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192화 (192/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192)

61. 불안한 조짐 (2)

처음 이 서신을 받은 아이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 개소리야?’

‘황태자가 약 먹었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멍청한 놈이 욕심만 많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게 황태자였다.

그나마 남들 앞에서 연기는 할 줄 알아서 이미지 관리는 됐던 인물.

그마저도 이제는 전부 뽀록나서 황태자가 쓰레기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카를이 황태자의 주도로 지원 물자를 보내왔다는 말에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잘 부탁한다라…….”

멍청한 황태자가 괜히 이런 소리를 한 것은 아닐 것이다.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바뀐다는 말처럼 황태자에게 변고라도 생긴 것인지 궁금했다.

지금 황태자가 죽는다면 가뜩이나 엉망인 중앙 정치가 더욱 막장으로 흘러갈 것이다.

제국이 망할 땐 망하더라도, 어느 정도 위기 상황은 넘긴 다음에나 망해야 했다.

“지금 상황에서 내전은 최악인데…….”

아이언이 그렇게 중얼거리자 옆에 있는 카를이 움찔거렸다.

“시…… 심각한 일입니까?”

카를의 물음에 아이언이 작게 고개를 저으며 서신의 내용을 보여 주었다.

그러자 카를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별거 없는 내용.

하지만 보내는 주체가 황태자라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미친 겁니까?”

“글쎄, 죽을병이라도 걸린 걸까?”

아이언은 그렇게 말하면서 황태자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갑작스레 죽을병에 걸렸다는 확률보다는 뭔가를 알아냈을 확률이 더 높았다.

생각보다 많은 비밀을 품고 있는 황실이다 보니 차기 황제인 황태자가 어떤 비밀을 알게 되었을 확률이 높았다.

‘뭔가를 알아낸 건가?’

이런 생각은 제국 전역에 퍼진 ‘멸망의 날’과 관련된 소문으로 인해 확신으로 바뀌었다.

처음엔 ‘중앙 관료들 중에서도 머리 돌아가는 놈이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황태자가 직접 발표하면서 현재 돌아가는 상황을 계속해서 제국에 있는 모두에게 알렸다.

“신의 보석이 곧 완전히 깨질 것이고, 그날이 대륙 최후의 날이 시작되는 날일 것이다.”

처음에 이렇게 말했을 때만 하더라도 괜히 불안감을 조성한다고 의심하는 자들이 있었다.

하지만 황태자는 모든 것을 공개했다.

신의 보석에 빼곡히 새겨진 균열의 진행 상황과 자신들이 조사한 내용들도 모두 공개한 것이다.

“신의 보석에 균열이 생길수록 대륙의 환란은 커져 갔다. 실제로 균열이 절반 이상 생겼을 때, 남부에 고대 신의 유물들이 발견되었고, 더 심해진 이후에는 서부에 알 수 없는 신들이 나타났다.”

황태자가 공개한 보고서에는 신의 보석과 대륙에서 일어난 일들의 상관관계가 적혀 있었다.

전부 유의미한 결과들이 적혀 있었기에 사람들도 이제는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아이언 역시 어느샌가부터 중앙에서 발표한 것들을 꾸준히 찾아보고 있었다.

황태자의 충격적인 발표 이후, 중앙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다가올 종말을 대비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다.

또한 모든 정책들이 향후 종말을 대비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언제 종말이 진행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처럼 움직이는 중앙 정부와 각 사령관들에게 줄을 대기 시작하는 고위 귀족들.

그들의 행보에 제국민들은 불안감에 떨면서도 그들 나름대로 준비하기 시작했다.

[예정된 종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제국 공영 신문에서 이런 기사가 나왔다.

종말론은 이제 단순히 소수 몇 명이 울부짖는 것이 아닌 다가올 현실이었다.

제국의 발표 이후 대륙의 남부와 서부 역시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서부 같은 경우 교황이 직접 다른 신들의 말을 대언하며 종말이 곧 시작될 것임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남부 역시 다수의 이세계인들과 고대 신들과 계약한 자들이 종말론을 읊어 댔다.

그들이 하는 말은 하나같이 똑같았다.

“나를 믿어라, 그럼 다가올 종말에서 살아남을지니.”

신들은 인간들을 꼬시기 위해 달콤한 말을 속삭이고, 다급한 인간들은 그들의 말에 넘어갔다.

하지만 머리 좀 굴릴 줄 아는 사람들은 차분하게 신들을 골랐다.

