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167)
55. 사령부 방어전 (2)
비공선에서 일제히 튀어나오는 비룡 부대들이 아이언을 도와 하피들을 죽여 나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죽어 나가는 하피 떼를 보며 아이언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훈련시킨 보람은 있었다.
자신이 대부분 쓸어버렸다고 해도, 아군의 피해가 전무하다는 점은 충분히 칭찬할 만했으니까.
“충성! 사령관님을 뵙습니다.”
모든 비룡 기사들이 일제히 경례하자 아이언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 주었다.
“전부 온 건가?”
“아닙니다. 저흰 먼저 출발한 1진입니다.”
“흠…… 내가 너무 일찍 왔군.”
일부러 창공의 탑들을 들러 가며 속도를 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일찍 와 버렸다.
“주력이 오려면 며칠은 더 걸릴 것 같은데?”
“그렇습니다.”
“좋아. 일단 1진이 먼저 가서 자리를 잡도록 하지.”
아이언의 명령에 비룡 기사가 통시구를//통신구를 갖고 대장 비공선에 그대로 전달했다.
그리고 얼마 후, 선두에서 신수들과 함께 전진하는 아이언을 비룡 편대와 비공선이 줄지어 뒤따라갔다.
하지만 그냥 가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어차피 남동부에 온 이상 사령부 근방을 정리해야 하니 몬스터들의 정리 작업에 들어갔다.
공허의 힘에 오염된 검은 숲에 비공선의 폭탄비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아이언의 신수들이 화염과 천둥비를 떨어뜨리면서 숲 전체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도저히 정화로도 안될 것 같은 지역은 전부 태워 버리고 살릴 수 있는 지역은 성역으로 만들어 정화시키면서, 남부 사령부가 포기한 지역의 안정화 작업을 시작했다.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중앙 지역 소속의 비룡 기사는 멍하니 중얼거렸다.
“저게…… 이제 막 신설된 군대라고?”
비룡 기사들이 접근하는 공중 몬스터를 막는 사이 비공선의 폭격으로 지상을 초토화시킨다.
그 뒤에 쓸어버린 지상에 강습 병력이 내려 안전 지역을 확보하면 비공선이 지상에 내려앉는다.
갓 신설된 조직이라기에는 지나치게 체계적인 그 모습에 그는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그의 평가와는 다르게 아이언은 혀를 찼다.
“강습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그리고 비룡 기사들 역시 왼쪽 지역이 뚫릴 뻔했다. 원거리 견제와 마법사들의 도움이 있었다면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었어.”
아이언은 통신구로 일일이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혀를 찼다.
훈련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군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면 안 되지만, 당장 실전을 치러야 하기에 자꾸 문제점을 지적할 수밖에 없었다.
공중에서 군의 모습을 보던 아이언이 고개를 저었다.
“이 상태론 힘들겠어.”
시간이 너무 없었다.
지금 상태로 자신의 계획대로 남동부 안정화 작업을 펼치기엔 사상자가 너무 많이 나올 것 같았다.
아이언과 신수들이 함께하는 지금 상황에서도 이 정도로 실수가 잦다면, 개별 작전을 펼칠 때는 엄청난 사상자를 감당해야 할지도 몰랐다.
현 제국의 상태로는 많은 사상자를 감당할 수 없기에 최대한 병력을 아껴야 했다.
“일단 여기까지인가?”
안전 지역을 만들고 서서히 확장해 나가는 것을 본 아이언은 씁쓸한 표정으로 피닉스에게 명령을 내렸다.
이 상태면 무난하게 몬스터들을 쓸어버리며 대지를 정화할 수 있을 거라 판단한 것이다.
그러자 그의 의지를 읽은 피닉스가 불길을 토해 내면서 검은 숲을 쓸어버리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검게 물든 숲에 숨어 있던 존재들이 끔찍한 괴성을 지르면서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
거대한 크기의 자이언트 웜이 두 개의 달을 집어삼키기 위해 달려드는 순간 두 개의 빛줄기가 웜의 몸을 그대로 녹여 버리면서 순식간에 목숨을 끊어 버렸다.
하지만 검은 숲에 서식하는 자이언트 웜은 한 마리가 아니었다.
거대한 크기의 자이언트 웜 수십 마리가 일제히 신수들을 향해 위협적으로 아가리를 벌리며 날아올랐다.
“변종인가?”
아이언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몸 곳곳이 검게 물들어 있는 자이언트 웜을 바라보았다.
