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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206화 (206/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206)

65. 변혁의 시대!

아이언의 말은 분명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그 말을 반박할 힘도, 명분도 없었다.

선황의 유지를 받든다는 명분.

단순히 황제의 유언뿐이라면 어떻게든 제국을 유지시켜야 한다는 명분으로 밀어붙일 만했다.

과거 황태자 시절에 행했던 오점들을 꼬집어 선황의 명예를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자신들이 명분을 쥘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황제는 달라졌고, 죽음으로 제국의 명예를 되찾았다.

거기다 신의 보석이 깨지면서 초대 황제와 신의 계약이 끝났다는 것이 문제였다.

제국의 근본이자 지탱하는 핵심.

그것은 대륙을 지킨다는 제국의 자부심이자 초대 황제의 유훈이었다.

“신의 보석이 깨진 시점에서 제국이 할 일은 끝난 것이긴 해.”

“흠…… 폐하께서 그리 말씀하신 것도 이해가 가긴 해.”

“그렇지.”

사람들이 군부의 결정을 듣고선 다들 고개를 주억거렸다.

제국에 있는 사람들 중에 초대 황제의 일화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그런 초대 황제가 신과 계약을 하고 황족에게 제약을 걸었다는 것까진 몰랐었다.

그랬던 것이, 최근 일련의 일들이 벌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그에 대한 것도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선황이 눈감기 전 모든 비밀을 밝히게끔 명하면서 마침내 제국민들이 황실에 어떤 비밀이 있는지도 전부 알게 되었다.

1. 초대 황제와 신의 계약

처음 계약은 고대종과 외부 신들로부터 대륙을 시키기 위한 신성한 계약이었다.

하지만 황제는 언젠가 후손들이 이 계약을 지키지 않을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신과의 계약을 통해 자신의 피에 제약을 걸었다.

2. 황족들의 계약 강제이행

초대 황제가 신의 계약을 이행하게끔 하기 위한 장치.

그것은 피와 황실에 전해 내려오는 기물들을 통해 역대 황제들의 영혼을 지상에 묶고 현 황제를 복종시키고 엇나가지 않게끔 통제했다.

3. 고대 왕국들과의 계약

초대 황제와 신과의 계약을 알게 된 각국의 왕들은 당연히 이 사실을 비밀로 했다.

대신 제국의 황족들과 계약을 맺었다.

대륙의 안전을 위해서 절대 그들의 안위를 위협하지 않겠다고.

이로 인해 제국의 안전은 확보되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로 인해 제국은 썩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황제와 고대 왕들 간의 계약이라 당사자들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최소한의 안전이 확보되었다는 것을 안 황제와 소수의 황족들의 오만함은 하늘을 찔렀다.

오랜 세월이 흘러 이 비밀을 아는 소수의 귀족들이 있었고 그들은 중앙 귀족이라 불리며 제국의 중추에 자리했다.

그때부터였다.

제국의 뿌리가 썩고 명예가 오염되기 시작하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역사상 제국이 멸망의 위기에 처한 적이 있었지만 언제나 그 위기를 운 좋게 넘길 수 있었던 이유의 이면에는 이 계약이 있었고, 그런 일이 몇 번이나 반복되다 보니 제국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오염되어 버렸다.

그들에게 유일한 위협은 몬스터뿐이었다.

그렇기에 북동부와 남부에 그 많은 병력을 주고도 특권까지 쥐여 준 것이다.

몬스터만 없다면 제국은 멸망할 일이 없고, 중앙의 안전이 깨질 일은 없을 것이다.

이런 안일한 생각이 제국을 좀먹었다.

“황족들의 의무가 끝났으니 그들의 특권도 내려놓는 게 맞지.”

“맞아. 이젠 우리도 각성자라고. 신의 선택을 받았다 이 말이야.”

“능력 있는 자가 높이 올라가는 게 맞지.”

제국민들의 이러한 생각은 귀족 파벌에 있는 병사들에게도 옮겨 갔다.

멸망의 시대에 돌입하면서 귀족 파벌에 속한 병사들 역시 각성했기에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더 이상 말단의 병사로 남고자 하지 않았다.

“우리도 기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러게. 마나에 재능이 없으면 뭐 어때, 이런 능력이 있는데.”

