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175)
56. 기동 야전군의 반격 (3)
아이언의 말에 모두가 식은땀을 흘렸다.
힘들게 부하들을 키워 놨더니 다른 이들에게 빼앗길 수도 있었고, 실력 부족으로 좌천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긴장되는 표정으로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그런 그들을 보며, 아이언은 천천히 자신의 개편안을 발표했다.
“아리엘 파브리스.”
“예!”
“그대를 준장으로 진급시키고 임시 군단장으로 임명한다. 지금부터 기동 야전군 21군단을 맡도록.”
아이언의 말에 모두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지만 아이언은 그런 그들의 반응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발표했다.
“카드로 지오반니. 마찬가지로 준장으로 승진. 임시로 22군단을 맡는다.”
“예!”
기동 야전군을 대표하는 두 무인이 임시 군단장이 되었다.
그동안의 공훈을 감안해 특별히 준장까지 진급시킨 아이언이 가만히 지휘관들을 바라보았다.
사실 이 두 명은 예정되어 있던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제 남은 건 단 한 사람.
모두가 고만고만한 상황이라 기대감을 품고 바라볼 때, 아이언의 입술이 열렸다.
“세리덴 레온흐르트. 내 직권으로 준장으로 임명한다. 그대는 23군단을 맡도록.”
“예!”
남은 하나의 군단을 세리덴이 맡게 되면서 다들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들을 향해 아이언이 말했다.
“아쉬워 말도록. 우리 군은 아직 정식 군단장이 없다.”
아이언의 말에 다들 눈을 빛냈다.
“기회는 아직 있다. 그러니 모두 더욱 정진해라.”
“예!”
아이언의 말에 모두가 우렁차게 대답했다.
그런 그들을 향해 아이언은 남은 개편안을 발표했다.
3명의 임시 군단장이 정해지면서 붕 뜬 기사단과 돌격대, 공중 강습대를 다시 개편했다.
기사단장 - 루뎀
돌격대장 - 로뎀
공중 강습대장 및 야전군 군수총괄대장 - 카를 슈타인
가장 크게 바뀐 건 이 세 사람이었다.
카드로가 나가면서 붕 뜬 공중 강습대를 카를이 겸임한 것이다.
“저…… 2개를 전부 하기엔…… 어렵습니다.”
“비공선과 비룡 부대에 대한 모든 권한을 주지. 그들을 군수물자를 나르는 데 사용하는 것도 허락한다.”
“그…… 그래도 힘듭니다. 현재 정보부도 제가 관할하고 있는데…….”
“그건 조만간 해결해 주지.”
여전히 망설이는 카를을 향해 아이언이 웃으면서 말했다.
“카를 슈타인 준장.”
“예…… 예?”
“너 오늘부터 준장이라고.”
“아…….”
“참모진 중에서 준장을 하나 선발할 수 있으니 사령부 직속 참모장도 겸직해라.”
카를의 앓는 소리에 아이언이 적당한 보상을 던져 주었다.
그러자 더는 빼지 않고 얌전히 고개를 숙였다.
정보부도 해결해 주고, 승진까지 시켜 줬는데 더는 뺄 수가 없었다.
게다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그동안 제한된 비공선으로 어떻게든 해결하려 아등바등했던 카를이기에 전보다 나을 가능성이 높았다.
게다가 왕년에 비룡 좀 타 본 카를이기에 비공선과 비룡 부대 모두 어느 정도는 다룰 줄 알았다.
그렇게 큰 줄기가 완성되고, 이어서 발표했다.
먼저 아리엘이 키운 기사들 중 상당수가 21군단으로 들어갔다.
당연히 카드로가 키운 부대원들과 세리덴의 돌격대도 많은 숫자가 각 군단의 핵심 장교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 밖에도 마법 부대와 정령 부대를 완전히 나누고, 레인저 부대 역시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사령부 직속에 포진된 핵심 인력은 각 군단에 적절히 나누어 준 것이다.
“다들 이번 개편으로 혼란스러울 거라는 건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시간을 주지. 각자 돌아가서 부대를 잘 정비하도록. 그동안 사령부 방어는 직속 방어 부대와 내 신수들이 전담하지.”
“예!”
아이언의 말에 모든 지휘관들이 일제히 대답하고는 흩어졌다.
그렇게 모든 이들이 개편안에 따라 어떤 부하들을 데려갈지, 그리고 어떻게 부대를 꾸려야 할지 고민할 때, 아이언은 사령관실로 돌아와 생각에 잠겼다.
‘이제 시작인가?’
아이언은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책상에 놓은 지도를 바라보았다.
제국 남동부에서 현재 기동 야전군이 장악한 영역이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정찰만큼은 계속해 왔는지, 남동부에서 각 몬스터들의 영역권과 자신들이 커버할 수 있는 경계선이 그려져 있었다.