저 정도 크기의 자이언트 웜은 이런 작은 숲에서 절대 살 수가 없었다.
게다가 수십 마리가 저렇게 몰려 있는 경우도 없었다.
보통 사막과 황무지에 서식하는 녀석들이 이렇게 몰려 있다는 것은 저들의 막대한 식욕을 충족할 만한 뭔가가 이 부근에 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그들이 모일 만큼 강력한 존재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자유분방한 놈들이 한 곳에 모일 만큼 강한 개체.
-크에에에엑!
땅바닥에서 솟아오른 거대한 검은 지렁이.
일반적인 자이언트 웜보다 더 큰 몸집인 그것은 검게 물든 몸에 갑각류 같은 것으로 둘러싸인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거대 철갑지렁이인가? 듣기만 했는데…….”
아이언도 들어만 봤던 거대 괴물.
자이언트 웜이 공허충을 먹으면서 진화한 괴물이 바로 거대 철갑지렁이였다.
하지만 진화란 게 짧은 기간에 이뤄질 리가 없었다.
오랜 시간 공허충을 먹으면서 몸 안에 공허의 기운을 쌓고, 공허충을 양분 삼아 외피를 만들어 내는 것을 반복해야 이뤄지는 진화였다.
그렇다는 건 이곳에 공허충들이 서식한 지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났다는 것을 의미했다.
“천둥아.”
아이언의 부름에 곧바로 천둥새가 하늘 높이 날아오르면서 번개를 토해 냈다.
강력한 뇌전이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거대 철갑지렁이를 향해 쏘아지면서 주변을 환하게 밝혔다.
“얼마나 처먹은 거야?”
아이언은 혀를 차면서 괴성을 지르는 거대 철갑지렁이를 바라봤다.
막강한 천둥새의 힘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쓰러지지 않았다.
도리어 포효하며 주변에 살기를 흩뿌렸다.
바로 그때, 뭔가를 느낀 아이언이 황급히 검을 뽑아 휘둘렀다.
카아앙!
천둥새를 향해 날아온 검은 물체를 쳐 낸 아이언은 고개를 돌려 거대 철갑지렁이를 바라봤다.
녀석의 외피가 공허의 기운에 떠오르면서 신수들을 향해 날아들기 시작했다.
“단순히 몸만 큰 멍청이는 아니다 이건가?”
미간을 찌푸린 아이언은 천둥새에게 말했다.
“가까이 붙어 줘.”
그의 부탁에 위험을 감수하고 가까이 붙은 천둥이에게 사정없이 공격하라는 말과 함께 그대로 뛰어내렸다.
하늘에서 번개를 내리꽂고 온몸에서 번개를 뿜어내면서 천둥새가 거대 철갑지렁이를 공격했다.
그 틈을 타 거대 철갑지렁이의 머리를 향해 낙하하는 아이언.
“누가 더 단단한지 보자.”
그 말과 함께 아이언이 맹렬한 기세로 떨어지면서 녀석의 머리를 향해 검을 내리찍었다.
강철 마력이 한계까지 집약되면서 그대로 녀석의 머리에 내리찍혔지만 거대 철갑지렁이는 생각보다 영악한 놈이었다.
어느새 그의 외피에 있는 철갑들이 수십 겹으로 뭉쳐 아이언의 일격을 막아 냈다.
쿠우웅!
녀석의 힘과 아이언의 강철 마력이 충돌하면서 막대한 충격파가 검은 숲을 휩쓸었다.
어느새 아이언의 주위로 아직 성체가 되지 못한 자이언트 웜 수십 마리가 몰려들었다.
하지만 지원군은 거대 철갑지렁이뿐만이 아니었다.
다시 하늘로 날아오른 비공선이 폭격을 시작했고, 비룡 기사단이 공중에서 지원사격을 해 주었다.
그 순간 아이언의 신성력이 폭발하듯 주변으로 터져 나오면서 일순간 공허의 기운을 완전히 소멸시켜 버렸다.
그러자 당황한 거대 철갑지렁이가 몸을 뒤틀기 시작했다.
“큭!”
아이언은 발버둥 치는 녀석의 머리에 검을 꽂아 넣고 버텨 내면서 이를 악물었다.
중간중간 검을 휘둘렀지만 녀석도 당하지만은 않겠다는 듯 외피를 날려 대면서 아이언을 공격했다.
막강한 신성력을 검을 통해 녀석의 머리에 밀어 넣어도 공허충과 공허의 기운을 얼마나 처먹었는지, 버텨 내는 것을 넘어서 저항하기까지 했다.
