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177화 (177/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177)

57. 남동부 세력 개편 (2)

아이언의 명령에 기동 야전군의 병력 대부분은 동부로 향했다.

남부 사령부의 전선이 약간이나마 올라오고 기동 야전군의 사령부에서 가까운 곳의 요새를 점령하면서 한결 여유가 생겼다.

남부 전선과 기동 야전군의 사령부가 연계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남부 사령부의 전선에는 여유가 없었고, 기동 야전군 역시 모든 군단이 동부에 투입되어 기동 야전군 사령부 자체는 굉장히 위험한 상태였다.

몬스터들에겐 어쩌면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는 상황.

영악한 몬스터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남쪽에선 정체를 알 수 없는 강력한 녀석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었고, 북쪽에서는 철갑지렁이에서 이무기로 진화한 강력한 자이언트 웜 군단이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남은 녀석들이 선택할 수 있는 건 하나뿐이었다.

그나마 약해 보이는 기동 야전군을 치는 것.

사령부만 점령한다면 이곳을 중심으로 여러 변이체들도 생존할 수 있는 영역을 얻을 수 있을 것이기에, 미친 듯이 몰려왔다.

“사…… 사령관님.”

“괜찮아.”

저 멀리서 보이는 엄청난 숫자의 변이체들을 본 작전장교는 당황했다.

남동부에서는 이제껏 보지 못했던 몬스터들의 연합.

그들이 살기 위해서 뭉친 것이다.

“몬스터 웨이브인가?”

남동부에서 처음 보는 몬스터 웨이브.

강력한 적을 피하기 위해 모두가 힘을 합쳐 대이동을 시작했다.

그것을 가로막는 벽인 기동 야전군의 사령부를 향해 모두가 미친 듯이 달려오는 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다.

“직할대는?”

“최대한 빨리 오고 있습니다. 늦어도 1시간 이내에는 전원 복귀할 것입니다!”

아이언의 물음에 통신장교가 다급히 들은 것을 전해 주었다.

그러자 아이언은 이번엔 군단을 담당하는 통신장교들을 바라보았다.

“다른 군단들은?”

“23군단은 1시간 거리에 있습니다.”

“22군단 역시 최대한 빨리 복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3시간은 족히 걸릴 것 같습니다.”

“21군단은 한나절은 걸릴 것 같습니다.”

“그럼 21군단은 제외한다 치고…….”

각 군단들의 통신 보고를 들은 아이언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고개를 돌려 정보장교를 바라보았다.

“남부 사령부에 지원 요청했나?”

“그렇습니다. 2개 사단은 바로 움직이고 있고, 여유가 된다면 1개 사단 정도는 더 지원해 준다고 합니다.”

“좋아. 남은 건 시간을 버는 것뿐인가?”

아이언이 정보장교의 보고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다른 장교들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아무리 아이언이 있다지만 병력 숫자가 너무 적었다.

3개 군단 전체가 밖으로 나가 있고, 사령부 직할대 역시 대부분 나갔다.

돌격대, 기사단, 마법 부대, 정령 부대, 비룡 부대, 비공선 부대, 포병 부대 대부분이 밖으로 나간 상황에서 사령부를 지키는 건 일부 경비대와 사령부 방어를 위한 방위부대뿐이었다.

“정면을 내가 막을 테니 안으로만 들어오지 못하게 해.”

“아…… 알겠습니다.”

작전 장교가 재빨리 대답했지만 다른 장교들은 여전히 걱정이 앞섰다.

“아무리 사령관님이라도 혼자 대부분을 감당하시는 건…….”

“이럴 시간에 지원군에게 더 빨리 오라고 독촉이나 해.”

정보장교가 괜히 말을 꺼냈다가 아이언의 매서운 눈초리를 받고는 재빨리 밖으로 나갔다.

“모두 당황하지 않고 각자 할 일만 잘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어.”

그렇게 아이언의 명령을 들은 모든 이들이 다급하게 움직이자 가만히 밖을 보던 아이언도 천천히 사령관실을 나섰다.

새까맣게 몰려오는 몬스터 웨이브 속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는 아이언.

현재 사령부의 중심이 되는 자신이 다급해하면 모든 이들이 불안에 떨게 되기에, 아이언은 최대한 여유 있는 척하면서 가만히 정면을 응시했다.

그러나.

“이건 좀 힘들긴 하겠네.”

지렁이 녀석과 싸우면서 무지막지하게 성장한 아이언도 새까맣게 몰려드는 변이 몬스터들을 보면서 자신감이 실시간으로 줄어들었다.

홀로 남동부 북쪽으로 평정하고 있는 자이언트 웜 군단을 막아섰던 아이언이지만 이건 정말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고작 1시간뿐이었다.

며칠을 막아 내는 것도 아니고 1시간도 못 막는다면 마스터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얘들아, 1시간만 빡세게 막아 보자.”

아이언의 말이 끝나는 순간 하늘에 거대한 새들이 나타났다.

