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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187화 (187/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187)

59. 격전의 남동부 (5)

크림슨의 말에 아이언은 레온하르트의 도움도 기대하기 어렵단 걸 깨달았다.

“지금까지 잠잠하던 놈들이 갑자기 왜…….”

-모르겠네. 한 가지 짐작할 만한 건…… 차원 균열과 연관이 있을 것 같다는 거네.

크림슨의 말에 아이언은 잠시 미간을 찌푸렸다.

뭔가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지만 명확하진 않았다.

“혹시 드래곤 평야는 문제없습니까?”

-안 그래도 서리 거인이 깨어나기 시작한 걸 보고 나도 자체적으로 조사해 봤네. 다행히 그쪽은 큰 문제는 없어 보이더군.

제든 윅스가 아이언의 물음에 바로 답했다.

고대 종족이 깨어났다면 드래곤들이 묻혀 있다는 곳도 주시할 필요가 있었다.

“세계수가 있는 곳과 가까워서……일까요?”

-그럴지도……. 한 가지 확실한 건 산맥 너머에 있는 서리 거인들이 깨어나는 속도가 빨라졌다는 걸세. 세계수가 도와준다 한들…… 힘든 싸움이 되겠지.

크림슨의 말에 아이언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후…… 그럼 북부의 도움은 기대하기 어렵겠군요.”

-어느 정도 방어선이 완비되면 고스트와 기사단 일부라도 내주겠네.

-나 역시…….

“아닙니다. 서리 거인이라면 저희를 신경 쓸 때가 아니시겠죠. 저흰 알아서 하겠습니다.”

아이언은 그렇게 말하고 통신 영상구를 껐다.

“서리 거인이라…….”

예상치 못한 존재의 이름을 들어서일까?

아이언의 표정은 굳어져 있었다.

서리 거인.

신화시대에 활약했던 그들은 지금 시대엔 소수만 남았다고 알려진 개체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사라진 게 아니었다.

산맥 너머 빙하 지대에 잠들어 있을 뿐이다.

그들이 완전히 깨어나기 시작한다면 북부군과 북동부군만으로는 대응하기가 어려워진다.

그야말로 북부 전체가 산맥을 중심으로 방어선을 형성해야 할 판이었다.

“지원은…… 힘들겠군.”

예상치 못한 상황.

마치 누군가 아이언을 사지로 몰아가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북동부에서 벗어날 때 크림슨에게 조짐이 안 좋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설마 이런 상황에서 서리 거인들이 깨어날 줄은 몰랐다.

게다가 남부는 갑자기 고대 신들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서부는 조인족과 공중 몬스터가 연합을 형성하기 시작했고, 신의 힘이 직접적으로 개입했다.

자신이 남동부에서 정신없이 전투를 벌이는 동안 대륙 전체가 큰 변화를 맞이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아직 아이언의 머리로는 대륙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제대로 파악하기는 힘들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갓 게임’이란 것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점이다.

고대 신부터, 외부 신, 고대종까지 서서히 깨어나면서 마치 신화시대로 돌아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신적 존재들이 자신들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 세상을 파멸로 몰아가던 그 시절.

“갓 게임이란 게 그런 것이었나?”

아이언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지금의 상황에 대한 생각에 잠겼다.

분명, 자신이 보지 못하는 거대한 뭔가가 일어나고 있었다.

“만티코어는 알고 있는 건가?”

자신이 보지 못하는 것.

그것을 만티코어는 알고 지금 이 시기에 움직인 것인지 궁금해졌다.

만약 그런 것이라면, 이번 남동부 전쟁은 시작에 불과할 것이다.

제국의 심장을 제대로 지켜 내지 못한 대가.

그것이 지금의 상황을 만들고 있는 것이라면…….

“……예정된 파멸인가?”

신들이 대륙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것은 인류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재앙일 것이다.

솔직히 아이언은 황궁에 있는 신의 보석이 단순히 차원 균열과 외부 신을 막아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의 힘은 예상보다 더 강하고 중요한 것이었다.

아마도, 이 대륙을 외부 신으로부터 지켜 주는 것뿐만 아니라 대륙 곳곳에 잠들어 있는 ‘깨어나지 말아야 할 것들’까지 막아 주는 역할.

인류가 안전할 수 있도록 지켜 주는 방파제.

그것이 점점 힘을 잃어 가고 있다.

대륙을 지켜 주는 결계가 구멍이 숭숭 뚫리며 힘이 약해지자 잠들어 있어야 할 것들이 조금씩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이다.

“하…… 전생은 정말 프롤로그였네.”

지금 생각해 보니 전생은 정말 약과였다.

이 정도면 되었겠지?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저 맛보기일 뿐.

‘일단 맛보기로 요정도만 보내 줄게.’

이런 느낌으로 몬스터만 주구장창 보냈다.

이번 생도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는 진짜가 시작되기 전에 잠깐 몸 푸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이 정도도 해내지 못한다면 본 게임은 어림도 없다는 것을 알려 주고자 한 것에 불과한 것이다.