한 병사가 손바닥에 불길을 피워 내면서 말했다.

각성자가 된 그들은 더 이상 말단에서 빌빌거리며 살 생각이 없었다.

지금이야말로 자신들이 한 차원 더 높은 삶을 살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누구도 더 이상 귀족과 평민을 가르는 신분제 사회를 유지하려는 생각이 없었다.

당연히 신분제에서 가장 높은 계급에 있는 황족들 역시 그 권위를 내려놓아야 했다.

[황실의 몰락]

조간신문에 게재된 이 기사 하나로 모든 것이 설명되었다.

아이언이 수도로 온 지 고작 며칠 만에 여론은 완전히 혁명 세력 쪽으로 넘어갔다.

사실 그가 오기 전에만 하더라도, 중앙에 모여든 귀족들과 황족들 때문에 큰 개혁은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사령관들이 황제의 유지를 받든다 말은 했지만 곧 각 세력으로 떠나 버렸고, 중앙은 또다시 귀족들이 장악해 버렸기 때문이다.

혁명 세력이 저항해 의회 설립을 밀어붙였지만 결국 타협안으로 합의할 거라 생각했다.

그런 상황에서 아이언이 온 것이다.

현재 제국에 있는 모든 사령부 중에 유일하게 여유가 있는 곳.

기동 야전군 사령부.

그곳의 사령관이 직접 모든 군부를 대표해 선황의 유지를 받들고자 한다.

명분도, 무력도 군부에 있는 상황에서 중앙이 할 수 있는 선택은 없었다.

제국민들도 대부분의 관료들도 황족들과 고위 귀족들보다 군부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재밌게 돌아가네.”

아이언은 빙그레 웃으면서 고층 건물에 달린 창문으로 수도의 전경을 바라보았다.

자신으로 인해 귀족들과 황족들의 몰락은 확실시되었다.

반복되는 위협 속에서 수도 사람들은 더 이상 자신들이 안전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투쟁심.

그것이 마음속에 깃들기 시작하면서 안정된 삶을 추구하는 대신 더욱 강해지고자 하는 열망이 차올랐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강자 혹은 능력 있는 자들이 높은 위치에 올라야 한다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의 마음은 제아무리 귀족들과 황족들이 막으려 해 본들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일반 사람들도 아니고, 전부 각성자였기 때문이다.

“뭐…… 이건 이것대로 문제가 있겠지만…… 전보다는 낫겠지.”

자본주의사회에서도 여러 문제가 발견되듯, 사람들이 지향하는 사회에도 문제점은 많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신분제 사회보다는 나을 것이 분명했다.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한 남자가 들어왔다.

“밖은 어때?”

“별문제는 없습니다.”

22군단장인 카드로가 지루한 표정으로 그렇게 답했다.

“생각보다 얌전한데?”

생각보다 얌전한 귀족들을 보며 아이언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이대로라면 귀족들의 입지가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그런데도 귀족들이 가만있으니 고개가 갸웃거려질 수밖에 없었다.

“황족들도?”

“예. 아무래도 내부에 생겼다는 문제가 생각보다 큰 것 같습니다.”

카드로의 말을 들은 아이언은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황족들과 귀족들의 파벌에 속한 병사들이 각성하면서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더 높이 올라가고자 하는 욕심은 인간이라면 대부분 갖고 있는 것이었다.

“저들이 움직일 수도 있으니까 계속 감시해 둬.”

“예!”

아이언의 명령에 카드로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런 그를 힐끔 보며 아이언은 와인병을 슬쩍 들어 보였다.

“할 일도 없을 텐데 술이나 마실까?”

“오! 그거 좋습니다.”

고풍스러운 병에 든 와인을 본 카드로가 기대되는 표정으로 곧바로 자리에 앉았다.

그런 그를 보면서 피식 웃은 아이언은 잔을 2개 꺼내 와인을 따랐다.

기동 야전군의 사령관과 군단장이 여유롭게 술잔을 기울일 때, 수도는 뜨거웠다.

당장 의회를 설립하고 황족들은 모든 특권을 내려놔야 한다는 여론이 불타오르며 수도 전역에서 사람들이 몰려나왔기 때문이다

본래라면 귀족들은 뇌물을 먹은 치안대와 수도 방위군을 움직여 이들을 억압해야 했다.

