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164)
54. 제국 특수 야전군 신설! (5)
새로운 야전군의 탄생을 위한 준비는 무척 까다로웠다.
모자란 병력을 채우기 위해서 여기저기서 차출하고, 모인 그들을 다시 재배치하는 작업은 지루할 만큼 반복적인 노동이었다.
대부분 일반 병사들뿐이고, 그중에서 좀 쓸 만하다 싶은 자들도 오랜 시간동안 잘 키워 내야만 비로소 한 명의 제대로 된 인재가 될 가능성이 있었다.
장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새로운 부대의 탄생이기 때문일까?
대부분 젊은 사람들로 구성된 장교들이 아이언의 야전군으로 배치되었다.
좋게 보면 미래를 위해 가능성 있는 자들을 죄다 넘겨준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베테랑들은 끌어안고 내놓지 않았다는 말이 되었다.
군의 핵심 전력을 지키기 위해 미래를 판 것이다.
“후…….”
아이언은 한숨을 쉬면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북동부에 마련된 임시 훈련장.
“하나!”
“하나!”
“더 내려가!”
“뭐 하냐? 꼼수 부리냐?”
자리가 모자라서 꽉꽉 채운 연병장에서는 병사들이 기합을 받고 있었다.
북동부 출신의 병사들조차 아이언의 마음에 들지 않아 매일같이 기합을 받고 실전 같은 훈련을 해야만 했는데, 다른 곳에서 온 병사들이 아이언의 눈에 찰 리가 없었다.
“이래서야…….”
더디기만 한 훈련 속도에 답답한 표정을 짓는 아이언.
매일같이 고된 훈련을 하고는 있지만 그런다고 없던 실력이 확 느는 건 아니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다들 실전은 치러 본 자들을 보내 줘서 그런지 훈련의 의도 정도는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전을 겪어 본 자들답게 아이언이 의도한 여러 훈련에 군말 없이 따라왔다.
물론 몇몇 부사관들과 장교들은 반발하기도 했다.
전부 엘리트 출신이었다.
좋은 아카데미를 나오거나 명성이 자자한 부대에서 부사관으로 진급한 이들이었다.
그만큼 자부심이 엄청났는데, 겉으로 보기엔 그런 이들까지 내준 걸 보면 각 사령부들이 나름 신경 쓴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직접 겪어 보면 달라졌다.
“쓸데없이 자존심만 세고, 허영심 많고, 실력에 비해 과도한 자신감까지……. 그런 주제에 말은 또 드럽게 안 들어 처먹지?”
아이언의 신랄한 비판에, 뒤에 서 있던 아리엘과 카드로, 닉스 콜이 말없이 입을 다물었다.
오랜 경험으로 지금 아이언이 매우 빡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잘못 말했다간 자신도 엮일 수 있기에 이럴 땐 입 다물고 있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 새끼들 따로 모아 놔. 내가 직접 훈련시켜야겠어.”
“예!”
아이언의 명령에 세 명이 재빨리 대답했다.
괜히 훈련 잘못시켰다고 자신들부터 조질까 봐 얼른 대답하는 장교들.
“마법사들은?”
“그게…….”
“여전히 지들 잘났다고 따로 훈련한다고 하냐?”
대답 못 하는 카드로를 보면서 아이언이 싸늘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고개를 숙이는 카드로.
그런 그를 보면서 아이언이 곧바로 명령을 내렸다.
“일단 그 새끼들부터 조진다. 30분 줄 테니까 제1연병장으로 집합하라고 해.”
“예.”
아이언의 명령에 곧장 대답하고 사령관실을 나서는 카드로와, 그런 그를 부럽다는 듯 바라보는 장교들.
“아리엘, 닉스 콜! 둘은 아까 말한 자칭 엘리트들 모아 놓고, 존 파웰, 빅 하트 자네들이 일단 병사들 훈련 총괄해.”
“예!”
“좋아. 바쁜 건 알지만 지금 제대로 해 놔야 한다. 사령부 가는 날 얼마 안 남았어. 가기 전까지 병사들 정신 무장이라도 제대로 해 놔야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좋아, 믿어 보지.”
아이언은 다시 한번 믿어 본다는 말과 함께 그들을 해산시키고, 느긋한 걸음으로 마법사들이 모일 제1연병장을 향해 걸어갔다. 얼추 그들이 도착할 시간에 맞춰 일부러 천천히 움직였다.
‘나보다 늦게 도착하면 제대로 굴려 준다.’
아이언이 그렇게 생각하면서 제1연병장에 도착했을 때,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어느새 아이언이 이곳에서 직접 훈련시킨다는 소문이 돈 것인지, 쥐새끼 한 마리 얼씬거리지 않았다.
