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210)
67. 고대 신!
두 마스터는 처음부터 고대 신에게 받은 능력까지 발휘하며 아이언을 공격했다.
그들도 남동부에서의 전투 기록을 봤고, 영상으로 확인까지 했다.
아이언은 마스터 욜크를 압도적으로 이겨 버린 만티코어와 이무기를 동시에 상대한, 괴물 같은 놈이었다.
물론 마스터 욜크도 그때보다 강해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만티코어의 강함이 없던 게 되는 건 아니었다.
그 당시 자신들조차 일대일로 붙기는 어려울 정도로 강한 존재였다.
그런데 심지어 그런 만티코어조차 한 수 접어주는 이무기까지 함께 상대하다니.
“……괴물이군.”
“후…….”
두 마스터는 아이언과 몇 합을 나눠 본 결과, 소문은 사실이라는 걸 확인했다.
아니, 소문보다 더 강해진 것 같다.
신수가 없이 자신들 둘과 함께 싸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지쳐 보이지 않았다.
고대 신의 힘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언을 뚫기 어려웠다.
이제 막 마스터가 되었음에도 생각보다 단단한 검술 실력도 까다로웠지만, 가장 힘든 건 신성력이었다.
쿵! 쿵! 쿵!
무라딘이 쉼 없이 내리쳐도 빛으로 된 방패에는 균열 하나 가지 않았다.
칼로스가 빈틈을 노리고 빠르게 공격해도 강철 같은 방어는 조금도 뚫리지 않았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불리해지는 건 자신들이 될 것이 분명했다.
바로 그때, 갑자기 대지가 솟아오르면서 거대한 거인이 만들어지더니 아이언을 두 팔로 내리찍었다.
쿠웅!
빛의 방패에 가로막혔지만 거대한 암석 거인은 내려치는 것을 그만둘 생각이 없어 보였다.
안되는 걸 알면서도 계속해서 공격하는 거인의 몸엔 투기가 생겨나면서 신성력의 방패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이 힘…….”
이미 한번 본 적 있는 능력.
그건 과거에 남동부로 찾아와서 마스터급을 인정받으려 했던 로바노프의 힘이었다.
아이언이 힘을 눈치채기 무섭게 상공에서 거대한 수룡이 만들어졌다.
“김정태…….”
물을 가득 머금으며 나타난 수룡은 그때 만났던 것보다 배는 커 보였다.
단순히 크기만 한 것이 아닌지, 자신을 노려보는 수룡에게선 막대한 정령력이 느껴지고 있었다.
‘정령을 수룡과 융합한 건가?’
어떻게 한 것인지는 몰라도 고대종인 수룡과 정령이 융합한 상태였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힘.
거디가 뒤에 오는 로바노프가 거인과 융합한 상태로 막대한 투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자신이 남동부를 안정화하고 제국의 수도에서 일을 벌이는 동안 이들 역시 엄청나게 성장한 것 같았다.
거기다 기습적으로 공격해 오는 알아사다의 공격.
이 역시 한번 겪어 본 적 있기에 수월하게 막았지만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해리 윌리엄스의 빛 계열 검격이 쉼 없이 날아들었고, 제이미의 파동력이 담긴 마법이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가장 압권인 것은 히카르두의 수없이 많은 동물과 정령을 통한 폭격이었다.
콰아아앙!
엄청난 숫자의 폭격과 함께 이세계인들의 힘이 아이언 하나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아무리 사도급 신성력이라도 고대 신의 힘이 담긴 힘이 이렇게 집중된다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이세계인들 중 최강으로 평가받은 6인이 아이언 하나를 잡기 위해 힘을 모았다.
게다가 남부에서 최강을 다투는 두 마스터 역시 아이언을 잡으려 했다.
그러다 보니 천하의 아이언도 이들의 이런 파상 공세를 버틸 수가 없었다.
결국 아이언은 전력을 다하기로 마음먹었다.
오러 블레이드의 뇌전과 냉기가 스며들고, 화신체를 막으라고 보내 두었던 신수들이 모여들었다.
“이제야…… 전력을 다하는 건가?”
무라딘이 자존심이 상한다는 듯 입술을 짓씹으면서 말했다.
그건 칼로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남부 왕국 연합에서 왕 부럽지 않은 권력을 누리면서 살았던 자신들이다.
