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207)
65. 변혁의 시대! (2)
“난리 났군.”
아이언이 조간지를 보면서 피식 웃었다.
제국을 넘어 대륙 전역이 변혁의 시대에 돌입했다.
이러한 현상을 아이언은 나쁘게 보지 않았다.
오히려 인류 전체로 보았을 땐 상당히 좋은 상황이었다.
[갈라지는 신성 연합!]
조간지에 떡하니 박혀 있는 제목.
주신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 외부 신들.
하지만 각자의 이해득실을 따지며 뭉친 놈들이 과연 이익을 전부 공정하게 분배할까?
벌써부터 주신급과 그렇지 않은 신들을 나누고 있었고, 잊혀 가는 신들마저 생겨나고 있었다.
신들끼리도 반목하는 자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주신이라는 공통의 적 때문에 뭉쳐 있지만 슬슬 욕심이 날 것이다.
거기다 외부 신이라는 족속들은 공허에 오랫동안 머물러서 그런지 하나같이 탐욕이 득실거렸다.
‘하위 신과 계약한 자들은 노예나 다름없다!’
모두가 평등할 줄 알았던 신성 연합에 계급이 등장했다.
주신급이라 불리는 신들과 계약하지 않은 자들이 노예처럼 하층민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지금 신성 연합은 이 불합리함에 반발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남부 쪽은 상황이 더 심각했다.
“우리가 왜 저자들의 명령을 들어야 하지?”
“그러게.”
고대 신과 계약한 모험가들이 기사들을 힐끔 보면서 속닥거렸다.
처음 고대 신과 계약했을 때만 해도 기사들에 비해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모험가나 이 세계인 대부분이 빠르게 성장해 가면서 많은 사람들이 기사들 혹은 지휘관들보다 강해졌다.
뒤늦게 왕국 소속의 병력도 고대 신과 계약했지만 이미 좋은 건 이세계인들과 모험가들이 전부 선점한 뒤였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 보면 그 선택은 잘못된 것이었다.
주신으로 인해 제국의 모든 사람들이 각성한 지금, 차라리 끝까지 고대 신과 계약하지 않은 자들이 나았기 때문이다.
그걸 증명하듯, 최근 남부 왕국 연합에선 각성한 자들이 떠오르고 있었다.
주신의 힘으로 각성하고, 고대 신의 유물을 통해 각성한 고유 능력을 강화하거나 그걸 기반으로 또 다른 힘을 얻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반란이다!”
“제길! 상부에 연락해!”
장교가 급히 명령을 내렸지만, 각성자가 된 반란군은 이전과 다르게 막기 쉽지 않았다.
독특한 개성을 가진 각성자들이 창의적인 방법으로 각 지역에서 반란을 일으키면서 왕국 연합의 군대를 괴롭혔다.
다급히 이세계인들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그들은 도울 생각이 없었다.
가만히 놔두면 왕국들이 멸망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자신들의 가치가 전보다 더 상승할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결국 몇몇 영지들이 반란군에 넘어갔고, 혁명 세력이 자신들의 기치를 높이 세웠다.
대륙 남부까지 혼란에 빠지자 마침내 오스리아 대륙 전체가 완전히 혼돈에 빠져들었다.
당연하게도 이 모든 상황의 시발점인 제국의 수도 역시 굉장히 시끄러웠다.
귀족들과 황족들은 자신들의 특권을 내놓지 않기 위해 마지막까지 발악했다.
수도에서 해결이 안 된다면?
지방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신분제를 없애는 것은 모든 귀족들의 문제였다.
그렇기에 지방에 있는 귀족들이 중앙 정보에 항의 서한을 쉼 없이 보내왔다.
그것만으로도 모자라 어떤 이는 병력을 움직이기까지 했다.
군부도 아닌 일개 영지군 하나가 움직인다고 제국의 중앙정부가 꿈쩍이나 할까 싶지만, 그 숫자가 수십 수백이 넘어간다면?
수백의 영지군이 모여 군을 이룬다면 그건 충분히 위협이 될 수 있었다.
“오늘인가?”
“예.”
아이언의 물음에 카드로가 무거운 음성으로 대답했다.
의회 설립.
그것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날이 되자 새벽부터 귀족들이 황궁으로 모여들었다.
지방의 귀족들부터 준귀족들까지 죄다 몰려들었다.
당연히 제국민들을 비롯한 지식인들 역시 황궁과 광장에 모였다.
“아리엘은?”
“지금 21군단과 남은 직할대를 이끌고 올라오고 있습니다. 2시간 뒤면 수도에 도착합니다.”
아이언의 물음에 카드로가 곧바로 대답했다.
기동 야전군 중에서 남동부를 지킬 최소한의 병력만 제외하고 전부 수도로 불러들였다.
본래 22군단만으로 해결하려 했었으나 지방 귀족들의 군세가 심상치 않자 21군단과 직할대 대부분을 불러들인 것이다.