괜히 근처에 있다가 아이언의 눈에 걸리면 같이 훈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휘하 부대는 물론이고 북동부에서도 지독하기로 소문난 훈련광이 아이언이기 때문인지 1연병장은 고요하기만 했다.
“……늦었군.”
아이언이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멀리서 카드로가 달려오고 있었다.
헉헉대면서 뒤따라오는 마법사들을 거의 끌다시피 하며 마구 재촉하던 카드로는, 아이언의 싸늘한 표정을 목격하고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죄…… 죄송합니다!”
“정렬이나 시켜.”
“예!”
마법사를 정렬시키자 맨 앞에 두 명이 섰다.
뇌전의 마법사 피터 마르비오와 바람의 마법사 알란 리쇼어.
현재 아이언에게 소속된 마법사들 중 가장 강하며, 미래가 촉망되는 존재들이기도 했다.
과거에 자신에게 두드려 맞고 정신 좀 차렸나 싶었는데 그건 아이언의 착각이었다.
“여기에 모인 자들 중에 정령사들도 있는 걸로 안다.”
아이언의 말에 몇몇 이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카드로가 눈을 부라렸지만,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마법사들이 그를 신경 쓸 리 없었다.
“사령부가 완성되고 정식으로 야전군이 되면 정령사와 마법사를 분리할 것이다. 그러니 그 전까진 참고 같이 지내도록.”
아이언이 그렇게 말함과 동시에 기세를 끌어 올렸다.
“상냥한 말은 여기까지.”
그 말과 동시에 연병장 전체가 무겁게 가라앉기 시작했다.
5단계에 들어선 카드로가 이를 악물 정도로 강력한 기세가 모두를 내리찍자, 몇몇 이들이 휘청거리면서 바닥에 주저앉았다.
숨쉬기도 쉽지 않을 정도로 진득한 살의가 주변을 가득 메웠다.
피터 마르비오와 알란 리쇼어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이를 악물고 마법을 배우고 정령을 갈고닦아 5단계의 문을 두드리는 단계에 와 있는 그들이지만, 문을 넘어선 카드로조차 힘들 정도의 기세였기에 땀을 줄줄 흘리면서 신음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지휘관들의 훈련을 받기 싫다 했다지?”
조용히 묻는 아이언이었지만, 누구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
바닥에 주저앉거나 쓰러져서 숨을 헐떡이는 게 지금 그들이 할 수 있는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너희들을 위해 내가 직접 특별한 훈련을 만들었다. 앞으로 매일, 너희들은 내가 만든 특별한 훈련을 해야만 할 거야.”
이후 아이언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어질, 훈련 기간 동안의 일정을 상세하게 읊어 주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부들부들 떠는 마법사들을 보던 아이언이 기세를 풀었다.
그제야 긴 숨을 토해 내면서 제대로 숨을 쉬는 마법사들.
아이언은 그런 그들을 보면서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앞으로 너희들의 훈련을 도와줄 교관들이다.”
아이언의 말에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곧 밝았던 하늘이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기이한 현상에 놀란 모두가 하늘을 올려다보자, 거대한 새 세 마리가 연병장 주위를 날아다니고 있었다.
“너희를 도와줄 교관인 부엉이, 천둥이, 빨강이다. 훈련 내용은 간단하다. 점심때까지 이들에게서 살아남도록. 이상.”
아이언이 그 말을 끝으로 등을 돌리자 카드로가 황급히 연병장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얼마 후, 연병장 위로 번개가 치고 화염이 날아들면서 작은 빛줄기들이 비처럼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앞으로 마법사들은 살아남기 위해 실드 마법을 치고 협력해서 대규모 방어 마법진을 전개하는 등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야만 할 것이다.
‘그러는 동안 협동심이 길러지겠지.’
마법사 특유의 오만함을 지우지는 못하더라도, 서로 협력하는 마음 정도는 기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면서 아이언은 다음 문제아들을 향해 걸어갔다.
특권 의식으로 무장한 자칭 엘리트 집단이 연병장에 모여 있었다.
앞에 선 아리엘이 경례를 하자 아이언은 가볍게 받아 주고는 가만히 서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듣기론 너희들이 엘리트 출신들이라지?”
아이언의 싸늘한 음성에 다들 흠칫했다.
멀리서 들려오는 비명 소리에, 휘몰아치는 폭풍과 화염, 마력 광선을 배경으로 유유자적 걸어오는 아이언의 모습은 굉장히 무서웠다.
그런 이가 무미건조한 음성으로 자신들에게 말하니 무서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 엘리트들에겐 엘리트 대접을 해 줘야겠지.”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마법사들에게 했을 때처럼 기세를 끌어 올렸다.
