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158화 (158/303)

공작가 장남은 군대로 가출한다 (158)

53. 중앙의 몰락

마침내 승전식이 끝났다.

거창한 연회를 연일 계속하고 축제를 벌여 그동안의 아픔을 어느 정도 씻어 냈다.

그랬기에 제국은 축제를 끝으로 다시금 과거의 드높았던 영광을 회복하기 위해 활발히 움직일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그들의 착각에 불과했다.

중앙에 모여 있던 마스터들이 하나둘 본래 지역으로 복귀하면서 각 지역의 엘리트들 역시 본래의 임무 지역으로 복귀했다.

“이거 참…… 부담스럽군.”

“죄송합니다.”

크림슨의 말에 아이언이 죄송스럽단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아이언에게 도움을 받기 위해 사방에서 자신에게 뇌물을 보내오고, 부탁해 왔다.

제국의 모든 사령관들이 도움을 요청했으며, 핵심 귀족들 대부분이 아이언에게 다리를 놔 달라고 뇌물을 보내왔다.

게다가 황실은 아이언이 수도방위 사령관이 되어 달라 설득해 달라고 요청까지 하는 상황.

당연히 크림슨으로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사령관이라지만 이렇게 과한 요청들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새로운 마스터, 거기다가 대장급을 부하로 데리고 있어야 한다는 부담감은 장난이 아니었다.

“일단 먼저 북동부로 돌아가 있겠네. 자넨 중앙군을 돕다가 오게. 아마 그때쯤이면 자네에 대한 것도 대충 정리될 걸세.”

“……예.”

“후…… 너무 걸출한 부하를 둔 것도 부담되는구먼.”

크림슨이 그렇게 말하면서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언젠가는 자신의 품에서 벗어날 것이라 생각은 했다.

하지만 그날이 이렇게 빨리 오리라고는 생각지 못했기에 당황스러운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도 보내야겠지.’

오랜 연륜으로 아이언을 더 이상 북동부에 잡아 두면 안 된다는 걸 알았다.

그렇기에 제국의 영웅을 떠나보낼 준비를 해야만 했다.

“중앙군에서의 일을 잘 마치고 오게.”

“최대한 빨리 복귀하겠습니다.”

“허허~ 그러게.”

크림슨은 그렇게 말하면서 북동부로 떠날 준비를 했다.

그렇게 북동부가 마지막으로 수도를 떠났다.

북동부군의 마크가 새겨진 비공선이 크림슨을 마지막으로 태우고 날아올랐다.

사실상 중앙군만이 수도에 남은 상황에서 마스터들이 대부분 사라지자 중앙 귀족들은 다시금 권력을 잡기 위해 활동하기 시작했다.

비어 있는 권력을 잡기 위해 활발히 움직이며 황실의 권력 다툼이 시작되면서 가까스로 봉합된 문제들이 다시금 터져 나온 것이다.

권력을 잡고 세력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필히 발생하는 것이 뇌물이었다.

그렇다 보니 아직 처리되지 않은 썩은 분위가 다시금 수도를 오염시켜 나갔다.

하지만 과거와는 달랐다.

더 이상 이것들을 숨길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숨죽이고만 있을 제국민들도 아니었다.

[또다시 터져 나오는 비리! 언제까지?]

[위기 상황인데 황실은 개싸움만?]

[카리스마 없는 황태자. 과연 작금의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까?]

[중앙군마저 수도를 버린다? 수도의 영광은 이제 과거일 뿐!]

연일 이런 기사가 터져 나오면서 제국의 위기론을 부각시켰고, 제국민들은 분노했다.

더 이상 참지 않기도 한 제국민들이 시위하러 나와 정부에 항의하자 황실을 비롯한 정부의 위기론이 급부상했다.

이런 위기론을 조금이라도 잠재우려면 영웅이 필요했다.

그를 앞으로 내세워 시간을 벌고 제국민들의 눈을 다른 데로 돌릴 계획을 짜야 했으나, 그들의 영웅은 중앙을 버렸다.

여기저기서 아이언을 영입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으나 그 누구도 그를 확실하게 영입할 수는 없었다.

새로운 마스터.

그 힘이 가지는 가치는 현 제국에서 막강했다.

사실상 황권이 붕괴되어 중앙 귀족들마저 혼란스러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새로운 구심점을 만들어야 했으나, 누구도 중앙의 구심점이 되고자 하지 않았다.

