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160)
54. 제국 특수 야전군 신설!
아이언이 중앙군을 따라 새로 만들어진 사령부로 간 지 두 달이 흘렀다.
그동안 아이언의 부대원들은 주로 교관이 되어서 중앙군을 이끌었다.
그의 부대 역시 대부분 신참이었고, 만들어진 지 1년도 안 된 부대였으나 죽음의 군대와의 연이은 전투와, 체계적인 훈련 그리고 아이언이 확립한 전술을 계속 훈련했기 때문인지 중앙군보다 훨씬 경험이 많았다.
분명 중앙군의 병력이 훨씬 더 많은 경험을 갖고 있긴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험들은 쓸모가 없었다.
라인 타기나 범죄 집단 혹은 암상인들을 관리하는 법.
자릿세 걷기, 뇌물 관리, 귀족과 범죄 집단 엮어 주기 등등 대부분이 쓸모없는 것들뿐이었다.
게다가 그것들이 하나의 노하우가 되어서 후에 전역하고 치안대나 지방 영지의 경비병이 돼서도 똑같은 짓을 반복할 뿐이었다.
한마디로 그동안의 중앙군은 전역 이후의 삶을 위해 거쳐 가는 곳이나 다름없었다.
“뒤로 취침! 앞으로 취침!”
“좌로 굴러! 우로 굴러!”
“앉아! 일어서!”
여기저기서 훈련소라도 온 것 같이 중앙군을 계속 굴려 댔다.
아이언이 북동부에서 했던 것처럼 일단 체력부터 기르기 위해서 중앙군 병력을 끊임없이 굴렸다.
제대로 못 굴리면 아이언이 직접 와서 자신들을 갈구기 때문에 무조건 잘해야만 했다.
그래서 더 악착같이 굴렸다.
가끔 반항하는 이들이 생겨도 평균적으로 무력이 더 높은 아이언의 부대는 반항하는 이들을 반쯤 죽여 놨다.
게다가 아직 중앙 지역에 남은 죽음의 군대와 실전이라도 치를 때면 항상 맨 앞에서 압도적인 위용을 보여 주었기에 명분도 없었다.
그들에게 가르치는 그대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아이언의 부대는 어느새 중앙군에게 악마들로 불리고 있었다.
물론 그 악마들 역시 훈련이 끝난 후에는 또 다른 악마의 지시에 따라 열심히 굴러야 했다.
중앙군의 훈련이 끝나면 귀신같이 찾아와 아이언의 부대를 굴리는 아이언의 모습은 악귀 그 자체였다.
어디서 구르다 왔는지 흙먼지가 잔뜩 묻은 채로 와서 자신들에게 화풀이하는 모습을 볼 때면 한 대 때리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하지만 그런 아이언도 매일같이 누군가에게 쥐어 터지고 있었다.
쾅! 쾅! 쾅!
레오폴드의 강맹한 검이 아이언의 검을 연신 두드렸다.
검게 물든 강철 마력검이 아니었다면 진즉에 부서졌을 정도로 몰아붙이는 레오폴드.
“버티게.”
레오폴드가 그 말과 함께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어 수직으로 내리그었다.
그러자 충격파가 퍼져 나가면서 아이언이 한쪽 무릎을 꿇게 만들었다.
이를 악물고 간신히 버텨 낸 아이언이 숨을 헐떡이면서 일어나지 못하자 레오폴드가 작게 웃으면서 오러 블레이드를 거뒀다.
대련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살벌하게 이어지던 두 사람의 싸움이 끝나자 무겁던 주변 공기가 곧바로 정상으로 돌아오면서 아이언이 숨을 헐떡이는 것 역시 서서히 멎었다.
“후…….”
아이언이 길게 숨을 내뱉으면서 숨을 가다듬자 레오폴드가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감은 잡은 것 같군.”
“예.”
레오폴드가 빙그레 웃으면서 말하자 아이언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숨을 헐떡이는 아이언과 달리 지친 기색 하나 없는 레오폴드는 그런 아이언을 괴물 보듯 바라보았다.
신수들만으로도 이미 마스터급에 이른 아이언이다.
그런데 신수들도 성장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더 강해지는 상황.
본래 마스터 이상의 힘을 가진 환수들과 환수에 버금가는 힘을 가졌던 신수였기에 아이언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본래 힘을 되찾는 것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젠 검술마저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아니지…….’
물론 벽에 다다른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 이상으로 충격적이었다.