비록 제국의 마스터들에 비해 한 수 처진다는 평가를 받는다지만 이래 봬도 대륙 전체에 몇 없는 마스터급이다.
그런 그들이 오늘 한 사람을 상대로 협공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력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
이세계인 6인까지 합류하고 나서야 비로소 젊은 마스터의 전력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리 자존심 상할 일은 아니었다.
‘비공식 대륙 최강’.
제국에서 은근히 돌고 있는 소문이었다.
그동안 엄청난 활약을 보여 준 아이언의 모습을 보면서 젊은이들 사이에서 돌고 있는 소문.
하지만 노인이나 중장년층은 달랐다.
그들은 과거 제국을 지탱한 두 기둥인 사자검주와 신검가주에 대한 무한한 믿음이 있었다.
그렇기에 아직 20대 초반에 불과한 아이언이 벌써 두 가주를 앞질렀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
물론 그들도 아이언의 활약은 인정했다.
그가 제국을 구하고 엄청난 공을 세운 영웅임은 분명하지만 좋게 봐줘도 두 검주의 수준에 다다른 것뿐이지 앞질렀다 보기엔 힘들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게 두 가주 역시 제국의 위기 속에서 엄청난 활약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어느샌가 맥이 끊긴 그랜드 마스터.
그 경지에 한없이 가까운 두 가주의 힘은 실로 괴물 같았다.
그런 두 가주의 힘에 비벼 볼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아이언이었다.
[제국 3강!]
제국 신문에 이렇게 대놓고 말할 정도로 지금 아이언의 힘은 확실히 다른 마스터들보다 앞서 있었다.
그런 존재를 잡기 위해선 마스터 두 명 가지고는 어림도 없었다.
“아무리 대륙 최강을 다툰다지만…….”
너무할 정도로 강한 아이언.
두 마스터가 고대 신의 힘까지 사용하면서 밀어붙였지만 그의 방어는 굳건했다.
그건 이세계인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세계 최강의 6인이 전력을 다하고 있음에도 그들의 공격은 신수들에 의해 번번이 막혔다.
수룡과 거인은 천둥새에게, 파동 마법과 수많은 정령 그리고 드루이드의 동물들은 두 개의 달을 뚫지 못했다.
알아사드의 어둠과 해리 윌리엄스의 빛의 검은 피닉스의 불길을 막느라 급급했다.
“겨우 이 정도인가?”
아이언은 그렇게 말하면서 목을 풀었다.
만티코어, 이무기와 싸울 때에 비하면 지금 전투는 한결 여유로웠다.
물론 그때는 자신이 무리한 상태에서 싸우기도 했고 그 둘의 힘이 막강하기도 했다지만, 이세계인들의 무력이 예상한 수준에 못 미치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아무리 짧은 시간 내에 빠르게 강해졌다지만 이세계인들은 신수들만으로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더군다나 아이언은 당시 목숨을 건 혈전 이후로 한층 더 성장했으니 이세계인들을 상대로 여유를 느끼는 것도 당연했다.
‘그래도 많이 강해지긴 했네.’
아이언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사력을 다해 달려드는 두 마스터를 상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유가 있다는 건 이제 정말로 제국 최강을 다투는 두 가주를 넘볼 수 있는 경지에 올랐다는 것을 의미했다.
어찌 보면 조금은 안심하고 기뻐해도 될 법한 상황.
그러나 아이언은 약간의 여유를 활용해 다른 곳을 살폈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곳에서는 어려운 싸움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다수의 화신체들.
게다가 이세계인들을 비롯한 남부 연합군의 전체적인 수준도 상당히 강했다.
그래도 남동부에서 굴러온 짬밥이 있는지라 다들 훌륭하게 대처하고 있지만 문제는 화신체였다.
다른 화신체는 어느 정도 상대할 수 있는데, 유난히 강한 몇 개체들이 기동 야전군에게 피해를 누적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유독 아이언을 신경 쓰이게 하는 화신체 하나가 있었다.
다른 화신체는 그럭저럭 막고 있는데, 유독 그 화신체 하나가 기동 야전군을 괴롭히고 있었다.
아이언도 힐끔거리면서 전체적인 전황을 보면서 여차하면 신수 하나를 빼 그 화신체를 상대하게끔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유독 아이언을 신경 쓰게 하는 화신체.
