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178화 (178/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178)

57. 남동부 세력 개편 (3)

아이언은 구시렁거리면서 전방을 바라보았다.

22군단과 23군단의 활약에 몬스터들이 쉽사리 성으로 접근조차 못 하자, 신수들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하늘을 날아다녔다.

성을 방어해야 한다는 압박감마저 사라진 신수들은 정말 놀이터라도 되는 것처럼 힘을 발산하면서 놀았다.

그러는 사이 직할대들이 사령부에 들어오면서 아이언이 할 일은 더 없어졌다.

“얘들아! 나가자! 쳐부수자!”

“지지 마! 우리가 이긴다!”

돌격대장 루뎀과 기사단장 로뎀이 서로 으르렁거리면서 부하들을 데리고 사령부를 나섰다.

성문이 열리고, 기사단이 쐐기 형태로 돌격을 시작했고, 돌격대는 일렬로 미친 듯이 달려 나갔다.

그러자 마법 부대와 정령 부대가 질 수 없다는 듯, 합동 공격으로 기사단과 돌격대 앞에 있는 몬스터들을 쓸어버렸다.

경쟁이라도 하듯, 몬스터들을 죽여 나가는 그들과 달리 레인저 부대는 조용히 자신들이 할 일을 했다.

여기저기서 나타나 몬스터들의 약점만 공략해 죽여 나가는 레인저 부대.

하지만 그런 그들도 곧 할 일이 없어졌다.

콰과과과광!

“와…….”

한 병사가 멍하니 폭발음을 들으면서 감탄사를 내뱉었다.

포병대장의 명령에 떨어지는 포탄비와 함께 신무기인 다연장 마법 폭탄이 떨어지면서 엄청난 폭발을 일으킨 것이다.

거기다 포병대장 휘하에 배치된 비공선의 폭탄비까지 곁들여지니 몬스터들이 사정없이 쓸려 나갔다.

“후…… 진짜 할 일 없어졌네.”

마지막까지 희망을 놓지 않고 있던 아이언은 이번 공격으로 깔끔하게 포기했다.

예상보다 더 성장한 자신의 부하들을 보면서 아이언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없는 동안 성장한 것도 놀라운데, 남동부에서 기동 야전군의 영역을 확장시키면서 또 성장한 것 같았다.

수없이 많은 전투를 치르면서 각 군단마다 특색이 살아나고 부대마다 더 끈끈하게 변하며 몬스터들을 학살해 나갔다.

예상보다 더 활약해 주는 부하들을 보면서 아이언은 생각에 잠겼다.

향후 남동부를 장악할 3개의 세력.

거기에 압도적인 우위를 위해서 마스터들을 데려올 생각을 했던 아이언이다.

물론 공짜는 아니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각 사령부에서 원하는 조건이 있을 것이고, 아이언은 웬만하면 그 조건들을 들어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 하는 걸 보니 자신이 생각한 마스터 숫자를 한 명 정도는 줄여도 될 듯싶었다.

자신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노력한 부하들이 대견했다.

“누구를 뺄까?”

아이언은 혼자 중얼거리면서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자신이 구상했던 계획을 수정해야 했으나 기분이 매우 좋았다.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할 사람이 줄어들었으니 당연했다.

어느새 오랜만에 몸 풀 기회가 사라졌다는 것도 잊을 만큼 생각에 잠겨 든 아이언은 성벽에 걸터앉아 멍하니 전투를 바라보았다.

“아리엘은 그새 성장했네.”

멀리서 모습을 드러낸 21군단의 비공선.

가장 빨리 나는 비공선만 먼저 도착했는지, 고작 몇 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비공선에서 강하하는 자들은 ‘고작’이라는 표현을 미안하게 생각할 만큼 강력했다.

가장 먼저 내린 아리엘의 검이 사방을 수놓으며 몬스터들의 목숨을 앗아 갔고, 뒤이어 내린 장교들과 일부 기사들 역시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면서 강하 지점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중앙 놈들이 이걸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네.”

얼마 전에 신문 기사로 봤던 기사가 떠올랐다.

[아이언의 기동 야전군, 어쩌면 거품일지도?]

그저 잘나가는 기동 야전군을 비하하기 위한 신문은 아니었다.

그들이 적어 놓은 기사에는 근거가 있었다.

1. 완편되지 못한 군단급.

2. 군단장들의 실력이 모자라다.

3. 직할대의 실력이 타 군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4. 타 군에 비해 사령관에게 많은 것을 의지하는 편.

4개의 근거는 기동 야전군의 부족한 점이 맞았다.

아이언의 자이언트 웜 군단을 막는 동안 사령부가 막대한 피해를 입었던 터라 여전히 군단급은 완전히 완편되지 않은 상태로 작전에 임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돌격대와 기사단은 완벽한가?

그렇지 않았다.

북동부를 기준으로 보면 직할대의 사단장급은 5단계 막바지 혹은 6단계 초입은 들어서야 했다.

