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194화 (194/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194)

61. 불안한 조짐 (4)

황태자는 아이언이 수십 번의 꿈속에서 빠짐없이 등장했다는 것과 제국 역시 멸망의 길을 걸었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 있을 일을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다.

수십 번의 꿈에서 미래는 많이 바뀌었고 결과도 달라졌지만 바뀌지 않은 게 두 가지 있었는데, 하나가 제국의 멸망이었고 다른 하나가 바로 아이언을 중심으로 뭉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인간의 힘에는 한계가 있었다.

제국이 무너지고 군부가 득세했지만 인간의 힘으로 재앙을 견딜 준비가 되지 않았다.

“저는…… 죽습니까?”

아이언이 담담한 표정으로 묻자 잠시 고민하던 황태자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그대가 죽는 것까진 나오지 않았소.”

그의 말에 아이언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자신이 죽는 게 거의 확실시된 건 아닌 것이다.

“내가 본 모든 미래는 제국이 멸망한 후, 그대를 중심으로 뭉치는 것까지였소.”

황태자가 할 일은 제국의 마지막 종말을 보는 것.

거기까지 그의 할 일이었다.

인류의 미래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몇 가지 더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아이언의 물음에 황태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언은 그동안 생각했던 궁금한 점을 물었다.

1. 고대종이 얼마나 더 나타나는지.

2. 신들이 직접 강림하는지.

3. 제국이 멸망하는 직접적인 요인이 무엇인지.

크게는 이 세 가지였다.

하지만 이 질문들에는 황태자가 명확하게 답해 줄 수 없었다.

그가 보는 미래는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단편적인 꿈과 가장 중요한 장면 몇 개만이 약간씩 바뀌면서 반복해서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황태자도 미간을 찌푸리며 아이언이 말한 것들을 떠올리려 해도 잘 기억나지 않았다.

제국이 멸망하는 장면과 아이언을 중심으로 뭉치는 장면, 그리고 대규모 전쟁 정도만 확실하게 기억날 뿐, 나머지 세세한 것들은 안개에 가린 것처럼 흐릿했다.

“음…….”

꿈속에서 본 것 같기는 한데 그것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말해 줄 수는 없는 것.

그래서 황태자도 답답한 표정이었지만 결국 안개처럼 뿌연 장면을 완전히 떠올리는 데에는 실패했다.

‘제약인가?’

아이언이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일부러 그 장면들을 가려 놓고 중요한 장면만을 기억하게끔 ‘조작’한 것이 분명했다.

‘얻을 건 다 얻었군.’

더 이상 들은 건 없다고 생각하면서 아이언은 어렵사리 입을 열며 알고 있는 것을 더듬더듬 말하는 황태자를 바라보았다.

조금이라도 설명하려고 애쓰는 황태자.

그런 그를 위해 아이언은 경청하는 표정으로 차분히 그의 말이 끝날 때까지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신의 보석이 깨진다 해도 결계 자체가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

그가 한 말을 종합해 볼 때, 보석이 깨지는 순간 신들의 놀이터가 되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몬스터들이 밀려들고 괴상한 생명체들이 제국의 땅을 짓밟았다고 설명했지만 황태자의 말 어디에도 신적 존재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고대종에 관한 얘기도 들려왔지만, 신화시대 때처럼 신의 힘에 맞먹는 존재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최악은 아니라는 건가?’

아이언이 그렇게 생각하며 피식 웃었다.

“……도움이 되었소?”

황태자의 물음에 잠시 생각에 잠겼던 아이언이 환하게 웃었다.

“예,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다행이오.”

황태자가 진심으로 다행이라는 듯 가슴을 쓸어내렸다.

“신이 내게 내려 준 역할을 완수하게 돼서 정말 다행이오.”

황태자의 말에 아이언이 진지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신을 믿으십니까?”

그의 물음에 황태자가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 피식 웃었다.

“예전엔 믿었소.”

황태자가 그렇게 말하면서 자조 섞인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반복되는 꿈을 통해 신이 꼭 우리가 원하는 이상적인 존재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소.”

황태자가 그렇게 말하면서 지난 꿈들에 대해 회상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신을 울부짖는 자들.

하지만 주신은 그런 그들의 간절한 소원을 외면했다.

그들은 신을 울부짖으며 몬스터들한테 죽어 나갔고, 괴상한 변이체들에게 잡아먹혔다.

“우리가 바란다 해서 신이 우릴 지켜 줄 거라 맹신하진 않소. 다만…….”

황태자가 말끝을 흐리면서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적어도 우리가 멸망하기를 바라시지 않으리란 믿음 정도는 있소.”

아이언에게 이 말을 전하게끔 한 것.