사령부를 기준으로 북쪽은 자이언트 웜의 세력권으로 인정하고 포기한다면, 남은 건 남쪽과 동쪽이었다.
남쪽은 거대 물소 무리와 거대 개미, 거기다가 새로이 나타난 거대 거미까지 있었다.
그럼 답은 동쪽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동쪽이 만만하냐면 그것도 아니었다.
“변종새들의 둥지가 있던가?”
동쪽 끝, 바다와 인접한 지역에 거대한 식인새들이 모여 있었다.
동부 해군조차 그들이 무서워 항로를 변경할 정도이니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동쪽이었다.
‘적어도 바다까지는 안전하다는 뜻이니까.’
빠르게 확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남쪽을 견제하고 동쪽으로 빠르게 확장하는 게 답이었다.
북부가 걸리기는 했지만 지금 상황에선 철갑지렁이가 이끄는 자이언트 웜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어떻게든 안전지대를 최대한 확보하고, 남동부의 몬스터들을 소탕해야 했다.
그걸 위해서 그동안 희생해 왔던 아이언이지만 오늘로 확신할 수 있었다.
기동 야전군의 기본이 완성되었다는 것을.
‘아리엘과 카드로가 빠르게 성장해 준 덕분에 일이 쉬워지겠어.’
완숙한 5단계.
그리고 세리덴 역시 5단계에 완전히 접어들었다.
루뎀과 로뎀, 닉스 콜, 피터 마르비오, 알란 리쇼어 등도 5단계에 접어들었으나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했다.
하지만 어디 가서 무시당하지 않을 수준을 완성했다.
게다가 가장 기쁜 건 아리엘이다.
그녀가 드디어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6단계가 머지않았어.’
아리엘이 6단계만 된다면 자신도 좀 더 여유를 가질 수 있으리라.
그렇게 생각하며 웃고 있을 때, 누군가가 아이언을 찾아왔다.
“왔나?”
“예.”
푸른 머리칼의 사내가 아이언의 권유에 앉았다.
“폴덴에게 권유는 해 봤나?”
“그렇습니다. 거절을 했습니다. 다만 천천히 생각은 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송구합니다.”
푸른 머리칼의 사내가 그렇게 말하자 아이언이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비서를 불러 차를 시켰다.
“다들 활약하고 있는데 서운하지는 않나?”
“괜찮습니다.”
“가문에서는 뭐라 할 것 같은데. 북부 명문가인 템페트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말이야.”
아이언의 말에 사내, 카온 템페트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의 말처럼 가문에서는 계속 서신을 보내며 아이언이 자신들을 무시하는 거 아니냐고 말하기는 했다.
그도 그럴 게 신검가와 레온하르트 가문 그리고 레오폴드 가문까지 명성을 떨치고 있었고, 마탑을 비롯한 군부들도 기동 야전군의 활약을 보면서 명성을 떨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미안하긴 했다.
아이언 본인이야 별로 상관없지만 카온 템페트는 귀족 가문에서 자라 온 터라 이런 부분이 상당히 중요했기 때문이다.
“제가 잘하는 일이었느니 상관은 없습니다.”
그의 말처럼 야전군 내에 카온 템페트만큼 지금의 작전에 걸맞은 인재가 없었다.
귀족 가문들에 능하고, 그들의 특징이나 각 가문들 간의 구도를 잘 알고 있으며, 그걸 적절히 이용할 줄 아는 것이 카온 템페트뿐이었다.
그렇기에 그와 그를 따르는 일부 몇 명만 몰래 빼냈다.
처음 돌격대에 넣었을 때 사자가문에 밀려 자꾸만 따로 놀고, 군부 시스템에도 적응하는 데 오래 걸리는 걸 보고 이들을 활용할 방법을 찾다가 전부 빼 와 새로운 부대를 만든 것이다.
그런 그와 그를 따르는 자들을 모아 투입한 작전이 바로 남부 왕국 첩보 작전이었다.
“정보망은?”
“어느 정도 구축해 뒀습니다.”
“좋아.”
아이언이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차를 마시면서 카온이 준 보고서를 읽고선 그 자리에서 불태웠다.
그러고선 품속을 뒤적거려 하나의 배지를 건넸다.
“이건…….”
“자네의 부대 마크.”
아이언의 말에 카온은 멍하니 그걸 바라봤다.
“까마귀…….”
“정식 명칭은 제국군 기동 야전군 사령부 직속 비밀 특수작전 부대야. 별칭은 레이븐.”
긴 이름이었어도 마음에 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카온 템페트를 보며 아이언은 미소를 지었다.
“남동부를 안정화시키는 즉시 남부 왕국에 대한 작전을 시작할 거야.”
“예.”
“그게 궤도에 오르고 나면 자네 부대를 정식으로 발표할 거야. 그러니까…… 그때까지만 힘내 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의 말에 아이언이 고개를 끄덕였다.
