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170화 (170/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170)

55. 사령부 방어전 (5)

장교의 보고에 아이언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레이트 웜이 맞나?”

“그렇습니다!”

장교의 확답에 아이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자이언트 웜들 중에 변이가 완전히 끝난 개체.

그것들을 부르는 명칭이 바로 그레이트 웜이었다.

아이언이 새로 만든 몬스터 명칭으로, 남동부에는 그런 몬스터들이 숱하게 널려 있었다.

“숫자는?”

“최소 수백입니다.”

“자이언트 웜들을 제외하고?”

“그렇습니다.”

장교의 보고에 아이언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철갑지렁이는?”

“아직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제껏 가만히 있던 놈들이 움직였다.

그렇다는 건 녀석들이 자신들을 더 이상 놔둘 수 없는 위협되는 적으로 판단했다는 뜻이 된다.

세력 확장에 열을 올리거나 오염되지 않은 생명체를 노리는 다른 변이체들과 다르게 오염된 자이언트 웜들은 얌전히 자신들의 영역에 눌러앉아 공허의 기운이나 빨아먹고 있었다.

공허의 기운을 몸에 축적하고 공허충들을 먹으면서 진화하기를 반복하는 것들.

움직이는 것을 극도로 귀찮아하면서 땅속에 누워 처먹기만 하면서 살을 찌우는 것을 즐기는 녀석들이 바로 자이언트 웜들이다.

그런데 다른 지역으로 움직이는 것을 극도로 귀찮아하는 녀석들이 이곳까지 찾아온다?

‘싸우자는 거겠지.’

아이언의 기동 사령부의 영역 확장이 녀석들에게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큰 위협으로 다가왔기에 움직이는 것도 있을 테지만 자신과의 싸움에서의 승산을 점칠 정도로 자신감도 있는 것도 분명했다.

‘그 자신감의 근원이 그레이트 웜들인가?’

아이언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생각에 잠겼다.

그레이트 웜이 수백이다.

그들만으로도 군단급은 집어삼킬 정도로 막강하다.

하지만 자이언트 웜들까지 있을 테니 아직 완성되지 않은 야전군과 충분히 싸워 볼 만할 것이다.

거기다 더 심각한 건 그들을 이끄는 철갑지렁이의 판단이다.

이 숫자가 나올 수 있는 것은 숲에서 보았던 거대 철갑지렁이가 자신의 욕심을 어느 정도 내려놨다는 뜻이다.

자신과 싸우고 난 후 혼자 힘으로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일 테니 공허의 기운을 부하들에게 더 많이 나눠 주었을 것이다.

‘위험해.’

아이언은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곤 다급히 장교에게 최고 위험 등급을 명령했다.

아직 성벽은 완성되지 않았고, 주요 건물도 완공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에서 절묘하게 공격해 들어왔다.

병력이 남동부의 몬스터들을 많이 겪으면서 숙련된 정예병들이 되어 가지만 완벽한 수준은 아니었다.

게다가 연이은 전투로 피로에 찌든 자들이 이제 겨우 한숨 돌리려는 상황.

그런데 바로 이때, 자이언트 웜들이 공격해 들어온 것이다.

“재수가 없네.”

아이언은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이언트 웜만이라면 그동안 막아 왔던 것처럼 막으면 그만이었다.

문제는 다른 곳의 준동이다.

만약 자이언트 웜을 막고 있을 때, 다른 곳에 있던 몬스터들까지 쳐들어온다면 상황이 심각해진다.

“일단 모두 불…….”

“크…… 큰일 났습니다!”

통신장교가 다급히 달려오면서 고함쳤다.

“거대 물소 무리가 사령부 쪽으로 몰려오고 있다고 합니다!”

달려오면서 다급하게 보고하는 통신장교를 보면서 아이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자신이 생각한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충분히 예상가능한 일이다.

거대 물소들은 매번 사령부가 있는 이곳을 주기적으로 방문했다.

변종으로 번식이 빨라진 녀석들은 일정 숫자만 채워지면 지속적으로 사령부로 돌진해 왔다.

녀석들이 오염되지 않은 인간들의 피가 필요하다는 듯, 눈이 벌게진 채로 조종이라도 당하는 것처럼 죽을 자리인 줄 알면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다른 녀석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이언과 기동 야전군에 의해 큰 피해를 입으면 한동안 잠잠하다가도 일정 숫자를 채우면 몰려들었다.

거기다 개체마다 서로 다른 우두머리가 있는지, 어떤 때는 한 개체가 여러 번 쳐들어오기도 했다.

예를 들어 거대 개미 같은 경우 모시는 여왕이 다 다르기 때문인지, 하루에 세 번까지 쳐들어온 적도 있었다.

