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198화 (198/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198)

62. 남동부 전쟁의 결말 (2)

두 개 군단이 치고 올라오고, 중앙의 병력이 굳건히 버티며 전선을 유지하자 서서히 몬스터들의 전역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압도적인 군세라도 전열이 무너진다면 회복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거기다 후방에서 날카롭게 치고 들어오는 기사단과 돌격대의 공격과 받쳐 주는 레인저까지.

덕분에 몬스터군은 사방에 포위된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급기야 단번에 섬멸하겠다는 의지마저 느껴지자 몬스터들은 중앙으로 몰려들었다.

그들 역시 기동 야전군의 중심인 아이언만 잡으면 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제 싸움은 아이언을 죽이느냐 못 죽이느냐의 싸움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쿠우웅!

-죽어!

-키에에에엑!

만티코어와 이무기가 고함을 지르면서 아이언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자 두 개의 달과 천둥새가 몸으로 그들을 막아섰다.

사방에서 달려드는 몬스터들을 베느라 무리한 아이언을 잠깐이라도 쉬게 해 주고자 그리한 것이다.

하지만 미친 듯이 성장한 이무기의 육탄 돌격은 두 개의 달이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부우우우!

이무기의 돌격에 밀려난 부엉이가 자존심 상한 표정으로 광선을 날렸지만, 이무기는 외피를 두텁게 해서 그것을 버텨 냈다.

“괴물이 되어 버렸네.”

아이언이 괴물이 된 이무기를 보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자신이 성장한 만큼 이무기 역시 엄청나게 성장한 것이다.

그것이 비록 대부분 육체에 한정되었다고 하더라도, 거대한 크기의 육체가 결코 베이지 않을 만큼 강화되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군대 자체를 단단한 육체만으로 밀고 들어가 전열을 붕괴시켜 버리기 때문이다.

거기다 만티코어 역시 처음 만났을 때보다 강해진 상태였다.

하지만 영악한 녀석은 이무기를 보조할 뿐, 힘을 크게 소모하지는 않았다.

만약 이무기가 당한다면 자신이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였다.

어떤 변수도 없이 아이언을 죽이겠다는 만티코어의 의지에 아이언이 이를 악물었다.

‘아직…… 시간이 필요해.’

21군단과 23군단이 날개를 펼치며 압박하고 있었고, 22군단도 전선 유지를 넘어서 본격적으로 아이언을 구원하기 위해 움직였다. 수백의 비공선들과 비룡들이 일제히 하늘을 장악하며 아이언을 돕기 위해 날아들었지만 시간이 필요했다.

거기다 비록 몬스터들의 전열이 무너지긴 했지만 워낙 막대한 숫자의 몬스터들이 몰려 있었기에 섬멸하기 위해선 시간이 좀 더 필요했다.

“후…….”

자신을 지긋지긋하게 괴롭힌 놈들과 마지막 혈투.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아이언은 오히려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온몸이 욱신거리고, 움직일 때마다 삐걱거렸지만 검로만큼은 어느 때보다 깔끔했다.

게다가 오러 블레이드 역시 더욱 선명했다.

서리가 낀 오러 블레이드에 뇌전이 터져 나오면서 남아 있던 모든 힘을 쥐어짜 냈다.

그러자 이무기의 온몸에서 검은 기운이 터져 나왔다.

“……투기? 이런 미친…….”

가뜩이나 큰 이무기의 몸이 투기로 깜싸였다.

아직 만티코어처럼 형상을 이뤄 내진 못한 듯싶으나, 막대한 투기가 터져 나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발전 속도가 너무 빠르다.’

이무기의 발전 속도를 본 아이언은 경각심을 느꼈다.

자신의 기술은 맞지 않아 배우지 못했지만, 투기는 달랐다.

공허의 기운에 마력을 융합시켜 만든 만티코어 전용의 오염된 투기를 영악한 이무기가 금세 배워 버린 듯싶었다.

그걸 증명하듯 하늘에 있는 만티코어의 얼굴은 한껏 일그러져 있었다.

지금이야 서로 엇비슷하다고 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가장 강해질 가능성이 높은 게 이무기였다.

‘여기서 죽여야 한다.’

‘기회를 봐서 죽인다.’

아이언과 만티코어가 이무기를 보면서 같은 생각을 했다.

기동 야전군 입장에선 전쟁에서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이무기가 살아남으면 향후 또다시 자이언트 웜 군단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안정화해야 할 남동부에 큰 위협이 될 존재를 결코 놔둘 수 없는 입장이었다.

반대로 만티코어 입장에선 지금이야 힘을 합쳐 아이언을 죽여야 하지만, 이무기 역시 반드시 죽여야 될 존재였다.

만약 아이언을 치명상을 입힌 상황에서 이무기를 죽일 기회가 온다면 만티코어는 이무기를 죽이는 선택을 할 것이다.

그만큼 이무기의 성장세가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두 존재의 생각을, 이무기 역시 눈치챘다.