하지만 마법사들처럼, 쓰러질 정도로 강력한 기세는 아니었다.
이들은 그래도 군인답게 깔끔하게 정렬해 있었고, 눈빛 역시 또렷했기 때문이다.
‘역시 엘리트라 이건가?’
아이언은 이들의 모습에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앞으로 너희들의 수련은 내가 직접 맡겠다.”
그렇게 말하는 것과 동시에 그들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갔다.
“내 훈련 방식은 간단하다. 너희들 모두가 나를 상대하는 것. 점심시간까지 나를 쓰러뜨린다면 오후는 자유 시간이다.”
아이언의 말에 몇몇 이들이 움찔거렸다.
“앞으로 내 훈련 방식은 항상 똑같다. 오전이 지나기 전까지 나를 제압한다면 오후는 자유 시간이다. 반대로…… 제압하지 못한다면 오후까지 이 훈련이 똑같이 진행된다. 그러나 만약 너희들이 오전 훈련을 제대로 버티지조차 못한다면…… 훈련은 저녁까지 진행될 거다.”
아이언의 싸늘한 음성에, 듣고 있던 카드로와 아리엘이 움찔거렸다.
그의 지독한 훈련이 몸에 새겨져서 그런지 자동으로 움찔거리면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한 것이다.
모두가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한 장교가 손을 들었다.
“말해.”
“저 훈련이 끝난 후 시작입니까?”
장교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는 상공을 활공하는 신수들이 보였다.
그러자 다들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
누가 뭐래도 아이언의 주력은 신수들이었다.
환수 둘과, 그에 버금가는 거대한 부엉이의 힘은 웬만한 마스터 이상이라고 평가받을 정도.
하지만 그의 검술 실력까지 마스터급으로 평가받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아니.”
연병장을 가득 메운 장교들과 부사관들의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이곳에 모인 이들의 숫자는 수백이다.
그중에는 기사급도 있고 엘리트 장교도 있었다.
전원 3단계 후반에서 4단계 초입에 이른 자들.
그런 이들을 한꺼번에 상대하는데 주력인 신수가 없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장교의 물음에 아이언이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그 미소를 본 카드로와 아리엘이 경직되었다.
저게 무슨 의미인지 뼈저리게 알았기 때문이다.
아이언의 부대에서 저 미소는 일명 ‘악마의 미소’였다.
“해서는 안 될 말을…….”
“하! 쟤네는 이제 죽었다.”
아리엘과 카드로가 그렇게 말하면서 부들부들 떠는 동안, 아이언이 말했다.
“괜찮으니 바로 시작하지. 다들 대마스터 진형은 배웠겠지?”
“예!”
대마스터 진형.
군대가 오로지 마스터 하나를 적으로 상정하고 짜는 진형이다.
6단계의 경우 기사단이나 장교 집단이 이 진형을 짜고 상대하는데, 보통 이백 명이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한데 지금 이곳엔 그보다 더 많은 숫자가 모여 있으니 승산은 충분했다.
“들어와.”
아이언의 말에 몇몇 장교가 먼저 선공을 취했다.
그리고 뒤이어 부사관들과 기사들이 빈틈을 노리고 검을 뿌렸다.
사방에서 날아드는 수많은 검을 보며 아이언이 강철마력을 끌어냈다.
쿠우웅!
마력이 담긴 수십 개의 검을 몸으로 받아 낸 아이언이 싸늘한 어조로 말했다.
“대마스터 진형에 대해 다들 착각을 하더군. 이백 명이란 숫자는 잘 훈련된 기사단이나 장교들을 말하는 것인데 말이야…….”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가장 먼저 달려든 장교의 얼굴을 맨손으로 잡았다.
“아악!”
“잘 알아 둬라. 대마스터 진형으로 6단계를 막을 수 있는 건 너희 같은 어설픈 애들이 아니라 4단계 이상의 숙련된 자들 이백 명이라는 것을.”
그 말을 끝으로 아이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철마력으로 무장한 아이언이 전차처럼 다 뚫고 박살 내기 시작하자 그것을 지켜보던 카드로와 아리엘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몇몇 이들이 강철마력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기 위해서 멀리서 참격을 날리는 등 반항을 해 보았지만, 아이언의 무기는 강철마력만이 아니었다.
뇌전이 휘감긴 참격이 안전지대에서 참격만 날리는 이들을 공격했으며, 근접 거리는 냉기의 힘으로 둔화시켜 버렸다.
“사, 사기…….”
한 장교가 울먹이면서 말해 보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그렇게 충격과 공포 속에서 1시간이 지났을 때, 연병장에 두 발로 멀쩡히 서 있는 장교는 한 명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