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174화 (174/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174)

56. 기동 야전군의 반격 (2)

아주 먼 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달라졌다는 게 보일 정도였다.

“고생들 했겠네.”

아이언은 그렇게 말하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침 사령부로 날아가는 비룡 기사 한 명이 보였다.

기척을 숨기고 그에게 다가간 아이언은 그의 등을 톡톡 두드렸다.

그러자 반사적으로 검을 뽑아 들면서 베려고 하는 비룡 기사.

온갖 괴상한 변이체들이 있는 곳이기에 일단 검부터 뽑고 보는 기사의 반응에 아이언은 만족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헉! 사…… 사령관님?”

“반갑다?”

아이언이 반갑게 웃으면서 신수의 등에서 비룡을 향해 폴짝 뛰었다.

그러자 거대한 크기의 부엉이가 곧바로 작아지더니 검은 공간 너머로 쏙 사라져 버렸다.

“같이 좀 가자. 괜찮지?”

“예!”

비룡 기사가 굳어 있는 자세로 곧바로 대답하고는 주섬주섬 통신구를 꺼냈다.

“지금 당장 사령부로 보고를…….”

“잠깐, 보고는 좀 있다가.”

아이언이 바로 보고하려는 비룡 기사를 제지했다.

그러자 그가 당황하면서도 고개를 숙이고는 곧장 사령부로 향했다.

“궁금한 게 있는 모양이네?”

가는 내내 자신을 힐끔힐끔 보는 비룡 기사의 모습에, 아이언은 물어보라는 듯 턱짓했다.

“자이언트 웜들은 전부 죽은 겁니까?”

“아니, 무승부야.”

“무……승부 말입니까?”

‘몬스터와 무승부가 될 수 있나?’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는 비룡 기사.

“휴전했어.”

“말이…… 통합니까?”

“철갑지렁이에게 영성이 생겼더라고.”

아이언이 쓴웃음을 지으면서 철갑지렁이를 생각했다.

이젠 이무기라고 불러야 될지도 모르는 놈만 생각하면 이가 갈렸다.

이제 좀 해볼 만하면 미친 듯이 처먹으면서 몸집을 불리고 탈피를 해서 외피를 더욱 두껍게 했다.

자신의 검술과 신수력이 성장한 만큼 녀석은 먹어서, 외부 마나를 흡수해서 성장했다.

으득!

이를 가는 아이언을 보면서 흠칫하는 비룡 기사.

“아…….”

자신에게 겁먹은 비룡 기사를 본 아이언은 쓴웃음을 지으면서 철갑지렁이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자신과 싸우면서 동대륙의 이무기라는 놈으로 변한 것 같다고 말해 주자 비룡 기사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로 쭉 성장하면 전설상의 용이라도 될지도 모르지.”

“그 정도……입니까?”

그랜드 마스터도 비비기 힘들 정도로 강하다는 동대륙의 신급 존재가 용이었다.

“장난이네.”

아이언이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지만 사실 철갑지렁이가 이무기처럼 정말 강력한 신체 능력을 보유한 것을 생각해 보면 용으로 성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이라…….’

철갑지렁이가 용이 된 것을 잠시 상상하던 아이언은 끔찍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이언이 잠시 철갑지렁이에 대해 생각하는 사이 비룡은 어느새 사령부에 거의 도달했다.

사령부 상공에서 내려다보자 많은 것이 변했음을 더욱 확연하게 알 수 있었다.

전보다 훨씬 많은 비공선들이 사령부를 드나들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여기저기 창공의 탑이 지어져 있었다.

비록 성벽은 여기저기 부서져 있었지만 안쪽의 건물은 튼튼하게 지어진 상태였다.

사령부의 핵심 건물들이 중심부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는데, 하나같이 요새처럼 지어져 있었다.

그리고 한쪽에는 변이체들의 사체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자 자! 쌉니다! 이번만 특별히 30% 깎아 주는 절호의 기회!”

도매장이라도 온 것처럼 상인들을 눈 돌아가게 하는 말솜씨를 보내면서 장교 하나가 열변을 토해 냈다.

북동부에서처럼 몬스터 장사라도 하는지, 수많은 상인들을 모아 놓고 대량으로 변이체들을 팔고 있었다.