“좋아. 카드로는 여기에 남아서 만약을 대비해.”
“예.”
카드로에게 자신을 대신해서 군을 지휘할 것을 명령한 아이언은 군용 코트를 입었다.
이무기 가죽을 잘라 만든 코트는 웬만한 마법 공격은 무효화시키고, 오러 블레이드조차 잠깐 정도는 막아 낼 정도로 막강했다.
그것으로 모자라 수많은 마법 처리와 특수 소재들이 아낌없이 들어갔기에 코트의 가치는 상상을 초월했다.
그런 코트를 귀찮다는 듯 입은 아이언은 건물 옥상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다리에 힘을 주는 순간 총알처럼 황궁으로 튀어 나갔다.
“정말 괴물이라니까.”
카드로가 창문 너머로 쏜살같이 날아가는 아이언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육체 능력만큼은 마스터 중 가장 강할 것으로 추정되는 아이언.
그런 그가 단순한 육체 능력으로 황궁 앞까지 단번에 도착했다.
그 누가 마스터를 막을 수 있을까?
그 누가 군부의 전권을 쥔 아이언을 막을 수 있을까?
그 누가 제국의 영웅을 막을 수 있을까?
황궁 앞에 도착하자마자 문을 열렸고, 아이언은 그 사이를 가벼운 스텝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대전에 도착하자 이미 혁명 세력과 귀족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는 모습이 보였다.
정식으로 대전 회의가 시작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고성과 함께 서로의 생각을 쏟아 내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그게 다 무슨 소용일까?
“다들 모이셨다면 시작하겠소.”
임시 재상이 도착하자마자 대전 회의가 시작되었다.
수많은 귀족들과 학자들까지 모여 사람들로 바글거리는 대전에 정식으로 의회 설립에 대한 안건이 상정되었다.
결과는?
“압도적이군.”
귀족들의 모든 논리가 학자들 앞에서 무너졌다.
투표로 안 된다는 것을 알기에 시간을 끌려 했던 귀족들의 계획이 학자들의 근거에 모두 무너졌다. 반론에 무산된 것이다.
그렇다고 힘으로 뭔가를 하자니, 그것도 어려웠다.
어느새 아이언의 기동 야전군이 수도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기존에 있던 22군단에 21군단과 직할대까지 합류하면서, 매수된 수도 방위군과 뭔가를 해 보려 했던 귀족들의 의도는 그렇게 무력하게 무너져 내렸다.
“이것으로…… 의회 설립에 대한 대전 회의를 마치겠소.”
땅땅땅!
임시 재상이 망치를 두드리는 순간, 혁명 세력은 환호했다.
귀족을 제외한 제국민 전체가 환호하면서 사방이 축제 분위기로 변했다.
황족들과 귀족들이 서로 눈짓을 했지만 그들은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하늘에서 거대한 신수들이 나타나 그들을 압박했기 때문이다.
[마침내! 모두가 염원하던 것이 이루어졌다!]
대전 회의가 끝나자마자 이런 내용의 신문 기사가 쏟아지면서 제의회 설립이 통과되었다는 사실을 제국 전역에 알렸다.
그도 그럴 것이, 대륙 전체에 혁명 세력이 존재하는 만큼 그 시발점이 된 제국의 소식에 모두의 눈이 집중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마침내 제국에 의회가 설립된 것이다.
그리고 그건 귀족들이 원하는 방향이 아닌 혁명 세력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우리도 할 수 있다!”
“가자!”
“다 엎어 버리자!”
마침내 대륙 남부에서 불길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제국에서 혁명이 성공했다는 소식에 대륙 남부도 들고일어난 것이다.
그러자 서부 역시 질 수 없다는 들고일어났다.
각성자의 시대.
그렇기에 혁명은 성공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문제는 그들은 제국과는 사정이 많이 다르다는 점이었다.
고대 신과 외부 신들에 묶인 그들.
그건 그들에게 치명적인 제약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 말거라.
“뭔 소리야?”
-혁명, 하지 말라는 말이다.
고대 신의 말에 한 청년이 인상을 한껏 찌푸렸다.
이런 현상은 다른 외부 신과 계약한 자들에게도 나타났다.
-순종하거라.
“무슨 소립니까? 주신급을 정해 놓고 우릴 핍박하는 것을 가만 놔두란 말입니까!”
순종하라는 신의 말에 반발하는 소년.
하지만 그와 계약한 신은 같은 말을 반복할 뿐이었다.
-순종하거라.
“이게…… 이게 말이 된다 생각하십니까!”
-더 큰 것을 봐야 하느니…….
더 큰 대의를 위해서 지금의 굴욕은 참으라는 신의 말에 소년은 입술을 깨물었다.
뭔가 이상했다.
상냥하고 자신만을 위해 주었던 신이 지금은 뭔가 이상했다.
아직 어린 소년은 그것이 뭔지 명확하게 알 수 없었지만, 자신이 잘못 계약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건 소년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주신급이 아닌 하위 신들과 계약한 자들에게 나타난 공통적인 현상.