그는 뇌전으로 만들어진 몸으로 번개 그 자체와 같이 빠른 속도로 전장을 누비고 있었다.
-죽어라! 주신의 개들이여!
뇌창을 휘두르면서 기동 야전군의 기사들을 농락하는 화신체.
마력으로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고유 능력으로 한층 더 강해진 기사들이지만 힘의 차이가 명확했다.
다른 화신체처럼 거구가 아닌 인간 정도의 크기였지만 그렇기에 상대하기 까다로웠다.
뇌전 그 자체인 것처럼 빠르게 움직이면서 기사들을 농락하는 것은 물론이고, 뇌전이 압축된 창은 한 방 막으면 수십의 기사가 전투에서 잠시 물러나야 할 정도였다.
마스터라고 착각할 정도로 압도적인 힘에 기사들이 버거워할 때였다.
“물러나라.”
“구…… 군단장님.”
아리엘이 검을 휘두르면서 한 기사를 노리던 화신체의 창을 막아 냈다.
“녀석은 나 혼자 상대한다.”
“하…… 하지만…….”
“이럴 시간에 흩어져서 전우를 도와라.”
그녀의 말에 기사들이 이를 악물고는 재빠르게 흩어졌다.
화신체가 한차례 휩쓸어서 그런지 전황은 기동 야전군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사령관이 이세계 6인과 마스터 두 명을 묶어 두고 있는데 밀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제법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이구나.
화신체가 혀를 날름거리면서 아리엘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런 화신체의 도발에도 아리엘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검을 들어 올렸다.
-꽤 빠른 것 같은데…… 어디 한번 붙어 보자꾸나!
뇌전 그 자체인 화신체가 창을 휘두르면서 아리엘을 향해 달려들자 그녀 역시 전력을 다해 찌르기를 시도했다.
키이잉!
뇌전의 창으로 찔러 들어오는 공격을 받아치는 아리엘.
-짐의 공격에 반응한 것이냐?
화신체가 놀랍다는 표정으로 아리엘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격이 낮아졌다 한들 마스터도 아닌 인간이 자신의 공격에 반응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가볍게 놀아 보려 했는데 아리엘이 생각보다 강한 것 같자 화신체도 진지하게 임했다.
-이제부턴 다를 것이다.
그렇게 말하면서 전보다 더 빠르고, 더 강력한 일격을 날렸다.
쾌검이 장기인 아리엘을 속도로 무너뜨리기 위해서 뇌전 그 자체가 되서 찔러 들어갔다.
빛과 같은 속도에 대응하지 못할 것 같았던 그녀가 마지막 순간에 고개를 들어 피하고는 반격하려 했다.
카앙!
-이 무슨…….
“별거 아니네.”
아리엘이 그렇게 말하면서 이번엔 자신이 먼저 공격해 들어갔다.
지금까지는 장난이었다는 듯, 그녀의 빠른 검격이 허공을 수놓았다.
화신체가 도망갈 수 없도록 사방에서 찔러 들어가는 검격.
-감히!
그녀가 자신을 압박하는 모습에 분노한 화신체가 전력을 드러냈다.
사방에 뇌전이 터져 나오면서 그의 몸이 뇌전으로 변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아리엘은 화신체의 공격에 반응했다.
뇌전의 창과 아리엘의 검이 허공에서 얽히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수백 합이나 겨뤘다.
“후…….”
화신체와 아리엘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한 발자국 물러나서 숨을 가다듬으며 빈틈을 노렸다.
바로 그때, 아리엘의 눈앞에 알림음이 들려왔다.
띠링!
[고대 신 뇌전의 창잡이와의 전투에서 승리하세요. 승리시 대량의 보상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귓가에 들려오는 소리에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적에게 퀘스트까지 주어지면서 승리해야 할 동기가 강해졌다.
게다가 기사들을 농락한 것치곤 적이 강하지 않았다.
멀리서 봤을 땐 마치 마스터급에 이른 것 같은 힘을 보여 주었지만 막상 상대해 보니 ‘그 정도’는 아니었다.
‘약자 멸시인가?’
강약약강.
지금 눈앞에 있는 화신체가 전형적으로 그런 존재였다.
‘이길 수 있다!’
아리엘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눈을 빛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