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186화 (186/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186)

59. 격전의 남동부 (4)

아이언이 만티코어의 시선을 끄는 동안 열심히 몬스터들의 후방을 털어 먹은 레인저들은 만족스러운 표정과 함께 비룡을 타고 그들의 사령관이 기다리는 곳으로 향했다.

“임무 복귀했습니다. 몬스터 군단의 병참 세 곳을 털었고, 후방 부대 두 곳의 교란을 성공시켰습니다. 적들의 합류 시간이 예상보다 하루나 이틀 늦어질 것 같습니다.”

레인저 대장의 보고에 아이언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이번엔 우리가 가볍게 한 방 먹여 준 것 같네.”

전초전에 불과하지만 시작부터 자신들이 이기고 들어간다는 건 군의 사기에 매우 좋은 일이었다.

“이 정도면 며칠의 시간은 번 것이겠지.”

“그런 듯싶습니다.”

“아리엘이 복귀하는 건 문제가 없을 것 같고……. 남은 건 전면전 준비뿐인가?”

아이언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비룡 위에서 지도를 살펴보았다.

세 곳으로 갈라져 있던 남동부는 어느새,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었다.

은근슬쩍 자이언트 웜 진형으로 진격한 몬스터 군단과, 그들의 빈틈을 통해 아래로 파고든 아이언의 기동 야전군 진형.

그 덕분에 현재 남동부는 기존의 진형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큰 변화를 맞이했다.

하지만 이조차도 금방 변할 진형에 불과했다.

“이번 한 방으로 만티코어도 무작정 돌격하진 못할 거다.”

“예, 후방이 확실하게 털렸으니 조심할 게 분명합니다.”

닉스 콜의 대답에 아이언이 피식 웃었다.

비록 만티코어가 판을 짜는 것을 예상하지 못해서 큰 거 한 방을 맞았지만 묵직한 잽 한 방을 먹여 주었다.

이렇게 잽을 먹이다 보면 몬스터 군단도 피해가 누적되어 함부로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그 시간 동안 아이언은 야전군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전면전을 준비해야 했다.

야전군 규모의 전투가 한 곳에만 일어나기는 어렵다.

남동부 일대가 전쟁터라고 봐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 군단을 점검하고, 사령부 직할대가 보조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했다.

“앞으로 레인저가 할 일이 많아질 거다.”

“명령만 내려 주십쇼.”

닉스 콜의 믿음직스러운 대답에 아이언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자신이 시선을 끌었다지만, 훌륭히 후방을 교란했다.

이 정도면 레인저들도 일정 수준 이상 올라왔다고 봐야 했다.

아직도 북동부에 비하면 미진한 부분이 존재하지만 충분히 맡겨도 될 만큼 성장한 것이다.

“전면전이 시작되면 레인저들은 적의 뒤를 교란하는 임무를 맡길 거다.”

“예!”

“오늘이야 적들이 방심한 덕분에 큰 피해가 없었지만 앞으로는 다를 거다. 그러니…… 무조건 생존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작전에 임해라. 우리는 적들처럼 무리할 필요가 없다.”

“……알겠습니다.”

아이언의 당부에 닉스 콜이 고개를 숙이면서 대답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아이언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추가적으로 명령을 내렸다.

앞으로 레인저들이 해야 할 일이 많을 거다.

어쩌면 이번 전투의 핵심은 레인저가 될 수도 있었다.

적의 보급을 끊고, 신경을 분산시키며, 최종적으로 적들의 진격 속도를 늦출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레인저들이 할 일이었다.

거기다 본연의 임무인 정찰 임무까지 해야 하는 상황.

아무리 직할대이자 특수부대라고 하더라도 너무 많은 임무를 주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직할대 역시 과중한 임무를 맡게 될 수밖에 없었다.

“깔끔하네.”

아이언이 비룡을 타면서 아래를 내려다보자 돌격대와 직할대들에 의해 깔끔하게 정리된 몬스터 진영이 보였다.

포격에 무너진 건물들과, 돌격대에 의해 죽은 몬스터들의 사체.

자신이 복귀하는 루트를 따라 깔끔하게 정리된 몬스터 부대들을 보며 아이언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젠 정말 믿어도 되겠어.”

