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172화 (172/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172)

55. 사령부 방어전 (7)

수천 개의 철갑 외피들이 아이언의 사방을 둘러싸고 정신없이 날아들었다.

신수들이 온 힘을 다 사용하게끔 하기 위해선 신수력도 사용할 수 없기에 순수한 검술로 그 모든 걸 막아 내야 했다.

그러나 끊임없이 날아드는 외피들을 최선을 다해 막아 내더라도 결국 그 또한 인간이기에 한 번의 실수로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부상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말 그대로 ‘완벽’하게 막아야만 살 수 있기에 불가능해 보였다.

이성은 후퇴해서 시간을 끌라고 종용했다.

하지만 그의 심장은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온몸을 휘감은 강철 마력은 심장의 손을 들어 주었다.

‘할 수 있다.’

아이언은 눈을 부릅뜬 채 사방에서 날아오는 외피 조각을 하나하나 쳐 냈다.

그가 가장 자신 있는 기본적인 움직임부터, 전생과 현생의 경험을 통해 녹여낸 잡기들이 모조리 발현되면서 수천의 외피 조각을 남김없이 쳐 냈다.

다른 이들이라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언은 달랐다.

‘가능해!’

매일같이 기본 검식을 수련하고 가장 깨끗한 움직임에 집착하는 자신의 검술이라면 가능했다.

다른 이들이 일정 수준에 오르면 마력 활용에 대부분의 시간을 쏟는 것과 달리, 자신은 검술 그 자체에 시간을 바쳤다.

그렇기에 할 수 있었다.

누구보다 깔끔한 검식을 사용하고, 수천수만 번의 반복을 통해 실수 하나 없는 움직임을 보여 줄 수 있었다.

완벽한 검로와 숱한 경험이 녹아든 몸놀림을 통해 수천 개의 철갑 외피들을 모조리 막아 내거나 피해 낸 아이언을 본 철갑지렁이는 위기감을 느꼈다.

-키…….

솔직히 저번 싸움에서는 아이언 혼자만 앞을 가로막는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거라 판단했다.

그렇기에 일부러 식탐을 줄여 가며 부하들을 먹여서 키워 냈다.

수백의 그레이트 웜으로 신수들의 시선을 끌고, 그 시간 동안 자신이 아이언을 직접 처치한다는 계획이었다.

겸사겸사 오랜만에 디저트를 먹을 겸 살아 있는 인간들까지 먹을 생각이었다.

완벽한 계획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인간은 생각보다 끈질겼다.

“후…… 이게 끝이냐?”

아이언이 땀을 닦아 내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철갑지렁이가 괴성과 함께 다시금 외피를 날렸다.

전보다 더 많은 숫자가 아이언을 감싸며 사방에서 날아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역시 실패했다.

날아드는 숫자가 더 많다면 더 빨리, 더 완벽하게 쳐 내면 그만이었다.

현재의 아이언에게 그 정도 역량은 충분히 있었다.

“이번엔 직접 오는 거냐?”

아이언이 정신없이 철갑 외피를 쳐 내면서, 직접 돌진해 오는 철갑지렁이를 바라보았다.

자세를 잡고 외피를 쳐 내기도 바빠 회피할 시간 따윈 없었다.

‘직접 받아 낸다.’

그렇게 마음먹은 순간 아이언은 전력으로 검을 휘둘렀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휘두른 검로에 강철 마력이 실려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온 힘을 다한 참격으로 일시적으로 철갑 외피들을 죄다 튕겨 내고, 뒤이어 직접 돌진해 오는 철갑지렁이의 돌진을 받아 냈다.

콰과곽!

땅이 깊게 패면서 끝도 없이 밀려났다.

하지만 그렇게 밀려나면서도 아이언은 철갑지렁이를 막아섰다.

그러자 이번엔 거대한 입을 통해 단번에 집어삼키려 했다.

거대한 입이 단번에 삼키려고 달려들었지만, 그럴 때마다 묘한 움직임으로 피해 냈다.

“쉽지 않을 거다.”

아이언은 빙그레 웃으면서 검을 들어 올렸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본 철갑지렁이가 흉포하게 울었다.

분명 육체도, 가진 마력도 자신이 우위였다.

전체적인 힘의 우위가 명확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기지 못한다.

귀찮은 신수들만 부하들에게 맡기면 끝날 줄 알았다.

그렇기에 탐욕스러운 욕구를 참아 내면서 인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하찮은 인간을 잡아먹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분노했다.

그래서 더 짜증 났다.

그래서 더욱 먹고 싶었다.

-끼이이이!

찢어지는 괴성이 들려오면서 철갑지렁이가 품고 있던 막대한 마력이 뿜어졌다.

주변을 잠식하는 검은 안개가 끈적한 농도를 보일 정도로 실체화되며, 막대한 힘에 근방이 완전히 오염되어 버렸다.

“후…… 큰일 났네.”

