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163)
54. 제국 특수 야전군 신설! (4)
새로운 야전군의 사령부를 남동부로 선택한 아이언은 곧바로 자신의 부대원들이 쉬는 곳으로 갔다.
오랜만에 제대로 휴식을 취하며 여기저기서 왁자지껄 떠는 것이 보였다.
그는 그것을 방해하지 않고 조용히 아리엘을 비롯한 주요 장교들만 따로 불렀다.
“사령관님과의 얘기는 끝나셨습니까?”
아리엘의 물음에 아이언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비공선을 타고 올 때와는 다르게 다시금 장교 신분으로 돌아와 묻는 아리엘의 모습에 다른 장교들 역시 각 잡힌 표정으로 아이언을 바라보았다.
“후…… 뭐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가장 중요한 것부터 말하지.”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긴 숨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잠시 생각을 정리한 후 입을 열었다.
“제국에 야전군이 신설된다.”
아이언의 말에 장교들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혹시 대장님이 그곳의 사령관으로……?”
“맞아.”
아이언의 말에 다들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언젠가 이렇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대장급이 된 아이언이 언제까지고 이런 여단급에 남아 있지는 못할 테니까.
자신들은 북동부군이었기에 신설된 야전군으로 떠나는 아이언과 함께 가지는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그들을 보며 아이언이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 너희들 역시 내가 전부 데려갈 거다.”
“그게…… 가능한 겁니까?”
“크림슨 사령관께서 확답을 주셨으니 가능하겠지?”
아이언의 말에 다들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문제는 장군급이 전무할 것이라는 거다.”
그의 말에 장교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가능합니까?”
“가능하니까 크림슨 사령관께서 말씀하신 거겠지?”
“하지만…….”
상식적으로 장군급이 없는 군대가 존재할 수 있는가?
전시 상황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다.
지휘관들이 모조리 죽은 상황이라면 최선임자가 임시로 그 직책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사단급 이하나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신설되는 곳은 군단급도 아니고 야전군이다.
“일단 임시로 여기 있는 장교들을 최선임자들을 만들 생각이다.”
그렇게 말하면서 아이언은 주변을 바라봤다.
아리엘, 카드로, 카를, 닉스, 존 파웰, 빅 하트, 도미닉 스톤 등 여단을 구성하는 주요 인사들을 진급시킬 거다.
이미 그간의 공로로 전원 영관급이었기에 임시로 부여할 수 있는 최대 직책을 만들 것이다.
“마탑에서 엘리트 마법사들을 다수 보내 준다고 했고, 각 사령부에서도 엘리트 장교들을 보내 준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래, 그래 봤자 신출내기들이지. 경험도 실력도 진짜 장군급과 엘리트 영관급에 비하면 부족해.”
아이언이 카를의 걱정 어린 눈빛에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미래를 기대할 만한 천재들이라 하더라도 지금 당장은 신참에 불과했다.
사자가문을 비롯한 북부의 가문들에서도 어린 사자들과 함께 자신의 군으로 귀한 자제들을 보내온다지만 그들이 성장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그들 대부분이 북부 대전쟁을 겪은 자들이라 하더라도 더 많은 전쟁을 경험할 필요가 있었다.
당장에 아이언의 부대만 하더라도 죽음의 군대와 숱한 전쟁을 치렀어도 아직까지 아이언의 눈에 차지 않을 정도로 부족한 게 많은 상태였다.
게다가 무력 역시 절대적인 수치가 많이 부족했다.
북동부군의 기준인 4단계 이상의 기사급은 고사하고 3단계급 이상만 추려도 본래 여단급 기사단에 비하면 많이 부족했다.
아마 야전군이 돼도 이건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일단 임시로 너희 전부를 연대장급으로 만들 거다.”
“음…….”
“그것으로 끝이 아니지. 새로 온 자들 중 5단계에 근접하거나 5단계에 도달한 자들은 전부 연대급을 맡게 할 거야.”
그래 봤자 몇 명 되지 않았다.
어린 사자들과 마탑의 두 엘리트들, 템페트의 미래 정도니까.
“병력이 구성되면 곧바로 훈련에 들어간다. 그리고 우린 남동부로 갈 거야.”
아이언이 진중한 표정으로 자신의 계획을 설명했다.
1. 부대를 구성한다.
2. 처음 여단을 맡았을 때처럼 최소한의 훈련을 한다.
3. 남동부에 사령부가 세워지기 시작하면 곧바로 이동한다.
“가장 중요한 건 네 번째다. 우린…….”
아이언이 말끝을 흐리면서 장교들을 바라봤다.
“두 달 안으로 훈련을 마치고 이동할 거고, 가자마자 곧바로 실전부터 치를 거다.”