군단장급들은 보통 6단계에 들어선 자들이거나 그걸 무시할 정도로 압도적인 공적을 쌓은 지휘관이어야 했다.

현재 기동 야전군의 군단장은 이 중 어떤 것에도 해당 사항이 없었다.

그렇기에 여전히 사령관인 아이언에게 많은 것을 의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아이언이 복귀하고 나서 기동 야전군을 해체해야 한다는 의견과, 성장하는 동안 남부 사령부 밑에서 배워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어떤 이는 사령관인 아이언조차 마스터 중에선 가장 약체라고 폄하하기도 했다.

“재밌겠어.”

오늘의 전투를 모조리 녹화하고 있는 영상구를 보면서 아이언은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 전투가 그 모든 이의를 묵살할 수 있는 증거가 될 것이라고 직감했기 때문이다.

신수들의 압도적인 활약과, 큰 폭으로 성장한 부하들의 모습을 보면서 만족감을 드러낸 아이언은 지휘를 작전장교에게 맡기고 본관으로 들어갔다.

마무리되어 가는 전투에 부하들을 믿겠다는 그의 의지를 보이자 근처에 있던 모든 장교들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마침내 완전히 인정받은 것이다.

비록 신수들의 압도적인 활약이 있었지만, 그걸 제외하더라도 3개 군단과 직할대의 전투는 인상적이었다.

일단 큰 피해가 없다는 것과 그들의 활약 역시 압도적이라 불릴 만했기 때문이다.

신수들이 없더라도 사령부를 충분히 지켜 내고도 남겠다는 믿음이 생길 정도였다.

그렇게 모두의 활약으로 결국 남동부의 몬스터 웨이브를 막아 낸 기동 야전군은 주먹을 불끈 쥐면서 환호했다.

소규모도 아니고 중규모 몬스터 웨이브를 완벽하게 막아 낸 것에 모두가 기뻐했다.

하지만 가장 기쁜 이유는 전쟁에서 이긴 것도, 피해가 적은 것도 아니었다.

바로 아이언의 인정.

이젠 완전히 자신들을 믿어 주겠다는 표시로 홀로 본관으로 들어간 순간, 모든 부대에 이 소식이 전해졌다.

사단 직할대에도, 카를이 이끄는 군수 부대에도, 가장 멀리 있는 아리엘의 21군단에도 아이언의 믿음이 전해졌다.

“다들 오랜만에 모이네.”

전투가 끝나고 사령관실에 모인 야전군 최고 지휘관들.

3명의 군단장과 직할대의 지휘관들까지 모조리 참석해 앉아 있었다.

“오늘 보니 나 없어도 잘할 것 같던데?”

아이언이 빙그레 웃으면서 말하자 모두가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특히 아리엘. 이젠 진짜 군단장급이라고 봐도 손색이 없겠어.”

아이언이 아리엘을 보면서 축하한다는 듯 말하자 모두가 박수를 보내 주었다.

아직 약간 부족하지만 6단계 언저리에 들어섰다.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완전히 자리를 잡을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면서 카드로가 이를 악물었다.

세리덴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불타는 듯한 눈을 보면서 아이언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이르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내 오판이었던 것 같네.”

아이언은 그렇게 말하면서 지휘관들을 바라보았다.

“아리엘.”

“예!”

“민다니아 항구까지 남은 거리, 너희들만으로 가능하겠어?”

“가능합니다!”

아리엘이 믿음직스럽게 대답하자 아이언은 믿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카드로.”

“예!”

“너흰 지금부터 남쪽으로 우리 영역 확장해.”

“알겠습니다!”

카드로가 고개를 숙이면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드디어 제대로 된 군단 임무가 떨어졌다.

군단의 단독 임무에 옆에 있던 세리덴이 부럽다는 듯이 바라보자 아이언이 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부러워할 거 없어, 세리덴.”

그의 말에 세리덴이 기대감이 섞인 표정으로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23군단은 북쪽을 견제해 줘야겠어. 가능하겠어?”

아이언의 물음에 세리덴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사령관이 홀로 막은 자이언트 웜 군단.

성장에 성장을 거듭한 그들은 남동부 최강의 세력 중 하나였다.

그런 그들의 확장을 막아 달라는 건, 그들과의 전투를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는 뜻이었다.

‘자이언트 웜 군단의 확장을 막을 수 있겠어?’라고 묻는 아이언을 보면서 세리덴은 잠시 고민했지만, 이내 믿음직스럽게 대답했다.

“예, 할 수 있습니다.”

‘해 보겠습니다.’가 아니었다. ‘할 수 있다.’라는 확신에 찬 그의 대답에 아이언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믿어 보지. 사령부 직할대들은 전원 사령부로 복귀해.  남부 사령부와 연계해서 이 일대를 완전히 정화하는 작업에 들어간다. 알겠나?”

“알겠습니다!”

