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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180화 (180/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180)

58. 이 녀석들이 선 넘네? (2)

안 그래도 반복되는 도발에 짜증 나 있는 상태에서 기어코 아이언을 폭발하게끔 만들었다.

“계획을 앞당긴다.”

아이언의 싸늘한 목소리에 모두가 흠칫하다가 황급히 경청하는 표정으로 집중했다.

“카온.”

“예!”

“남부 왕국에만 집중해.”

“예!”

“폴덴 너도 남부 쪽으로 정보망을 확대해.”

“알겠습니다!”

아이언의 명령에 모두들 고개를 숙이고는 황급히 사령관실을 나섰다.

뭐에 쫓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나가 버리는 지휘관들을 보며 아이언은 한숨을 쉬었다.

“짜증 나네.”

인상을 찌푸리면서 푸념했다.

남동부만으로도 충분히 힘든 상황인데, 자꾸만 자신을 건드리고 있었다.

무시하려 했지만 계속 시비를 걸어오는 상황이고, 점점 심해지는 상황이었다.

자연스레 저들이 마스터가 아니라는 게 밝혀지길 기다리기에는 도발의 수위가 너무 세지고 있었다.

이대로 두면 제국은 물론이고, 마스터들의 권위마저 위험할 수 있었다.

‘절대 조루라고 해서 그런 게 아냐.’

아이언이 고개를 저으면서 건방진 녀석들에게 참교육을 시켜 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머리끝까지 분노한 아이언이 다음 날이 되자 곧바로 기자와 인터뷰를 했다.

[직접 찾아와라. 언제나 환영이다.]

신문에 대문짝만 하게 나온 인터뷰.

마침내 아이언이 입을 열었고, 그것은 제국민들을 충분히 만족스럽게 만들 만큼 짧고 강렬한 것이었다.

자신감에 찬 그의 모습에 제국민들은 열광했다.

그러자 남부 사람들은 이세계인들이 하루빨리 찾아가 자신들의 힘을 증명해 주길 바랐다.

그런 그들의 바람과 달리 미적거리는 이세계인들.

만약 아이언이 인터뷰만으로 끝냈으면 당장에라도 이세계인들은 남동부로 찾아왔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자심의 힘을 드러냈다.

신수들의 막강한 힘으로 홀로 몬스터들을 전멸시키는 장면을 찍어 공개한 것이다.

몬스터 웨이브 때는 신수들뿐만 아니라 사령부 전체를 찍었다면 이번에는 아이언만을 담았기에 신수들이 발산하는 힘이 어느 정도인지 확 와닿았다.

“역시, 거짓말이었군.”

“그러게. 입만 산 놈들이라니까?”

“조금 이상한 힘을 쓴다고 감히 마스터를 넘봐?”

제국민들의 이런 반응과 달리 남부 사람들의 표정은 굳어졌다.

융합기는 물론이고 불길과 번개, 섬광만으로도 압도적인 위용을 보여 주고 있었다.

사실 아이언이 그동안 대응을 안 한 것은 이런 이유도 있었다.

한창 남부 사람들의 자신감이 차오르는 상황에서 굳이 그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상황이 좋지 않은 남부에 있어 새로운 마스터들의 등장은 희망이 되어 줄 것이기에 그들을 생각해서 의도적으로 말을 아꼈다.

그런데 이세계인들이 그걸 모르고 도를 넘어선 것이다.

이번에 아예 밟아 버릴 생각으로 남부에 특작 부대를 보내고, 정보 부대를 이용해 여론 조성까지 했다.

남부 사람들에겐 안된 일이지만, 이참에 기어오르지 못하도록 완전히 밟아 줄 생각이었다.

“이걸로 남부는 신경 꺼도 되겠지.”

가뜩이나 바쁜데 자꾸 신경 거슬리게 하는 남부를 완전히 치워 버린 아이언이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이제 마음 편히 남동부에만 신경 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아이언의 생각과 달리, 이세계인들은 끈질겼다.

자신들도 지금은 마스터급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마스터급이라는 이름은 써먹을 곳이 많기에 내버려 두었다.

거기다 마스터라고 불리면서 받은 칭호 효과 역시 쏠쏠했다.

그런데 그게 역풍으로 다가오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단순히 남부 사람들의 민심 때문이라면 무시하면 그만이다. 지금 자신들이 아니라면 남부는 다시금 어려운 싸움을 할 수밖에 없기에 배짱을 부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문제가 생긴 것은 칭호 효과였다.

“디버프? 하! 이런 미친!”

김정태가 자신의 칭호 효과를 바라보았다.

