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185화 (185/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185)

59. 격전의 남동부 (3)

기동 야전군이 기습적으로 크게 때리자 몬스터 군단이 당황했다.

나름 머리를 써서 사령부를 직접 때려 봤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열심히 얻어터지기만 하자 그것을 지켜보는 만티코어의 심기가 가라앉기 시작했다.

막강한 기세가 주변을 휘어감으면서 공기를 짓눌렀다.

-내가 분명히 머리를 쓰라고 했을 텐데?

만티코어의 말에 다른 몬스터들이 고개를 숙이고 부들부들 떨었다.

가장 앞에 선 각 종족의 수장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공허의 기운을 품어서 지성이 생기고, 몸 안에 쌓인 막대한 힘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한동안 적수가 없었던 그들이지만 만티코어를 만나게 되면서 인생이 달라졌다.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그들이 한 존재에 의해 두려움에 시달리는 인생으로 변해 버린 것이다.

그만큼 막강한 힘을 가진 만티코어는 굉장히 영리해서 그들에게 머리를 쓸 것을 줄곧 종용해 왔다.

분명 남동부로 움직이기 전까지만 해도 칭찬해 주었던 그들의 수장이, 지금은 머리끝까지 분노로 가득 차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쥐어 터지고만 있다는 점이다.

대응하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움직이며 그들을 정신없게 만들었다.

-멍청한 것들. 전부 사령부로 진격해라. 막는 것들은 전부 쓸어버려.

만티코어의 명령에 모든 몬스터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는 다급하게 그 자리를 벗어났다.

공허의 기운이 스며들면서 점점 영리해진 만티코어는 부하들 역시 그렇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분명 몬스터들의 지적 수준은 처음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좋아졌다.

하지만 명확한 한계가 있었다.

철갑지렁이처럼 끊임없이 지적 수준이 올라가는 건 소수의 개체에 불과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고블린들이 그나마 쓸모 있었지만 녀석들은 태생부터 배신을 밥 먹듯이 하는 놈들이었고, 영악한 머리에 비해 가진바 힘은 보잘것없었다.

공허의 기운으로 아무리 강화시켜 봐야 한계가 명확했다.

몇몇 변종들이 한계를 넘어섰지만 다른 몬스터들에 비하면 숫자도 부족했다.

그렇다고 고블린들에게 다른 몬스터들의 수장 역할을 시키기도 애매했다.

다른 몬스터들이 그것을 받아들 리도 없을뿐더러, 자신 역시도 배신할지 모르는 놈들을 높은 곳에 앉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쯧!

만티코어가 혀를 차면서 인상을 찌푸렸다.

믿을 만한 놈이 하나도 없었다.

모든 것을 자신이 결정해야 하는 것이 이렇게 짜증 나는 것일 줄은 몰랐다.

남동부에 있는 인간들이 남부 인간들처럼 멍청했다면 단순하게 돌격 명령을 내리면 그만이었겠지만, 녀석들의 수장은 똑똑한 놈이었다.

벌써 자신에게 한 방 날리는 것을 보면 확실히 힘들긴 했다.

그래도 북쪽에 있는 지렁이들보다는 나았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남동부는 삼분되어서 지지부진한 점령전을 해야 할 것이다.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올지 알 수 없기에 반드시 이번에 승부를 봐야 했다.

만티코어는 부하들을 보내고 생각에 잠기면서 계속해 들어오는 정보들을 업데이트해 판을 짰다.

남부에 있는 몬스터들까지 박박 긁어모아 왔기에 수적 우위를 명백했다.

문제는 인간 놈들의 전력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게다가 자신들의 진격을 저지하기 위해서 계속해서 사방에서 공격해 들어왔다.

-이대론 안 되겠군.

이 상태로 끌려다니면 진격 시간만 늦춰질 것이다.

아쉽게도 시간은 자신의 편이 아니었다.

단기전으로 끝내고 지렁이들과의 결전을 준비해야 하는 만큼 다소간의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대장 지렁이 녀석을 끌어내서 결판을 보는 쪽으로 가야겠어.

인간들과의 싸움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다면 자신에게 남은 방법은 대장 지렁이와의 일기토밖에 없었다.

새로운 판을 짤 필요가 있었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인간들과의 전투에서 승리할 필요가 있었다.

-모두 이곳으로 집결하라고 해. 내가 직접 이끌겠다.

만티코어의 명령에 변종새들이 일제히 하늘을 날아올랐다.

바로 그때 후방에서 폭발 소리가 들려왔다.

-어떤…….

만티코어가 심상치 않은 기운에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 분노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식량이 있는 곳이 검은 불길을 일으키면서 활활 타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허충과 차원 물고기들을 죽여 말려 놓은 곳이 잿더미가 될 기세로 타올랐다.

