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181)
58. 이 녀석들이 선 넘네? (3)
이세계인 최강이라고 평가받은 6인 중 3명이 남동부로 향하는 비공선에 몸을 실었다.
그러자 이 사실이 속보로 제국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마침내 이세계인들이 마스터임을 증명하기 위해 움직였다!]
[과연 그들은 새로운 마스터의 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인가?]
[제국 마스터들 역시 이 사실에 몸이 달아올랐다. 동부 사령관은 직접 보기 위해 남동부로 향했으며…….]
[남동부에 모이는 제국의 마스터들. 신검가주와 사자가주, 동부 사령관, 남부 사령관 등이 참석할 것으로 예정되며…….]
처음엔 시큰둥했던 마스터들.
하지만 남부에서 새로이 힘을 얻은 이세계인들이 자신감을 드러내자 다들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달라졌을까?
어떤 힘을 얻은 것이기에 저런 자신감을?
다들 이런 생각을 하면서 궁금증을 참지 못했다.
‘궁금하다!’
제국의 마스터들뿐만 아니라 모든 마스터들이 이러한 생각을 갖고 남동부의 소식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모든 이들의 관심이 기동 야전군 사령부로 향하는 그 순간, 정작 사령부는 흥분하기는커녕 매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하…… 빈틈 좀 보이니까 그새를 못 참고 내려오네?”
철갑지렁이.
이젠 이무기라고 불러야 할 거대한 녀석이 아이언을 향해 모습을 드러냈다.
사령부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서 미리 마중 나가 녀석을 맞이한 아이언은 처음부터 전력을 드러냈다.
녀석을 상대로 어설프게 간 보기에는 지난 시간 너무 많이 싸워 왔기 때문이다.
어느새 새끼라도 낳은 것인지 자기랑 비슷한 녀석 몇 마리까지 데려왔다.
서로를 향해 적의를 드러내던 둘은 마침내 전력으로 부딪쳤다.
굉음이 터져 나가고 주변 지형이 완전히 박살 나는 엄청난 풍경 속에서 아이언은 오히려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거구나…….”
멀리서 비공선을 타고 상황을 지켜보던 한 장교가 아이언의 자신감의 발로가 어떤 것인지 깨닫고는 감탄했다.
어째서 몬스터 웨이브에서 그토록 나서고 싶어 했는지 알 수 있었다.
“나 같아도 몸 풀고 싶겠다.”
“그러게.”
“후…… 이젠 완전 괴물이 되셨군.”
멀리서 지켜만 보라고 했을 땐 그래도 뭔가 도움이 될 걸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장교들은 이제는 편안히 구경했다.
괴물 같은 거대한 검은 이무기를 상대로 혼자서 한 치도 밀리지 않고 싸우는 자신들의 영웅.
신수의 도움 없이 저 거대한 이무기를 상대로도 호각으로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이번 남부에서 오는 이세계인들이 불쌍해졌다.
“안타깝네.”
“그러게.”
아이언의 유일한 약점이라고 한다면, 대부분 본인이라고들 말한다.
환상종인 피닉스와 천둥새는 물론이고 두 개의 달 역시 마스터도 두려워할 정도로 막강한 네임드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아직 부족한 아이언만 공략한다면 승산이 있을지 모른다고들 생각했다.
대륙의 모든 도박사들이 이세계인들이 아이언을 이기려면 본인을 공략해야 한다고 누차 말해 왔다.
물론 그것도 쉽지 않긴 했다.
아이언 본인이 이미 6단계에 오른 검사이고, 수많은 전투 경험으로 무장한 베테랑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더 강해졌다!
“약점이…… 없어진 거지?”
“그렇지.”
한 병사의 말에 옆에 있던 병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와…… 그럼 사실상 대륙 최강 아니야?”
“아마 그럴지도?”
대륙 최강을 다투는 사자검주와 신검가주.
하지만 이곳에 있는 자들은 어쩌면 자신들의 사령관이 그 둘을 넘어섰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랜드 마스터에 가깝다는 그 둘조차 지금의 아이언을 이기기엔 부족해 보였다.