중앙군 사령관은 수도를 버렸고, 다른 마스터들 역시 중앙에 오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러니 남은 건 새로운 마스터인 아이언뿐인데, 그마저 중앙을 거절했다.

그런 상황에서 북부와 북동부 사람들의 중앙에 대한 여론 역시 좋지 못했다.

오랜 세월에 걸친 중앙 귀족들의 이권 다툼.

그 속에서 희생된 북동부의 수많은 병력이 쌓이고 쌓이면서 지금의 상황에 이른 것이다.

그걸 증명하듯 아이언은 황태자의 제안을 공식 석상에서 거절했으며, 북동부 출신의 군인들 역시 중앙의 사람들과 말을 섞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중앙의 몰락이 시작되는가?”

한 교수가 한숨을 쉬면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제국민들이 귀족들의 비리가 드러날 때마다 들고일어났다.

또한 아직까지 남아 있는 썩은 부분으로 인해 차별받은 제국민들 역시 시위에 동참했다.

그러나 아직 완전히 정비되지 않은 정부는 그것에 대응하기보다 침묵했다.

군 병력은 물론이고 치안대까지 많이 죽어 나가 제대로 컨트롤하기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북동부라…….”

제국에서도 명성이 자자한 교수는 벽에 걸린 지도로 시선을 돌렸다.

대륙에서 가장 안전한 지역이 된 북부, 그중에서도 북동부는 앞으로 제국의 핵심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중앙은 승전식을 통해 제국민들의 분노를 잠재우고 바닥까지 내려간 황권을 조금이라도 올려 보고자 했지만 허사였다.

“멍청한 자들…….”

교수는 작금의 사태에 대해 한탄하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황태자가 황제가 될 가능성이 거의 확실시된 상황에서 4황자는 인정하지 못하겠다며 버티고 앉았고, 2황자와 3황자는 나라가 어려운데 본인들의 이득을 챙겨 갈 궁리만 했다.

황위를 포기하는 대가로 막대한 이권을 챙길 생각을 하는 것이다.

황실이 이러하니 중앙 귀족들과 수도로 모인 귀족들 역시 서로 이득을 챙기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들에게 제국의 부활은 뒷전이었다.

오로지 자신들의 이득만을 위해 움직이는 더러운 것들.

그것들이 바로 현 귀족들이었다.

“교수님!”

그때 한 남자가 문을 벌컥 열고 교수에게 달려왔다.

“소문이 사실입니까!”

자신이 가장 아끼는 조수의 물음에 교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정녕 이곳을 버리고 북동부로 가시는 겁니까?”

조수의 물음에 교수는 한참을 침묵하다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그래. 이곳보다는 그곳에 내가 할 일이 있을 것 같구나.”

“이곳 학생들에겐 교수님이 필요합니다!”

“글쎄…… 내가 없다 한들 그들이 신경이나 쓸지 모르겠구나.”

“교수님만 보고 아카데미에 입학한 학생들이 있습니다!”

조수의 말처럼 자신을 보고 아카데미에 입학한, 재능 있는 자들이 꽤 있었다.

평민 특기생부터 신진 귀족, 부유한 상인의 자제 등.

하지만 교수는 지쳤다.

그들만 보고 여기에 남아 있기엔 중앙의 썩은 내와 흉물스러울 정도로 돈과 권력만 밝히는 돼지들이 있어 힘들었다.

“후…… 나도 지쳤다. 내 남은 생이라도 날 정말 원하는 곳으로 가 힘을 펼쳐 보이고 싶다.”

교수의 말에 조수는 더는 말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자신도 교수를 바로 따라가고 싶었지만 아직 계약에 묶인 몸이기에 어려웠다.

“계약이 끝나는 대로 따라가겠습니다.”

“……그래. 혼자 먼저 가서 미안하구나.”

“가서 미리 자리 잡고 계셔 주십쇼.”

조수는 애써 웃으면서 교수에게 말했다.

평민 출신의 학자들이 대개 그러하듯, 귀족들과 계약으로 묶여 있는 경우가 많다.

아카데미의 학비를 지원받으며, 귀족들이 원하는 것을 연구하거나 그들이 원하는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말이 된다.

계약 기간 동안 철저히 그들의 수하 노릇을 해야 했고, 교수의 조수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카데미에서 중앙을 벗어나 새로운 곳으로 향하려는 학자들은 점점 늘어났다.

하지만 조수처럼 귀족과의 계약에 묶여 벗어날 수 없는 자들 역시 상당히 많이 존재했다.

이런 이들을 제외한 모든 학자들은 중앙을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흩어졌다.