이것 하나만으로도 주신이 원하는 방향이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같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그렇군요.”

황태자의 말에 아이언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주신이 어떤 목적을 갖고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역시 외부 신들이 대륙을 어지럽히는 것을 원하지 않는 점이다.

‘나중에 갈라지더라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주신을 믿고 나아가야 할 타이밍이었다.

그렇게 마음먹으면서 차를 홀짝일 때, 황태자가 눈치를 보면서 말했다.

“시간도 늦었는데 저녁이라도 같이하시겠소?”

“아…….”

자신의 눈치를 보면서 말하는 황태자의 모습에 아이언이 고개를 끄덕였다.

“태자 전하의 청을 어찌 거절할 수 있겠습니까? 원하실 때까지 머물다 가겠습니다.”

그의 립 서비스에 황태자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 오만했던 태자가 이렇게 변한 모습을 볼 때면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연기의 귀재라 불렸던 황태자.

만약 그가 태자가 아닌 평민 신분으로 극단에 들어갔다면 재능을 꽃피웠을 것이란 말도 들렸을 만큼 연기 하나만큼은 준수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바뀐 태자의 모습을 보며 연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누며 그의 표정과 눈빛, 행동을 지켜본 지금은 확신할 수 있었다.

‘변했다.’

비록 꿈속이지만 미래의 모습에서 수많은 죽음과 제국의 몰락을 경험했기에 충분히 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이언 자신 역시 전생의 좌절을 겪고 나서 변했기 때문에 확신할 수 있었다.

제국의 몰락과 인류의 멸망을 본다고 하여 꼭 변한다고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황태자는 수도에서의 일과 선황의 믿음에 대해 보답하기 위해 자신의 부족함을 인지했고, 신이 내린 황족의 마지막 임무를 위해 오만함마저 버렸다.

그렇다면 자신 역시도 황태자를 존중해 주어야 했다.

적어도 인류를 위해 황족의 마지막 역할을 해낸 존재에 대한 예우는 해 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신의 보석이…… 정말 한계를 맞았군요.”

황태자와 저녁을 먹은 후, 신의 보석을 보러 간 아이언이 한숨을 쉬었다.

수도에서 이것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순간이 눈에 선했다.

행운이 연이어 겹치고,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통해 겨우 지켜 낸 신의 보석.

하지만 지금 그 보석은 빼곡하게 균열이 가서 언제 부서져도 이상하지 않게 되었다.

수많은 마법진들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신의 보석은 제국 소속의 신관들이 신성력을 계속 불어 넣지 않으면 금방 무너져 버릴 것이다.

톡!

균열이 간 신의 보석의 끝자락에서 작은 조각이 떨어졌다.

그것을 본 아이언은 인상을 찌푸렸다.

이렇게 하나둘 조각이 떨어져 나가면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일단 조금이라도 시간을 늘리려면 온전한 형태 정도는 유지하고 있어야 했다.

조각이 떨어져 나간 부분을 자세히 관찰하던 아이언은 황태자에게 물었다.

“신성력이 부족한 겁니까?”

다른 곳과 달리 빛이 바란 부분이 이렇게 툭 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러자 황태자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후…… 신관을 구하기가 어렵소.”

성국 연합이 주신을 버린 후, 주신을 믿는 신관을 찾는 것조차 일이 되었다.

게다가 그들조차 제국 각지에서 활약하기 바빴다.

오염된 영토를 정화하고, 여기저기 생겨난 차원 균열을 봉인하고 정화하는 데 투입되었다.

그래도 신의 보석의 중요성 때문에 최근에 많은 신관들이 황궁으로 몰려왔지만 역부족이었다.

우웅!

잠시 신의 보석을 바라보던 아이언이 손을 올리자 빛을 막대한 신성력이 뿜어져 나오면서 주변을 환하게 비추기 시작했다.

그러자 보석 곳곳에 빛이 바라며 떨어져 나갈 준비만 하던 조각들이 다시금 밝은 빛을 뿜어냈다.

“이 정도면 충분…….”

아이언은 갑자기 말을 하다 말고 허공을 올려다보았다.

[서브 퀘스트! - 하루 동안 쉬지 않고 신의 보석에 신성력 주입하기]

-신의 보석은 배가 고픕니다. 그의 주린 배를 완전히 채워 주세요!

-보상 : 신의 보석의 수명 연장

[23 : 59 : 59]

갑작스러운 퀘스트에 아이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미 신성력을 있는 대로 밀어 넣어 균열이 생긴 신의 보석 전체에서 빛이 뿜어지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도 퀘스트는 신의 보석에 주입되는 신성력이 아직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아이언이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삐딱하게 신의 보석을 바라볼 때였다.

-띠링!