그렇게 이들이 감탄하고 있을 때, 남동부로 출발했던 이세계인들의 비공선이 기동 야전군 사령부로 도착했다.
“기동 야전군 사령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창공의 탑을 담당하는 기사의 환영 인사에 김정태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아이언 카터는 어딨지?”
김정태의 물음에 창공의 탑에서 움직이던 모든 이들이 걸음을 멈췄다.
기사들은 물론이고, 마법사, 상인 같은 자들도 가만히 김정태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빛에 담긴 것은 명백한 적의.
특히 기사들 같은 경우는 대놓고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사령관님은 당신의 친구가 아닙니다. 언행을 조심해 주십쇼.”
“내가 왜 그래야지? 너희들 사령관이지, 내 사령관은 아닐 텐데?”
김정태의 말에 기사가 미간을 찌푸렸다.
마음 같아서는 ‘사령관님이 네 친구냐? 이 ×××야!’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그래도 사령부로 온 손님이니 나름 예우를 갖춰 줘야 했다.
남부에서 마스터로 추앙받는 자들이니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따라오시죠.”
말 그대로 최소한의 예우만 갖춰 주면서 그들을 안내했다.
“제법이긴 하네.”
김정태의 뒤를 따라 걸으며 로바노프가 중얼거렸다.
제국에서 최고로 위험한 곳이라고 알려졌다고 하지만 기동 야전군 자체는 아직 문제점이 많은 군으로 인식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 보니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았다.
전체적인 수준이 굉장히 높았기 때문이다.
‘아이언 하나에 업혀 가는 군은 아니란 건가?’
그렇게 생각하며 기사가 안내하는 곳으로 향했다.
사령부의 중심부에 있는 숙소에 도착하자 김정태가 표정을 찡그리며 물었다.
사령관실로 안내할 줄 알았더니 대뜸 숙소로 데려가자 짜증이 난 것이다.
“사령관에게 안내해.”
“사령관님은 지금 안 계십니다.”
“넌 뭐야?”
“사령부 직속 정보 및 군수 총괄 참모장 카를 슈타인입니다.”
카를 슈타인의 자기소개에 김정태가 짜증 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사령관은 언제 오지?”
“현재 전투 중인 관계로 확실히 알 수는 없습니다.”
“하! 뭐 이런…….”
김정태가 욕지거리를 내뱉으려 할 때였다.
갑자기 카를의 기세가 무섭게 바뀌기 시작했다.
비록 정보와 군수 쪽을 담당하고 있지만 그도 북동부 엘리트 출신이었다.
웬만한 기사보다 강력한 그의 기세가 김정태를 향해 쏟아졌다.
“사령관님은 네 친구가 아니야. 말 가려서 해라.”
“뒈지고 싶냐?”
같잖은 기세를 내뿜는 카를을 향해 김정태가 힘을 사용하려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양옆에서 폭발적인 기세가 쏟아졌다.
어느새 나타난 기사단장 로뎀과 돌격대장 루뎀의 기세였다.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김정태와 이세계인들을 요주의 인물로 판단한 듯, 어느새 그들 주위를, 어느새 다수의 기사들이 포위하고 있었다.
“마스터를 증명하러 온 것 아닙니까? 괜히 문제 일으켜서 좋을 게 없을 텐데……. 얌전히 있다 가시죠.”
카를의 말에 김정태는 짜증 난다는 표정을 짓다가 혀를 차며 숙소로 들어갔다.
그 뒤를 알아사드가 조용히 뒤따라갔다.
반면 로바노프는 재밌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생각보다 여기는 화끈해 보였기 때문이다.
남부 왕국 연합 측은 강자는 꽤 있었는데, 죄다 규율에 얽매여 있는 재미없는 인간들뿐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달랐다.
강하기도 했지만, 화끈했다.
‘재밌겠어. 증명이 끝나고 한동안 여기 머물러 볼까?’
화끈한 걸 좋아하는 로바노프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숙소로 들어갔다.
