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173화 (173/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173)

56. 기동 야전군의 반격

거대 물소 무리와 거대 개미 군단의 공격에도 결국 사령부를 지켜 낸 야전군은 사상자를 치료하고 망가진 성을 보수하면서 사령관을 기다렸다.

그러나 어서 돌아오기를 바라는 그들의 바람과는 다르게 사령관은 돌아오지 않았다.

다들 불안한 표정으로 더 기다려 봤지만 아이언은 오지 않았다.

그제야 다들 애써 아니라고 부정했던 상황이 현실로 다가왔음을 깨달았다.

‘사령관께 무슨 문제가 생겼다!’

모두가 이런 생각을 할 때, 가장 먼저 움직인 건 아리엘이었다.

그 즉시 카드로에게 비룡 부대를 이끌고 아이언이 있을 전투 지역으로 가라고 명령을 내렸다.

카드로 역시 상황의 심각성을 알기에 곧바로 부하들과 함께 이동하려 했다.

그때 갑자기 하늘에서 아리엘을 향해 작은 새가 날아왔다.

“뱁……새?”

작은 새가 귀엽게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아리엘의 머리를 콕콕 찍었다.

그 순간 아리엘의 귓가로 아이언의 음성이 들려왔다.

-철갑지렁이 때문에 한동안 사령부로 못 갈 것 같다. 내가 돌아갈 때까지 사령부를 잘 지켜 줘.

그의 음성이 들려오자 뱁새가 파드득 날아오르려 했다.

할 일 다 했다는 듯, 곧바로 주인에게 돌아가려는 뱁새를 향해 아리엘이 다급히 작은 구슬을 꺼내 내밀었다. 통신구였다.

문제는 뱁새의 작은 몸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다는 것이었다.

-짹!

뱁새가 머뭇거리는 아리엘을 보면서 작게 울면서 등에 얹으라고 했다.

자기 몸보다 훨씬 큰 통신구를 얹으라는 뱁새의 몸짓에 잠시 머뭇거리던 아리엘은 결국 조심스레 얹어 주었다.

그러자 뱁새의 몸이 초록빛 마나가 일어나더니 별문제 없이 날아올랐다.

자신의 몸보다 훨씬 큰 통신구를 짊어지고 날아가는 것을 멍하니 지켜보던 아리엘은 황급히 정신을 차리고 다급히 카드로를 불렀다.

얼마 후, 카드로가 다급하게 뛰어왔다. 아리엘은 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러니까…… 뱁새가 왔고…… 별문제없다고 하더라고.”

그러자 카드로는 표정이 심각해졌다.

“문제는 한동안 우리가 이곳을 막아야 한다는 건데…….”

카드로의 말에 아리엘이 한숨을 쉬었다.

한 번만 막으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일단…… 남부 사령부에 지원 요청을 하고, 중앙정부에도 알리자.”

“중앙정부에도?”

아리엘의 말에 카드로가 눈을 커다랗게 떴다.

“지금 우린 위기야.”

“하지만 중앙정부는…….”

한번 약점이 잡히면 골치 아파지는 곳이 바로 중앙정부다.

“겨우 한 번이야.”

머뭇거리는 카드로를 보며 아리엘은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뭐?”

카드로가 못 알아들었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겨우 한 번 막았는데 이 꼴이라고.”

아리엘이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자 정신없이 보수공사를 하고, 부상 입은 자들을 치료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우린 사령관님이 아니야.”

아이언이 없는 기동 야전군.

그건 알맹이 없이 껍데기만 있는 상태와 다를 바가 없었다.

전체적으로 부족한 각 부대의 힘은 야전군의 전체 수준을 현격하게 떨어뜨리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변이체들을 맞이해야 했다.

“후…… 그렇다 해도 중앙정부라…….”

여전히 망설이라는 카드로를 보면서 아리엘은 야전군의 모든 지휘관들을 불러 모았다.

아이언이 없는 이상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했다.

아리엘이나 카드로는 전장만 돌아다니다 보니 정치력이 없었기에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고 싶었다.

하지만 대부분 북동부군이었고, 마탑의 마법사들 역시 골방에 틀어박힌 자들이다.

레온하르트의 어린 사자들 역시 검과 전투에 미친 놈들이기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건 나한테 맡겨.”

카를 슈타인의 말에 모두가 그를 바라보았다.

“다들 머리가 굳어 가지고…… 쯧쯧. 머리를 써야지.”

카를이 한심하다는 듯이 보면서 말했다.

그러자 그를 바라보는 모든 이들의 표정이 흉흉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를은 여유 있는 표정으로 말했다.

“중앙정부를 이용해.”

“……뭐? 어떻게?”

카드로의 물음에 카를이 사악하게 웃었다.

“북동부 때를 생각해 봐.”