분명 불합리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신은 대의를 위해 참아야 한다는 개소리를 지껄이고 있었다.
그 대의라는 게 주신에게 대항하는 것.
그리고 주신으로부터 대륙을 되찾고 자신들을 이곳에 강림시키는 것이었다.
“애초부터 우린 장기짝에 불과했어.”
“……그래. 알고는 있었지만…….”
외부 신과 계약한 자들 중 몇몇은 제국의 소식을 들으면서 씁쓸해했다.
멸망이 다가왔을 때, 두려움에 잘못된 선택을 한 것.
그로 인해 두고두고 후회할 일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죽어도 인간으로서 죽을 각오를 하며 버텼어야 했는데, 그들에게 그런 용기가 없었다.
“아…… 아아…….”
몇몇 이들이 자신들의 섣부른 선택에 후회하며 참회의 눈물을 흘렸고, 어떤 이들은 제국을 부러워하며 허탈한 표정만을 지었다.
그렇게 하나둘 후회하면서 제국을 부러워할 때, 외부 신들은 지속적으로 말했다.
그들에게 제국을 증오하라고, 저들을 죽이고 멸망시켜야 한다고 속삭였다.
하지만 모든 것을 깨달은 그들에게 더 이상 그들의 속삭임은 머릿속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진실을 깨달은 자들이 하나둘 후회하고, 절망해 갈 때였다.
어떤 자들이 옛 주신의 신전에서 참회의 기도를 드리고 각성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외부 신과의 계약이 깨지면서 주신의 힘으로 새로이 각성했다는 소식.
그것이 진실인지 여부는 알 수 없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생각으로 다들 몰래 옛 주신의 신전으로 향했다.
그러자 다급해진 건 신성 연합 측이었다.
“그들은 이단이다!”
과거의 동료였던 자들을 이단으로 만드는 잔혹함에도 모두가 찬성했다.
그들에게 뒤가 없었기 때문이다.
주신의 힘이 어떤 것인지, 인간으로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아는 자들도 있었으나 주신급 외부 신과 계약한 자들은 뒤가 없었다.
모든 것을 버리고 뒤로 가기엔 너무 멀리 와 버렸다.
현재의 영광을 지키기 위해 진실을 버리는 것을 택한 이들이 그들을 이단으로 몰아가면서 죽이려 했다.
그건 남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고대 신을 택한 이세계인들과 사람들은 그들을 강제로 잡아들였다.
뭐든 억압하려 하면 더 거세게 반발하는 법.
서부와 남부 동시에 ‘주신교’라는 것이 생기면서 후회하는 이들을 모아 세력을 만들었다.
탄압하는 자들을 피해 음지로 숨어들면서 주신의 품으로 돌아가자고 말하는 주신교.
‘주신에게 돌아가자!’
이 구호에 많은 이들이 넘어갔다.
특히 남부의 경우 이 같은 자들이 훨씬 많았다.
고대 신의 유물을 제물로 바치면 주신의 품으로 돌아가도 상당히 좋은 고유 능력을 각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남부의 경우 혁명 세력이 주신교와 힘을 합치면서 거대한 세력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는 고대 신과 외부 신들을 믿고 있었고, 그들의 힘에 취한 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이들이 대대적으로 주신에게 돌아간 자들을 탄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렇게 대륙이 혼란스러운 사이, 마침내 멸망의 시대가 왔음을 알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쿵!
거대한 형상의 무언가가 오만한 표정으로 인간을 내려다보았다.
“드디어! 오셨다.”
법의를 입은 늙은 남자의 말에 모두가 무릎을 꿇고 환호했다.
“화신체로 오신 우리의 신을 환영하라!”
마침내 외부 신을 향해 절을 올린 남자가 고함을 질렀다.
“우리의 신을 위해 간악한 변절자들을 처단하자!”
“처단하자!”
“처단하자!”
남자의 말에 그곳에 모인 모든 이들이 광신도가 되어 이단들을 처단하고자 했다.
외부 신의 강림에 많은 이들의 흔들렸던 마음이 다시금 광적인 믿음으로 변하면서 주신에게 돌아간 이들을 처단하고자 했다.
신성 연합국에 있는 모든 이들이 주신교의 사람들을 찾아내 죽이려 했다.
그리고 이건 남부 쪽이 더 심했다.
그들 역시 개인적으로 고대 신의 화신체를 불러내기 시작하면서 그들에게 퀘스트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주신교가 된 인간들은 몰살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바로 그때, 제국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타지에서 고생하는 인간들이 안타까웠던 것일까?
아니면 인류를 위해서?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수도에 가만히 있던 제국의 영웅이 움직였다.
“제국은 주신을 믿는 자들을 결코 버리지 않는다.”
아이언은 이 한마디를 내뱉으며 자신의 군을 움직였다.
마침내 기동 야전군이 남동부에서 벗어나 본래 이름에 걸맞은 움직임을 보이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