그렇게 이세계인들이 얌전히 숙소에 머물고 있을 때, 예상보다 아이언의 전투가 길어지면서 마스터들이 전부 남동부에 도착하고 나서도 이세계인들의 마스터 증명을 시작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안 되서 못 왔던 자들이 하나둘 몰려들었고, 남부에서도 주요 귀족들과 김정태와 로바노프, 알아사드의 길드원들이 남동부로 찾아왔다.
그뿐만 아니라 도박꾼부터 상인들까지 죄다 몰려들기 시작했다.
마치 사령부에 축제라도 일어난 것처럼 상인들과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자 카를인 기회가 이때다 싶어 일반인에게도 사령부를 완전 개방했다.
그렇다 보니 제국 각 지역에서 귀족들이 몰려오고, 돈 많은 부유층들이 몰려왔다.
“사령관님은 언제 오시는 거요!”
“거참! 싸움을 피하는 건가?”
“뭐요? 아이언 사령관이 왜 싸움을 피한단 말이오!”
“그럼 이게 피하는 거지? 뭐요?”
아이언의 복귀가 늦어질수록 남부에서 온 사람들과 제국인들 간의 사소한 다툼이 여기저기서 늘어만 갔다.
일부에선 정말로 아이언이 싸움을 피하는 것 아니냐는 소식이 들려왔다.
구경하러 온 많은 사람들이 어서 빨리 아이언이 오기만을 바랐으나, 아이언은 통 소식이 없었다.
불만이 늘어나고 서서히 안 좋은 여론이 형성될 때였다.
하늘에서 거대한 새가 나타났다.
“사령관님이다!”
아이언의 등장에 사령부에 있던 모든 장교들이 경례를 올렸다.
그러자 실제로 신수를 처음 본 많은 사람들이 감탄하며 그것을 올려다보았다.
특히 대륙 남부 사람들 같은 경우 경악했다.
크다고는 들었지만 비공선보다 더 큰 신수의 위용에 혀를 내두른 것이다.
“늦어서 미안하군.”
“아닙니다.”
각 잡고 대기하고 있는 카를의 앞에 내려선 아이언은 자신의 늦은 복귀로 고생한 그에게 사과하며 물었다.
“이세계인들은?”
“사령관님이 오신다고 전해 뒀습니다. 곧 이쪽으로 올 것입니다.”
카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멀리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전생에도 현생에도 인성 더럽기로 유명한 김정태.
그의 얼굴을 보자 아이언이 피식 웃었다.
“오랜만이군.”
“그러게. 놀랐어? 그때랑은 차원이 달라졌네.”
김정태가 오랜만에 만난 아이언을 보면서 말했다.
그러자 주위에 있던 장교들의 표정이 일제히 굳어졌다.
‘마치 그때는 별거 아니었는데.’ 같은 뉘앙스로 말하는 그를 보면서 아이언은 여유 있는 표정으로 말했다.
“길게 끌 거 있나? 바로 시작하지.”
“그 상태로 바로 시작하겠다고?”
전투의 흔적이 역력한 아이언의 모습.
방금까지 전투를 치르고 왔는지 아직 마르지 않은 몬스터 체액이 묻어났다.
하지만 아이언은 상관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면서 말했다.
“사령부 밖에서 싸우셔야 합니다.”
카를이 조심스레 다가와 귓속말로 의견을 전하자 아이언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령부 내에서 싸울 순 없으니…… 밖으로 나가지.”
그의 말에 다들 상관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언은 비룡 부대를 불러 이세계인들과 각자 비룡을 타고 성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이제 막 사령관 복귀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곧바로 시작하는 마스터 증명 소식에 재빨리 성벽으로 향했다.
이미 카를의 수완으로 성벽 위에 전망 좋은 곳은 비싼 관람료를 받으며 자리를 팔았고, 성벽 곳곳에 의자를 배치해 둔 상태였다.
거기다 음료와 음식까지 팔 수 있게끔 전부 꾸려져 있었다.
‘누가 상인 자식 아니랄까 봐.’