[연계 퀘스트! - 마법사들과 신의 도움을 받아 신의 보석 조각들을 되살려 보세요.]

-신의 보석의 수명을 연장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보상 : ‘하루 동안’ 쉬지 않고 신의 보석에 신성력 주입하기 보상×2

연계 퀘스트를 본 아이언은 급히 고개를 돌리며 황태자에게 말했다.

“마법사들과 신관들을 불러 주실 수 있겠습니까?”

“알겠소.”

아이언의 다급한 요청에 그가 시종장을 통해 명령을 내렸다.

얼마 후, 황궁 안에 있는 모든 신관과 마법사가 신의 보석이 있는 곳으로 모였다.

다들 왜 아이언이 자신들을 불렀는지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아이언은 대답 대신 바닥에 떨어진 신의 보석에 신성력을 흘려보냈다.

빛을 잃어 단순 돌 조각이 된 보석 조각들이 조금씩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신관들이 그렇게 신성력을 퍼부어도 반응이 없던 것들이 아이언의 신성력엔 반응하는 것이다.

“이…… 이게 어떻게……? 분명 신성력에 반응이 없었는데…….”

“한번 힘을 잃은 것이라 다시 힘을 채우려면 많은 양의 신성력이 필요합니다.”

아이언은 그렇게 말하면서 막대한 양의 신성력을 보석 조각들에게 퍼부었다.

끝도 없이 흘러나오는 아이언의 신성력.

그러자 바닥에 떨어진 조각들이 단순히 빛을 발하는 것을 넘어 조금씩 공중으로 떠올랐다.

“이것들을 이용해 신의 보석을 유지시키는 데 도움을 주려 하는 데 가능하겠습니까?”

아이언이 마법사들과 신관들을 보며 물었다.

그러자 그들이 다급히 저희들끼리 상의하기 시작했다.

얼마 후, 떨어진 조각들이 신의 보석 주변에 모여 조각들을 살펴본 마법사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신의 보석 주변에 신성력을 유지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바로 준비해 주십쇼.”

마법사의 말에 아이언이 바로 준비해 달라고 부탁하고는 신의 보석과 조각들에게 신성력을 계속해서 퍼부었다.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끊임없이 나오는 신성력.

그 모습에, 신관들은 경외심이 담긴 눈빛으로 아이언을 바라보며 감탄했다.

그런 그들에게 아이언이 다시 입을 열었다.

“혹시 다른 조각들도 있습니까?”

“따로 보관해 두고 있습니다.”

이번에 대답한 건 시종장이었다.

그러자 황태자가 눈치 빠르게 바로 명령을 내렸다.

“전부 가져오게.”

“예!”

황태자의 명령이 남은 신의 보석 조각들까지 모조리 가져오자 마법사들과 신관들의 도움으로 보석 조각들이 신의 보석 주위로 떠올라 회전하기 시작했다.

마법사들은 새로운 마법진을 만들고, 신관들은 신의 언어를 읊어 대며 신성 마법을 통해 신의 조각들에 개별적인 힘을 부여했다.

“끝난 것인가?”

황태자의 물음에 신관이 고개를 저었다.

“족히 하루는 저렇게 신성력을 퍼부어야 할 것입니다. 아무리 성자라지만 무리가 가실 것입니다.”

“맞습니다. 일단 오늘은 이렇게 끝내고 추후 보강하는 것으로…….”

신관의 걱정에 마법사 역시 땀을 훔치면서 말했다.

하지만 신성력을 내뿜는 데 집중하던 아이언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제가 언제 또 황궁에 올 수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멈추면 완성도도 떨어지지 않습니까?”

“그렇긴 합니다만…….”

마법사가 말끝을 흐리자 아이언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는 김에 끝장을 보죠.”

아이언의 말에 마법사들과 신관들은 식은땀을 흘리면서 다시 작업에 들어갔다.

오늘 하루는 죽었다는 생각으로 밤새 작업을 이어 나가며 신의 보석의 수명 연장 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런 이들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대륙에서 심상치 않은 상황이 터져 나왔다.

[성국 연합 남쪽 부근에 나타난 수상한 종족! 과연 그들은 누구인가?]

[자이언트 산맥에서 모습을 드러낸 산악 거인! 멸종했다던 종족의 등장은 과연 호재인가! 악재인가!]

[옛 아틀란티스 쪽에 갑자기 나타난 소용돌이. 과연 그 안에는 뭐가 있는 것일까? 동부 사령부는 긴급명령으로…….]

대륙 곳곳에 미친 듯이 터져 나오는 수상한 조짐들.

사람들은 마침내 멸망의 조짐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그리고 이번엔 학자들 역시 이에 동의했다.

마침내 멸망의 때가 다가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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