아이언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사령부로 향했다.

보고받은 바에 따르면 거대 물소 무리가 사령부를 공격했다고 들었는데, 이곳 역시 큰 피해가 없어 보였다.

오히려 인위적일 정도로 깔끔한 모습을 자랑했다.

지금 이 풍경이 마법 부대의 소행임을 깨달은 아이언이 진한 미소를 지었다.

“사령관님 복귀하신다! 모두 경례!”

모든 직할대가 사령부로 복귀해서 비룡을 타고 내려오는 아이언을 향해 경례를 올렸다.

그런 그들의 경례는 아이언이 비룡에서 내려 경례를 받아 줄 때까지 이어졌다.

“다들 맡은 바 임무를 잘해 낸 것 같더군. 훌륭했다.”

아이언의 칭찬에 모두의 입꼬리가 작게 씰룩거렸다.

칭찬에 인색한 아이언이 모두를 칭찬하자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기 때문이다.

“22군단은?”

“밀어 넣은 전선을 유지 중입니다.”

폴덴의 보고에 아이언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명령을 내렸다.

“적들이 보이면 천천히 후퇴하라고 해.”

“예!”

“남부 사령부와의 연계는 될 거 같나?”

이번엔 카를을 보면서 묻자 그가 각 잡힌 자세로 대답했다.

“아직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틀 내로 군수품은 무리 없이 움직일 수 있도록 조치하겠습니다.”

“좋아. 지금부터 전면전 대비 태세에 들어간다. 최고 지휘관들은 예외 없이 모두 사령관실로 집합해. 군단 지휘관들도 마찬가지다.”

전면전이 시작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모이는 지휘관급 회의.

그것을 위해서라면 직할대의 지휘관들은 물론이고 각 군단의 지휘관들도 예외는 없었다.

얼마 후, 가장 먼저 도착한 세리덴부터, 카드로, 마지막으로 아리엘까지 사령부에 모였다.

그렇게 모든 지휘관들이 사령부에 모이자 곧바로 사령관실로 이동했다.

전면전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마지막 지휘관급 회의를 끝내고 곧바로 전투준비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드디어 남동부를 집어삼킬 때가 다가왔다. 아직 준비가 완벽하지 않은 상황이라 아쉽기는 하지만 우리가 충분히 승리할 수 있는 최소 조건은 만들어졌다고 본다.”

아이언의 말에 모든 지휘관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 그러기 위해서 난 다른 군에 지원을 요청할 거다.”

그의 말에 지휘관들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의 힘만으로 이길 수 없어서 지원을 요청하는 게 아니다.

어디까지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원을 요청하는 것뿐이다.

이런 생각을 지휘관들에게 주지시킨 아이언은 잠시 입을 다물고 사령관실에 모인 이들을 쭉 둘러보았다.

“분명 섭섭한 자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이언의 말에 다들 입을 다물었다.

표정은 아니라고 하지만 분명 내심 자신들을 못 믿어서 그런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 이들을 위해 아이언이 입을 열었다.

“아리엘, 카드로, 세리덴.”

“예!”

아이언의 부름에 호명된 이들이 한 발씩 앞으로 나왔다.

“너희들을 임시 군단장으로 임명한다. 내 직권으로 전쟁을 치를 동안은 그대들을 군단장으로 임명하는 것이다.”

그의 말에 모두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전쟁 기간 동안 그대들은 군단장이며, 정식 임명은 전쟁이 끝난 후가 될 것이다.”

아이언의 말에 군단장이 된 세 명의 표정이 굳어졌다.

임시 군단장.

전쟁 기간에 한해 허락된 이 직위는 전쟁이 끝나면 반납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아이언은 전쟁이 끝난 후, 정식으로 임명하겠다고 말했다.

그 말은 자신들이 이번 전쟁에 군단장급에 올라도 될 만큼 활약할 것을 믿는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건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군단장급은 아니었지만 전부 별 2개인 소장급에 임시로 임명되면서 전쟁이 끝난 후 정식 임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아이언이 모든 지휘관들의 계급을 임시로 올려 주자 사령관에는 잠시 침묵이 감돌았다.