최소한 대치 상황으로 몰고 가 시위에 나온 사람들을 지치게 만들고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여 저들이 자발적으로 올 수 있게끔 판을 짰어야 했다.

하지만 그 모든 계획이 아이언으로 인해 무너졌다.

아이언 혼자 왔으면 모르겠지만 그는 자신의 군대와 같이 왔다.

기동 야전군 22군단.

기동 야전군 사령부 직할 기사단 예하 비룡 기사대 2개조.

기동 야전군 사령부 직할 공군 1부대.

기동 야전군 사령부 직할 기사단 2개 조.

기동 야전군 사령부 직할 마법 부대 1개조.

22군단을 제외하면 그리 많은 규모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들은 전부 정예라는 게 문제였다.

수많은 전투를 치르면서 이들의 전체적인 수준은 무서운 속도로 높아졌다.

거기다 기동 야전군은 다른 군과는 다르게 특이한 특징이 있었다.

바로 고유 기술이 2개나 있다는 것.

멸망의 날에 각성하기 전에 이미 몬스터들을 처치하면서 얻은 고유한 능력이 있었다.

그런데 각성하면서 능력이 하나 더 생겨 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마력을 사용할 수 없느냐?

그것도 아니었다.

기동 야전군이라면 기본적으로 마력을 사용할 줄 아는 자들이었다.

그런 자들이 2개의 고유 능력까지 보유하고 있다면?

“괴물들…….”

수도 방위군이 22군단의 병사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제국에서 가장 약했던 야전군이 이제는 모든 사령부 중에서 가장 잠재력이 높은 군으로 변모했다.

조금만 시간이 더 지나면 제국 최강의 군대로 변모할 것을 의심하는 자들은 없었다.

당장에 아이언만 보더라도 제국 최강을 다투는 두 가주를 뛰어넘었다고 보는 자들이 있을 정도였다.

그렇다 보니 수도 방위군이나 치안대는 기동 야전군을 건드릴 생각조차 못 했다.

땅땅!

“한 달 후 의회 설립에 관한 정식 안건을 논의하겠소.”

재무대신이자 임시 재상인 고위 관료가 황제를 대신해 대전 안건을 정식으로 상정했다.

그러자 혁명 세력에서는 환호가, 귀족들과 황족들에게서는 한숨이 터져 나왔다.

이미 여론은 의회 설립 쪽으로 기울어졌고, 군부와 고위 관료들도 자신들에게서 등을 돌렸다.

그들이 내민 타협안마저 불허된 상황.

아이언이라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황족들과 귀족들은 파벌을 버리고 한데 뭉쳤으나, 결국 패배하고 말았다.

이제 남은 건 각자 살길을 찾는 것뿐이다.

대륙 최강국인 제국이 변혁에 시동을 걸었다.

이 소식은 대륙 전역을 강타했다.

당연히 남쪽의 남부 왕국 연합 쪽과 서부의 신성 연합 쪽에도 변혁의 움직임이 일어났다.

비록 고대 신과 외부 신이라는 잘못된 선택을 해서 각성을 하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변혁의 움직임이 없을 수는 없었다.

대륙에는 잊힌 고대 신들은 많았고, 외부 신들 중에서도 힘없거나 잊힌 자들은 많았다.

그들과 계약한 자들은 당연히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힘의 논리에 의한 사회를 원한다!]

남부 왕국 연합에 떠도는 개혁론자들의 외침.

제국처럼 개혁할 수 없다면 적어도 힘의 논리에 의한 사회 구축을 하자는 과격론자들.

분명 문제가 많을 게 분명했음에도 그들은 그걸 원했다.

제국보다 훨씬 억압이 심한 왕국들의 신분제 사회.

그들이 생각하는, 그것을 타파할 유일한 방법이 바로 힘의 논리에 의한 사회였기 때문이다.

이에 공감하는 것은 서쪽의 신성 연합 쪽도 마찬가지였다.

외부 신들의 힘의 서열에 따르는 게 아니라 개개인의 힘을 위주로 세력을 개편하자는 자들이 생겨났다.

대륙을 지배하는 3개의 세력 전체가 변혁의 물결에 동참하면서 뜨겁게 불타올랐다.

바야흐로 변혁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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