뱁새의 힘으로 일시적으로 오러와 신수력의 회복력이 극한까지 끌어올려진 것이다.

하지만 이 회복력은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것이다.

마스터급의 힘을 빠르게 회복시킨다는 건 뱁새도 힘든 일이기에 이 회복력은 길어야 30분.

그 안에 거신과 승부를 봐야 했다.

“딱히 불리한 건 아니야.”

아이언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검에 거대한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어 냈다.

일부러 천천히 움직이던 거신.

그만큼 고대 신들에게도 거신이 움직일 때마다 힘의 소모가 상당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사방에서 모여드는 막대한 힘으로 억지로 유지되는 거신의 몸이 아이언의 눈에는 선명하게 보였다.

‘시간 끌면 내가 이긴다!’

자신과 격렬하게 싸우면 거신도 오랜 시간 저 거대한 몸집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아이언이 검을 쥔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까맣게 물든 오러 블레이드에 서리가 끼면서 그 위로 뇌전이 튀었다.

처음부터 전력을 다해야 하기에 모든 것을 걸었다.

그러자 거신이 발을 들어 올리던 것을 멈추고 빠르게 주먹을 내질렀다.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아이언의 힘이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쿠우웅!

거대한 오러 블레이드가 정면에서 거신을 막아 내었다.

그 뒤를 이어 두 개의 달의 섬광이 거신의 거대한 두 눈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민첩했던 거신은 손을 들어 그것을 막아 냈다.

‘빨라!’

예상보다 빠른 거신의 움직임에 아이언의 표정이 굳어졌다.

민첩한 것을 넘어서 유연한 움직임까지 보여 주는 거신.

하지만 그만큼 힘의 소모 역시 컸다.

단순히 거대한 몸을 움직이는 것을 넘어서 신력까지 사용하기 때문인지 민첩하게 움직일 때마다 몸 여기저기에 푹푹 패어 들어갔다.

사방에서 모여드는 힘으로도 감당 못할 움직임인 것이다.

그 모습을 보니 아이언은 새삼 황제의 희생이 고맙게 느껴졌다.

저 거신이 힘의 제약 없이 날뛰는 것은 상상만 해도 끔찍했기 때문이다.

[융합기 - 불의 폭풍]

천둥새와 피닉스의 융합기가 하늘에서부터 회오리치며 거신을 휘감았다.

거대한 불의 폭풍이 거신을 휘감자 주변에서 고온으로 인해 황급히 물러났다.

멀리 떨어진 사령부의 성벽이 붉게 달아오를 정도의 고온.

하지만 거신은 불의 폭풍을 버텨 냈다.

천둥새와 피닉스가 남은 힘을 박박 긁어모아 사용한 융합기조차 버텨 내는 것을 본 아이언은 이를 악물었다.

‘천둥새와 피닉스는 리타이어인가?’

한계까지 힘을 소모한 천둥새와 피닉스는 작게 변해 뱁새가 앉아 있는 아이언의 머리에 안착했다.

신수가 셋이어도 힘든 판국에 하나만 남았으니 버티는 건 더욱 어렵게 되었다.

반면에 거신은 군데군데 몸에 구멍이 뚫렸어도 여전히 거대한 몸집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대로는 못 버틴다.’

그것을 증명하든 방어만 하던 거신이 다시 공격을 시작했다.

그리고 아이언이 정신없는 틈을 타 발을 슬쩍 밀어 넣어 사령부를 공격했다.

발가락에 살짝만 닿았을 뿐인데 성벽 일부가 무너지는 것을 본 아이언이 이를 악물었다.

‘여기서 더 밀리면 사령부가 완전히 박살 난다!’

그 생각이 드는 순간 아이언은 두 개의 달을 향해 말했다.

“부엉아. 5분, 5분만 부탁해.”

-부!

아이언의 부탁에 두 개의 달이 짤막하게 대답하고는 전력을 다해 거신의 시선을 자신에게 집중시켰다.

그러는 동안 두 개의 달의 몸에서 뛰어내린 아이언은 지상에 착지해서 힘을 끌어모았다.

그것을 뱁새가 전력을 다해 도왔다.

“후…….”

두 개의 달이 시간을 벌어 주는 동안 최대한 힘을 끌어모은 아이언.