카를의 말에도 다들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령관님이었으면 바로 알아들었을 텐데. 쯧쯧~ 중앙정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뭐겠어?”

“자신들의 안위?”

“그래. 북동부에 그렇게 지원해 준 이유가 바로 그거 때문이지. 그런데 잘 생각해 봐. 여기가 어떤 곳이야?”

카를의 물음에 다들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과거의 북동부가 생각나지?”

몬스터 천국.

과거 북동부가 갖고 있던 별명 중 하나였다.

그런데 이곳은 그때보다 더했다.

온갖 변이체들이 넘쳐 나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전선 유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방치한 덕분에 몬스터들은 계속 불어나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공허의 기운은 계속해서 쌓이고 있었다.

“이곳의 위험성만 알리면 대규모 지원받는 것쯤은 어려울 것 없을걸.”

“하지만 중앙정부가 그럴 여력이 있을까?”

“다른 군에서도 지원받아야지.”

카를이 그렇게 말하면서 계획을 세웠다.

중앙정부를 이용하자는 것은 단순하게 중앙에서 막대한 지원을 받자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들로 하여금 남동부를 지원하자는 여론을 만들고, 제국의 각 지역에서 남동부를 지원하야 한다는 결정을 이끌어 내자는 뜻이었다.

“그러려면…….”

“우리 상황을 전부 알려야지. 일단 그동안 있었던 전투들부터 싹 다 알려야지.”

카를은 그렇게 말하다가 미간을 찌푸렸다.

“문제는 단순히 알리는 것 이상으로 제국민 전체가 공감할 수 있도록 판을 짜는 건데…….”

그러려면 단순히 각 지역의 사령부와 중앙정부만 설득해서 될 게 아니었다.

“그건 우리가 맡으면 좋겠는데.”

세리덴의 말에 뒤에 있던 두 쌍둥이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다들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검과 전투에 미쳐 사는 자들을 어떻게 믿겠냐는 그들의 눈빛에 세리덴이 히죽거리면서 말했다.

“우리 아닌데?”

“맞아.”

“우리 아냐.”

세리덴의 말에 쌍둥이들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그럼 누구…….”

“내 아우.”

세리덴의 대답에 다들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흉한 녀석 있어.”

“근데 머리는 엄청 좋아.”

루뎀과 로뎀의 말에 아리엘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혹시 폴덴 영식?”

그녀의 물음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녀석, 가문을 나가더니 정보 단체에 들어갔거든. 우리가 여기에 오기 전에 정보 길드를 하나 삼켰다고 들었어.”

“혹시 지금 연락이 되나요?”

루뎀의 말에 아리엘이 눈을 빛내며 물었다.

“어, 녀석이 준 전서구가 있거든.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라던데?”

“그럼 해결됐네.”

카를이 손뼉을 짝 치면서 말했다.

모든 지휘관들이 고개를 끄덕인 뒤 자신들이 가진 정보와 촬영한 영상구를 가지러 가기 위해 움직이려 할 때였다.

아리엘이 세리덴을 보면서 물었다.

“혹시…… 그 친구는 군대에 관심 없으려나?”

그러자 세리덴과 쌍둥이들은 웃으면서 동시에 답했다.

“응.”

환하게 웃으면서 말하는 그들을 보며 영입은 어림도 없다는 걸 깨달은 아리엘은 깔끔하게 포기했다.

그렇게 사령관이 없는 지휘관 회동이 끝나고, 기동 야전군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쁘게 움직였다.

아이언이 없는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 뼈저리게 느꼈기에, 자신들의 부족함을 깨닫고 도움을 청하고자 했다.

자신들의 부족함을 제국 전체에 드러내는 치욕을 감내하는 결정을 한 것이다.

기동 야전군으로서는 중대한 결정을 내린 순간.

아이언은 그 나름대로 어려운 싸움을 하고 있었다.

‘영악한 놈.’

며칠 동안 계속 싸운 결과 자신을 쉽사리 넘어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철갑지렁이는 시간을 끌었다.

녀석도 정보망이 있는지, 사령부의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는 듯했다.

지렁이 주제에 인간처럼 머리를 쓸 줄 안다는 게 신기했다.

뇌도 없는 놈들이 어떻게 머리를 굴리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곳에선 과학적으로 접근해 봐야 손해였다.

“어? 왔어?”

멀리서 뱁새가 날아오는 걸 본 아이언이 반갑게 맞이했다.

그러다 작은 뱁새가 자기 몸보다 큰 통신구를 등에 이고 온 것을 발견하고 헛웃음을 지었다.

“너 이거 어떻게 가져왔냐?”

-짹!

빨리 가져가라고 재촉하는 뱁새의 모습에, 아이언은 황급히 통신구를 받아 들었다.

“이거 듣고 있는 사람 있나?