-마스터 사칭 : 마스터 칭호 효과 삭제 및 마스터를 증명하기 전까지 모든 수치 20% 하락.

-단! 증명할 때만큼은 모든 디버프 해제.

-※ 마스터에 근접했거나 향후 마스터에 오를 것이라 인정받을 시 디버프는 해제됩니다.

마스터를 사칭한 대가는 가혹했다.

이세계인들의 힘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건 고유 능력과 칭호 효과다.

그런데 그 칭호 효과가 독으로 다가온다면?

“미치겠군.”

김정태가 미치겠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그건 다른 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스터를 사칭한 대가는 시스템의 디버프로 나타났기에 그냥 묻고 갈 수가 없는 상황이다.

지금은 자신들이 앞서 있는 상황이지만, 자신들의 뒤를 바짝 쫓고 있는 자들은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들은 마스터를 사칭하지도 않았기에 디버프가 계속 유지된다면 언젠가는 자신들을 따라잡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후…… 결국 그 자식을 만나러 가야겠네.”

로바노프가 이를 갈면서 말했다.

온몸이 근육질로 덮여 있는 그녀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답은 하나뿐이다.

굴욕을 당하더라도 일단 도전은 해야 한다는 것.

그래야 디버프를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굴욕은 잠시뿐이야.’

김정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이를 악물었다.

어차피 자신의 성장세를 보면 언젠가는 마스터급에 도달한다.

그렇기에 그때까지만 이 굴욕을 참으면 될 일이다.

“후…… 아이언, 그 새끼랑만 엮이면 자꾸 일이 꼬이네.”

김정태가 이를 갈면서 말하자 같은 길드원이자 용사인 에바스톨이 그런 그를 위로해 주었다.

동부에서 아이언을 만나서 꼬였고, 제국에서의 계획 역시 아이언이 거의 홀로 날뛰면서 정리한 탓에 자신들이 활약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

“이정후 이 새끼는 어딨는지 보이지도 않고…….”

“그 녀석 죽은 거 아냐?”

김정태의 말에 에바스톨이 말했다.

그의 말처럼 지금까지 나타나지 않는다는 건 이정후가 죽었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하지만 김정태는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아는 이정후라는 놈은 절대 쉽게 죽을 놈이 아니다.

그건 다른 길드장급들도 마찬가지였다.

변변찮은 몸뚱이와 재능이라고 끝끝내 살아남은 놈이 이정후다.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악착같이 살길을 찾는 놈이 잠수 타고 있다는 건 뭔가를 꾸미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녀석이라면 어디 짱박혀서 퀘스트가 끝날 때까지 숨어 있을 가능성이 높지. 그게 아니라면…….”

김정태가 말끝을 흐리고는 속으로 생각했다.

‘우리가 모르는 무슨 혜택을 받았거나.’

그게 뭔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자신들처럼 나대지 않아도 될 만큼 큰 혜택일 가능성이 높았다.

이정후가 언젠가는 나타날 것이라 생각하며 김정태는 지금 당장의 일을 해결하기 위해 움직였다.

남부에서 활약하는 이세계 중 최강이라 불리는 6인이 입을 모아 말했다.

「우리는 증명할 것이다!」

짧은 문장으로 그들의 의지를 보였다.

남은 건 언제냐는 것.

이세계인들의 도전에 대륙의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다.

오랜만에 흥미로운 소식이 대륙에 퍼졌기 때문이다.

항상 어디가 뚫렸다느니, 누가 죽었다는 소식만 들었던 오스리아 대륙인들이기에 이 이벤트에 모든 관심이 쏠린 것이다.

이세계인들의 마스터급 도전.

그건 설령 그들이 마스터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관심을 가질 만한 일이었다.

당장이라도 남동부로 떠날 것처럼 6인이 이끄는 길드들은 활동 폭을 줄여 나가며, 남부 최대 도시인 네라하에 몰려들었다.

남부 왕국 연합의 중심지에 모인 이들이 언제쯤 남동부로 떠날지 모두가 지켜볼 때였다.

이세계인들에게 굉장히 흥미로운 소문이 흘러나왔다.

“고유 능력을 하나 더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처음에 이 소문을 퍼뜨렸을 땐 그 누구도 믿지 않았다.

고유 능력이 누구 집 개 이름인가?

이세계인들의 힘의 강함이 고유 능력으로 정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데, 그런 능력을 하나 더 가질 수 있다?

남부 사람들도 믿지 않을 이야기였다.

하지만 하나둘 그 소문을 따라 해 증명하기 시작하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선택받은 자들처럼 특수한 무구를 얻는다면 고유 능력을 더 얻을 수 있다!”

이 소문에 이세계인들이 남부 전역을 뒤지기 시작했다.