조금이라도 더 힘을 모은 아이언은 냉철한 눈으로 거인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두 개의 달도 힘을 다 소모했는지 작게 변해 공중에서 아이언을 향해 떨어졌다.

-부…….

“고생했어.”

자신을 위해 고생한 부엉이를 보며 작게 미소를 지은 아이언은 오러 블레이드에 모든 힘을 담았다.

“나머진 나한테 맡겨.”

그렇게 말하면서 거인을 향해 거대한 검을 휘둘렀다.

‘아직 미완성이지만…….’

아이언이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가릴 때가 아니었다.

마스터급 혹은 그에 근접한 무인이라면 갖고 있는 자신만의 결전기.

가문에 대대로 내려오는 비기마저 자신의 스타일로 바꿔 만들어 낸 결전기가 아이언에겐 없었다.

기초만을 극한까지 단련해서 쌓아올렸기에 기초검식 자체가 아이언에겐 비기나 다름없었던 셈.

그런 그가 자신만의 결전기를 만들었다.

쿵! 쿵!

거대한 발을 들어 올려 내리찍는 거인의 발을 베어 내고, 높이 점프해서 두 손을 깍지를 끼고 내려찍는 거인의 공격을 정면에서 받아 냈다.

하늘 높이 솟은 거인의 전력을 다한 공격을, 아이언은 오직 검 하나로 버텨 냈다.

그동안 아이언은 수없이 많은 강자의 공격을 ‘버텨 왔다’.

자신보다 강자의 공격을 버티면서 그 경험을 바탕으로 ‘성장’해 온 것이다.

하지만 이젠 버티는 것만으론 이 멸망의 시대를 헤쳐 나갈 수 없었다.

이젠 전진을 해야 할 때였다.

그렇기에 버티는 것을 넘어 전진하기 위한 아이언의 결심을 담은 기술.

[제국검식 아이언류 결전기 - 강철의 길]

미완성인 결전기였지만 아이언의 의지를 듬뿍 담은 기본검식은 거신의 공격을 하나하나 쳐 내고 베어 내며 조금씩 그를 뒤로 물러나게 만들었다.

쿵! 쿵! 쿵!

거대한 검은 오러 블레이드가 거인을 밀어내는 모습에 남부 연합군과 기동 야전군이 전투를 멈추고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실로 괴물이 아닌가…….”

“우리와 싸울 때도 전력이 아니었던가?”

두 마스터가 아이언의 검술을 보면서 입술을 짓씹었다.

자신들은 결전기까지 사용했음에도 끝내 아이언을 쓰러뜨리지 못했는데, 저 괴물은 자신들에게 내상을 입혀 놓고도 거신마저 밀어내고 있었다.

“멍하니 있지 마라!”

“지금이야말로 기회다! 모두 사령부를 점령해라!”

두 마스터의 외침에 멍하니 있던 남부 연합군이 다시금 움직였다.

그 선두에서는 남부가 자랑하는 두 마스터가 검에 오러를 담아 돌진하고 있었다.

그러자 그 앞을 세리덴을 주축으로 한 기사단과 돌격대가 막아섰다.

그것만으로도 모자라 마법 부대와 정령 부대까지 두 마스터와 그 뒤를 따르는 남부 연합군의 핵심 전력의 앞을 막았다.

그렇게 아이언과 거신의 싸움으로 잠시 멈췄던 전투가 재개되는 동안 아이언은 정신없이 검을 휘두르며 거신을 뒤로 밀어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다.

미완성이라지만 결전기라고 이름 붙인 기술답게 오러 소모가 극심했기에 고작 10분도 되지 않아 아이언의 안색은 파리하게 변했다.

그러자 정신없이 뒤로 밀려났던 거신이 다시금 전진하기 시작했다.

‘이 상태론…….’

아이언은 전진해 오는 거신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오러가 거의 바닥난 상황에서 더는 버틸 여력이 없었다.

거신의 몸도 많은 부분이 사라졌지만 아직까진 형체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사령부를 밀어 버리는 것까진 충분히 가능할 듯싶었다.

“후…… 또 도박인가?”

아이언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세를 바로 했다.

언제나 자신보다 강자를 상대하며 성장해 온 아이언은 이번에도 도박에 모든 걸 걸기로 했다.

