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197)
62. 남동부 전쟁의 결말
이무기와 만티코어의 전략에 말려든 기동 야전군은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도박을 하기로 했다.
몬스터들이 손해를 감수하는 전술을 사용한다면 아군은 그것을 벗어나기 위한 전술을 사용해야 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사령부에 처박히지 않는 한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기동성부터가 몬스터들이 우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숫자 역시 몬스터 측이 더 많았다.
모든 것이 불리한 이 상황에서 기동 야전군이 유일하게 우위에 있는 것이 바로 마스터급 전력이었다.
그리고 아이언은 바로 그 점을 사용하기로 했다.
“다들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것쯤은 인지하고 있을 거다. 그래서 우리 역시 위험을 감수한 전술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
아이언은 군 전체에 연결된 통신구를 통해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자 부하들이 침묵한 채 아이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미끼 역은 내가 할 거다.”
“…….”
그의 말에 부하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또다시 자신을 희생하려 하는 사령관을 보면서 입술을 깨물 뿐이었다.
도움이 되기 위해 목숨을 건 전투와 지쳐 쓰러질 때까지 수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중요한 순간에는 사령관에게 기댈 수밖에 없었다.
“다들 알겠지만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아이언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하며 사령부 쪽을 바라보았다.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멸망의 때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이런 상황에서 소소한 전술적 승리에 만족하며 장기전으로 끌고 갈 수는 없었다.
신의 보석이 깨지기 전에 남동부를 정리하고 어디로든 움직일 수 있게끔 만들어야 했다.
게다가 피해가 누적되는 것도 마음에 안 들었다.
힘들게 키워 놓은 병사와 장교가 자꾸만 죽어 나가고 있었다.
몬스터들은 무지막지한 번식력으로 죽어도 바로바로 채워지고 있는데, 인간들은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큰 거 한 방을 날려 단번에 끝내 버려야 했다.
“적들을 낚으려면 그만큼 내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즉, 난 단기전을 위해 무리하는 것처럼 적진 깊숙이 들어갈 거다.”
그의 말에 지휘관들이 이를 악물었다.
“당연히 저 영악한 놈들은 내가 많은 힘을 소모하기 전까진 나타나지 않을 거다. 그러니 난 처음부터 전력을 다해 적들을 쓸어버릴 생각이야.”
스스로 위험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작전.
하지만 아이언은 망설이지 않았다.
“작전의 요지는 위험에 처한 내가 이무기와 만티코어에게 죽기 전에 적진을 완전히 섬멸해야 한다는 거다.”
그동안 전쟁의 주인공은 거의 대부분이 아이언이었다.
그가 주도적으로 움직였으며, 그의 힘에 의해 전쟁에서 승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모든 것이 부하들의 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전술.
이 정도가 아니면 영악한 이무기와 만티코어는 낚싯줄에 걸려들지 않을 거다.
저들이 입을 벌리고 달려들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
그것이 이번 작전의 핵심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부하들의 도움이 꼭 필요했다.
자신이 조금 위험하다고 바로 도우려고 한다면 작전은 실패할 것이다.
하나 그렇다고 적들과의 싸움에 심취하다가 아이언이 죽어 버린다면 그것 역시 실패였다.
적들을 빠르게 섬멸하고 ‘적절한 시기’에 구원하러 오는 것.
“조건이 굉장히 까다롭다는 건 안다. 하지만 반드시 성공해야만 한다.”
그렇게 말하면서 아이언은 통신구를 바라보았다.
“할 수 있겠나?”
아이언의 물음에 침묵하던 장교들.
그런 장교들에게 아이언은 다시 한번 물었다.
“할 수 있겠나?”
-예!
그들의 대답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은 아이언은 본격적으로 작전 회의를 시작했다.
“모든 군단 병력은 한데 뭉쳐서 적들과의 전면전을 대비한다.”
-예!
아이언의 말에 세 군단장은 일제히 대답했다.
가장 규모가 큰 군단 3개가 뭉친다.
즉, 전면전을 할 것처럼 크게 군대를 모으는 것이다.
그리고 그 3개의 군단의 거대한 규모를 눈속임으로 두고 직할대를 따로 빼낼 생각이었다.
“기사단과 돌격대, 레이븐, 레인저는 적들의 후방을 노려라.”
-예!