일순간이나마 오러를 다뤄 본 경험이 그를 폭발적으로 성장시키고 있었다.
자신이 그릴 수 있는 가장 완벽한 검로를 그렸다는 것.
그 경험이 길을 헤매지 않고 올바르게 걷게끔 하고 있었다.
‘스무 살이라…….’
자신이 스무 살 때 어떤 경지였는지 잠시 생각해 본 레오폴드가 헛웃음을 지었다.
신동이라 불렸던 자신조차 스무 살 때 4단계조차 완벽히 이루지 못하여 애를 먹었던 게 생각났다.
자신이 현재의 아이언의 단계에 이르렀을 땐 40이 넘은 나이였다.
“대체 어떻게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나?”
레오폴드의 물음에 아이언은 머쓱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글쎄요……. 예전에도 이런 적이 몇 번 있었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거참…… 부럽군. 나도 그런 경험을 한 번만 했어도 훨씬 더 빨리 벽을 뚫었을 텐데 말이야.”
레오폴드가 아이언을 부럽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만약 벽에 부딪친 자가 그러한 경험을 했다면 단번에 마스터라는 벽을 뚫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정도로 귀중한 경험.
분명 부러울 정도의 기연이지만 레오폴드는 질투가 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만큼 그 경험들이 아이언이 목숨 걸고 싸우며 얻어 낸 기연이며, 거기에는 그의 피나는 노력이 전제되어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아쉽겠군. 조금만 더 있다가 기연을 얻었으면 단번에 벽을 뚫고 마스터에 올랐을 텐데…….”
“아닙니다. 살아남은 것 자체가 행운이죠.”
그의 대답에 레오폴드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데스 로드와의 싸움에서 살아남았다는 것 자체가 행운이었다.
직접 싸워 본 당사자였기에 그의 힘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잘 알았다.
하물며 자신이 그러한데, 아이언이 싸울 당시 데스 로드는 자신과 싸울 때보다 몇 배는 강해진 상태였기에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었다.
‘정말 아쉽군. 1~2년만 더 있다가 그런 기연이 찾아왔다면 마스터의 문턱 정도는 밟았을 텐데…….’
레오폴드는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이 더 아쉬워했다.
아이언에겐 아쉽게도 그 경험이 곧바로 그를 마스터로 이끌어 주진 못했다.
기연도 준비된 자가 받아야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는 법.
아이언은 벽에 다다르지 못했기에, 또한 6단계조차 완전히 제 것으로 만들진 못했기에 마스터에 이를 수 없었다.
하지만 언젠가 벽에 도달했을 때 지금의 경험을 잊지 않는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은 분명했다.
“그 감각, 잊지 말게나.”
“……예.”
레오폴드의 말에 고개를 숙이며 대답하는 아이언.
“그보다 오늘이 마지막인가?”
“네. 어느 정도 훈련 체계는 잡힌 것 같습니다.”
“고작 두 달 만에 체계가 잡히다니……. 자네 정말 괴물이군.”
“굴리다 보면 다 되더라고요.”
아이언이 사악하게 웃으면서 말하자 레오폴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허허…… 거참, 지금 그 미소는 악마 같았네.”
“흠흠!”
레오폴드의 지적에 헛기침을 하는 아이언.
그런 그를 본 레오폴드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부하들이 자네를 악마 장군이라더군.”
“제 부하들도 저를 악마라고 부릅니다.”
아이언은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다 자기들 잘되라고 해 주는 것인데 그것도 모르고 악마라고 부르다니……. 부하들에게 섭섭한 감정이 들었다.
“자넨 정말…… 적당히를 모르는구만.”
“시간은 없고, 최대한 효율을 뽑아내려니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거참…… 부탁한 입장에서 할 말 없게 만드는군.”
레오폴드가 혀를 차면서 말하자 그런 그를 보면서 아이언이 말했다.
“훈련은 끝났으니 앞으로는 중앙군의 몫입니다.”
아이언의 말처럼 중앙군의 훈련 체계는 어느 정도 잡혔다.
이제부터는 아이언이 남기고 간 전술과 기존 중앙군의 전술을 잘 융합해서 이곳만의 특색 있는 군대로 만들어 가면 될 일이다.
그건 이곳 중앙군 장교들이 해야 할 몫이었다.
“고맙네.”
“아닙니다. 저도 얻어 가는 것이 많았습니다. 부하들도 마찬가지고요.”