잡념을 떨쳐 버리고 오로지 검에 모든 신경을 집중시킨 아이언은 검을 들어 올렸다.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종 베기.

‘일검에 모든 걸 담는다.’

단 한 번의 베기에 지금까지 쌓아 올린 모든 걸 걸 생각이었다.

고유 능력인 뇌전과 냉기가 검에 스며들었다.

하지만 아이언은 이것으로 끝낼 생각이 없었다.

부족한 오러를 메꾸기 위해 신성력과 남은 신수력까지 몽땅 집어넣었다.

‘버틴다!’

부르르 떠는 검을 보면서 아이언이 이를 악물었다.

버티기 위해, 생존하기 위해 선택했던 강철의 길.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전진하기 위해서 강철의 힘을 더욱 강력하게 갈고닦아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과는 다른, 한 차원 더 강력한 검이 필요했다.

‘모든 것을 담는 검.’

그러기 위해 강철 같은 굳건함이 필요했다.

아이언의 바람에 응한 것일까?

그 작던 오러 블레이드는 어느새 하얗게 물들며 거대해졌다.

새하얀 섬광 사이로 화염에 휘감긴 뇌전이 매섭게 번뜩인다.

그리고 그 거대한 검은 마침내 다가오는 거신을 향해 내리쳐졌다.

67. 고대 신! (4)

남부 연합군의 총공세가 시작되자 기동 야전군 역시 모든 힘을 끌어모았다.

“사령관님은?”

아리엘의 물음에 카를 슈타인이 힐끔 아이언이 있는 곳을 보았다.

지난번보다 훨씬 강력해진 이세계 6인방을 상대하고 있는 아이언을 보며 아리엘은 이를 악물었다.

“저건 우리 힘으로 못 막아.”

아리엘은 그렇게 말하며 하늘까지 솟은 거신을 바라보았다.

분명 예전보다 훨씬 성장한 아리엘이지만, 아직 마스터의 벽을 뚫진 못했다.

저 거신을 상대하기 위해선 최소 마스터급은 되어야 했다.

“마스터급으로 부족해.”

“그래. 사령관님이 필요해.”

천천히 발을 들어 올리고 있음에도 워낙 거대해서 그런지 단번에 사령부가 있는 곳에 도달할 기세였다.

그것을 본 아리엘은 더 기다릴 것도 없다는 듯, 품속에서 작은 피리를 꺼내 들었다.

“삐이이이이이!”

아리엘이 피리에 마력을 담아 불자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곁으로 한 남자가 나타났다.

“목표는?”

“저들. 거신을 막을 분은 사령관님뿐이야. 우리가 저들을 막아야 해.”

아리엘의 말에 곁에 나타난 레이븐의 수장 카온 템페트가 일리가 있는 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아리엘의 부름에 응한 건 그만이 아니었다.

공중에서 공군을 지휘하고 있던 카드로.

후방을 휘젓고 있던 레인저의 수장 닉스 콜.

화신체를 막고 있던 돌격대장 루뎀 레온하르트와 기사단장 로뎀 레온하르트.

“알란과 피터는 못 빼.”

공중에서 어떤 상황인지 단번에 파악한 카드로가 아리엘에게 말했다.

대규모 마법의 핵심인 알란 리쇼어가 빠지면 마법 부대의 힘이 반감되어 버린다.

정령 부대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정령사들의 실력이 부쩍 늘어나면서 할 수 있게 된 정령들 간의 공명.

그로 인한 위력 증대의 핵심이 바로 피터 마르비오였다.

두 부대의 핵심 인물들이었기에 오지 못하자 아리엘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세리덴 형 역시 힘들 거야.”

그렇게 말하며 루뎀이 사령부를 힐끗 보았다.

가장 균형 잡힌 군단의 아리엘과 공군 특화 카드로의 군단을 따라잡기 위해 세리덴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며 만든 23군단의 특징이 바로 방어.

그렇기에 기동 야전 사령부의 방어는 23군단과 그들의 리더인 사자가문 출신의 직계 세리덴의 지휘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었다.

“숫자는 딱 맞아. 각자 한 명씩.”