진화를 거듭하면서 영리해진 덕분인지, 전투를 치르면서 기세가 바뀌는 것을 민감하게 느끼며 조금씩 몸을 사리기 시작했다.

마스터급의 세 존재가 서로 눈치를 보면서 전투를 이어 나가는 상황.

하지만 상황은 아이언에게 가장 불리했다.

어느새 중앙으로 몰려든 몬스터들이 아이언을 향해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부…… 부우…….

두 개의 달이 몬스터들의 연합 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작아져서 역소환되었다.

그러자 피닉스와 천둥새가 아이언을 지키기 위해 날아들었다.

하지만 두 신수 역시 만티코어와 이무기의 공격을 받아 내다가 결국 역소환되었다.

남은 건 뱁새와 아이언뿐.

“후…… 버틸 수 있을까?”

-짹!

아이언의 물음에 뱁새가 약한 소리 말라는 듯 호통쳤다.

뱁새의 작은 날갯짓에 환한 빛이 뿜어지며 공허의 기운을 몰아냈다.

어느새 뱁새는 날갯짓만으로 신성한 기운을 뿜어낼 정도로 진화했다.

매번 막대한 양의 신성력을 증폭시키다 보니 몸에 깃든 신성마저 진화해 버린 것이다.

-매번 저 쥐방울이 문제군!

만티코어가 뱁새의 파장에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신성한 파장은 공허의 기운에 잠식된 몬스터들의 힘을 약화시켰다.

단순히 공허의 기운을 몰아내는 것을 넘어 부정한 존재에 디버프를 걸고 있었다.

-키에에엑!

이무기가 실시간으로 약화시키는 힘에 저항하며 아이언을 향해 돌진했다.

그러자 만티코어도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다는 듯 하늘에서 그대로 낙하했다.

수천 개의 가시들과 공허의 폭풍을 휘감고 낙하하는 만티코어.

거기서 끝이 아니라는 듯, 이무기와 만티코어의 입이 동시에 열렸다.

“버틴다!”

-짹!

아이언의 말에 뱁새가 대답하며 신성력을 한계까지 쥐어짜 내 증폭시켰다.

찰나의 순간에 만들어진 거대한 빛의 방패.

그리고 동시에 쏘아지는 검은 광선과 보랏빛 광선이 빛의 방패에 직격했다.

쿠우우웅!

마스터급 존재들이 전력을 다해 부딪치자 주변에 폭풍이 휘몰아치면서 강력한 충격파를 만들어 냈다.

어느새 마력 파장이 만들어지면서 주변엔 공허의 기운과 신성력이 계속해서 부딪치며 뇌전을 뿜어냈다.

주변에 몬스터들이 충격파에 날아가는 건 기본이었고, 도우러 온 22군단의 비공선 부대와 비룡부대 역시 충격파에 휘말려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서로가 전력을 다한 공격이었기에 마스터가 아닌 자들은 감히 그들의 영역 안에 들어설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리고 그 영악 안에서 아이언과 이무기, 만티코어는 서로가 뒤엉켜 싸우기 시작했다.

수천 개의 가시들이 주변을 초토화했고, 이무기는 땅을 갈아엎으면서 아이언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런 그들의 공격을 최대한 피해 내면서 버티는 아이언.

-째…… 째액…….

뱁새가 한계에 다다랐는지 비명을 지르면서 역소환되어 버렸다.

영악한 만티코어가 뱁새만을 노리며 집요하게 날아들었기에 힘을 증폭시키는 데 집중하던 뱁새가 무리하다가 그만 내상을 입은 것이다.

이렇게 모든 신수들이 역소환되자, 지상에 남은 건 오랫동안 같이 해 왔던 검과 자신뿐이었다.

“버텨 보자.”

아이언은 듣지도 못하는 검에게 말을 걸면서 오러 블레이드를 다시 만들었다.

그러자 이무기가 외피 조각들을 날리면서 아이언의 사방을 둘러싸고 돌진해 왔다.

위에서는 여전히 만티코어의 가시가 날아들었고, 주변에서는 이무기의 외피 조각들이 날아다니며 아이언을 포위했다.

신수들도 없었고, 오러마저 바닥을 드러낸 상황.

끊임없이 이어지던 신성력마저 육체의 불안정 때문에 사용하기 힘든 상황.

그런 상황에서 믿을 건 부상당한 육체와 검뿐이었다.

우웅!

검의 울음을 느낀 아이언이 놀란 눈빛으로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검은 자신을 믿으라고 말해 주고 있었다.

이 세상에서 검과 자신만 남은 것 같은 느낌 속에서 아이언은 두 손으로 손잡이를 부여잡고 자세를 잡았다.

“……해 보자.”

눈으로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날아드는 가시들과 이무기의 외피 조각들이 느릿하게 다가오는 묘한 감각을 느끼며 자세를 잡은 아이언은 검에게 말을 걸었다.

“할 수 있지?”

우웅!

자신의 말에 잘게 떨리는 검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어느새 남은 오러가 모조리 검에 빨려 들어가면서 주변에 오러막이 생겼다.