고철이 된 방패.

녹이 슨 검.

낡은 창.

우그러진 갑옷.

반쯤 찢어진 옷.

전부 멀쩡하지 않은 낡은 것들이었지만, 그것들 중에 가끔 묘한 힘을 발산하는 것들이 있다.

어떤 것은 새벽에만, 어떤 것은 하루에 딱 5분간만 그 힘을 발현하는 특별한 무구들.

그것들을 얻은 이세계인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또 하나의 능력을 보유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아무거나 막 집는다고 각성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 무구에 맞는 최소한의 재능을 갖고 있어야만 각성할 수 있었기에 조건이 상당히 까다로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이들이 눈에 불을 켜고 찾았다.

모두가 자신만의 특별한 무구 찾기에 여념이 없을 때, 어떤 이들은 경고하기도 했다.

“공허의 타락한 신들이 장난치는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세계인들은 그런 경고를 무시했다.

당장에 강해질 수 있다면 어떤 것이라도 팔아먹을 인간들이기에 당연했다.

그리고 이건 이세계인들만이 아니었다.

남부의 사람들 역시 선택받은 자들처럼 능력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는 걸 알게 되면서 남부 전체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당연히 마스터에 도전하기로 한 6인도 도전 일정을 미루고 그것을 찾는 데 전력을 쏟았다.

“이거…… 위험할지도 모르겠는데.”

에바스톨이 김정태를 보면서 말했다.

붉게 녹이 슨 단검에서는 굉장히 위험한 힘을 발산하고 있었다.

바다 깊은 곳에 잠겨 있던 이 녹슨 단검

용사이자 신성력을 각성한 에바스톨이 묘한 위화감이 느껴지는 단검을 보았지만 김정태는 그런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건 나중에 생각해. 일단 이 힘을 얻고 아이언 그 새끼한테 도전한다.”

김정태가 그렇게 말하면서 단검을 쥐었다.

그러자 곧바로 반응이 왔다.

단검을 쥐는 순간 그의 팔목을 휘감으면서 푸른 기운이 온몸을 휘감기 시작했다.

그렇게 온몸에 푸른 기운이 휘감기는 순간.

-계약하겠나?

굉장히 꺼림칙한 목소리가 머릿속에 파고들었지만 김정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단검을 쥔 순간부터 돌이킬 수 없는 것이기에.

“그래.”

김정태가 대답하는 순간 녹슨 단검이 서서히 부서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부서지는 단검을 보면서 에바스톨이 당황했다.

하지만 그런 그와는 다르게 김정태는 당황하지 않았다.

단검에 봉인되어 있던 힘이 김정태에게로 넘어오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으로 부족했는지 김정태를 매개체로 주변에 있는 물의 기운을 사정없이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어느새 그의 주위에는 물회오리가 치면서 주변을 잠식했다.

에바스톨과 길드원들을 전부 밀어내면서 김정태를 감싼 물회오리는 거의 1시간 가까이 유지되었다가 사라졌다.

그리고 마침내, 물회오리가 사라졌을 때 김정태가 원하는 음성이 들려왔다.

[잊혀진 수룡 ?과 계약을 맺었습니다.]

-오랜 시간 봉인되어 불완전한 상태입니다. 완전체로 만들고자 한다면 조각을 모으거나 힘을 회복하도록 도우십시오.

-칭호 ‘수룡 계약자’를 얻었습니다. 칭호 효과로…….

‘수룡!’

김정태는 자신이 계약한 것이 무엇인지 듣고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거라면…… 이거라면 가능해!”

비록 완전하진 않지만 무려 수룡이다.

아이언을 이길 순 없겠지만, 마스터라고 인정받는 것쯤은 가능하다는 생각에 김정태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 이 자신감은 자신이 계약한 수룡을 불러내 힘을 시험하면서 더욱 확실해졌다.

며칠 동안 당장 회복할 수 있는 최상의 상태로 만든 수룡을 만족스럽게 본 김정태는 곧바로 아이언에게 도전한다는 서신을 전하며 제국 남동부로 향하는 비공선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너도……?”

김정태가 창공의 탑에서 대기 중인 로바노프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자 그녀 역시 김정태를 보면서 표정을 구겼다.

“쯧! 뭐라도 얻은 모양이지?”

“그러는 너도 마찬가지 아닌가?”

서로가 가진 패를 숨긴 채 으르렁거릴 때였다.

한쪽에서 터번을 두른 남성이 걸어왔다.

“알아사드? 너도 벌써 얻은 거냐?”

김정태의 물음에 알아사드가 짤막하게 대답했다.

“아이언을 박살 내는 건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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