신기한 건 그 역할을 군복을 입은 장교가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수많은 상인들이 왔으니 사령부 내에는 상인의 거리가 만들어지고, 그들이 지낼 수 있는 숙박업소들도 엄청나게 들어서 있었다.

변화는 이곳뿐만이 아니었다.

한쪽에선 어리바리한 병사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처음엔 기동 야전군에 온 새로운 신병들인가 싶었는데 그게 아닌 것 같았다.

“저건…… 중앙 쪽 부대 마크 아닌가?”

“그렇습니다.”

아이언의 물음에 비룡 기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리고 저건 남부 쪽 부대 마크 같은데?”

“예.”

“그럼 저들이…….”

통신구를 통해 보고받은, 다른 부대에서 우리 군에 훈련하러 온 자들이었다.

과거의 북동부군처럼 제국의 최고 위험지역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자신들의 전투 영상을 보내는 등 지원받기 위한 근거와 여론 만들기를 행했다.

하지만 현재 제국의 군 중에 정상적인 곳이 있을 리 없었다.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서 남동부에만 더 많은 지원을 해 달라는 걸 들어줄 리 만무했다.

결국 기동 야전군도 뭔가를 내놔야 했다.

하지만 현재 이들이 갖고 있는 것은 전무했다.

변이체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건 상인들 입장에서 쓸 만한 것뿐이다.

정부와 군 입장에서는 이득이 없었다.

그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있다면 수많은 전투로 다져진 실력뿐이었다.

그렇기에 기동 야전군은 자신들의 실력을 팔았다.

아이언의 군대가 잘 싸우는 것뿐만 아니라, 잘 가르친다고 소문이 났기에 할 수 있는 제국 훈련소 대행 업무.

각 군에서 엘리트들을 모아다 기동 야전군에 훈련을 위탁하는 것이다.

물론 처음엔 어려웠다.

[아이언의 기동 야전군, 위기에 직면하다!]

[남동부에서 고전하는 아이언. 이럴 거면 차라리 남부 사령부에 합류하는 게?]

[젊은 나이에 사령관은 아직 무리였나!]

[차라리 안전한 수도방위 사령관부터 경험을 쌓는 것이 어떠한가?]

중앙 정부에서 특기인 정치를 하면서 기동 야전군을 해체하고 아이언을 수도방위 사령관으로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일부러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 내면서 아이언의 야전군을 쓸모없는 것처럼 깎아내렸다.

그러자 기동 야전군은 그것을 예상한 듯, 정보 길드를 이용해 제국 모든 이들에게 남동부의 상황을 알렸다.

[제2의 북동부]

이 타이틀을 만들기 위해서 몇 개월간 암중에서 여론을 만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남동부의 위험한 상황이 완전히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중앙정부의 장난질도 끝이 났다.

당연히 중앙정부는 장난질을 한 대가를 치러야 하기에 가장 많은 것을 뱉어 낼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가 지금의 사령부였다.

“제법이네.”

아이언은 빙그레 웃으면서 사령부를 둘러보았다.

남동부군을 선망하는 듯한 다른 군의 병사들.

그건 병사들뿐만이 아니었다.

장교과 부사관들 역시 남동부군이라면 인정한다는 듯, 훈련을 열심히 따라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딱 예전 북동부군 느낌이 나네.”

그의 말에 비룡 기사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제국에서 가장 위험한 곳.

하지만 그만큼 지원도 대우도 최상으로 해 주었다.

그렇기에 더 많은 이들이 이곳에 지원하고자 한다.

기회의 땅이기 때문이다.

아직 군단장은커녕 하위 장군급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이곳이기에 충분히 활약만 한다면 얼마든지 빠른 진급이 가능했다.

아이언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사령부를 구경하다가 천천히 창공의 탑에 내려섰다.

“사…… 사령관님을 뵙습니다!”

창공의 탑에 있는 모든 이들이 아이언의 얼굴을 단번에 알아보고는 일제히 군례를 올렸다.

그런 그들의 군례를 미소로 받아 준 아이언은 탑을 내려갔다.

탑을 다 내려갈 때쯤, 급하게 뛰어온 듯 야전군 최고 지휘관들이 일제히 도열해서 아이언을 맞이했다.

사령부에서 이들이 이렇게 다급하게 뛰어가는 것을 처음 보았던 상인이나 마법사, 정부에서 온 관료가 궁금해서 뒤따라오다가 눈을 커다랗게 떴다.