녀석도 방금의 전투로 눈치챈 것이다.

자신의 모든 걸 걸어야 아이언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을.

만만하게 봤던 것을 멈추고 품고 있던 모든 것을 내뿜으면서 단번에 아이언을 죽이려 했다.

하지만 아이언은 겁먹지 않았다.

이 녀석조차 감당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있을 싸움에서 버티지 못할 것이다.

기동 야전군의 핵심이 바로 자신이기에 더 강해져야 했다.

“후…….”

아이언은 긴 숨을 토해 내면서 모든 마력을 쥐어짜 냈다.

한계까지 쥐어짜 낸 마력은 온몸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만든다.

극한까지 움직인 육체는 한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든다.

카가가강!

“더 날려! 더! 더! 더!”

철갑지렁이는 온몸의 철갑 외피를 날리며 정신없이 몰아쳤고, 거대한 몸뚱이로 돌진을 계속했다.

긴 몸을 꼬아 대면서 아이언이 회피할 공간을 치고 들어온다.

말 그대로 공간 전체를 장악하면서 아이언을 압사시킬 생각이었다.

끈적할 정도로 농도가 짙은 오염된 마나마저 아이언을 압박해 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언은 버텨 냈다.

“쿨럭!”

피를 한 움큼 토해 내면서도 만여 개의 철갑 외피를 기어코 쳐 내면서 철갑지렁이의 돌진까지 막아 낸 아이언은 빙그레 웃었다.

내상을 입고, 온몸에 상처를 입어도 굳건히 선 그는 절대 쓰러지지 않겠다는 듯, 굳은 신념이 담은 눈으로 철갑지렁이를 바라보았다.

그가 가장 자신 있는 건 신수들도, 검술도, 전술도 아니었다.

전생부터 지금까지 그를 살아 있게 해 준 건 바로 악바리 같은 끈질김이었다.

그 끈질김이 전생에 애매했던 재능으로 마지막까지 살아남게 했고, 지금은 야전군 사령관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해 준 것이다.

“후…… 좋네.”

내상과 외상이 뱁새의 힘으로 치유되면서 온몸에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그 느낌이 너무 좋아서 고통마저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시간으로 상처가 아물어 가는 것을 보면서 철갑지렁이의 공격이 멈췄다.

기껏 한계까지 몰아붙였더니 다시 회복하고 있었다.

그나마 소모된 마력은 회복하는 데 오래 걸려 전처럼 강한 기세를 내뿜지는 않지만, 그건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저 영악한 인간 놈은 최소한의 마력 활용으로 막고 있었다.

공격하는 자신은 온 힘을 다해 공격하는데, 저 인간은 오로지 막는 데에만 열중하기에 소모되는 양에서 차이가 났다.

그렇기에 자신이 압도적으로 많은 마력을 갖고 있어도 결국 소모된 양까지 따지면 비슷해진다.

무엇보다 철갑지렁이를 망설이게 하는 점은 아이언의 성장이었다.

“왜 안 오냐?”

망설이는 철갑지렁이를 보며 아이언이 고개를 까닥였다.

도발에도 넘어오지 않는 철갑지렁이를 보면서 아이언은 미소를 지었다.

이대로 싸운다면 아이언이 더 성장할 것이 두려워 쉽사리 접근하지 못하는 철갑지렁이와 여유를 찾은 아이언이 대치했다.

그러자 격렬하게 싸우고 있던 그레이트 웜과 자이언트 웜들도 뒤로 물러나면서 숨을 골랐다.

어느새 아이언과 철갑지렁이의 주변으로 신수들과 거대 지렁이들이 모여들어 서로 대치했다.

격렬했던 전투가 끝나고 한숨 고르는 것 같지만, 탐욕스러운 철갑지렁이가 이대로 포기할 리가 없었다.

힘을 회복하는 대로 아이언을 뚫기 위해 다시 달려들 것이다.

이대로 아이언이 더 성장하게끔 둔다면 반드시 위험에 처할 것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아이언 역시 그 생각을 알아차렸기에 야전군 사령부로 돌아가지 않고 녀석과 대치했다.

그렇게 아이언과 철갑지렁이가 서로가 서로의 발을 묶은 채 대치 중일 때, 야전군 사령부는 다시금 격렬한 전투에 돌입한 상황이었다.

겨우 거대 물소 무리를 막아 냈음에도 불구하고 거대 개미 군단에 의해 더 큰 전투를 치러야 했다.

콰과과광!

“최대한 저지해! 막아 낼 수 있다!”

아리엘이 병사들을 독려하면서 직접 성문 밖으로 나가 거대 개미들을 베어 냈다.

그녀의 장기인 쾌검으로 정교하게 거대 개미들의 약점을 찔러 넣어 단숨에 목숨을 끊어 냈다.

하지만 몰려드는 숫자가 너무 많았다.