여왕개미에 따라 병정개미의 문양이 조금씩 달라지기에 쳐들어오는 개미들의 파벌을 구분하는 것이 가능했다.

“미치겠군.”

갑작스레 발생한 위급 상황에 아이언은 생각에 잠겼다.

“지금 당장 지원을 요청해야 합니다!”

“정찰하러 나가 있는 병력이라도 당장 불러야 합니다!”

“일단 남부 사령부에라도…….”

여기저기서 의견을 제시하는 장교들을 향해 아이언은 눈을 감으면서 고함쳤다.

“조용!”

아이언의 목소리에 모두가 그 즉시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몇 분간 침묵 속에서 생각을 정리한 아이언은 눈을 떴다.

“일단 장교들부터 전부 소집해.”

“예!”

아이언의 명령에 몇몇 장교들이 다급하게 뛰어갔다.

“통신장교들은 정찰하러 나가 있는 모든 병력에게 집결하라고 해.”

“알겠습니다!”

“정보장교는 중앙과 남부 사령부에 지금 이 사실을 알리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라고 전해 줘. 여유가 되면 지원군도 보내 달라고 하고.”

“알겠습니다!”

모든 명령을 끝마친 아이언은 다시 생각에 잠겼다.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내가 한 곳을 통째로 맡아야 한다.’

아이언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한숨을 쉬었다.

자신의 부대는 아직 부족했다.

하지만 녀석들은 더 이상 자신들에게 성장할 시간을 주지 않을 셈인 것 같다.

그렇다면 한 가지뿐이었다.

희생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

어쩌면 그 희생엔 자신이 포함될지도 모를 일이다.

“모두 모였나?”

아이언은 어느새 모여 있는 장교들을 보면서 말했다.

“다들 오면서 들었겠지만 비상 상황이다.”

그의 말에 모든 장교들이 굳은 표정으로 가만히 다음 말을 기다렸다.

“자이언트 웜뿐만 아니라 그레이트 웜들도 다수가 몰려오고 있다. 거기다 물소들까지 달려오고 있지.”

아이언의 말에 다들 침을 꿀꺽 삼켰다.

지금 상황이 모두가 목숨을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모두 그동안 실전을 치르면서 강해졌다는 것을 안다. 그렇기에 이번엔 그대들을 한번 믿어 보기로 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모든 이들의 눈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마침내 자신들을 믿어 주는 사령관.

“사령부 방어의 책임자는 아리엘이 한다. 돌격대 역시 임시로 아리엘의 휘하에 배속시킨다. 방어에 전념하도록.”

“예!”

아이언의 명령에 세리덴이 각 잡고 대답했다.

평소 사이코처럼 장난기 가득한 미소는 사라진 채 진중한 눈빛만이 남아 있었다.

“좋아. 모든 지휘관은 각자의 위치에서 사령부를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도록.”

아이언의 말에 아리엘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령관께서 직접 지휘하시지 않는 겁니까?”

그녀의 물음에 다들 의문에 찬 표정으로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난 단독으로 지렁이들을 막으러 갈 거다.”

“위험합니다!”

“안 됩니다!”

“차라리 저희 돌격대라도 데리고 가십쇼!”

아이언의 말에 장교들이 일제히 반발했다.

세리덴 역시 신설된 돌격대를 이끌고 아이언과 함께 가고자 했다.

루뎀과 로뎀이 포함된 특수 전력은 북동부의 고스트처럼 기동 야전군만의 특수한 전력이었다.

그렇기에 사령관 직속으로 편제되어 사령관의 명령만을 듣는 특수부대였다.

“맞습니다. 돌격대라도 데려가십쇼.”

아리엘이 세리덴을 보면서 말했다.

어차피 사자가문의 콧대 높은 세리덴이 자신의 말을 들을 리 만무하기에, 없는 편이 나았다.

돌격대원 대부분이 레온하르트에서 온 자들이었으니 세리덴이 말을 안 듣는다면 그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니, 여기 남아라.”

아이언이 단호하게 말했다.

“저희를 못 믿으시는 겁니까?”

“그래.”

세리덴의 말에 아이언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그러자 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런 그를 보며 아이언은 진지한 눈으로 말했다.

“증명해.”

“……예?”

“증명하라고. 너희들을 진짜 믿고 데리고 다녀도 되는지 이번 전투에서 증명해라.”

아이언의 말에 세리덴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가 초승달처럼 휘어졌다.

“증명…… 증명……. 증명만 하면 데리고 다녀 주실 겁니까?”

“그래.”

“좋습니다. 반드시 증명해 드리겠습니다.”