첫 이미지와는 다르게 카온은 상당히 믿음직스러웠다.
한번 믿은 자에겐 끝없는 신뢰를 보여 주는 타입인지, 아이언을 신뢰한 후부터는 그의 명령에 조금의 반발도 없이 임무를 수행했다.
“바쁜 건 알지만 폴덴에게 다시 갔다 와야겠어.”
“명령하십쇼.”
“이거 전해 줘.”
그렇게 말하며 아이언이 무언가를 건넸다. 카온은 가만히 그걸 내려다보며 물었다.
“이건……?”
“정보참모장 임명장과 사적으로 정보 길드를 이용해도 된다는 허가서.”
“이런 혜택을 줘도 괜찮겠습니까?”
“아쉬운 쪽이 더 내놔야지. 어쩌겠어.”
일종의 특혜를 주는 것임에도 지금의 부족한 야전군을 완전히 완성하기 위해선 그놈이 필요했다.
그동안 쭉 보고받으며 폴덴이 예상보다 훨씬 똑똑하고 교활하다는 것을 확인했기에 반드시 데려올 필요가 있었다.
지금보다 더 성장하면 몸값을 높아져서 영입은 어림도 없을 것이다.
“아마 이걸로 부족할 거야.”
“음…….”
카온도 인정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요것도 줘.”
“이게 뭡니까?”
“딱 한 번 날 사용할 수 있는 이용권.”
아이언의 말에 카온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마스터 이용권.
그 가치가 얼마나 큰 것인지 알기에 카온은 멍하니 아이언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만약 카온이 자신의 세력 다툼에 아이언을 부른다 해도 이걸 사용한다면 가야만 했다.
그냥 약속하는 것이 아닌, 정식 서류로 만들고 마력을 이용해 제약까지 거는 정식 계약이다.
그렇기에 어마어마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이건 너무…… 큽니다.”
“요 정도는 되어야 입질이라도 걸리지. 안 그래?”
아이언의 말에 카온이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괜히 자신 때문에 이런 것까지 거는 것인가 싶어서 표정이 안 좋았다.
“그 녀석이 깐깐해서 그런 거니까 자책하지 마.”
“……예.”
“힘든 건 알지만 좀만 더 힘내자.”
“예.”
카온이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는 밖으로 나갔다.
그 뒷모습을 지켜보며 아이언은 그가 많이 변했다는 걸 느꼈다.
처음만 하더라도 이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귀족 가문에서 자란 느낌이 팍팍 들었던 그가 이제는 묵직한 느낌이 드는 청년으로 변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처럼, 특작부대를 운용하면서 좀 더 진중한 느낌의 지휘관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아이언은 그렇게 변한 카온이 싫지 않았다.
“이제 거의 완성인가?”
3개의 군단이 정식으로 창설되고, 야전군의 주요군 역시 기초를 다졌다.
남은 건 성장하는 것뿐.
마지막 한 조각인 정보부가 남아 있었지만 그것도 곧 완성될 거라고 예상했다.
그런 그의 예상대로 일주일도 되지 않아 폴덴이 찾아왔고, 아이언은 그에게 정보부 참모장을 맡기며 개편을 완료했다.
그렇게 모든 개편이 완료된 후 3개 군단이 각자의 임무에 들어갔다.
아이언이 구상한 3개의 군단의 임무를 순환시키는 3직계가 시작된 것이다.
그것을 시작으로 기동 야전군의 특수군들 역시 본격적으로 움직일 준비를 했다.
“그동안 수비만 하느라 고생했다. 이젠 우리가 반격을 시작할 때다. 모두 준비됐나?”
“예!”
지휘관들의 대답에 아이언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오늘부로 2단계에 돌입한다. 건방진 몬스터들을 혼내 주도록.”
아이언의 명령과 함께 모든 병력이 자신들의 임무 수행에 들어갔다.
먼저 아리엘이 이끄는 21군단이 전진기지가 지어질 곳을 향해 움직였다.
그리고 카드로의 22군단은 주변 지역 방어를, 세리덴의 23군단이 사령부에 남아 훈련과 잡다한 임무를 처리했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3개 군단을 보조하는 건 야전군 직할의 사단들이었다.
개편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불안한 점이 많았지만, 체계가 정해졌으니 시간이 지나면 더 굳건해질 것이다.
그것을 증명하듯 불과 몇 개월 만에 각 부대들이 저마다의 특색을 갖추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 확립한 북동부의 엘리트 부대처럼 완연한 색깔은 아니었지만, 희미하게나마 지휘관의 특성에 맞는 부대가 완성된 것이다.
그렇게 남동부에 온 지 1년이 지나 아이언의 나이가 스물한 살이 될 무렵, 제국의 남동부는 4개의 지역으로 나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