“사령관님의 복귀를 환영합니다!”

모든 지휘관이 우렁차게 아이언의 복귀를 진심으로 환영했다.

그런 그들을 보며 빙그레 웃은 아이언은 경례를 받아 주었다.

“다들 오랜만이네.”

반갑게 인사한 아이언이 그들에게 걸어가며 말했다.

“다들 수고했다.”

별거 아닌 말.

그저 수고했다는 말에 지휘관들 모두가 울컥했다.

사령관의 부재로 인해 모두가 노력했고, 그의 인정을 받고자 했다.

방금의 ‘수고했다.’라는 말은 그런 그들의 노력을 인정받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기에 모두가 고개를 숙였다.

“오면서 쭉 봤는데 내 예상보다 훨씬 잘해 줬어. 이 정도라면 내 계획을 실행해도 될 정도야.”

아이언이 확실하게 그들의 노고를 치하해 주자 다들 환하게 웃었다.

의례적인 말이 아닌 확실한 칭찬에 일말의 불안감을 지워 내며 순수하게 기뻐했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아이언이 말했다.

“그래도 확인은 해 봐야지?

그의 말에 다들 자신감에 찬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들의 자신감을 본 아이언은 웃으면서 그들과 함께 사령부의 본관으로 향했다.

요새포부터, 온갖 방어 시설을 떡칠해 놓은 본관의 가장 위층에 사령관실이 있었다.

매일같이 전투를 벌이면서도 용케 이 정도 시설을 구축했다.

게다가 더 많은 지원을 받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더 높게 신설된 마탑과 옆에 지어진 마도 공방, 공장들이 쭉 늘어서 있었다.

거기다 비공선의 정비를 위한 시스템도 완벽하게 구축되어 있었다.

적어도 지원 체계만큼은 아이언이 원하는 최소한의 조건을 충족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병사들과 장교들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때였다.

오랜만에 말끔히 씻은 아이언은 깔끔한 군복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섰다.

아이언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돌격대였다.

쾅! 쾅! 쾅!

사방에서 아이언을 물어뜯기 위해 달려드는 사자들.

전원이 사자검식을 사용하는 것을 보며 아이언이 피식 웃었다.

돌격대원 중에는 레온하르트에서 온 이들이 아닌 자들도 더러 있었다.

그런 자들에게까지 세리덴은 레온하르트의 비전을 가르친 것이다.

“헉……헉…….”

모두가 지쳐 쓰러질 때까지 확인한 아이언이 세리덴에게 물었다.

“허락은 맡은 거냐?”

“……예.”

“장로들도?”

“그렇습니다.”

“그 양반들이 웬일이지?”

세리덴의 대답에 아이언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다음으로 간 곳이 바로 기사단이었다.

그런데 그곳의 기사들은 상당히 독특한 검식을 사용했다.

“유성검?”

아이언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신검가의 검술을 사용하는 기사단을 본 그는 아리엘에게 다급하게 물었다.

“이거 괜찮은 거야?”

“허락받았습니다.”

아리엘이 걱정 말라는 듯 대답했으나 아이언의 입장에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그다음도 마찬가지였다.

카드로 역시 공중 강습대에 레오폴드 가문의 검식을 가르쳤다.

레인저들은 북동부의 레인저들 사에서 내려오는 비전절기를 사용했고, 마법 부대는 남부 마탑의 마법식을, 정령 부대는 중앙 마탑과 정령 길드의 혼합 기술을 사용했다.

기동 야전군의 핵심 부대가 어떤 곳이 될 것인지 경쟁이라도 하는 것처럼 각자의 인맥과 힘을 총동원해서 성장시키고 있었다. 게다가 그들을 이끄는 지휘관급 역시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 내고 있었다.

수많은 동료들의 죽음과 매일같이 죽음을 넘나들며 한계 이상의 전투를 반복한 덕분인지 엄청나게 강해졌다.

“나만 성장한 건 아니란 건가?”

아이언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만족스럽게 웃었다.

하루 만에 사령부의 모든 부대를 점검한 아이언이 곧바로 사령관실에 틀어박혔다.

오자마자 사령관실에 틀어박히는 아이언을 다들 걱정스레 지켜보았지만, 곧 그가 밖으로 나오는 순간 경악하고 말았다.

“지금부터 기동 야전군은 대대적인 개편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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