-사령관님?

“아리엘?”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아리엘이 다행이라며 울먹였다.

그녀의 목소리가 제법 컸는지 여기저기서 다른 장교들도 아이언에게 인사했다.

그것뿐이었다면 괜찮았겠지만, 다들 일이 밀렸는지 서로 보고하기 바빴다.

덕분에 지금 사령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대략적으로 알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사령관님의 부재로 인해 피해가 제법 큰지라…….

모든 보고를 들은 아이언에게 아리엘이 죄송하다 말했지만 아이언은 고개를 저었다.

“잘했어. 괜찮은 판단이야. 이런 위기 상황에서 쓸데없는 자존심은 빨리 버릴수록 좋아.”

아이언이 아리엘을 칭찬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좀 더 버틸 수 있겠어?”

-예!

“좋아. 무슨 수를 써도 좋으니까 일단 버텨. 그동안 난 저 거지 같은 녀석을 박살 내고 돌아갈 테니까.”

아이언이 그렇게 말한 후 통신구를 껐다.

마침 철갑지렁이가 자이언트 웜들을 데리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래. 어디 한번 끝까지 가 보자.”

사령부가 잘 버티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 아이언의 눈빛이 완전히 변했다.

그의 마음에 남아 있던 일말의 불안감을 완전히 지워 버리고 오로지 철갑지렁이 하나에게 집중했다.

자이언트 웜과 그레이트 웜들은 신수들이 잘 막아 줄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건 철갑지렁이뿐.

먹는 것도 문제없었다.

사냥한 자이언트 웜을 불에 구워 먹으면 그만이었다.

독성? 오염된 마나?

그 모든 것은 전부 신성력으로 정화할 수 있었다.

먹을 것도 해결되었고, 자는 것도 문제없으니 이곳에 남아 철갑지렁이를 죽일 때까지 싸우면 그만이었다.

아이언의 기세가 달라졌다는 것을 느낀 철갑지렁이였지만, 그도 물러설 수 없었다.

이대로 물러간다 해도 쫓아올 기세였기에 누구 하나 죽을 때까지 싸워야만 했다.

이 상태로 시간이 흐르면 진다는 걸 알기에 철갑지렁이는 더 많은 오염된 마나를 흡수하고, 그것도 모자라 다른 변이체들까지 먹어 가면서 진화를 거듭했다.

그러자 아이언 역시 그에 맞춰 검술을 진화시켜 나갔다.

하루, 일주일, 보름, 한 달, 몇 개월이 흐를 때까지 싸움은 계속되었다.

서로 싸우면 싸울수록 전투 스킬은 늘어만 갔다.

더 많은 공허의 기운을 빨아들이는 철갑지렁이와, 더 빠르고 강한 검술을 펼치는 아이언.

두 존재의 목숨을 건 싸움은 쉽사리 결판이 나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자이언트 웜들의 영역에 거대 거미들과 말벌들이 침입했고, 여러 변이체들이 둘의 빈틈을 노리고 공격해 왔다.

그럴 때마다 그들 모두를 죽였다.

자이언트 웜은 다른 개체들까지 먹어 가면서 더욱 강력해졌고, 아이언 역시 더욱 정순하고 압축된 마력을 검에 담을 수 있게 되었다.

매일같이 이어지는 목숨을 건 혈전이 둘을 단련시킨 것이다.

콰아아앙!

거대한 폭음과 함께 철갑지렁이와 아이언이 공중에서 부딪쳤다.

온몸을 검게 물들어 넘실거리는 검은 마력과 함께 솟구치는 철갑지렁이와 검게 물든 거대 마력검을 휘두르는 아이언의 충돌은 주변을 완전히 박살 낼 정도로 강력한 충격파를 만들었다.

서로가 전력을 다한 한 방을 날렸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결판을 내지 못했다.

“후…… 결국 또 무승부네.”

아이언은 철갑지렁이를 보며 아쉽다는 듯 바라보았다.

녀석 역시 아이언을 끝내 먹지 못한 게 분한 표정이었다.

“쯧, 휴전이다.”

-키릭…….

아이언과 싸우면서 무섭게 성장한 철갑지렁이는 이제 약간이지만 영성을 갖게 되었다.

그런 녀석과 아이언이 한 거래는 바로 휴전.

둘이 오랜 시간 동안 싸우면서 본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철갑지렁이는 영역이 줄어들었고, 아이언은 사령부가 위험했다.

그렇기에 오늘을 마지막으로 후일을 기약하기로 했다.

언제 깨질지 모르는 불안한 휴전과 함께 서로가 등을 돌렸다.

그렇게 아이언은 몇 개월간의 싸움으로 박살 난 대지를 뒤로하고 사령부로 향했다.

그런데 거의 반년 만에 복귀한 사령부는 매우 달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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