그의 말에 다들 긴장했다.
“가능하겠습니까?”
카드로의 물음에 아이언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아이언이 잘 훈련시킨다고 하더라도 짧은 시간 만에 정예군으로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
결국 오합지졸로 전투를 치르면 필히 많은 희생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언도 그걸 잘 알고 있었다.
중대급이나 대대급도 아니고, 야전군 단위에 희생이 없을 순 없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어느 정도 희생은 감수해야 하는 법.
다만 최소한의 피해로 끝낼 수 있도록 기본은 훈련시킬 생각이었다.
“기본만 만들어야지. 사령부가 공짜로 지어질 리 없잖아? 인부들이야 도움을 받는다 쳐도 그들을 지키는 것까지 남의 손을 빌릴 수 있겠어?”
“음…… 희생이 클 겁니다.”
“그렇다고 안 갈 순 없잖아.”
자신의 물음에 섣불리 대답하지 못하는 카드로를 보면서 아이언이 단호하게 말했다.
“피해를 최소화할 거야. 그렇게 만들어 줄 테니까 각오해.”
아이언의 말에 다들 사색이 되었다.
저렇게 말한다는 건 될 때까지 굴리겠다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피식 웃은 아이언은 다시 입을 열었다.
“거기 가서도 중요해. 먼저 사령부가 완전히 세워질 때까지 끊임없이 몰려들 몬스터들을 막아 내는 것. 이건 당연하겠지?”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손가락 하나를 접었다.
“둘째는 제국 남동부를 완전히 평정한다. 바다와 강이 보이는 곳까지 밀고 들어가는 게 중요해.”
공허 존재들과 몬스터들을 다시 밀림에 가둬 둘 순 없어도 경계선을 만들기 쉬운 강과 바다가 있는 곳까지 밀어 버리는 건 반드시 해야 할 일이었다.
본부의 안전을 위해서 위협이 되는 존재들을 말살하는 것.
“그렇게 제국과 남부 왕국들의 경계선을 구축해서 안전이 확보되면 어떻게 해야겠어?”
아이언의 물음에 카를이 조심스레 말했다.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 유지. 그걸 위해서 주요 지역에 요새를 짓는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남동부에서 필히 해야 하는 작전들이지.”
아이언의 말에 다들 한숨을 쉬었다.
결코 쉽지 않은 일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드시 해내야 하는 일이기도 했다. 그래야만 신설된 사령부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언이 구상하는 제국 유일의 기동 야전군이 되려면 일단 본부가 안전해야 했다.
그래야 남부 사령부를 도울 수 있고, 기동 야전군이 움직일 때도 그 남부군이 야전군의 본부를 지키기 위해 군대를 파견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모여 봐.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줄 테니까.”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손가락을 가딱이자 모두 가까이 모여들었다.
그러자 아이언은 책상에 놓인 지도에 선을 그어 가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선 남동부 사령부를 만들고 영역을 확장하며 안정화 작업을 한다.
그 후 남부 사령부를 도와 전선을 새로이 만드는 것까지 끝마친다.
분명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이걸 해내게 된다면 제국 남동부는 아이언의 손에 완전히 들어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 후에는 선택지가 많아진다.
남부 왕국들을 돕든지, 아니면 무너진 남부 사령부의 전선을 수복하는 걸 넘어 그 너머까지 공략하든지, 여러 선택지가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언은 남부에서만 놀 생각이 없었다.
“그것이 끝나면…… 주요 병력은 서부로 간다.”
“서부…… 말입니까?”
아이언의 말에 카드로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래, 남부는 우리가 남부군을 도우면서 어느 정도 견제가 가능해질 거야. 그럼 남은 건 서부뿐이지.”
그의 대답에 다들 침묵했다.
다들 ‘남부만으로도 힘들 텐데 서부까지?’라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아이언은 자신의 군의 정체성을 생각했다.
“우리의 목표는 기동군이야. 제국의 사령관들이 야전군을 신설할 때 생각했던 건 제국 유일의 기동군이었다. 그걸 계속해서 생각하면 남동부에만 묶여 있을 수는 없어.”
“하지만…… 가능하겠습니까? 상식적으로 안정화 작업을 하고 각 요새에 물자를 공급할 라인을 만드는 것만 해도 몇 년이 걸릴 겁니다.”
“방어도 힘들 겁니다.”
“맞습니다. 남동부 방어에 필요한 병력을 생각하면 실제로 기동군의 규모는 작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들 아이언의 말에 현실성이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군수만 전문적으로 익힌 카를부터 방어와 강습에 전문인 카를로, 기사단에서 시작했지만 아이언의 부대로 오면서 부대 전체를 관할하게 된 아리엘까지 전부 부정적이었다.