거기다가 번개가 내려치면서 공허의 기운을 뭉쳐 놓은 공허석 역시 박살 나고 있었다.

변종 몬스터 군단의 군수물자가 실시간으로 사라져 가는 것을 보면서 만티코어의 분노에 찬 피어가 주변을 잠식했다.

“거참, 시끄럽네.”

하늘에서 인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하늘 높은 곳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명확하게 들려오는 그 목소리에 만티코어가 반응하며 단숨에 날아올랐다.

거체가 재빠르게 하늘로 날아올랐지만, 이내 다시금 지상으로 처박혔다.

자신의 몸만큼 거대한 부엉이가 두 눈에서 빛을 발하면서 만티코어를 날아오르지 못하게끔 막은 것이다.

-이놈!

분노에 찬 만티코어가 늙은 목소리로 사방을 메우면서 보랏빛 빛을 사방에 뿜어내었다.

공허의 기운으로 가득 찬 만티코어의 저주의 숨결이었지만 뱁새와 아이언의 성역이 펼쳐지면서 그의 주력기가 봉쇄되었다.

하지만 명색이 만티코어다.

그의 주력기는 하나가 아니었다.

그의 꼬리에서 수천의 맹독이 담긴 가시가 튀어나왔고, 그의 날개가 퍼득일 때마다 공허의 힘이 뭉치면서 사방으로 쏘아졌다.

하나같이 만티코어의 주력기가 공허의 기운에 의해 강화된 힘들.

하지만 그가 마스터를 이긴 건 이런 것이 아니었다.

“만티코어가 투기로 마스터라……. 재밌네.”

잡기에 능한 만티코어가 다른 것도 아닌 투기로 마스터에 이른 것을 본 아이언은 헛웃음을 지었다.

거대한 사자 형상의 투기가 아이언의 몸의 몇 배는 큰 보랏빛 형상으로 변하며 단번에 아이언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자 아이언도 질 수 없다는 듯 곧바로 검을 뽑아 들었다.

강철처럼 단단한 거대한 검이 만들어지기 무섭게 달려드는 사자 형상과 정면으로 맞부딪쳤다.

만티코어의 투기와 저주의 숨결이 만든 영역은 성역이 밀어냈고, 그의 독침은 천둥새의 폭풍이 하늘로 날려 버렸다.

공허의 기운들은 두 개의 달이 섬광을 날려 모조리 박살 냈다.

만티코어의 주변으로 부하들이 도와주러 오고 싶어도, 불사조 하나를 넘지 못하고 주변에서 불길을 잠재우는 게 고작이었다.

완벽한 아이언과 만티코어만의 전쟁터.

그것도 순수 무력 싸움으로 번져 갔다.

“마스터 하나 이겼다고 기고만장했던데……. 제국의 마스터는 다르다는 걸 보여 줄게.”

아이언이 빙그레 웃으면서 만티코어를 향해 말했다.

그러자 만티코어의 늙은 얼굴이 일그러졌다.

안 그래도 주름진 그의 얼굴은 보기 흉할 정도로 일그러진 채로 아이언을 향해 달려들었다.

거대한 몸이 달려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언은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분명 남동부의 인간은 마스터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괴물 같은 육체 능력과 오러의 힘으로 그것을 커버하고 있었다.

만티코어 본인도 마스터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아 미숙한 점이 많았다.

그것을 다양한 잡기를 통해 우위를 점했고, 그 덕분에 남부 쪽 마스터를 이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봉인되었으니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방법이 사라져 버렸다.

쿵! 쿵! 쿵!

만티코어와 아이언이 부딪칠 때마다 거대한 굉음을 내면서 지축을 흔들었다.

분명 둘 다 투기와 오러의 순수 실력은 다른 마스터들에 비해 부족했다.

하지만 만티코어는 공허의 기운으로 강력해진 육체 능력, 그리고 아이언은 수많은 업적과 칭호 효과로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일까?

둘 다 무식하게 돌진하면서 몸으로 때우는 방식의 공격을 감행했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이들이 보기엔 굉장해 보여도 막상 경지에 이른 검사들이나 무투가들에게는 그냥 단순 무식하게 싸우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런데 그것이 또 만티코어와 아이언에게는 도움이 되었다.

서로가 비슷한 스타일, 게다가 비슷한 경지에 이른 자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기 때문인지 자신들의 단점이 보다 명확하게 보였던 것이다.

‘여기선 이렇게 검로를 그렸어야 했나?’

이런 생각과 함께 아이언의 검로가 곧바로 수정되었다.

‘오러 운용이 미숙했군.’

그리고 이번엔 또다시 자신의 단점을 파악한 덕에 오러의 힘이 더 강력하게 발현되었다.