어느새 자이언트 웜들이 낮은 상공에서 폭격하는 비공선을 노리려 하자 아이언도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녀석의 머리를 강하게 후려쳐 거대 철갑지렁이가 잠시 정신을 잃게 한 뒤, 천둥새에 올라타 하늘로 날아올랐다.
결국 결판을 내지 못한 아이언은 이를 악물며 명령을 내렸다.
“물러난다.”
천둥새 위에 있던 통신구를 들고 명령을 내리자 비공선과 비룡이 더 높이 날아오르면서 자이언트 웜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났다.
녀석 역시 아이언이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는지 딱히 쫓으려는 움직임은 없었다.
어느 정도 거리를 벌린 아이언은 혀를 차면서 방금 싸움을 복기했다.
위험을 감수하면 죽일 가능성은 높았다.
만약 거대 철갑지렁이와 아이언만 싸운다면 아이언이 승리할 것이다.
세 신수들이 번갈아 가면서 공격하면 되니까.
하지만 자이언트 웜들이 문제였다.
아이언의 군대 역시 있었지만, 아직 미숙한 실력으로 그들의 시선을 끄는 것도 위험할 것이다.
그렇기에 물러났다.
‘적어도 1년 정도는 경험을 쌓아야 해볼 만할 거야.’
아직 미숙한 자신의 군으로는 어림없었다.
게다가 아직 1진뿐이었기에 숫자 역시 부족했다.
‘아쉽네.’
아이언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마스터들은 제각기 장기가 달랐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마도사급은 대규모 전장에서, 소드 마스터는 단독 작전을 선호한다.
물론 마도사나 소드 마스터나 강력한 한 방 정도는 숨겨 두고 있기에 상쇄되기 마련이다.
문제는 아이언은 극단적이라는 게 문제였다.
범위력은 현존하는 마스터들보다 더 강하다고 평가받지만 한 방이 약했다.
마스터들에게 마스터급으로 인정은 받았지만, 사실 신수들의 힘이 온전히 개방된 것도, 아이언의 검술로 소드 마스터에 오른 것도 아니기에 애매했다.
진짜 마스터처럼 강력한 한 방이 없었기 때문이다.
칭호 효과와 신수들의 힘에 의해 종합 전력은 마스터에 이르렀지만 진짜 ‘마스터’는 아니기에 분명 한계는 있었다.
“후…… 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아이언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신수들을 바라봤다.
지금도 신수력은 늘어나고 있었다.
“개판이군.”
아이언은 그렇게 말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검은 숲 지역을 벗어나자 황폐화된 대지가 보였다.
대지 대부분이 황폐화되어 있는데, 중간중간 숲이 보였다.
전부 검게 물들어 있었는데, 방금같이 감당하기 어려운 괴물들이 득시글거린다면 아이언의 군대로도 감당이 안 될 것이다.
“남부 사령관이 괜히 이곳을 버린 게 아니었나?”
사령관 입장에선 전선 유지도 벅차기 때문에 이곳을 수색하는 것도 어려웠을 것이다.
처음부터 이곳을 꾸준히 관리했다면 이렇게까지 심각해지진 않았을 테지만 이젠 늦었다.
“쉽지 않겠어.”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아이언은 야전군 사령부가 될 지역을 바라보았다.
강이 껴 있고, 전체적으로 황폐화된 지역에 자리한 그곳은 남부 사령부가 담당하는 전선 끝자락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이곳에서부터 남동쪽으로 밀고 내려가야 하는 상황.
착잡한 표정으로 사령부가 지어질 땅에 내려선 아이언이 통신장교를 불렀다.
“2진에게 전해. 남부 사령부 쪽으로 돌아오라고.”
“예!”
명령을 받은 통신장교가 황급히 달려가자 그 뒷모습을 보던 아이언이 황폐화된 대지로 시선을 돌렸다.
공허의 기운에 침식되어 황폐화된 곳이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안전한 지역인 검은 대지를 보았다.
어쩌면 이곳에서의 싸움이 이번 생에 첫 패배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 아이언.
직접 남부로 내려오니 알 수 있었다.
제국의 혼란은 시작에 불과했다는 걸.
중앙을 미끼 삼아 대륙 곳곳에 자신들의 영역을 확장시킨 공허의 기운.
그 위험성이 생각보다 컸다는 걸 깨달은 아이언은 자신이 갓 게임을 쉽게 생각했음을 자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