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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161화 (161/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161)

54. 제국 특수 야전군 신설! (2)

중앙군 사령부가 서남부에 위치해 있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오래 중앙 지역으로 가로질러 간 탓에 가는 내내 찜찜했던 아이언이지만, 그런 그의 기분은 곧 펼쳐진 익숙한 풍경에 사르르 녹아내렸다.

북부를 지나 북동부에 도착하자 고향에 온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진짜 고향에 온 기분이네.”

“그러게.”

“캬…… 이곳을 고향처럼 느끼게 될 줄이야.”

“묘하네.”

비공선에 있는 창을 통해 익숙한 북동부의 풍경을 보면서 네 동기들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오랜만에 밟는 북동부의 풍경은 동기들로 하여금 살짝 울컥하는 감정을 만들었다.

그건 그들만 그런 게 아니었다.

다른 북동부 군인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있을 때는 지겨웠는데 막상 와 보니 왠지 감성적인 기분이 되었다.

분명 다른 지역의 대도시들보다 낙후되고 철저하게 요새화되어 있어 군인들만 살아가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이 그립게 느껴졌다.

특히 아이언 같은 경우 그게 좀 더 심했다.

동부에 있다가 잠깐 머물고 곧바로 북부로 갔고, 거기서 또 얼마나 있지 않아 중앙으로 가 큰일을 치렀기 때문인지 더 감성적이게 된 느낌이었다.

게다가 레오폴드가 한 말도 계속 걸렸다.

어쩌면 북동부 소속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아이언으로 하여금 더 감성적으로 변하게 만들었는지도 몰랐다.

“와우!”

창밖을 내다보던 카드로는 깜짝 놀라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뭔데?”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카드로가 있는 곳으로 다가간 카를 역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들의 반응에 다들 힐끗거리면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과거 북동부 사령부였던 곳이 있었다.

요새포가 달려 있고, 온갖 무기들이 건물마다 덕지덕지 붙어 있는 사령부.

이것만 보면 과거와 크게 달라진 점이 없었다.

그들이 놀란 건 그다음이었다.

마법사들의 전유물인 마탑이 생겨나 있었고, 조금 떨어진 곳에 마도 공방의 거대한 건물이 생겨나 있었다.

그리고 상인들이 세운 고층 건물과, 그 밖에 처음 보는 양식의 건물들이 높게 솟아 있었다.

떠날 때만 해도 아직 공사 중이던 건물들이 하나둘 완성되어 상당히 멋있는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아직 공사 중인 건물들이 많으니 전부 완성된다면 다른 대도시들 부럽지 않은 곳이 될 것 같았다.

이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인데, 더 경악스러운 건 성안에 거대한 워프 게이트가 설치되었다는 점이었다.

“이젠 안전하다는 걸까?”

카를의 물음에 카드로 역시 감회가 새롭다는 표정으로 그 풍경을 바라보았다.

혹시나 성이 무너질 걸 대비해 후방에 만든 워프 게이트.

하지만 그게 이제는 성안에 있었다.

그렇다는 건 그만큼 북동부가 안전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우와…….”

모두의 감탄 속에서 비공선들이 하나둘 비행장에 내려앉기 시작했다.

“여기도 바뀌었네?”

카를이 비행장을 보면서 감상을 내뱉었다.

더 넓어진 비행장에는 규모가 부쩍 늘은 비공선들이 가득했다.

게다가 비룡들과 함께 쓰던 것도 이제는 따로 나누어서 쓰게 된 것 같다.

“충성! 아이언 대장님의 귀환을 환영합니다!”

그때 몇 명의 장교가 다급히 달려와 각 잡고 경례하더니 말했다.

“사령관께서 찾으십니다.”

“알겠다.”

경례를 받아 준 아이언이 짤막하게 대답하고는 부하들을 보며 말했다.

“사령관님을 뵙고 갈 테니 먼저 자대로 복귀해 쉬고 있도록.”

“예!”

아이언의 명령에 모든 병사들이 일제히 자대로 복귀하기 위해 움직였다.

비공선에 잔뜩 쌓아 둔 짐들을 꺼내서 들쳐 메고 움직이는 부하들을 지켜보던 아이언은 장교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가지.”

자신을 안내하는 장교들의 뒤를 따라  걸어가자 다급히 움직이던 장교들이 일제히 멈춰 서서 경례했다.

준장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각 잡힌 경례였다.

비록 아직 북동부 사령부에 속해 있다지만 이젠 대장급이었다.

북동부 사령관과 똑같은 계급의 대장급이니만큼 다들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 때문인가?’

크림슨이 웬만하면 밖으로 안 나가고 사령관실 안에 박혀 있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새로운 대장급에 다들 긴장한 티가 역력했다.