‘이래서 내 오러 블레이드가 불안했던 건가?’

능숙해진 오러 발현이 오러 블레이드에 영향을 미치면서 점차 완벽한 형태로 구축되는 거대한 검.

전투를 할수록 계속해서 보완되는 아이언의 움직임은 아무것도 모르는 자가 봐도 그 변화를 알 수 있을 정도로 변해 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만티코어 역시 마찬가지였다.

-투기의 상세한 운용이 어렵다면 더 강력하게! 더 공격 적으로!

좀 더 섬세하게 검로를 그려 가는 아이언과 다르게 만티코어는 막대한 힘으로 더 적극적으로 공격하는 방법을 택했다.

-사자의 기운을 더! 하지만 민첩함을 날개 형상으로! 변칙성은 꼬리 형상에 담겠다!

단순한 사자 형상에 점차 만티코어 본연의 모습이 담기기 시작했다.

거대한 투기의 형상에 만티코어 본인의 몸의 특징이 담기자 공격성과 더불어 변칙성과 민첩함이 만티코어의 몸에서 존재감을 발하기 시작했다.

싸움이 지속되면서 두 존재는 단점을 커버하며 계속 발전해 나갔고, 어느새 비슷했던 두 마스터의 공격 방법은 조금씩 달라졌다.

마스터급에 이른 자들이 실시간으로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비룡 위에서 지켜보던 기사는 혀를 내둘렀다.

거의 완성형에 가까운 경지에 이른 마스터들이 계속해서 발전해 나간다?

그 모습을 보는 부하들 입장에선 자괴감이 들 정도였다.

자신들은 고작 5단계 벽도 깨지 못하고 헤매고 있는데 마스터급에 이른 자들이 실시간으로 발전해 나가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재밌네!”

아이언이 활짝 웃으면서 검을 들어 올리자 만티코어의 늙은 얼굴 역시 어느새 미소를 그리고 있었다.

이빨을 드러내면서 웃는 만티코어를 보면서 아이언이 강력하게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만티코어의 꼬리가 투기를 휘감아 재빠르게 검을 쳐 냈다.

서로가 서로의 공격을 감지해 내면서 완벽에 가까운 공방이 이루어졌다.

그건 단순히 투기와 오러만의 싸움이 아니었다.

어느새 공허의 기운과 독침을 견제하는 두 개의 달과 천둥새도, 성역을 유지하는 뱁새도, 주변 몬스터를 견제하는 피닉스도 아이언과 동화되어 갔다.

그러자 만티코어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당장은 눈앞에 인간이 자신보다 강하다는 것을.

하지만 자신에게도 비장의 한 수쯤은 있었다.

파지직!

갑작스럽게 온몸을 휘감은 보랏빛 뇌전에 아이언은 다급히 뒤로 물러나려 했다.

하지만 만티코어의 보랏빛 뇌전은 이미 투기를 휘감은 채 아이언에게 날아들고 있었다.

콰아아앙!

-해치웠나?

만티코어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거대한 검이 뇌전을 담은 채 날아들었다.

“그런 말 함부로 하는 거 아닌데.”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빙그레 웃어 보였다.

그는 서리가 잔뜩 낀 오러 블레이드에 뇌전을 휘감은 채 만티코어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만티코어의 늙은 얼굴이 실망감에 물들었다.

남부를 뒤지다 우연히 발견한 한 고대 신의 신전.

그곳에서 얻은 이 힘은 이무기를 상대할 비장의 한 수로 아껴 두고 있던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인간에게 사용했음에도 치명상은커녕 큰 피해조차 입힐 수 없었다.

게다가 인간의 오러 블레이드에 휘감긴 뇌전 역시 신수에서 파생된 힘이 아닌 것 같았다.

-거기에서 신의 힘이 느껴지는데……. 너도 고대 신의 힘을 받은 건가?

“글쎄?”

아이언은 답을 주지 않고 빙그레 웃으면서 상공으로 높게 점프했다.

그가 물러날 것을 알았음에도 만티코어는 잡을 생각도 하지 못했다.

부하들을 이용해서 잡아 보려 시도할 순 있겠지만 주력이 빠진 상태라 큰 도움이 되기는 힘들었다.

-주력을 빼지 않았다면……. 아니, 애초에 그것조차도 저 인간이 의도한 건가?

만티코어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자신이 당했음을 순순히 인정했다.

이런 패배는 값진 경험이기에 분노보다는 즐거운 감정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곧, 부하들의 보고를 들은 만티코어의 늙은 얼굴에 서린 만족감은 분노로 대체되었다.

-후방에 있는 군수물자마저 인간에게 털렸다고!

만티코어의 분노 어린 외침에, 후방에서 레인저들에게 신나게 털린 몬스터들이 바들바들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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