그를 마스터로 만들어 준 신수들이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몰려드는 몬스터들을 향해 힘을 발산했다.

거대한 폭풍이 적을 휘감고, 그 폭풍을 불길이 휘감으며 주변을 싹 다 쓸어버렸다.

천둥새와 피닉스의 합작품을 성에 있던 모든 이들이 멍하니 지켜보았다.

그동안 각자 힘을 쓰던 아이언의 환상종들.

하지만 자이언트 웜들을 수개월간 막아 내면서 마침내 서로에게 마음을 완전히 열었다.

그렇기에 두 신수의 힘이 서로 동화되면서 믿을 수 없는 힘을 보여 준 것이다.

“불의 폭풍…….”

신수들의 처음으로 힘을 합쳐 만든 기술.

지난 몇 개월간 신수들이 급격히 성장하게 만든 기술들.

그중 하나가 발현된 것이다.

거대한 불의 폭풍에 수많은 몬스터들이 죽어 나가면서 앞을 뚫지 못하자 거대한 물소가 모습을 드러냈다.

미노타우로스처럼 두 발로 선 그 물소는 오우거보다 몇 배나 큰 덩치로 피어를 발산하면서 잠시뿐이지만 불의 폭풍을 뚫어 냈다.

“부엉아.”

-부!

이번엔 두 개의 달이 나섰다.

선두에서 돌진해 오는 거대 물소를 향해 두 개의 달의 두 눈이 빛났다.

거대한 두 눈에서 섬광이 쏘아지는 순간, 천둥새의 번개가 그 빛에 휘감기면서 무지막지한 위력을 가진 빛으로 변했다.

두 개의 섬광이 지나간 대지는 용암처럼 들끓었고, 지나치는 모든 것을 녹여 버리는 무지막지한 힘에 거대 물소가 힘 한번 써 보지 못하고 그대로 사라졌다.

아이언이 지은 두 개의 달과 천둥새의 융합기였다.

“두 개의 심판.”

두 줄기의 빛이 닿은 곳은 흔적조차 남기지 못하고 사라지는 모습에 모든 이들이 경이로움을 넘어서 두려움을 느꼈다.

압도적인 위용에 모두가 놀란 것이다.

하지만 아이언이 보인 힘은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기어코 불의 폭풍을 뚫고 나온 다수의 몬스터들을 향해 지옥을 보여 주었다.

이번엔 피닉스와 두 개의 달이 힘을 동화시켰다.

강렬한 불이 사방으로 퍼지고, 두 개의 달의 마력 증폭이 주변 대지를 용암처럼 흐물거리게 만들었다.

마치 지옥이 강림한 것처럼 불길이 치솟고 용암이 넘쳐 나자, 오염된 마나와 공허의 기운으로 강력해진 몬스터들조차 하나둘 녹아내리거나 잿더미로 변해 갔다.

“지옥이라…….”

아이언이 지은 세 번째 융합기의 이름은 바로 ‘불지옥 강림’이었다.

그가 지은 이름대로 불지옥이 현세에 내려온 것처럼 온 대지가 불타오르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앞에서는 불의 폭풍이 휘몰아쳤고, 일직선으로 뻗은 두 개의 빛이 있던 지역에서는 아직도 그 여파로 대지가 들끓고 있었으며, 사령부의 앞에서는 불지옥이 현세에 강림한 것 같은 상황이 계속되고 있었다.

융합기 - 불의 폭풍

융합기 - 두 개의 심판

융합기 - 불지옥 강림

3개의 융합기는 세 신수들의 힘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주었다.

사실 아이언의 신수들은 저마다 개성이 뚜렷할 만큼 자존심도 강했다.

환수종인 피닉스와 천둥새는 말할 것도 없고, 북동부에서 절대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을 만들었던 두 개의 달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 그들이 이렇게 힘을 합치게 된 건 아이언 때문이었다.

자신들의 본래 힘을 완전히 발휘할 수 없는 지금, 아이언에게 도움이 되고자 그들 스스로 결단을 내린 것이다.

자이언트 웜들이 그레이트 웜으로 진화하는 숫자는 늘어만 가고, 그레이트 웜들 역시 점차 강해져 갔다.

그런데 아이언의 신수력 성장 속도는 더뎠다.

인간들이 봤을 때야 경악할 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당장 눈앞의 철갑지렁이와 그의 수하들이 성장하는 것만 보면 신수력의 성장 속도는 더디게 느껴졌다.

그렇기에 신수들이 서로에게 마음을 연 것이다.

이 상태라면 아이언이 지렁이 따위에게 질 수밖에 없다는 것에 그들의 자존심이 상했다.

서로 힘을 합칠지언정, 지렁이가 아이언을 이기게 둘 수는 없다고 마음먹은 신수들은 힘을 합치기 시작했고, 몇 개월간 계속해서 시도한 결과 마침내 융합기에 이르렀다.

“여기까진가?”