그들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하지만 아이언에게도 다 생각이 있었다.
“남동부만 안정화되면 사실 불가능한 건 아니야.”
아이언은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종이에 적어 나갔다.
1. 사령부와 요새들을 지킬 병력을 상주시킨다.
2. 동부와 남부에 지속적으로 도움을 받는다.
3. 남동부에 남는 병력은 지속적으로 순환시킨다.
“앞으로 내 군은 이렇게 운용될 거다. 물론 각 임무만 전문적으로 하는 특수 부처는 당연히 존재해야겠지?”
아이언이 카를보고 걱정 말라는 듯 말했다.
군수와 행정만 전문적으로 하는 부처는 당연히 필요했다.
“일단 3개의 군단을 편성할 거야. 내 야전군의 핵심은 그들을 기동 군단, 본부 방어, 훈련 및 정비 순으로 계속 순환시키는 거야.”
“음…….”
아이언의 말에 다들 고민에 빠졌다.
듣기론 가능은 해 보였다.
동부와 남부의 도움을 받는다면 1개 군단으로 남동부를 지키는 데에 문제는 없을 거다.
그러면 1개 군단은 외부로 돌리고, 외부에서 파견 갔다 온 군단은 휴식 및 정비와 훈련을 한다.
유사시에는 2개 군단 전체를 외부로 돌리면 될 일이고, 부족하면 남동부를 남부 사령관에게 맡기고 전 병력이 움직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사령부 직속으로 만드는 기사단, 마법 병단, 레인저, 강습 사단 등은 기본적으로 사령부를 지키되 병력을 쪼개서 훈련을 시키거나 파견 임무를 보내는 등으로 관리할 거다.”
아이언의 설명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핵심은 3개 군단의 순환이야. 우리 군은 제국 유일의 기동군이 될 거다. 외국에 지원하러 나갈 때도 우리 군이 가장 먼저 움직이겠지.”
아이언은 그렇게 말하면서 부하들을 바라보았다.
“제국 내부는 더 이상 위협 요인이 없어. 서부와 남부를 위협하는 적들도 전부 외부에서 오고 있다.”
아이언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에 앞으로의 싸움은 외부에 있는 동맹들을 우리가 얼마나 빠르고 신속하게 도울 수 있느냐에 달렸다. 또 한 가지.”
아이언은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을 하나 폈다.
“더 이상 제국 내부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안 돼. 이미 제국은 한계야. 어떻게든 외부에서 전쟁을 끝낼 수 있는 게 베스트란 거지. 그래서 우리가 존재하는 거다.”
아이언의 설명에 다들 무겁게 고개를 숙였다.
“이제 제국군은 본연의 임무에만 충실하려 한다. 각 사령부는 외부로부터 적을 막는 것에 집중할 수 있게 하려면 우리가 잘해야 돼.”
단순히 아이언을 위해 신설된 게 아닌, 생각보다 더 막중한 임무가 부여된 야전군의 존재에 다들 입을 다물었다.
각 사령부의 본연의 임무.
각 지역의 안정을 위해 만들어진 사령부가 본연의 임무를 다할 수 있도록 기동군이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해당 지역의 군에 도움을 받을지언정 주는 기동군이 되어야만 했다.
“잘해 보자. 다들 할 수 있지?”
“예!”
“좋아. 그럼 사흘간 푹 쉬고, 이곳으로 병사들이 오는 대로 훈련에 들어간다. 중앙군을 훈련시켜 봤으니 다들 잘할 거라 믿는다.”
아이언의 말에 다들 크게 대답하고는 바삐 움직였다.
휴식을 취하라고 했지만 지금부터 준비해도 늦은 상황이다.
다들 다급한 표정으로 나가는 모습을 지켜본 아이언은 빙그레 웃으면서 자신이 계획한 것들을 적은 종이를 내려다보았다.
솔직히 아이언도 될지 안 될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무슨 수를 써서라도 되게 할 생각이었다.
아직 공허의 위협은 끝나지 않았고, 크림슨이 걱정하는 것처럼 북동부의 산맥 너머에는 심상치 않은 뭔가가 남아 있다.
어쩌면 제국의 수도에서 싸웠던 것 이상의 더 큰 위협이 다가올 수도 있었다.
그것을 대비하기 위해서도 자신과 자신의 부대는 더더욱 강해져야 했다.
‘제국군 제1 특수 기동 야전군’
아이언이 생각한 정식 명칭.
앞에 ‘제1’이란 단어를 붙인 이유는 자신의 부대를 시작으로 더 많은 기동 야전군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다.
“후…… 앞으로 바빠지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