아리엘이 그렇게 말하면서 이세계인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아이언을 쉼 없이 밀어붙여 회복할 시간을 없애려는 것으로 보였다.

그것을 본 순간 아리엘의 신형이 사라졌다.

어느새 김정태의 뒤에 나타난 아리엘이 그대로 검을 찔러 들어갔다.

카가가가가각!

극한의 쾌검에 반응한 로바노프가 김정태의 뒤를 막아 주었다.

“기습이라니…… 더럽군.”

“전장에 더러운 게 어디 있지?”

아리엘이 싸늘하게 말하면서 로바노프를 바라보는 순간, 김정태가 자신이 죽을 뻔했다는 사실에 분노하며 아리엘을 향해 물의 힘을 쏘아 내려 했다.

하지만 그의 그런 공격은 막힐 수밖에 없었다.

“후…… 당신이 내 상대인 것 같군.”

“큭!”

김정태의 물로 이루어진 공격을 모조리 얼려 버린 카온 템페트.

그 역시 고대 신의 잔재와 주신의 힘으로 두 가지의 힘을 각성했다.

그리고 그건 공교롭게도 모두 얼음에 관련된 것.

혹한의 바람과 주변의 온도를 서서히 낮추는 프로스트 필드.

이 두 가지의 힘이 카온이 두 가문에게서 연마한 검술과 힘과 결합해 막강한 힘을 발휘했다.

쩌적!

수룡마저 일시적으로 얼려 버리는 카온 템페트의 능력에 김정태가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결코 내 아래가 아니야.’

김정태가 이런 생각을 하며 전력을 끌어 올렸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는 건 다른 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기동 야전군의 지휘관들이 이세계 6인방을 하나씩 막아섰는데, 그들 개개인의 힘은 결코 이세계인들의 아래가 아니었다.

그나마 닉스 콜이 제일 달리는 편이었는데, 그 부족함을 경험으로 채우면서 제이미를 괴롭혔다.

그렇게 이세계인 6인방의 발목이 묶이자 그제야 한결 여유가 생긴 아이언은 숨을 가다듬으면서 주변을 바라보았다.

부하들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자신에게 온 이유.

그건 바로 거신을 막아 달라는 것.

그것을 위해서 아이언은 두 개의 달을 타고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그러자 거대한 거신의 눈이 자신을 향한다.

보는 것만으로도 위압감이 느껴지는 압도적인 존재감.

그에 반해 자신은 마스터 둘과 이세계 6인을 묶어 두느라 힘의 소모가 컸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질 것 같지 않았다.

“할 수 있겠냐?”

-부!

아이언이 압도적인 크기의 거신을 보면서 묻자 두 개의 달이 뭘 그런 걸 묻느냐는 듯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건 다른 신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짹!

어느새 자신의 머리에 자리를 잡은 뱁새가 전력을 다해 아이언의 육체를 회복시켰다.

그러자 순식간에 아이언의 몸 안에 있는 오러까지 빠르게 차올랐다.

뱁새의 힘으로 일시적으로 오러와 신수력의 회복력이 극한까지 끌어올려진 것이다.

하지만 이 회복력은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것이다.

마스터급의 힘을 빠르게 회복시킨다는 건 뱁새도 힘든 일이기에 이 회복력은 길어야 30분.

그 안에 거신과 승부를 봐야 했다.

“딱히 불리한 건 아니야.”

아이언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검에 거대한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어 냈다.

일부러 천천히 움직이던 거신.

그만큼 고대 신들에게도 거신이 움직일 때마다 힘의 소모가 상당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사방에서 모여드는 막대한 힘으로 억지로 유지되는 거신의 몸이 아이언의 눈에는 선명하게 보였다.

‘시간 끌면 내가 이긴다!’

자신과 격렬하게 싸우면 거신도 오랜 시간 저 거대한 몸집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아이언이 검을 쥔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까맣게 물든 오러 블레이드에 서리가 끼면서 그 위로 뇌전이 튀었다.

처음부터 전력을 다해야 하기에 모든 것을 걸었다.

그러자 거신이 발을 들어 올리던 것을 멈추고 빠르게 주먹을 내질렀다.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아이언의 힘이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쿠우웅!

거대한 오러 블레이드가 정면에서 거신을 막아 내었다.