“하…… 끝이 없네.”

할 만하다고 생각하면 여지없이 더 큰 게 몰려왔다.

차라리 일찍 죽는 게 맘 편하다고 느껴질 만큼 하나가 끝나면 더 큰 것이 몰려와서 인류를 절망으로 몰아넣었다.

물론 아직까진 추측에 불과했다.

아이언 본인이 과하게 예상한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직감은 지금 자신이 생각한 것이 맞다고 계속해서 말해 왔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남동부에서의 전투를 시작으로 대륙은 격변의 시기를 맞이할 것이라는 것.

지금 상황에서 아이언이 알 수 있는 건 그것뿐이었다.

‘세계수가 말한 게 이것이었나?’

아이언은 세계수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한숨을 쉬었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의 한시적인 평화.

그것을 약속한 것이 세계수였다.

북동부에서 만났던 마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치 조금 일찍 죽음을 맞이하는 것처럼 웃으면서 스스로를 희생했다.

그리고 지금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띠링! 세계의 비밀을 엿보았습니다. 특전으로 메인 퀘스트 ‘아포칼립스’가 시작되기 전까지 성장 속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알림음에 아이언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자신의 생각이 맞다고 알려 주는 알림음.

게다가 세계의 비밀을 조금 일찍 엿본 대가로 성장 속도 버프까지 쥐여 줬다.

마치 ‘이 정도 성장으로는 앞으로 있을 싸움에서 어림도 없어!’라고 말하는 듯했다.

“더 높이 올라가야 한다는 건가?”

아이언은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았다.

지금보다 더 높이 올라가려면 두 가지 방법밖에 없었다.

남은 신급 존재와의 계약, 혹은 그랜드 마스터 달성.

어쩌면 둘 다 달성해도 어려운 싸움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

게다가 자신만 강해진다고 될 일도 아니었다.

“부하들 역시 더 빨리 강해져야겠네.”

이세계인들과 선택받은 자들이 기존의 상식으로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 일로 아이언은 그 이유를 확실히 알았다.

그렇다면 자신의 부하들 역시 그에 발맞춰 더 빠르게 성장할 필요성이 있었다.

기존의 강자들이 죽지 않도록 전력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강자들을 배출해야 했다.

그래야 아포칼립스라는 예정된 파멸에서 버틸 수 있었다.

그나마 제국에 가능성이 있는 건 두 가주가 있다는 것.

그들이 만약 그랜드 마스터라는 경지에 올라간다면 제국만큼은 희망을 가질 수 있을지 몰랐다.

“후…….”

자신 역시도 지금보다 더 강해져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아이언은 긴 숨을 토해 내 긴장감을 몰아냈다.

그러고는 곧장 통신실로 향했다.

“전군에게.”

아이언의 명령에 통신장교가 다급히 전군에게 통신을 열었다.

준비가 끝났다는 말에 아이언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전군을 향해 담담히 말했다.

“제국에 위기가 찾아왔다.”

위기가 찾아왔다는 말로 말문을 연 아이언이 방금 있었던 일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제국의 위기가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또다시 큰 위험이 다가오는 것인가.

모두가 탄식하면서 더 큰 위험이 다가오는 것에 절망할 때였다.

“들었다시피 사정상 지원을 기대하긴 어렵다. 그렇다는 건 우리의 전략이 완전히 수정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아이언의 말에 모두가 침묵했다.

더 이상 안전한 전투는 기대하기 어렵다.

통신실에 있는 모두가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에 긴장감이 감도는 표정으로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우리의 힘만으로 이 난관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

아이언의 말에 모두가 침묵할 때, 아리엘의 음성이 들려왔다.

-명령만 내려 주십쇼.

아리엘의 말에 군단장을 시작으로 모든 지휘관들이 일제히 명령을 내려 달라고 말했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아이언은 작게 미소를 지었다.

“명령을 번복해서 미안하다. 다시 명령을 내리지.”

그렇게 말하면서 아이언이 잠시 숨을 가다듬었다.

그러고는 큰 목소리로 모두에게 명령을 내렸다.

“완벽한 승리. 그대들의 사령관은 그것을 원한다. 할 수 있겠나?”

-예! 할 수 있습니다.

모두의 대답에 아이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앞으로 우린 이것보다 더 큰 위협을 받을 것이다. 그 모든 걸 헤쳐 나가기 위한 출발점에 선 것뿐. 그러니 모두 살아남아라. 미래의 위협을 이겨 낼 만큼 성장해라. 내가 그대들의 곁에 있을 것이다.”

아이언의 명령과 함께 모든 군이 일제히 대답했다.

알겠노라고.

반드시 살아남겠다고.

미래의 위협에 도망치지 않고 아이언의 옆에 서겠다고.

그렇게 말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느낌에 아이언은 빙그레 웃었다.