아이언의 말처럼 부하들 역시 얻어 가는 게 상당히 많았다.
가르치면서 얻는 게 있다는 말처럼 맨날 아이언에게 쥐어 터지면서 강제로 주입당했던 전술들이 가르치면서 보다 확실하게 머리에 박힌 것이다.
잘 가르치기 위해선 스스로 더 노력해서 공부할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 보니 더 잘 알게 된 것이다.
게다가 훈련을 준비하면서 어째서 이런 것들을 아이언이 가르쳤는지, 그 의도 역시 보다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그럼 이제 북동부로 가는 건가?”
“예, 복귀해야지요.”
“섭섭하구먼.”
장난감이 사라진 것 같은 아쉬운 표정.
그동안 스트레스를 해소하게 만들어 주던 아이언이 사라진다니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좀만 더 있으면 안 되겠나? 이번엔 좀 더 신경 쓰겠네!”
“하하…… 하하하…….”
레오폴드의 말에 애써 대답을 회피하면서 어색하게 웃은 아이언은 슬며시 도망쳤다.
그런 그를 뒤따라가면서 가는 날까지 질척이는 레오폴드.
물론 그도 진짜 아이언이 남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저 아쉬움에 자꾸 말하는 것일 뿐.
하지만 아쉬운 건 레오폴드뿐이었다.
“오늘부로 공식적으로 훈련을 종료한다. 그동안 배울 걸 토대로 중앙군의 발전이 있기를 기원하며 특별훈련을 종료한다!”
“와아아아아!”
아이언의 훈련 종료 선언에 병사들과 장교들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그동안 미친 듯이 구르면서 매일같이 씹어 댔던 자들이 아이언과 그의 부대였다.
“너무 좋아하니 좀 서운한데?”
아이언이 그렇게 말하면서 환호성을 질러 대는 중앙군을 바라보았다.
그건 아이언의 부대원들 역시 마찬가지였는지 다들 표정이 좋지 않았다.
중앙군은 환호하며, 특수기동단은 씁쓸해하며 훈련 종료식이 끝나고 마침내 이별의 순간이 찾아왔다.
떠나려는 아이언에게 레오폴드가 찾아왔다
“고맙다는 말씀을 하시려는 거라면 되었습니다.”
며칠 전부터 하도 들어서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라 아이언이 손사래 치면서 사양하자 그가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음…… 그것도 있네만…… 내가 자넬 굳이 찾아온 건 따로 할 말이 있어서네.”
“예?”
아이언이 레오폴드를 보면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북동부에 가면 알게 될 일이지만, 미리 알고 있으라고 슬쩍 알려 주는 것일세.”
레오폴드가 그렇게 말하면서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그러자 아이언은 그에게 얼른 다가갔다.
“최근에 사령관들이 회합을 가졌네.”
레오폴드의 말에 아이언이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자네에 관한 것이었지.”
“저…… 말입니까?”
“그렇네. 아무리 제국이라지만 대장급 마스터를 막 부려 먹을 순 없지 않은가?”
“그런 것치곤…….”
아이언이 말끝을 흐리며 지금까지 자신을 알차게 부려 먹은 레오폴드 사령관을 게슴츠레한 눈으로 바라봤다.
그런 그의 시선을 피하면서 레오폴드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마 자네만의 군대가 신설될 걸세.”
“어…… 그렇다는 건…….”
아이언이 멍하니 레오폴드를 바라봤다.
“정든 곳을 떠날 수도 있겠군. 아니, 홀로 서기라고 봐야 하나?”
레오폴드의 말에 아이언은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그런 그를 보면서 레오폴드가 웃으면서 말했다.
“생각은 거기 가서 하게.”
“아!”
그의 말에 정신을 차린 아이언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닐세. 그보다 자네, 이제 각오해야 할 걸세.”
“예?”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의 아이언을 보면서 레오폴드가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새로운 군이 신설되는 게 쉬운 줄 아는가? 아마 이걸 핑계로 사령관들이 자넬 부려 먹으려 들 걸세.”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아이언의 물음에도 레오폴드는 그 말을 끝으로 입을 다물었다.
그저 고마웠고, 잘 가라는 말만 반복하면서 웃고만 있는 레오폴드.
그런 그를 보면서 작별 인사를 한 아이언은 찜찜한 표정으로 비공선에 올랐다.
그리고 얼마 후, 중앙군을 괴롭히던 악마들은 본래 자신들이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