그 뒤를 이어 두 개의 달의 섬광이 거신의 거대한 두 눈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민첩했던 거신은 손을 들어 그것을 막아 냈다.

‘빨라!’

예상보다 빠른 거신의 움직임에 아이언의 표정이 굳어졌다.

민첩한 것을 넘어서 유연한 움직임까지 보여 주는 거신.

하지만 그만큼 힘의 소모 역시 컸다.

단순히 거대한 몸을 움직이는 것을 넘어서 신력까지 사용하기 때문인지 민첩하게 움직일 때마다 몸 여기저기에 푹푹 패어 들어갔다.

사방에서 모여드는 힘으로도 감당 못할 움직임인 것이다.

그 모습을 보니 아이언은 새삼 황제의 희생이 고맙게 느껴졌다.

저 거신이 힘의 제약 없이 날뛰는 것은 상상만 해도 끔찍했기 때문이다.

[융합기 - 불의 폭풍]

천둥새와 피닉스의 융합기가 하늘에서부터 회오리치며 거신을 휘감았다.

거대한 불의 폭풍이 거신을 휘감자 주변에서 고온으로 인해 황급히 물러났다.

멀리 떨어진 사령부의 성벽이 붉게 달아오를 정도의 고온.

하지만 거신은 불의 폭풍을 버텨 냈다.

천둥새와 피닉스가 남은 힘을 박박 긁어모아 사용한 융합기조차 버텨 내는 것을 본 아이언은 이를 악물었다.

‘천둥새와 피닉스는 리타이어인가?’

한계까지 힘을 소모한 천둥새와 피닉스는 작게 변해 뱁새가 앉아 있는 아이언의 머리에 안착했다.

신수가 셋이어도 힘든 판국에 하나만 남았으니 버티는 건 더욱 어렵게 되었다.

반면에 거신은 군데군데 몸에 구멍이 뚫렸어도 여전히 거대한 몸집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대로는 못 버틴다.’

그것을 증명하든 방어만 하던 거신이 다시 공격을 시작했다.

그리고 아이언이 정신없는 틈을 타 발을 슬쩍 밀어 넣어 사령부를 공격했다.

발가락에 살짝만 닿았을 뿐인데 성벽 일부가 무너지는 것을 본 아이언이 이를 악물었다.

‘여기서 더 밀리면 사령부가 완전히 박살 난다!’

그 생각이 드는 순간 아이언은 두 개의 달을 향해 말했다.

“부엉아. 5분, 5분만 부탁해.”

-부!

아이언의 부탁에 두 개의 달이 짤막하게 대답하고는 전력을 다해 거신의 시선을 자신에게 집중시켰다.

그러는 동안 두 개의 달의 몸에서 뛰어내린 아이언은 지상에 착지해서 힘을 끌어모았다.

그것을 뱁새가 전력을 다해 도왔다.

“후…….”

두 개의 달이 시간을 벌어 주는 동안 최대한 힘을 끌어모은 아이언.

조금이라도 더 힘을 모은 아이언은 냉철한 눈으로 거인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두 개의 달도 힘을 다 소모했는지 작게 변해 공중에서 아이언을 향해 떨어졌다.

-부…….

“고생했어.”

자신을 위해 고생한 부엉이를 보며 작게 미소를 지은 아이언은 오러 블레이드에 모든 힘을 담았다.

“나머진 나한테 맡겨.”

그렇게 말하면서 거인을 향해 거대한 검을 휘둘렀다.

‘아직 미완성이지만…….’

아이언이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가릴 때가 아니었다.

마스터급 혹은 그에 근접한 무인이라면 갖고 있는 자신만의 결전기.

가문에 대대로 내려오는 비기마저 자신의 스타일로 바꿔 만들어 낸 결전기가 아이언에겐 없었다.

기초만을 극한까지 단련해서 쌓아올렸기에 기초검식 자체가 아이언에겐 비기나 다름없었던 셈.

그런 그가 자신만의 결전기를 만들었다.

쿵! 쿵!

거대한 발을 들어 올려 내리찍는 거인의 발을 베어 내고, 높이 점프해서 두 손을 깍지를 끼고 내려찍는 거인의 공격을 정면에서 받아 냈다.

하늘 높이 솟은 거인의 전력을 다한 공격을, 아이언은 오직 검 하나로 버텨 냈다.