그나마 물소들이 정신 차리고 자신들을 죽이는 거대 개미에 저항해 준 덕분에 성으로 직접 몰려오는 개미 군단의 숫자가 많지 않아서 버티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전한다.

군단급도 아니고 야전군이 이 정도 규모에 고전한다는 것은 치욕스러운 일이었다.

“큭! 저…… 적들이 너무 많습니다.”

“점점 저지선을 유지하기 힘들어집니다.”

기사들의 말에 아리엘의 눈에 핏발이 섰다.

“사령관님은 홀로 자이언트 웜들을 막으러 가셨다! 한데 우리가 고작 이런 녀석들에게 무너진다면 사령관님을 어떻게 뵌단 말이냐!”

아리엘의 호통에 기사들이 이를 악물었다.

흔히 마스터급은 군단급 이상의 힘을 갖고 있다고 한다.

홀로 군단급보다 강력한 무력을 보여 줄 수 있는 괴물.

그렇기에 아이언은 홀로 자이언트 웜을 막으러 갔다.

제대로 완편된 군단급 이상의 위용을 보이는 거대 지렁이 군단과 그들을 홀로 막는 것이다.

자이언트 웜까지 사령부에 몰려들면 답이 없기에 아이언은 마스터로, 사령관으로서 역할을 고려해 그런 선택을 한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들 역시 역할을 다해야 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지켜라. 그게 사령관님의 믿음에 보답하는 길이다.”

자신의 말에 기사들이 무거운 표정을 지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아리엘 또한 침체된 눈빛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그의 희생에 보답하는 길은 사령부를 굳건히 지키는 것뿐이다.

자신은 사령관처럼 전략과 전술에 능하지 않다.

그렇다고 많은 능력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그녀에게 이곳을 지키는 최고 책임자로 정한 것은 적어도 이 사령부를 지키는 것은 할 수 있으리란 믿음 때문이었다.

그런 그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아리엘은 한 줌의 마력까지 쥐어짜 내 성문을 지켰다.

그녀의 올곧은 신념을 보았기 때문일까?

고전하던 돌격대가 성문 안으로 침입한 거대 개미들을 베어 내며 전진했다.

기사단은 다시금 성문을 중심으로 방진을 짰고, 병사들은 성벽 위로 올라 사력을 다해 막아 냈다.

그러는 사이 물소들을 물어뜯으며 전진하던 병정개미들이 성문을 향해 돌진했다.

피이이이~.

병정개미들의 돌진에 아리엘이 다급하게 독특한 음색의 작은 피리로 소리를 내며 기사단을 불러 모았다.

“저건 우리 기사단이 처리한다!”

“웃기는 소리.”

아리엘의 말에 세리덴이 혐오스러운 미소와 함께 돌격대를 끌고 왔다.

둘은 경쟁하듯 기사단과 돌격대를 다그치면서 돌진해 오는 병정개미들을 향해 전진했다.

거대한 몸과 압도적인 갑각을 둘러싸고 있는 병정개미들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 내기 위해 일부러 경쟁 구도를 만든 것이다.

“우리가 먼저 처리한다!”

“멍청한 기사단에게 질 거냐!”

아리엘과 세리덴이 경쟁하듯 말하면서 병정개미들을 공격했다.

하지만 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불리했다.

바로 그때, 사방에서 특수한 탄환이 날아들며 병정개미의 갑각 안에 폭발을 일으켰다.

“전공 1위는 우리 레인저가 할 겁니다.”

어느새 레인저들과 합류한 닉스 콜이 빙그레 웃으면서 병정개미 위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질 수 없다는 듯, 공중에서 낙하하는 카드로.

“우리를 빼놓고 전공을 논한다고?”

카드로의 말과 함께 공중 강습부대가 낙하력을 이용해 병정개미들의 뒷목덜미 부분을 강타했다.

야전군의 특수전 전력 전원이 병정개미를 막기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천하의 병정개미들도 하나둘 죽어 나갔다.

그렇게 병정개미들이 죽자 거대 개미들이 조금씩 뒷걸음질 쳤다.

그동안 이곳에서 생활한 게 헛된 것은 아니었는지 특수전력 전원이 병정개미들의 약점을 공략하며 완벽히 막아 내고, 뒷걸음질 치는 여세를 몰아 거대 개미들까지 죽여 나갔다.

그들의 압도적인 기세에 상황을 지켜보던 병정개미들의 대장이 후퇴를 명령했다.

새까맣게 몰려들던 그들의 군세가 후퇴하기 시작하자 그제야 긴장을 푼 병사들은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사령관 없이 치른 첫 전투.

그것도 최악의 상황에서 이뤄진 값진 승리였기 때문이다.

“사령관님을 볼 면목이 섰네.”

“사상자가 많은 걸 보면 화내실 것 같은데…….”

카드로의 말에 아리엘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음…….”

그녀의 말에 카드로가 반박을 못 하고 말없이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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