압도적인 위용을 보여 주던 융합기들.

하지만 신수들의 힘은 무한하지 않았고, 아이언의 신수력 역시 마찬가지였다.

점차 힘이 빠지자 거세게 불타오르던 불길은 점차 사그라들었고, 하늘 끝까지 솟구칠 것 같았던 불의 폭풍 역시 점차 사라졌다.

신수력이 빠졌다 해도, 불의 폭풍과 지옥의 대지에 있는 불길은 아직 남아 있었으나, 상대 역시 변이된 몬스터들이었다.

공허의 기운에 강화된 그들의 육체는 흐물흐물한 대지를 짓밟고 기어코 사령부를 향해 돌진해 왔다.

-삐!

더 할 수 있다고 말하는 피닉스를 보면서 아이언은 슬쩍 미소를 지었다.

“알아. 그래도 쉬고 있어. 나도 오랜만에 몸 좀 풀어야지.”

아이언의 말에 세 신수들이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이언트 웜 군단과 싸울 때는 매일같이 치열한 전투를 벌였지만, 사령부로 돌아오고 나서는 전투가 별로 없었다.

있다고 해도, 자이언트 웜들과 싸울 때에 비하면 싱거울 정도로 재미없는 전투뿐이었다.

그렇기에 오랜만에 전력을 사용할 기회를 얻은 지금의 전투에 신수들이 잔뜩 흥분해 있었다.

하지만 아이언은 이번엔 자신의 차례라며 허락하지 않았다.

-부~ 부부부!

두 개의 달이 아이언의 말을 무시하면서 다시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그러자 피닉스와 천둥새도 그 뒤를 따르며 다시금 힘을 발산했다.

“야! 너희들……!”

아이언이 자신의 말을 무시하고 날아가는 신수들을 보면서 다급하게 성벽에서 뛰어내리려 했다.

그러자 머리에 작은 새가 내려앉으면서 아이언을 말렸다.

-짹!

“아…… 나도 오랜만에 몸 좀 풀…….”

-짹짹! 짹짹짹짹!(너 아직 피로 덜 풀리지 않았어? 네가 지금 제정신이니?)

뱁새의 말에 아이언은 찔끔한 표정으로 얌전히 고개를 숙였다.

“그…… 그래도 몬스터들이 성에 오면…….

-짹! 짹짹짹!(부하들은 장식이야?)

뱁새의 호된 잔소리에 아이언이 한숨을 쉬었다.

얌전히 쉬라는 말에 하는 수 없이 지휘관석에서 신수들의 활약을 구경했다.

번개가 몰아치고 화염이 날아드는데도 불구하고 원체 많은 숫자의 몬스터가 몰려들었기에 성까지 도달하는 녀석들이 많았다.

그래서 성안에서 포격을 쏘고 소수의 비공선들이 폭탄을 쏟아 내면서 저지하고 있었다.

그래도 이대로라면 몬스터 웨이브가 결국 신수들을 뚫고 성으로 완전히 밀려들어 올 것이라 생각하며 아이언은 자신이 나설 타이밍을 쟀다.

하나 그런 그의 김을 빠지게 하는 것이 하늘에 나타났으니, 바로 수십 척의 비공선들, 그리고 반대쪽에서 수백 기 이상의 비룡 부대들이었다.

사령부가 위기라는 소식에 22군단과 23군단이 보낸 지원군인 가장 빠른 비룡 부대와 짐을 적게 실은 비공선이 마침내 도착한 것이다.

-짹짹!(주인이 할 일은 없을 거 같은데?)

뱁새의 말에 아이언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오랜만에 몸 좀 풀어 보려고 했더니,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난 군단들의 지원에 할 일이 없어져 버렸다.

비룡 부대가 갖고 있던 폭탄을 떨구고, 23군단에서 온 비공선의 호위 임무에 들어갔다.

그러자 외곽에만 있던 23군단의 비공선들이 몬스터 웨이브의 중심부로 진입해서 무자비하게 폭탄비를 떨어뜨렸다.

콰과과광!

폭탄이 떨어지면서 몬스터 웨이브의 전열이 무너졌다.

뒤는 비룡 부대와 비공선이 활약하고, 앞은 신수들이 막아 내면서 몬스터들은 혼란에 빠졌다.

하지만 여전히 수많은 몬스터들이 웨이브를 이루면서 사령부로 몰려들었다.

끊임없이 몰려드는 검은 물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동 야전군의 사령부는 무난하게 버텨 냈고, 거기에 시간이 지나 22군단과 23군단이 완전히 합류하고 남부 사령부의 2개 사단이 도착하면서 철옹성처럼 변해 버렸다.

그렇다 보니 마지막까지 아이언이 직접 나설 일 자체가 없었다.

-짹!짹!짹!

오랜만에 몸을 풀고 싶었던 아이언은 시무룩해졌다. 그러자 그 모습이 재밌다는 듯 뱁새가 짹짹거리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하…… 나도 싸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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