아주 제대로 준비한 카를을 보면서 피식 웃은 아이언이 비룡에서 내린 김정태와 로바노프, 알아사드를 보면서 말했다.
“로바노프, 알아사드라 했나?”
아이언의 물음에 둘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도 없는데 셋 다 한꺼번에 덤비는 게 좋겠군.”
그의 말에 셋의 표정이 동시에 구겨졌다.
“장난이…… 심하네?”
로바노프가 자존심 상한다는 듯이 말하자 아이언은 그런 그녀를 보며 말했다.
“장난? 내가 왜 너희 같은 사기꾼한테 장난을 치지? 내 시간은 귀중해. 너희랑 놀아 줄 시간 없어.”
아이언의 말에 로바노프가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재빠르게 달려들었다.
검게 물든 그녀의 몸에서 표범의 그것이 튀어나왔다.
“투술인가?”
몬스터의 투기가 튀어나왔다.
하지만 그녀의 무기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막대한 빛이 발광하면서 아이언을 압박해 왔다.
“신성력이라……. 애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그녀가 용사라면 아이언은 성자였다.
격이 다른 신성력으로 깔끔하게 눌러 버린 아이언은 주먹을 뻗혀 오는 그녀를 가볍게 쳐 냈다.
하지만 그녀는 물러서는 대신 더 강력한 공격을 해 왔다.
‘철인인가?’
어떤 상황에서도 견딜 수 있게 해 주는 그녀의 고유 능력.
강철 마력과 비슷한 형태의 그녀의 고유 능력은 아이언의 특성보다 우위에 있었다.
거기다 부딪치면 부딪칠수록 주먹이 강해지는 걸 보니 힘의 중첩도 가능한 듯싶었다.
하지만 그래 봤자 경지가 낮으면 소용이 없는 법.
콰아앙!
“쿨럭!”
작게 기침을 토하는 로바노프를 향해 검을 내리그으려는 순간 그녀의 뒤에서 거대한 거인의 팔이 튀어나왔다.
쿠우웅!
“크…… 이번엔 다를 거다.”
“이게 새로 얻은 힘인가?”
아이언은 전생에서도 본 적 없는 새로운 형태의 힘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거인의 형태에서 느껴지는 힘은 분명 강했다.
자신 이상의 격이 느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여유로운 것은 그것을 끌어내는 자가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아직은 형편없네.’
아이언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거인의 일격을 흘려 내고는 그녀의 몸을 날려 버렸다.
그리고 길게 끌 생각 없다는 듯, 김정태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자 뒤에서 지켜보며 준비하고 있던 김정태의 힘이 모조리 발산되었다.
물의 폭풍.
황무지에 일어날 리 없는 자연현상이 펼쳐지자 모두가 감탄했다.
마치 마도사의 그것처럼 압도적인 힘이 발현되었지만, 그 뒤로 이어진 일에 구경하던 사람들은 감탄을 넘어 경악했다.
“고작 이 정도?”
검으로 내리긋자 깔끔하게 절단되어 버린 물의 폭풍.
하지만 김정태 역시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어느새 갈라진 물의 폭풍이 한데 뭉치더니 거대한 물의 용의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
그리고 뒤이어 날아갔던 로바노프의 거인 역시 질 수 없다는 듯 아이언을 향해 거대한 주먹을 휘둘러 왔다.
아무리 아이언이라도 이제는 신수들의 도움을 받겠다 싶은 순간.
“이게 끝이야?”
아이언이 재미없다는 듯 김정태에게 물었다.
하지만 김정태는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김정태의 전력을 다한 수룡의 물의 숨결도, 로바노프의 거인의 주먹도 모조리 튕겨 나가 두 쪽으로 갈라졌기 때문이다.
그들의 회심의 일격을 그렇게 만든 것은 아이언이 자랑하는 신수도, 그의 막대한 신성력도 아니었다.
그저 하나의 거대한 검.
하지만 그것을 본 모든 이들은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그리고 마침내 한 남자가 그것의 정체를 입 밖으로 내뱉었다.
“오러…… 블레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