그의 명령에 직할대를 이끄는 사단장급 지휘관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직할대 대부분을 몬스터군의 후방을 찌를 창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영악한 만티코어라면 이것을 눈치챌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기에 그들의 눈을 아이언 자신에게 돌려야 했다.
“선봉에는 내가 선다.”
아이언은 그렇게 말하며 저 멀리 있을 몬스터군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내가 선봉에 설 때, 만티코어와 이무기는 각 군단의 뒤를 치려 할 거다. 그 순간을 잘 버텨야 한다.”
-오른쪽은 제가 맡겠습니다.
아리엘이 먼저 오른쪽을 맡겠다고 했다.
가장 균형 잡힌 군단이기에 만티코어나 이무기 둘 중 누가 와도 해볼 만했다.
-왼쪽은 제가 맡겠습니다.
왼쪽을 맡겠다고 나선 건 세리덴이었다.
세 군단 중 가장 방어에 특화된 군단이 바로 세리덴의 23군단이었다.
그리고 이들이 이런 결정을 한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아이언이 위험에 처할 시, 가장 빠르게 해당 지역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공군이었다.
그리고 기동 야전군 중 가장 강력한 공군을 보유한 것이 카드로의 22군단이었다.
처음엔 직할대에 달린다는 평가를 받던 22군단이었지만, 지금은 직할대보다 족히 2배 이상 강력한 힘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누구보다 믿을 만했다.
거기다 후방을 맡은 2개 군단 중 위험한 곳이 있다면 바로 지원하러 가는 것도 염두에 둔 좋은 진형이었다.
그렇게 모든 작전이 끝이 났다.
23군단 21군단
↘↖ ↙↗
22군단&직할대
↓
아이언
↓
적
↗ ↖
돌격대 기사단
↖ ↗
레인저&레이븐
잘만 된다면 단번에 섬멸할 수 있는 진영.
적들이 연합한 군단을 싸먹기 전에 아이언이 막강한 화력으로 적의 종심을 돌파한다.
그리고 힘이 소모된 아이언을 잡아먹기 위해 이무기와 만티코어가 빠지는 사이, 자유가 된 23군단과 21군단이 양 진영을 파고들기 시작하고, 22군단은 아이언을 돕기 위해 움직인다.
그사이 적의 후방을 급습하는 직할대.
대규모 전투에서는 전열과 사기가 굉장히 중요한 법.
한번 전열이 무너진 몬스터군은 결국 후퇴할 수밖에 없고, 후방마저 위협받는다면 뿔뿔이 흩어질 것이다.
그런 그들을 쓸어버리는 건 현재의 기동 야전군에는 손쉬운 일이다.
뿌우우우!
거대한 뿔 나팔이 울리면서 몬스터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전면전을 시작할 것처럼 전군이 움직이는 몬스터군.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양동작전을 할 것이라는 걸 기동 야전군에 있는 사람들 중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수많은 자이언트 웜을 비롯한 몬스터들이 몰려왔으나, 그들 중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그레이트 웜과 만티코어의 친위대는 다른 곳으로 이동 중이었다.
“작전을 시작한다.”
“예!”
아이언의 명령에 지휘관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뭉쳐 있던 병력이 진영을 갖추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22군단과 직할대들이 앞으로 나왔고, 21군과 23군단이 진군 속도를 늦추면서 양 날개를 자처했다.
그러는 사이 아이언은 두 개의 달을 타고 재빨리 몰려오는 몬스터들을 향해 날아갔다.
“천둥아.”
아이언의 부름에 하늘 저 높은 곳에서 벼락이 떨어지며 폭풍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뒤이어 피닉스의 화염 폭풍이 작렬하며 몬스터들의 진격을 저지했다.
“부엉아, 단숨에 돌파한다.”
-부우!
아이언의 의지를 읽은 부엉이가 전력으로 2개의 광선을 날리며 전진했다.
그래도 명색이 몬스터 웨이브급 규모의 몬스터군답게 전력을 다한 두 줄기의 광선을 힘을 합쳐서 받아 냈다.
주술과 몬스터들의 조잡한 요술로 받아 내고, 중첩된 버프로 천둥새의 폭풍과 피닉스의 화염을 견뎌 냈다.
제아무리 막강한 신수들이라도, 몬스터 웨이브를 혼자서 막는 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아이언은 홀로 몬스터들을 향해 돌진했다.