종말이 시작되었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자신들이 ‘갑’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서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신들은 약속을 남발하고, 인간들은 그들 중 자신에게 맞는 신을 선택한다.

남부와 서부가 어떤 신을 선택할지로 정신없는 와중에 제국 역시 나름의 준비를 했다.

초기의 선택받은 자들.

즉, 주신의 힘을 받은 자들처럼 제국에서 그런 현상을 가진 자들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그러다 보니 서부로 갔던 초기 선택받은 자들 역시 제국으로 복귀했다.

주신의 힘을 받은 자들이 서부의 정체를 알 수 없는 신들을 믿는 자들에게 자꾸 배척당했기 때문이다.

주신의 나라가 된 제국.

주신을 버리고 수많은 신을 선택한 성국 연합.

고대 신들의 땅이 된 남부 연합.

제국의 발표 이후 대륙 전체가 개판이 되어 갈 때, 남동부는 상대적으로 안정화되어 갔다.

그걸 증명하듯, 아이언은 책상에 다리를 꼬아 얹은 채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오랜만에 전투 없는 날을 맞이한 아이언은 신문을 읽으면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다.

거의 밤샘 작업으로 서류 작업도 끝냈기에 오늘은 자유 시간이었다.

“개판이네.”

신문을 읽던 아이언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떤 신을 고를까요?]

대문짝만 한 글자로 상단을 장식한 내용은 실로 어이없는 것이었다.

이 어이없는 제목의 기사 내용은 종말론이 하나의 종교가 되며 여기저기서 어떤 신을 믿어야 할지를 고르는 놀이가 대륙에 퍼져 나갔다는 것이었다.

“이건 뭐…… 신들이 아니라 영업 사원 같네.”

이제 신은 먼 존재가 아닌 생존에 필요한 가장 가까운 존재가 된 것이다.

인간들을 꾀기 위해 다양한 신들이 많은 것을 약속한다.

물론 그것들이 지켜진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인간들끼리의 계약처럼 문서로 작성할 수도 없으며, 그것을 관리할 어떤 것도 없었다.

이세계인들은 시스템이라는 것이라도 있지, 고대 신들과 계약하는 이곳 사람들은 그저 신들이 약속을 지켜 주기만을 바라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신에 열광했다.

주신을 믿는 제국 역시 서부와 남부의 신들을 알아보는 자들이 많았다.

종말이 진행되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지 알 수 없으니 미리 알아보는 것이다.

“신들의 시대라…….”

인간의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신들의 시대가 찾아온다.

주신이라도 확실히 인간의 편이었으면 좋겠지만, 아이언은 희망적인 생각만 갖고 사는 사람이 아니었다.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는 것처럼 주신 역시 동화책에서 나오는 인간을 위해서만 희생하는 부류가 아닐 확률이 높다는 쪽이었다.

“후…… 미치겠군.”

신의 보석이 깨진 후, 대륙에 신들이 강림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신들의 개입이 늘어날 뿐인지만 확실히 알아도 대처하기 쉬워질 텐데, 가진 정보가 너무 적었다.

그렇게 아이언이 머리를 움켜쥐면서 제한된 정보에 짜증이 나 있을 때, 폴덴이 들어왔다.

“현재 남동부 상황은?”

“자이언트 웜 군단은 한 달 전에 비해 북쪽 170km 지점까지 후퇴했습니다. 만티코어의 몬스터 연합군은 남쪽으로 더 내려간 상황입니다.”

폴덴의 보고에 아이언은 턱을 문질렀다.

“당장 위협이 될 존재는 없겠군.”

“그렇습니다.”

연전연승으로 최근 기동 야전군의 사기는 매우 올라가 있는 상태였다.

그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몬스터들은 침울한 상태였다.

오죽하면 자이언트 웜 군단과 몬스터 연합군이 동맹까지 맺었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전선은 기동 야전군에 매우 유리한 상황이었다.

“그래도 방심은 하지 말라고 해. 영악한 녀석들이 언제 치고 들어올지 모른다.”

아이언의 명령에 폴덴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비록 연전연승을 하면서 사기가 오르고 있고, 중앙으로부터 추가적으로 지원받으면서 한결 나아지긴 했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었다.

여전히 이무기와 자이언트 웜 군단의 성장 폭은 컸고, 만티코어와 몬스터 연합군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마치 누가 더 빨리 성장할지 내기라도 하는 것처럼 모두가 빠른 성장 속도를 보이고 있었다.