모두가 자신만 믿고 있었다.

때로는 이것이 자신의 어깨를 짓눌러 힘에 겨웠지만 지금만큼은 아니었다.

이들이라면 앞으로의 위협을 헤쳐 나갈 수 있다는 믿음이 되었다.

기동 야전군이 다시 한번 서로의 신뢰를 재확인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남동부의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전면전에서 큰 피해를 입은 만티코어는 더 이상 부하들을 흩어 놓지 않았다.

자신이 관리할 수 있는 한계선 안으로 부하들을 한 곳으로 모아 놓고 일제히 진격했다.

카드로가 천천히 후퇴하면서 최대한 저지해 보았지만 피해 따윈 상관없다는 듯 묵묵히 뭉쳐서 전진했다.

상대가 이렇게 나오자 저지선을 형성하면서 뒤를 치려는 계획도 소용이 없어졌다.

“사령부 방어 임무로 복귀합니까?”

닉스 콜의 물음에 아이언은 고개를 저었다.

“레이븐과 함께 뒤로 돌아가. 명령이 있을 때가지 대기해.”

아이언의 명령에 닉스 콜이 고개를 숙이고는 레인저들을 모아 비룡에 올라탔다.

피해를 감수하고 단기전으로 승부를 보려는 만티코어의 생각을 읽은 아이언은 최대한 저들이 진격을 늦출 수 있도록 23군단까지 동원해 저지선을 만들었다.

그러고는 천천히 물러나게끔 만들었다.

비록 지원은 오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시간은 자신들의 편이었다.

단기전으로 승부를 보려는 만티코어의 계획은 자이언트 웜의 세력이 돌아오는 순간 끝난다.

그들이 돌아오는 순간 남동부는 다시금 3개의 세력이 뒤엉켜 서로 눈치만 보게 될 것이다.

‘일단 거기까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건 거기까지였다.

첫 번째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일단 시간을 끄는 것이 중요했다.

만티코어 역시 그것을 알기에 피해를 감수하고 일단 사령부로 진격했다.

목표 지점이 이동하는 것이 아니기에 기동 야전군의 사령부를 향해 미친 듯이 돌진만 했다.

그래서 그런지 저지선 형성을 완벽하게 하지 못하고 쉼 없이 밀렸다.

딱히 피해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크게 저지하는 것도 아닌 묘한 상황 속에서 마침내 엄청난 숫자의 몬스터들이 기동 야전군의 사령부 앞에 진을 쳤다.

전생에서 가장 끔찍했던 몬스터 웨이브를 다시 보는 것 같은 기분.

그때와 다른 것이 있다면 아이언 본인이 가장 강력한 무력을 갖고 있다는 것과 가장 높은 직위에 있다는 점이었다.

“빨리도 왔네.”

조금이라도 더 저지할 수 있을 줄 알았건만.

영악한 만티코어는 피해 따윈 상관없다는 듯 미친 듯이 전진해 왔다.

여전히 수적 우위는 몬스터 쪽이었고, 불리한 건 기동 야전군 측이었다.

그 결과 이번 아이언과 만티코어의 수 싸움에서는 만티코어가 승리했다.

소소한 전술적 승리 따윈 지금 상황에서 중요치 않았다.

저지선을 형성하면서 이뤄 낸 몇 번의 승리 따윈 우스울 정도로 지금 상황은 좋지 않았다.

그걸 아는지 만티코어는 아이언에게 여유 따윈 주지 않고 곧바로 전투에 돌입했다.

몬스터 웨이브라도 만든 것처럼 엄청난 숫자의 몬스터들이 일제히 진격해 오기 시작했고, 저지선을 형성했던 모든 군단들은 일제히 사령부로 복귀했다.

하늘에 수백의 비공선과 비룡이 떠올랐다.

사령부에는 요새포가 개문할 준비를 마쳤으며, 그 뒤로 엄청난 숫자의 신형 포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성문 앞에는 기사단이 집결했고, 성벽 위에는 수많은 병사들이 가득했다.

“돌격대, 준비됐나?”

아이언의 물음에 돌격대장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예!”

“전투가 시작되면 뒤를 돌아 레인저들이 휘저을 공간을 만들어라.”

“알겠습니다.”

아이언의 명령에 돌격대는 언제 어느 때라도 돌격할 준비를 마쳤다.

이미 레인저들은 레이븐들과 함께 몬스터들의 후미를 휘젓기 위해 떠난 상태였다.

돌격대마저 크게 돌아 몬스터들의 뒤편으로 향하자 진격을 시작한 몬스터들이 사령부 앞까지 달려왔다.

만약을 대비해 만든 수많은 함정들이 터지면서 순간 그들의 전열을 흩뜨렸지만 상관없다는 듯 돌진해 오는 몬스터들.

그 순간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포성이 터져 나오면서 엄청난 숫자의 포탄이 몬스터들을 향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마침내 남동부가 본격적으로 격전의 시기에 돌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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