예전엔 편하게 대화했던 영관급도 식은땀을 흘리면서 각 잡힌 경례를 하는 것을 보며 아이언은 쓴웃음을 지었다.

명색이 사령부인 곳답게 영관급 이상이 즐비하기 때문인지 과거 자신보다 아래였던 아이언이 급격하게 성장해 버리자 부담스러워하는 게 눈에 보였다.

한 계급 정도 차이 나는 것도 아니고, 대장급이다.

솔직히 한두 계급 정도 차이 난다고 하더라도 아카데미 기수도 있고 같은 부처가 아니기에 상호 존대를 하고는 했는데 그것도 정도껏이다.

장성급이 되고 나서도 부담스러워하는 게 보였는데, 군인의 정점인 대장급을 찍고 나니 머뭇거리는 것도 없이 무조건 경례부터 박고 보았다.

그렇게 모든 이들의 부담스러울 정도의 인사를 받으며 아이언은 사령관실로 들어섰다.

“왔나?”

크림슨이 웃으면서 자신을 반겨 주자 아이언은 그제야 긴 숨을 내뱉었다.

적어도 자신의 사령관만큼은 변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앉게.”

아이언이 자리에 앉자 크림슨이 웃으면서 말했다.

“환영 인사는 어땠나?”

“후…… 부담스러웠습니다.”

아이언이 한숨을 쉬면서 말하자 크림슨은 웃으면서 ‘그 맘 잘 알지!’라는 말과 함께 고개를 주억거렸다.

장성급만 떠도 하위 부대가 쓸고 닦으면서 부대를 반짝거리게 만드는데, 심지어 사령관이다.

아무리 사령부 안에서 자주 본다지만 사령관이라는 직책은 긴장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비록 아이언이 사령관은 아니지만 대장급이라는 직위가 가져다주는 힘은 장난이 아니었다.

“앞으로 익숙해져야 할 걸세.”

“후…….”

아이언은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부담감에 힘들어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미 전생에 북부를 총괄하면서 모두의 관심과 높은 위치의 부담감쯤은 겪어 봤기 때문이다.

“뭐, 자네라면 잘 해내겠지.”

크림슨은 그렇게 말하면서 아이언에게 슬쩍 서류를 건넸다.

“이건…….”

아이언의 앞에 놓인 두 장의 종이.

“하나는 북동부 사령부의 부사령관 직일세. 그걸 받아들인다면 몇 년 뒤에 내가 물러나는 즉시 자네가 이곳의 사령관이 되는 것이지.”

“아…….”

가장 무난한 방법이긴 했다.

북동부 출신이 북동부 사령관이 되는 것이 일반적으로는 맞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언의 나이가 너무 젊다는 게 문제였다.

초고속 승진으로 상관이었던 자들이 죄다 부하가 되었으니 그들의 부담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물론 이것 역시 시간이 지나면 차차 안정화될 문제이긴 했지만 부하가 될 입장에선 계속 부담을 안고 가는 것이긴 했다.

“다른 하나는…….”

“자네를 위해 군을 하나 신설하는 것이지.”

크림슨의 말에 아이언이 종이를 들어 올려 자세히 읽어 보았다.

“놀라지 않는 걸 보아하니 중앙군 사령관에게 들었나 보군.”

“귀띔만 해 주었습니다.”

아이언의 대답에 크림슨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 문제로 사령관들끼리 논의를 했네.”

군을 하나 신설하는 문제는 간단한 게 아니었다.

군부끼리의 알력 다툼도 있고, 서로 간에 영역을 얼마나 내주어야 하는지 등 복잡한 문제도 깔려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중앙에 허락을 맡아야 하기도 했다.

수도방위 사령부가 신설된 상황에서 또 하나의 군을 신설한다?

중앙에서 이걸 받아들일 리가 없었다.

아무리 힘 빠진 중앙이라도 명분이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비어 있는 사령관 자리가 있는데 굳이 새로운 군을 창설해 그곳의 사령관이 되는 것은 대놓고 중앙을 엿 먹이려는 의도로 봐야 했다.

그렇다면 지금 최악으로 치달은 중앙정부에 대한 여론이 우호적으로 돌아설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수도방위 사령관의 자리가 아닌 신설된 새로운 군을 아이언이 이끌어야만 하는 이유가 필요했다.

“제국 특수 야전군.”

아이언이 멍하니 종이에 적힌 글을 읽자 크림슨이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제국 내 유일한 야전군 규모의 기동군일세.”

군단급도 아니고 야전군 규모의 기동군.

그리고 그 군의 사령관이 바로 아이언이었다.

믿을 수 없는 사실에 아이언이 멍하니 크림슨을 바라보자 그가 조용한 음성으로 설명했다.