세리덴이 특유의 사이코 같은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숙였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다. 이번 기회에 나 없이도 할 수 있다는 걸 확실하게 증명해.”

“예!”

“만약 이번에 너희들이 큰 피해 없이 막아 낸다면…… 다음 단계를 시작할 거다.”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장교들의 기세가 활화산처럼 터져 나왔다.

그들의 열정적인 기세를 느끼면서 아이언이 피식 웃었다.

“만약 큰 피해 없이 막아 내고 날 도우러 온다면 한 번쯤은 특별 교육을 물러주지.”

마지막으로 당근을 던져 주면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휘이익!”

휘파람 소리와 함께 하늘에서 거대한 새가 아이언을 향해 날아오자 아이언은 그 새를 향해 폴짝 뛰어서 올라탔다.

“무운을 빈다.”

아이언의 목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거대한 크기의 신수가 빠르게 날아올랐다.

그것을 보면서 장교들이 일제히 경례를 했다.

그가 시야에서 작게 보일 때까지 유지하던 아리엘은 먼저 손을 내리면서 말했다.

“후…… 이제 진짜 시험대입니다. 모두 잘해 봅시다.”

그녀의 말에 다들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비공선이 날아오르고, 비룡 부대들 역시 전원이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 동시에, 성벽에 설치된 포대를 중심으로 포병 인원들이 자리를 잡으면 그 중심으로 기사들이 자리했다.

아이언이 없는 이상 사령부 방어의 핵심은 포대였다.

성문을 중심으로 반경 수십 미터의 건물 안에는 레인저들이 숨어 있었고, 성문 앞에는 돌격대가 자리했다.

본래 기사단이 해야 할 일을 그들이 담당하는 것이다.

공군 담당 총책임자 - 카드로

성문 방어 담당 총책임자 - 세리덴

포병 부대 총책임자 - 도미닉 스톤

군수 및 지원 부대 총책임자 - 카를 슈타인

마법 부대 책임자 - 알란 리쇼어

정령 부대 책임자 - 피터 마르비오

사령부 방어 총책임자 - 아리엘 파브리스

임시로 역할을 나눈 아리엘이 사령관의 직인을 찍어 문서화한 후 사령관의 책상 정중앙에 가지런히 놓았다.

“후…….”

사령부를 지키는 총책임자가 된 아리엘은 긴장한 표정으로 긴 숨을 내뱉었다.

고작해야 임시일 뿐이었지만, 사령관을 대신한다는 것이 그녀의 어깨를 무겁게 짓눌렀다.

하지만 그걸 이겨 내야 성장할 수 있었다.

언젠가 아이언의 옆에 서서 그의 짐을 덜어 주겠다고 마음먹은 그녀이기에 이를 악물고 짓누르는 압박감을 견뎌 냈다.

두두두두두!

-무우우우우!

멀리서 들려오는 물소의 울음소리와 함께 지축이 흔들렸다.

공중에서 정찰대원을 쉴 새 없이 보고를 해 왔고, 장교들은 악을 질러 대면서 병사들을 다그쳤다.

사령관 없이 치르는 첫 실전.

그에 대한 공포감이 모두를 잠식했으나,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전투를 대비했다.

장교들은 일부러 악을 쓰고, 부사관들은 괜찮은 척 연기하며 각자 할 일에 몰두했다.

병사들의 눈에 불안감이 깃들었으나 장교들의 갈굼에 긴장감은 조금씩 사라지고 그 자리를 분노가 가득 채웠다.

그들의 갈굼에 의한 분노는 물소들을 향했다.

쾅! 쾅! 쾅!

물소들이 사거리에 도달하자 포병들이 일제히 포격을 시작했다.

신성력이 깃든 포탄들이 전부 하늘을 가로지르면서 물소들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비공선 역시 폭탄을 비처럼 쏟아 내면서 그들의 돌진을 조금이라도 저지하고자 했다.

“허…….”

“괴물 같은 놈들.”

비처럼 쏟아지는 포탄과 폭탄 비에도 무식하게 뚫고 돌진하는 물소들을 보면서 장교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이언이 있을 때와는 상황이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

공허의 기운에 의해 강화된 가죽, 그리고 오염된 마나로 자연스레 형성된 마나막은 웬만한 공격은 버틸 수 있는 강력한 맷집을 만들어 주었다.

뒤이어 몇 대 없는 마도포가 날아들었으나, 그것 역시도 직격으로 맞지 않는 이상 살아남아 돌진해 왔다.

“성역의 힘이…… 이렇게 컸나?”

아이언이 만든 성역 안에서 싸워 왔던 장교들은 새삼 사령관의 부재가 얼마나 큰지를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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