그 오러막에 가로막힌 외피 조각들과 가시들을 보면서 이무기가 전심전력으로 돌격해 들어왔다.

그 모습을 느린 속도로 바라보면서 검에게 말했다.

“그래. 너라면…… 너랑 같이 있으면 버틸 수 있을 것 같네, 마치 ‘철벽’처럼.”

아이언의 말에 검이 진동하면서 오러 블레이드를 검게 물들였다.

냉기와 뇌전마저 검게 물들인 검은 아이언의 강철 특성을 이용해 마치 철벽처럼 굳건한 기세를 내뿜었다.

영성이 깃든 검만이 뿜어낼 수 있다는 검의 기세.

그것이 지금 이 순간에 터져 나온 것이다.

-키에에에엑!

검의 기세를 몸으로 뚫고 들어온 이무기의 공격을 아이언이 이를 악물고 버텨 냈다.

콰과과과곽!

대지가 파이면서 뒤로 밀려나는 아이언.

바닥이 드러난 오러를 오로지 검의 힘과 바닥까지 쥐어짠 모든 힘을 융합하여 버텨 냈다.

하지만 결국 한계는 찾아올 수밖에 없었다.

전심전력으로 돌진해 오는 이무기의 공격을 버텨 내지 못한 아이언이 그대로 뒤로 튕겨 나갔다.

“쿨럭!”

모든 힘이 바닥난 아이언이 피를 토하면서 몇 바퀴나 구른 후 간신히 검을 의지해 일어났다.

하지만 겨우 일어난 게 전부였다.

지금 상태에선 고블린이라도 아이언을 죽일 수 없을 정도로 나약해진 상황.

그리고 이무기는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바로 그때, 기회를 엿보고 있던 만티코어가 이무기를 기습적으로 공격했다.

이미 아이언은 전투가 불가능한 상황.

그렇다면 이무기를 처치하면 만티코어 본인이 남동부를 지배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까지 이 한순간을 노려 왔던 인내심이 빛을 발하는 듯, 아이언에게 모든 힘을 쏟아 낸 이무기는 만티코어의 공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공격을 허용했다.

-키에에엑!

고통에 몸부림치는 이무기가 온몸에 치명상을 입으면서 몸부림쳤다.

그런 이무기를 보면서 만티코어가 흥분하며 외쳤다.

-내가…… 내가! 내가 승리자다!

만티코어가 그렇게 외치면서 간신히 서 있는 아이언에게 가시를 날린 뒤, 치명상을 입은 이무기를 마무리하기 위해 아가리를 벌렸다.

하지만 만티코어는 이무기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아이언이 있는 쪽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런…… 버러지들이!

마무리될 줄 알았던 만티코어가 가시를 막아 낸 인간들을 바라보았다.

가시들을 모조리 쳐 낸 인간들.

6단계에 들어선 군단장들이 아이언을 지키기 위해 모조리 모여든 것이다.

어느새 그 많던 몬스터들은 뿔뿔이 흩어지거나 도망치고 있었다.

만티코어가 싸우는 동안 기동 야전군이 몬스터들을 박살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벌레 같은 것들아! 저리 꺼져라!

만티코어가 다급한 표정으로 자신에게 달려드는 군단장들을 공격했다.

아무리 힘을 소모했어도 마스터는 마스터였다.

군단장들의 전심전력을 다한 공격에도 오히려 압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만티코어는 끝내 아이언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어느새 모여든 그레이트 웜들도 거대한 아가리를 벌리면서 만티코어를 공격했기 때문이다.

빠르게 회복 중인 이무기는 물론이고, 아이언 역시 파리했던 안색이 조금씩 회복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만티코어가 가진 힘을 바닥까지 긁어모았다.

다시는 없을 기회였기에 목숨을 건 도박을 한 것이다.

“버틴다!”

아리엘이 고함치면서 말하자 두 군단장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모든 힘을 끌어모았다.

만티코어의 전력을 다한 가시 조각들이 아이언과 이무기에게 날아들자 자이언트 웜들이 육탄 방어로 앞을 막아섰다.

아이언에게 날아드는 것들 역시 군단장들이 막아섰다.

세리덴의 사자검식으로 대부분의 가시들을 박살 내고, 아리엘의 극한에 다다른 쾌검이 유성처럼 뻗어 가면서 사방으로 비산하는 가시 조각들까지 모조리 소멸시켰다.

남은 건 굳건하게 선 카드로의 방어검식에 모조리 막혔다.

하지만 마스터급이 전심전력을 다한 공격을 받아 내고도 무사할 리가 없었다.

고작 단 한 번.

마스터급의 진심을 다한 공격을 받아 낸 것에 6단계에 이른 3명의 군단장이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육탄 방어를 하는 자이언트 웜들과 그레이트 웜들도 치명상을 입거나 대부분 죽은 상황.

그제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마무리를 하려던 만티코어의 한쪽 다리가 거대한 아가리에 물렸다.

콰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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