“이제 제국 내의 위협은 거의 사라졌네. 중앙 지역에 남은 죽음의 군대, 북부에 남은 몬스터들, 동부에 남은 해양 몬스터와 공허 몬스터들은 전부 각 지역의 군대가 통제할 수 있을 정도지.”

크림슨의 말에 아이언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남부와 서부는 위험한 반면, 북동부는 자유롭다.

대륙에서 가장 안전한 곳 중 하나가 되었기에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곳.

그렇기에 북동부를 지키는 병력 숫자를 줄이고 남은 병력을 위험 지역 지원에 사용하면 된다고 주장할 수도 있었다.

“중앙 정부가 북동부를 물고 늘어질 수도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우리가 자유롭다고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네.”

아이언의 말에 크림슨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무슨…… 문제가 생긴 겁니까? 혹시 살아남은 엘프가…….”

“아니, 그들은 아닐세. 혹 살아남았다 한들 세계수가 관리할 것이고.”

크림슨의 말에 아이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산맥 너머.”

크림슨의 말에 아이언의 표정이 굳어졌다.

“아직 미지의 영역인 그곳에서 수상한 마나 파동이 감지되고 있네.”

“공허……?”

“아니, 그건 아닐세.”

크림슨이 단호하게 고개를 젓자 아이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다면 대체……?”

“아직은 알 수 없네.”

반 토막 난 북동부군으로 산맥 너머를 정찰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겨울산까지 만들어 놓은 수색 영역도 전부 철수한 상황에서 그 너머의 영역까지 조사하기란 어려웠다.

북동부가 안전하다고 해도, 그것 어디까지나 산맥 아래의 영역일 뿐이었다.

산맥 위쪽에 있는 몬스터들도 많이 사라졌다지만 겨울산 너머의 영역까지 그러리란 보장은 없었다.

그렇기에 북동부군은 재정비하고 더욱 굳건하게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야 했다.

“외부에 이 사실을 알릴 수도 없네.”

“겨우 중앙에서 독립했으니 당연한 일입니다.”

크림슨이 말한 의도를 단번에 파악한 아이언이 말했다.

“확인되지도 않은 위협을 괜히 외부에 알릴 필요는 없습니다.”

“맞네. 적어도 군이 전부 회복하기 전까진 알릴 생각이 없네.”

크림슨의 말에 아이언은 고개를 끄덕였다.

중앙이 망가지고, 다른 지역 역시 어려운 상황에서 더 이상 외부의 도움을 기대할 순 없었다.

북동부는 이제 혼자 헤쳐 나가야 했다.

그런 상황에서 다시금 예전처럼 위험한 이미지를 사람들에게 심어 줄 순 없었다.

‘선의의 거짓말.’

아이언과 크림슨은 동시에 이 단어를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상황에 딱 들어맞는 말이었다.

“이 사실을 어디까지 알고 있습니다.”

“사령관들 전원과 북동부 군단장들까지네.”

“중앙엔 알리지 않는 겁니까?”

아이언의 물음에 크림슨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좀 더 시일이 지난 후에 알릴 생각이네.”

아이언은 크림슨의 결정을 존중했다.

겨우 회복해 가는 북동부였기에 괜히 리스크를 만들 필요는 없었다.

“그럼 중앙은 어떻게 설득하실 생각입니까?”

“자네가 사령관이 된다면 각 지역에서 병력을 모아 줄 것이네. 그들을 데리고 외부에서 위협을 처리하게.”

“설마……?”

“그렇네. 제국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위협을 처리하는 것. 그것이 중앙을 설득할 명분이네.”

크림슨의 말에 아이언이 잠시 고민하더니 충분히 가능할 법한 생각이 들었다.

이미 제국 전 지역이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이 이상 내부에 피해가 생기는 건 중앙에게도 부담이 되었다.

기동군을 만들어 제국 외부에서 위협을 처리하는 것.

왕국 연합군을 돕든 개별적으로 움직여 처리하든, 제국 내만 아니라면 부담은 한결 줄어든다.

게다가 대외적으로 여전히 제국이 건재하다는 것을 알릴 수 있는 좋은 상황.

비록 그것이 허울뿐이라고 하더라도 대륙 최강국이라는 자부심이 있는 제국민들에게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선택하게. 사령관 전원은 자네의 선택을 존중하겠다고 했네.”

크림슨의 물음에 아이언은 헛웃음이 나오려던 걸 참아 내면서 말했다.

“이미 선택지는 하나뿐인 것 같습니다.”

아이언의 말에 크림슨은 빙그레 웃으면서 슬며시 한 장의 종이를 가져갔다.

그러고는 아이언을 바라보며 말했다.

“축하하네. 자넨 이제 나와 같은 사령관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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