모두의 대답에 아이언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사담을 나눌 때였다.

오랜만에 사령관실로 온 한 남자가 경례했다.

“카온! 오랜만이네?”

카를이 반갑게 인사하자 그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다들 정식으로 인사해. 레이븐 대장 카온 템페트다.”

아이언이 카온을 정식으로 인사시켜 주었다.

기동 야전군 특작 부대 레이븐.

그곳의 대장이 모든 지휘관들에게 정식으로 소개되자 모두가 축하해 주었다.

아리엘이 먼저 그에게 악수를 건네면서 카온과 아리엘이 악수를 나누던 순간이었다.

흠칫!

아리엘이 살짝 떨면서 놀란 눈으로 카온을 바라보았다.

그 역시 아리엘을 보면서 놀란 표정을 지었다.

“축하해. 카온도 6단계에 한 발 디뎠구나?”

아이언의 축하 인사에 지휘관들이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특히 카드로와 세리덴은 충격 먹은 표정이었다.

아리엘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설마 카온마저 6단계에 도달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아이언은 어느 정도 예상했다.

북부에서 가장 재능 있는 자라면 아리엘과 에이든을 꼽을 수 있었다.

그리고 북부 외의 지역에서 그들과 어깨를 견줄 수 있는 유일한 자로 카온 템페트를 꼽을 수 있었다.

북부의 두 명가가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든 자가 카온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둘 다 아직 완전히 6단계 도달한 건 아닌 거 알지?”

“예.”

“더 정진하겠습니다.”

아리엘과 카온이 알고 있다는 듯 대답하자 아이언은 남은 지휘관들을 보면서 말했다.

“아직 늦지 않았어. 너희들도 분발하면 이 두 사람보다 빨리 다음 단계에 도달할 수도 있으니 더 정진하도록.”

“예!”

모두의 대답에 짧게 고개를 끄덕인 아이언이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카온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갑자기 웬일이야? 아직 임무가 남았을 텐데?”

“보고드릴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보고?”

“예.”

통신구를 통하지 않고 직접 보고하러 왔다는 건 상당히 심각한 정보라는 뜻이었다.

아이언이 말해 보라는 듯 턱짓했지만 망설이는 카온.

그러자 눈치 빠르게 지휘관들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괜찮으니까 말해 봐.”

아이언의 명령에 카온이 조심스레 말했다.

“남부에서…… 마스터급이 다수 등장했습니다.”

“……다수?”

아이언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카온을 바라보면서 되물었다.

“……예.”

“후…… 제국에 새로운 마스터 소식은 없었는데?”

“남부 왕국 연합 쪽에서 나타났습니다.”

카온의 말에 아이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스터가 될 수 있는 자는 두각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그런데 아이언이 알기로 그런 이들은 별로 없었다.

오히려 남부 대수림에서 변이체들의 등장으로 마스터들이 목숨을 잃어 숫자가 더 줄어들었다.

대륙 남부 전체 마스터 숫자가 넷밖에 남지 않을 정도로 쪼그라든 것이다.

“몇 명인데?”

“여섯 명입니다.”

아이언의 물음에 카온이 담담히 대답했다.

그러자 모두가 갑작스레 늘어난 숫자에 경악했다.

“진짜 여섯 명이 늘었다고?”

카드로의 물음에 카온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보고서 있어?”

“예!”

카온이 품속에서 꺼낸 보고서를 아이언에게 건넸다.

모두가 보고서를 보고 있는 아이언을 초조하게 바라보았다.

한참 뒤, 아이언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이거 걱정 안 해도 되겠어.”

“예?”

갑작스레 웃는 아이언을 보면서 카온이 멍청하게 되물었다.

“이 녀석들, 뻥이야.”

“……뻥…… 말입니까?”

“그래, 가짜 마스터들. 요 녀석들, 고대 아티팩트나 마도구들 갖고 있지?”

“그렇……습니다.”

카온의 물음에 아이언이 그럴 줄 알았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능력자들의 고유 능력과 마도구의 힘으로 어설프게 흉내 낸 거야.”

그렇게 말하며 모두의 걱정을 덜어 준 아이언은 오랜만에 모인 지휘관들과 작은 파티를 열었다.

그리고 중규모 몬스터 웨이브를 큰 피해 없이 막아 낸 공로에 치하하기 위해 모든 병력에게 휴식을 주었다.

며칠 후, 기동 야전군은 본격적으로 남동부 장악을 위한 작전을 시작했다.

그에 발맞춰 자이언트 웜 군단 역시 제국 중앙 지역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거대한 영역을 확보했다.

남쪽을 장악한 미지의 존재 역시 모습을 드러냈다.

남부 대평야에 있던 만티코어.

그 존재가 공허의 힘으로 더욱 강력해져 남쪽 일대를 모조리 장악하고는 오염된 몬스터들을 자신의 이름 아래 모이게 했다.

마침내 남동부가 3개의 세력으로 분할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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