“난 그대들이 이번 전쟁이 끝날 때까지 각자의 위치에 맞는 수준으로 성장할 것을 의심치 않는다. 내가 해냈으니, 나의 제군들 역시 해낼 수 있을 거다.”

아이언이 담담하게 말하면서 지휘관들을 바라보았다.

스스로 노력하며 당당히 야전군 사령관에 걸맞은 경지에 오른 아이언.

엄청난 공훈만으로도 누구도 무시 못 할 위치에 있던 아이언이지만 끝내는 무력마저도 야전군 사령관에 걸맞은 존재가 되었다.

그런 그가 자신들을 믿어 준다고 말하고 있었다.

“할 수 있겠나?”

아이언의 물음에 입을 다물고 있던 지휘관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예! 할 수 있습니다!”

“좋아. 이번 전쟁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강한지 제국에 증명하자.”

“예!”

아이언이 그렇게 말한 순간 지휘관들은 목이 터져라 대답했다.

전면전이 시작하기 전 마지막으로 모인 지휘관 회의는 이걸로 끝이었다.

이미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인 지휘관들에게 일일이 지시하는 건 독이다.

믿고 맡기는 것 역시 야전군 사령관으로서 해야 할 일.

그렇기에 아이언은 별말 없이 지휘관들을 믿는다는 말과 함께 회의를 파했다.

그 뒤에 아이언이 한 일은 다른 사령부에 지원을 요청하는 일이었다.

그는 압박을 받고 있는 남부 사령부와 동부 사령부를 제외한 모든 사령부에 연락을 넣었다.

-우린 힘들 것 같네.

“서부에 무슨 일이 있습니까?”

-조인족과 대규모 공중 몬스터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네.

서부 사령관의 말에 아이언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정도 수준입니까?”

-현재 우리로선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네.

“성국 연합 측은 어떻습니까?”

조인족이라는 공통의 적이기에 도움을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또 아닌 모양이었다.

-모르겠네. 한 가지 확실한 건 우릴 도와줄 것 같지는 않군.

“성국 연합…… 요즘 잘나가지 않습니까?”

-내부가 어지러운 것 같네.

내부에 어떤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거의 내전에 준하는 뭔가가 일어날 모양이었다.

그렇다는 건 서부군 혼자서 조인족과 공중 몬스터 연합군을 상대해야 한다는 것.

반쯤 망가진 서부 사령부 혼자서 감당하지 못한다는 건 근처에 있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럼 중앙군의 도움을 받아야겠군요.”

아이언의 말에 서부 사령관이 미안한 감정이 느껴지는 말투로 말했다.

-아마 그래야 할 것 같네. 자네한텐 미안하게 되었어.

“아닙니다, 각자 사정이 있는 것이니……. 그럼 레온하르트와 북부군의 도움도 받는 것입니까?”

-아니네. 그쪽에까지 손을 벌릴 순 없는 일이지.

서부 사령관의 말에 아이언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최악의 상황은 아니었다.

“알겠습니다.”

-자네한테 미안하군.

“아닙니다. 조인족이 대대적으로 공격한다면 도움을 받는 게 당연합니다. 저흰 신경 쓰지 마십쇼.”

-……고맙네. 사정이 나아지면 반드시 도우러 가지.

서부 사령관을 통해 중앙군의 도움마저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는 걸 확인한 아이언은 곧바로 북동부 사령부로 연락했다.

북동부 사령관한테 직통으로 연락한 영상구에는 두 명의 익숙한 인물이 보였다.

한 명은 북동부 사령관이었고, 다른 한 명은 북부 사령관이었다.

“두 분이 왜 같이 계십니까?”

아이언이 의아한 표정으로 묻자 북부 사령관 제든 윅스가 심각한 표정으로 아이언을 보며 말했다.

-지원을 요청할 건가?

“……예.”

아이언의 대답에 두 사령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런 그들의 표정을 본 아이언은 직감했다.

‘지원을…… 기대하긴 어렵겠네.’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는 두 사령관에게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그의 물음에 크림슨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산맥 너머에 일이 생겼네.

크림슨의 말에 아이언의 표정이 굳어졌다.

“……심각합니까?”

-북부군과 북동부군 전체를 동원해야 될 것 같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

아이언의 물음에 크림슨은 잠시 침묵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서리 거인들이 깨어났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