그동안 아이언은 수없이 많은 강자의 공격을 ‘버텨 왔다’.

자신보다 강자의 공격을 버티면서 그 경험을 바탕으로 ‘성장’해 온 것이다.

하지만 이젠 버티는 것만으론 이 멸망의 시대를 헤쳐 나갈 수 없었다.

이젠 전진을 해야 할 때였다.

그렇기에 버티는 것을 넘어 전진하기 위한 아이언의 결심을 담은 기술.

[제국검식 아이언류 결전기 - 강철의 길]

미완성인 결전기였지만 아이언의 의지를 듬뿍 담은 기본검식은 거신의 공격을 하나하나 쳐 내고 베어 내며 조금씩 그를 뒤로 물러나게 만들었다.

쿵! 쿵! 쿵!

거대한 검은 오러 블레이드가 거인을 밀어내는 모습에 남부 연합군과 기동 야전군이 전투를 멈추고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실로 괴물이 아닌가…….”

“우리와 싸울 때도 전력이 아니었던가?”

두 마스터가 아이언의 검술을 보면서 입술을 짓씹었다.

자신들은 결전기까지 사용했음에도 끝내 아이언을 쓰러뜨리지 못했는데, 저 괴물은 자신들에게 내상을 입혀 놓고도 거신마저 밀어내고 있었다.

“멍하니 있지 마라!”

“지금이야말로 기회다! 모두 사령부를 점령해라!”

두 마스터의 외침에 멍하니 있던 남부 연합군이 다시금 움직였다.

그 선두에서는 남부가 자랑하는 두 마스터가 검에 오러를 담아 돌진하고 있었다.

그러자 그 앞을 세리덴을 주축으로 한 기사단과 돌격대가 막아섰다.

그것만으로도 모자라 마법 부대와 정령 부대까지 두 마스터와 그 뒤를 따르는 남부 연합군의 핵심 전력의 앞을 막았다.

그렇게 아이언과 거신의 싸움으로 잠시 멈췄던 전투가 재개되는 동안 아이언은 정신없이 검을 휘두르며 거신을 뒤로 밀어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다.

미완성이라지만 결전기라고 이름 붙인 기술답게 오러 소모가 극심했기에 고작 10분도 되지 않아 아이언의 안색은 파리하게 변했다.

그러자 정신없이 뒤로 밀려났던 거신이 다시금 전진하기 시작했다.

‘이 상태론…….’

아이언은 전진해 오는 거신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오러가 거의 바닥난 상황에서 더는 버틸 여력이 없었다.

거신의 몸도 많은 부분이 사라졌지만 아직까진 형체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사령부를 밀어 버리는 것까진 충분히 가능할 듯싶었다.

“후…… 또 도박인가?”

아이언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세를 바로 했다.

언제나 자신보다 강자를 상대하며 성장해 온 아이언은 이번에도 도박에 모든 걸 걸기로 했다.

잡념을 떨쳐 버리고 오로지 검에 모든 신경을 집중시킨 아이언은 검을 들어 올렸다.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종 베기.

‘일검에 모든 걸 담는다.’

단 한 번의 베기에 지금까지 쌓아 올린 모든 걸 걸 생각이었다.

고유 능력인 뇌전과 냉기가 검에 스며들었다.

하지만 아이언은 이것으로 끝낼 생각이 없었다.

부족한 오러를 메꾸기 위해 신성력과 남은 신수력까지 몽땅 집어넣었다.

‘버틴다!’

부르르 떠는 검을 보면서 아이언이 이를 악물었다.

버티기 위해, 생존하기 위해 선택했던 강철의 길.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전진하기 위해서 강철의 힘을 더욱 강력하게 갈고닦아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과는 다른, 한 차원 더 강력한 검이 필요했다.

‘모든 것을 담는 검.’

그러기 위해 강철 같은 굳건함이 필요했다.

아이언의 바람에 응한 것일까?

그 작던 오러 블레이드는 어느새 하얗게 물들며 거대해졌다.

새하얀 섬광 사이로 화염에 휘감긴 뇌전이 매섭게 번뜩인다.

그리고 그 거대한 검은 마침내 다가오는 거신을 향해 내리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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