이대로 간다면 시간이 지나도 남동부를 장악하긴 어려웠다.

“결국 승부를 보긴 해야 한다는 건데…….”

아이언은 혼잣말로 중얼거리면서 남동부가 그려진 지도를 바라보았다.

수많은 전투가 기록된 지도에는 날짜들이 어지럽게 적혀 있었다.

전투가 있던 지역마다 빼곡하게 표시된 지도는 현재의 남동부 지형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잘 알려 주고 있었다.

비록 연전연패를 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도전해 온 게 몬스터들이다.

종말이 다가오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있을 수는 없었다.

뭐가 되었든 결판을 낼 때가 다가왔다.

“적어도 저게 완성될 때까진…….”

사령부 한쪽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거대한 비공선.

중앙엔 크기를 줄인 요새포를 장착한 데다, 성능이 업그레이드된 무기들도 대거 장착한 녀석이었다.

게다가 수많은 마법이 각인되어 있어 비룡들의 도움 없이 혼자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

그런 녀석이 십여 척이나 제작되고 있었다.

신의 보석이 한계가 다다른 만큼 더 이상 여유가 없었다.

상황이 가면 갈수록 아이언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남동부에 와서 제대로 쉰 적이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그게 아이언을 넘어 기동 야전군 전체가 그렇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러니 아무리 그들이 마력을 각성하고 고된 훈련을 견딘 정예들이라고 하더라도 지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조금은 여유를 두려고 했으나,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그러기가 힘들 것 같았다.

“사령관님! 문제가 생겼습니다!”

폴덴이 다급하게 사령관실을 열며 들어왔다.

얼마나 다급했는지 숨까지 헐떡이고 있었다.

“이무기라도 쳐들어온 거야?”

“그게 아닙니다!”

“그럼?”

폴덴의 말에 아이언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폴덴이 남부에 남겨 둔 정보 조직으로부터 들어온 쪽지를 건넸다.

그것을 펼쳐본 아이언의 표정이 굳어졌다.

[드래곤이 나타났음.]

쪽지에 적힌 것을 본 아이언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어디에서? 대수림? 아니면 남부 연합 측?”

“아닙니다. 남부 회색 산에서 나타났다 합니다.”

폴덴의 말에 아이언이 한숨을 푹 쉬었다.

남부 연합 측 영역에서 남동쪽 끝으로 가야만 있는 회색 산.

문제는 제국 측 남동쪽에서 크게 멀지 않는 지점이라는 게 문제였다.

“한 마리가 전부야?”

“그것까진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하늘에 드래곤이 뜨는 순간 도망가기 바빴다 합니다.”

드래곤.

전설상에 가장 많이 등장한 종족이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가장 위험한 종으로 분류될 만큼 특급 위험종이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현재 드래곤은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학자들은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 드래곤들이 잠들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방금의 보고로 그런 학자들의 생각이 맞았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놀라지 않으십니다?”

폴덴이 생각보다 놀라지 않는 아이언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실 아이언은 전생에 드래곤을 이미 겪어 보았다.

드래곤들마다 편차가 심하다고 하지만 성장이 끝난 드래곤은 일반적으로 마스터에 준하는 힘을 갖고 있었다.

드래곤 로드가 그랜드 마스터급의 힘을 갖고 있다고 평가되지만 일반적으로는 마스터급이거나 그보다 못한 힘을 갖고 있는 게 일반적이다.

개체수도 많지 않아서 현 인류의 수준이면 드래곤이 떼거지로 나오지 않는 이상 막을 수는 있었다.

당장 아이언 본인부터가 마스터이기에 드래곤이 딱히 두렵지 않았다.

‘한 마리뿐이라면 충분히 해볼 만해.’

아이언이 그렇게 생각하며 폴덴에게 명령을 내렸다.

“넌 지금부터 남쪽에 있는 정보원들을 전부 회색 산 쪽에 투입시켜.”

“알겠습니다.”

아이언이 폴덴을 내보내고, 곧바로 통신구를 작동시켜 모든 지휘관들을 불러 모았다.

“전부 사령관실로 집합해.”

많은 단어도 필요 없었다.

그저 사령관실로 집합하라는 명령 하나에 모든 지휘관들이 열일을 제쳐 두고 사령관실로 모여들었다.

그렇게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아이언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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