그나마 중립을 지키면서 중앙의 관료 체계와 기관을 유지시켜 주던 깨끗하던 자들마저 환멸을 느끼며 죄다 빠져나가 버리니, 남는 건 귀족에게 뇌물을 받은 자들과 그들의 라인을 타 더 높이 올라가려는 자들뿐이었다.

“최악이군.”

중앙군 사령관 레오폴드가 수도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모래성.

그것이 제국의 황실과 정부의 현재 모습이었다.

자신이 새로이 지어질 사령부로 가면 이곳 수도는 혼란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그대로 무너질 것이다.

하나 그렇다고 자신이 여기에 남는다 한들 달라질 것 같지 않았다.

‘난 이미 이빨 빠진 호랑이에 불과하지.’

마스터라곤 하지만 현상 유지가 한계다.

다른 사령관과 달리 중앙을 지키지 못했으며, 자신을 따르는 대부분의 부하들이 전투로 죽어 나갔기에 수도를 장악할 힘이 부족했다.

하지만 아이언이 여기에 남는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

부하를 사로잡는 카리스마와 비상한 머리라면 수도를 정상화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제국의 영웅이라는 명예와 칭호는 제국민들로 하여금 그가 어떤 것을 명령하더라도 대부분 따르게 만드는 압도적인 힘을 갖고 있었다.

사실상 지금의 수도를 정상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건 아이언밖에 없었다.

문제는 그에게는 그럴 생각이 조금도 없다는 점이다.

‘중앙을 완전히 버릴 생각인가?’

레오폴드는 아이언을 보면서 생각했다.

그래도 제국이라는 껍데기를 유지하려는 다른 사령관들과 달리 아이언은 황실을 완전히 무너뜨리려는 것 같다고.

그가 그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는 아이언이 보인 그간의 행적들 때문이었다.

아이언이 북동부를 독립시키기 위해 발 벗고 뛰었다는 것은 사령관들 중에 모르는 이가 없었다.

겉으로는 북동부 재건을 위해서라지만 중앙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것임을, 머리가 좀만 돌아가는 이들이라면 전부 알고 있었다.

게다가 수도가 위험한 상황에서 중앙군을 돕기로 판단한 것.

명분은 중앙군을 온전히 살려 수도에 유의미한 도움이 주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여기까지는 의심일 뿐이었지만 황태자의 제안을 공식 석상에서 거절하면서 확신으로 굳어졌다.

‘아이언 대장은 황실을 싫어한다.’

게다가 많은 이들에게 이러한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것 또한 문제가 있었다.

모든 마스터들이 각자의 지역으로 떠나는 상황에서 제국의 영웅조차 수도를 버린다?

그건 곧 황실과 중앙정부의 힘이 약화된다는 걸 뜻한다.

그걸 증명하듯, 중앙군이 수도를 떠나는 날이 다가올수록 수도는 더더욱 혼란스러워졌다.

그 혼란은 아이언이 중앙군을 따라 떠나는 걸 확정했기에 더욱 가중될 것이다.

만약, 이 모든 것이 계산된 것이라면…….

“무섭군.”

레오폴드는 자신도 모르게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자신의 생각이 기우에 불과하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하지만 그건 한낱 바람에 불과할 뿐이라는 걸, 그도 잘 알았다.

‘부디…… 그의 마음에 제국에 대한 충정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었으면 좋겠군.’

레오폴드의 이런 마음과 다르게 아이언은 떠날 준비를 하는 중앙군과 자신의 부대를 보면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두근!

그는 심장의 고동 소리를 들으며 수도의 하늘을 바라보았다.

매일같이 시위하러 나오는 제국민들.

자기들끼리 나락으로 빠지는 것도 모르고 싸워 대는 멍청한 제국 귀족들과 황실.

“조금만 기다려.”

아이언은 두근거리는 심장을 보면서 조용히 중얼거렸다.

마녀와의 계약.

그로 인해 자신의 심장에 남겨진 그녀의 의지가 자꾸만 재촉했다.

그리고 자신 역시도 이성과는 다르게 자꾸 황실을 좀 더 빨리 나락으로 빠뜨리길 원했다.

하지만 이럴수록 인내심을 가져야 했다.

전생에 자신을 그토록 괴롭히던 황실을 바닥으로 끌어내리는 것도 이제 얼마 안 남았다.

그 모습을 보기 위해서, 지금은 인내해야 했다.

“좀만 더 참자.”

마녀와 자신의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면서 어서 빨리 그날이 오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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