몬스터들의 위를 날아다니는 부엉이 위에서 뛰어내린 아이언이 곧바로 거대한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어 내면서 몬스터들의 중앙 부분을 쓸어버렸다.
쿠우웅!
크레이터가 만들어지면서 낙하한 곳의 주변에 있던 몬스터들을 피떡으로 만들어 버린 아이언은 빙그레 웃었다.
“놀아 보자고.”
아이언의 말에 주변에 있는 몬스터들이 힘을 합쳐 달려들었다.
로드급의 몬스터들이 고함을 지르며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마스터인 아이언의 등장에도 쫄지 않고 무식하게 달려드는 몬스터들.
그들 역시 이번 싸움으로 모든 것을 걸었기에 목숨을 도외시하고 아이언에게 달려드는 것이었다.
그렇게 아이언이 몬스터 연합군을 홀로 상대할 때, 이무기와 만티코어 역시 기동 야전군이 예상했던 것처럼 양방향을 치고 들어왔다.
“물러나지 마라!”
“막아!”
아리엘과 세리덴이 기다렸다는 듯 명령을 내리면서 마스터급의 이무기와 만티코어를 상대해 나갔다.
그사이 22군단과 직할대들은 계속 전진하며 몬스터 연합군과 전력으로 맞부딪쳤다.
워낙 많은 숫자였기에 아이언에 의해 전열이 일부 붕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동 야전군의 주력군을 상대로 대등한 싸움을 벌였다.
그러자 21군단과 23군단의 병력 일부가 전선 유지를 위해 지원하러 왔다.
그리고 그 모습을 후방으로 이동한 기사단과 돌격대, 레인저들이 초조하게 바라보았다.
레이븐에 의해 실시간으로 담긴 영상구를 보면서 자신들이 진입할 각을 보고 있는 그들은 어서 빨리 이무기와 만티코어가 낚여 주기만을 바랐다.
하지만 영악한 녀석들은 쉽사리 낚이지 않았다.
압도적인 숫자의 몬스터들이기에 이 상태만 유지하더라도 자신들이 유리할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 있으니, 바로 아이언의 무력이었다.
“다시 봐도 굉장하네.”
기사단장인 로뎀이 무시무시한 위력을 발휘하는 신수들의 융합기를 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예전보다 훨씬 더 강해진 융합기는 간신히 버티고 있는 몬스터들을 말 그대로 ‘쓸어’버렸다.
하지만 그만큼 아이언 본인과 신수들도 무리하는 것이기에 융합기를 사용할수록 지쳐 갔다.
뱁새가 활력을 불어 넣어 준다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아이언이 어느새 신성력까지 최대치로 끌어내며 몬스터들을 상대하고 있음에도,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지쳐 가는 것이 눈에 보였다.
바로 그때, 땅속이 울리면서 거대한 검은 거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드디어!”
로뎀이 드디어 낚인 이무기를 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어느새 하늘에서도 활공하며 모습을 드러낸 만티코어가 아이언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돌입합니까?”
한 기사의 질문에 로뎀이 고개를 저었다.
“아직.”
지친 몸으로 만티코어와 이무기의 합공을 받기에 계속해서 밀려나는 형국이었지만 아직 아이언은 버틸 만했다.
그렇기에 주변 몬스터들도 최대한 이무기와 만티코어를 돕기 위해 중앙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조금 더…… 좀 만 더…….”
로뎀과 루뎀, 닉스 콜이 초조한 표정으로 몬스터들의 진영이 완전히 무너지길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아이언을 잡기 위해 모든 중앙에 포위망을 형성했을 때, 이무기와 만티코어가 빠진 그레이트 웜과 만티코어 친위대를 박살 낸 21군과 23군단이 날개를 펼치며 몬스터를 감싸기 시작했다.
“지금.”
로뎀의 명령과 함께 기사단이 일제히 쐐기 형태로 돌격하며 후방에 있는 몬스터들을 베어 냈다.
그러자 돌격대 역시 다른 방향에서 몬스터군을 향해 치고 들어갔다.
그리고 레인저들이 남은 몬스터들을 깡그리 섬멸하며 후방을 휘젓고 다니기 시작했다.
낚싯줄에 거대한 물고기가 걸린 순간이었다.
이제 남은 건 시간 싸움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